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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INSIGHT] 한국판 뉴딜의 경제사적 의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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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INSIGHT] 한국판 뉴딜의 경제사적 의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대표이미지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강유덕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주요내용

강유덕교수님

강유덕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당시로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였다. 시장경제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경제위기는 늘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위기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성격이 강했고, 전 세계의 모든 지역에 동시에 충격을 안긴 위기는 1970년대의 석유파동 등 제한적인 경우에 국한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된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이다. 그러나 이 위기는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전 세계로 확산되어 2009년 세계경제는 전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다. 특히 선진국의 경우 GDP가 3% 이상 감소하였고,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도 성장률이 크게 낮아졌다.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의 잔상은 10년 이상 계속되며 과잉부채 등 여러 가지 문제와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2008년의 경제위기는 금융을 중심으로 발생

2000년대 초 미국 경제는 닷컴 버블의 붕괴와 9.11 테러 사태의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급감하였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GDP 성장률은 4%를 상회하였으나, 2001년에는 1%로 하락하였다. 미국 경제는 수요중심의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고, 이에 美연방준비은행(이하 美연준)은 2000년 6.50%였던 기준금리(Federal Funds Rate)를 수차례에 걸쳐 인하하여 2003년 6월에는 1.00%까지 낮추게 된다. 이는 45년 만에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였다.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대출, 채권투자와 같은 기존의 사업모델로는 충분한 수익을 창출할 수 없었고, 이에 풍부한 유동성과 금융공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파생금융상품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예는 신용디폴트스왑(CDS: Credit Default Swap)으로 2001년 계약 잔액은 9,189억 달러였던 데 반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62조 달러 이상으로 70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또한 부동산 분야를 중심으로 금융투자가 크게 증가했는데, 대표적인 분야는 비우량주택담보채권으로 구성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2000년 1,000억 달러 규모에서 2005년에는 6,000억 달러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 부동산 관련 대출의 22.7%를 차지했다. 세계화로 인해 국가 간 금융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미국은 많은 투자자금을 끌어들이는 투자처가 되었다. 이로 인해 은행 간의 채권·채무관계는 국경을 넘어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다. 전 세계경제의 1/4를 차지하는 미국경제의 호황은 전 세계적인 산업생산의 확대를 가져왔고, 미국은 최대의 수요처가 되었다. 반면에 미국 금융시장이 과열되었다는 판단에 따라 美연준은 2004년 6월부터 17번 연속으로 차츰 금리를 올려 2006년 6월에는 5.25%까지 인상했다. 일각에서는 美연준이 일찍부터 보다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더라면 애초에 자산거품 현상을 억제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본다. 

2007년 중반에 주택시장의 거품이 붕괴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당시 벤 버냉키 美연준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손실을 최대 1,000억 달러로 추산했고, 2008년 9월에는 15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가 파산신청에 이르게 된다. 대마불사(大馬不死)론의 불식과 함께 많은 금융기관들이 막대한 손실을 겪게 되면서 미국발 금융위기는 금융-무역경로를 타고 전 세계경제로 확산되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위기        

코로나19 사태는 아시아에서 시작되어 유럽, 미국, 개발도상국으로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확산되었다. 전례 없는 전염병 사태를 맞이하여 많은 국가들은 방역을 위한 도시 봉쇄와 경제활동 중단 조치를 실시하였다. 또한 입국제한, 검역강화, 국경통제 조치를 단행하였다. 각국의 이동제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비와 투자는 위축되었고, 글로벌 공급망의 훼손에 따라 공급충격이 가중되면서 세계경제는 전후 최대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4월에 2020년 세계경제성장률이 –3.0%가 될 것임을 전망한 데 이어 불과 2개월 후인 6월에는 –4.9%로 하향조정하였다. 선진국의 경우 –8.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신흥개도국의 경우에도 GDP가 –3.0% 감소할 것으로 보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있었던 모든 경제위기를 합산한 것보다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20년 6월 OECD의 발표에 따르면 만약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면서 2차 충격이 가해질 경우, 일부 선진국은 마이너스 14%를 상회하는 경기침체를 겪을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 중에서는 경기하락의 폭이 가장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높은 대외의존도와 국경을 쉽게 뛰어넘는 팬데믹의 특성을 감안할 때 한국경제는 다른 국가들의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국제적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2020년 OECD 회원국의 경제성장률 전망 

경제성장률 전망

자료: OECD, OECD Economic Outlook 2020 (June 2020)

 


