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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책 포커스] 포용적 다자주의로 성숙한 세계선도국가 지향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 위원회 및 연구단
[미래정책 포커스] 포용적 다자주의로 성숙한 세계선도국가 지향 대표이미지
  • 일자 2020년 12월 15일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김선혁 고려대학교 교수

주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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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혁

고려대학교 교수


현대사에서 한국이 공공연하게 ‘대국’을 지향하며 ‘대국’에 걸맞은 국제적 역할의 수행을 자임한 ‘대국주의’의 선례는 별로 없다. 기억나는 거의 유일한 예는 민주화 직후 기업 총수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호기를 부리고, 문민정부가 ‘세계화’를 전면에 내세우던 때다. 하지만 당시의 ‘대국주의’는 우리의 역량 부족과 외부의 호응 부재로 인해 1997년 경제위기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대국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또다시 국제적 역할을 자임하는 중요한 계기를 맞고 있다. 12월 9~11일에 개최된 ‘2020 글로벌 코리아 박람회’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을 혼용하여 콘퍼런스, 우수사례 발표, 전시·홍보, 컨설팅, 문화행사 등을 통해 그간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이 추진해 오던 다양한 국제협력 사업의 성과를 정리하여 소개하고, 불확실성이 증대된 세계정세 속에서 한국이 어떠한 국제협력의 비전을 제시·추구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모색하는 행사였다.

특히 박람회의 개막식에서는 ‘글로벌 코리아 비전 선언문(이하 ‘비전 선언문’)’이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부출연연구기관, 공공기관, 국내 대학, 비정부단체 등을 대표하는 행사 참석자들에 의해 서명 및 공표되었다. 비전 선언문은 우리 정부의 공식 문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론적인 분석도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코로나19로 세계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는 지금, 한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현재의 국제정세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또 우리의 역량을 어떻게 자체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향후 어떠한 원칙들에 입각해 국제협력에 기여할 것인지를 표명하는 자기 성찰이자 일종의 ‘지성인 선언’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 비전 선언문의 의미와 의의를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국제사회의 현재와 리더십의 부재


우선 비전 선언문은 코로나19로 인해 초래된 다양한 위기에 더해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하던 문제점들이 코로나19로 더욱 악화하는 현실을 조명하고 있다. 끝이 안 보이는 보건위기와 경제위기는 말할 나위도 없고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하던 국제·국내 불평등도 계속 심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부르며 선망하고 추격하던 국가들에서 민주주의가 침식당하고 강권정치가 횡행하는 현실을 개탄하고 있다. 기후변화, 재해·재난, 난민, 보호무역주의 등 산적한 현안에 대응하는 국제 리더십이 없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도리어 강대국들은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며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 한국은 탈세계화나 성곽시대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다자주의의 구축을 주창한다. 그리고 새 다자주의의 핵심은 ‘포용성’이다. ‘포용적 다자주의’는 강대국의 일방주의에 기대지 않고 다수 비강대국의 협력과 연대에 기초하여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과 공공재 산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다자주의다.


사진

주요 참석자들이 함께 한 「2020 글로벌 코리아 박람회」 비전선포식 세레모니


대한민국의 역량, 세계와의 화해


이어 비전 선언문은 포용적 다자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세계화(re-globalization)를 지지하는 주체로서의 한국적 특질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드문 압축성장을 통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민족 분단과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던 후진국에서 세계 굴지의 경제 대국, 활력 넘치는 민주국가로 발돋움했다. 세계화와 정보화 면에서도 선두에 나서고 있으며, ‘Made in Korea’ 첨단 제품들과 케이팝(K-pop)을 비롯한 한류는 전 세계에 우리의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그동안 수많은 개도국과 성공 경험을 공유하고 어려운 나라를 돕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나아가 이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한국은 개방성·투명성·민주성을 바탕으로 하는 K-방역을 통해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한편 디지털뉴딜, 그린뉴딜, 지역균형뉴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해 더 나은 경제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기적의 역사를 이룬 대한민국이 국제협력에 관한 비전 선언문을 선포한다는 것은 우리와 세계 간의 ‘화해’를 의미한다. 식민지 경험과 전쟁 등에서 비롯된 피해의식에 기초한 세계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존 강대국들을 좇아 세력의 확대만을 추구하는 세계관도 아닌, 각국을 평등한 주체로 존중하고 다양성을 귀히 여기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세계관을 통해 우리는 세계와 다시 만나야 한다.


국제협력의 미래 비전


이에 비전 선언문은 우리의 국제협력이 견지해야 할 몇 가지 원칙을 밝히고 있다. 첫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질서가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포용적 다자주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국제연합(UN)이 밝힌 인류 공동의 목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국내외에서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협력과 연대를 통해 글로벌 공공재를 확충해 나가자는 것이다. 특히 백신의 공평한 사용, 그리고 상생과 공동번영의 국제질서 수립을 강조하고 있다. 넷째는 포용적 다자협력과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평화의 원칙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소외 계층 및 여성의 보호와 역량 증진을 중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포용적 국제협력이 국가만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시장 등 다양한 부문 주체들 간의 다부문 협력(multi-sectoral collaboration)을 통해, 그리고 상호책무성(mutual accountability)에 입각하여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코리아 비전 선언문’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한국이 과거에 답습하던 ‘선진국’ 추격 패러다임이나 ‘대국주의’ 패러다임과 결별하고, 축적된 국가 역량과 공유의 경험을 바탕으로 ‘포용적 다자주의’의 기치 아래 세계 여러 정부·비정부 주체들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평화와 공동번영, 지속가능발전을 이루어 나가겠다는 다짐을 표명하는 문건이다. 아무쪼록 대한민국이 포용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다른 나라들과의 상생적 협업을 통해 유익한 국제 공공재를 많이 산출하는, ‘반 발 앞서 나가지만 주변을 잘 돌아보고 살필 줄 아는’ ‘성숙한’ 세계선도국가를 지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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