코로나19 사태는 수요와 공급체계를 동시에 위협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경제위기는 그 성격이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매우 다른데, 그 이유는 수요와 공급 측면이 동시에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먼저 수요 측면에서 살펴보면 각국의 이동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른 내수감소와 고용시장 악화는 단기간에 큰 수요충격을 발생시켰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비, 투자 등 내수는 극감하였고, 대규모의 정부지출을 통해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양상이나 경기하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되었다. 서비스업의 부진은 고용악화→가계소득 감소→소비부진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식, 관광, 공연·예술 등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급 측면을 보면 글로벌 공급체계가 훼손됨으로써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전 세계적 차원의 공급충격이 발생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지역별 중간재 공급자로써 완제품을 생산하는 주변국과 산업가치사슬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중국발 공급충격은 지난 2월부터 글로벌 제조업에 충격을 주었고, 중국과의 무역·투자교류가 활발한 한국산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바 있다. 특히 원천기술을 보유한 선진국의 생산차질은 산업가치사슬를 통해 그 부정적 효과가 세계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글로벌 가치사슬(GVC: Global Value Chain)은 오랜 기간 무역과 투자를 통해 확대되어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가치사슬의 지리적 확대가 전염병,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부각시켰다. 국경을 넘어 펼쳐진 산업가치사슬의 한 곳이 작동을 멈출 경우, 전체 가치사슬의 작동에 차질을 빚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아쉬운 대응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대부분의 국가들은 대규모의 재정지출과 확장적 통화정책을 통해 즉각적으로 대응했다. 이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전면적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문관료와 경제학자들은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으며, 위기 이후 철저한 복기과정을 거쳐 다양한 사례 분석과 실증적 연구, 대응 매뉴얼의 작성이 이루어졌다. 반면에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가 공급충격의 성격 또한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공급체계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커지면서 리쇼어링(reshoring)을 통해 자국 내로 공정과정을 이전·재편하거나, 기업 차원에서 기존의 GVC를 유연화 하는 전략이 진행될 수 있다. 또한 제3국에 대한 리스크가 재평가되면서 통제가 가능한 지역적 차원의 가치사슬을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령, 미국, 유럽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부터 자국의 통제가 가능한 북미지역, 유럽지역 등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지난 수년간 확산되어 온 보호무역주의와 결합될 경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정보통신기술로 재편된 미래 산업과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주의가 공존하는 미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미-중 간 무역 갈등이 글로벌 주도권 다툼의 양상으로 격화되는 시기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비해 그 양상이 더욱 복잡하다. 2008년의 경제위기 발생 직후 주요국들은 재무장관급 회의였던 G20를 정상회의로 격상시킴으로써 국제공조를 강화하였고, 경기회복과 위기재발 방지에 주력하였다. 반면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과정에서는 국제기구와 G20 등 국제협의체가 주도적인 역할을 보이지 못한 점이 아쉽다. 팬데믹과 같이 국경간 파급효과가 강한 사건은 국가 간 공조가 강화되는 계기가 된다. 이른바 좋은 균형(good equilibrium)에 이르는 것이다. 반면에 주요국들이 각자도생(各自圖生) 방식을 선택하면서 나쁜 균형(bad equilibrium)으로 귀착될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한국판 뉴딜 

2020년 7월에 발표된 한국판 뉴딜은 경제 전반에 걸친 디지털 혁신과 친환경 경제의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 추경예산을 통한 코로나19 비상경제대책이 수요충격으로써서의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면, 한국판 뉴딜은 부분적으로는 공급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며, 또한 기존에 추진해온 미래산업정책을 재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중요해진 비대면 경제활동과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산업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부응하는 정책방향으로 볼 수 있다. 친환경 경제의 구축을 위한 그린뉴딜은 2019년 12월에 유럽연합(EU)이 발표한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과 매우 유사하다. 팬데믹을 통한 경험이 글로벌 공공재로서의 보건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면,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상기온 현상과 홍수, 공해의 문제는 환경 또한 공공재임을 상기시킨다. 또한 한국은 파리기후변화 협약의 가입국으로 2030년까지 37%의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판 뉴딜 중 그린뉴딜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정책이라기보다는 산업정책인 동시에 환경정책의 측면이 강하다.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적응하고, 선진국으로써 국제적 책무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한국판 뉴딜에 있어서 고려되지 않은 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제적 공급사슬 및 기업환경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또한 이 변화가 주요국 간 무역, 혁신기술, 안보 분야의 경쟁 속에서 진행될 경우, 중견국가로써 갈등의 매듭을 풀기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이며, 국내 산업생태계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는 디지털 혁신과 친환경 경제의 구현을 넘어 통상 및 외교·안보정책을 통해 다루어야 할 문제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변화에 따라 좌우되지 않는 강력한 추진체계를 유지하고 한국판 뉴딜을 담을 수 있는 더 큰 틀의 포스트 코로나 국가비전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다양한 분야의 세부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정책 간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 해당 콘텐츠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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