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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정책 포커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도적 가치와 규범에 초점 맞춰야

  • 국가비전과 전략연구
  • 위원회 및 연구단
[미래정책 포커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도적 가치와 규범에 초점 맞춰야 대표이미지
  • 일자 2020년 12월 15일
  • 발행기관경제ㆍ인문사회연구회
  • 연구자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

주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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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환

국립외교원 교수


코로나19는 금세기 들어 인류가 당면해 온 도전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가 간 불평등과 국내 계층 간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고, 세계화에 대한 역풍으로 비롯된 자국 우선주의와 민족주의, 포퓰리즘이 기세를 떨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세계 도처에서 민주주의가 쇠퇴하고 강권 정치가 득세하고 있다.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히 요청되는 시점에서 강대국의 리더십이 실종되었고, 다자주의 역시 협력보다는 국가 간 경쟁과 경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과연 공공외교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특히 한국과 같은 중견국의 공공외교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내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데에 초점


공공외교는 흔히 외국민을 대상으로 매력 자산을 사용하여 자국을 알리며(inform),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influence) 관여(engage)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국의 국가이익에 이바지하는 비(非)전통적 외교 행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치적 집단 정체성의 관점에서 볼 때, 공공외교를 “무정부 국제사회에서 소통을 통해 자국의 국가·민족 정체성, 또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들에 대한 ‘인정 (recognition)’을 추구하는 활동”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공공외교에 대한 이와 같은 정의에 기반할 때, 국가·민족 정체성의 어떤 요소를 발신하고 소통하느냐에 따라서 두 가지 유형의 공공외교 구분이 가능하다. ‘투사형(投射型) 공공외교(projection public diplomacy)’는 인종, 언어, 한 민족이 오랜 기간 공동 경험을 통해서 공유하는 역사·문화 등 정체성의 본원적 요소를 소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즉 ‘우리는 누구인가(who we are)’를 알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공공외교로서, 문화외교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서 ‘주창형(主唱型) 공공외교(advocacy public diplomacy)’는 특정 국가나 민족이 추구하고 공유하는 가치와 아이디어, 그리고 이를 반영하는 제도나 정책, 규범 등 관념적·구성적 요소를 소통하는, 즉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무엇을 추구하는가(what we stand for)’에 초점을 맞추는 공공외교로서, 이러한 요소들은 지식 및 정책 공공외교의 주요 내용을 구성한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의 공공외교는 ‘한류’를 선두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 온 것이 사실이며, 한국 역대 정부의 공공외교는 투사형 공공외교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노무현 정부까지 주로 문화외교에 초점을 맞추고 홍보적 접근을 취하였으며, 이명박 정부부터 문화외교를 넘어서는 포괄적 공공외교에 대한 인식이, 박근혜 정부부터는 정책 공공외교가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정부 차원에서의 공공외교를 문화외교, 지식외교, 정책 공공외교의 세 분야로 범주화하여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책 공공외교는 당해 정부의 개별 외교정책이나 대(對)북 정책을 설파하고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구하는 양태를 취해 왔으며, 한국의 정체성에 자리 잡은 가치나 규범에 기반을 둔 본격적인 주창형 공공외교가 이루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국력, 국제사회에서의 지위, 그리고 강대국들을 비롯한 가치와 규범을 주창하는 공공외교의 최근 글로벌 트렌드는 물론 갈등과 대립을 넘어 국제협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국제 현실에 비추어, 이제 한국도 본격적으로 주창형 공공외교에 눈을 돌려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다.


중도적 가치·규범에 기반한 규범 공공외교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세계에서 한국에는 어떤 형태의 주창형 공공외교가 필요한가? 첫째, 중도적 가치와 규범에 기반을 둔 공공외교가 필요하다. 이미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자유주의와 반(反)자유주의 간 ‘가치의 진영화’가 진행되고 있는 국제 현실에서는, ‘적극적 평화(positive peace)’나 ‘인간 안보(human security)’와 같이 자유주의와 반(反)자유주의를 공히 포괄할 수 있는 중도적 가치와 규범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둘째, 포용적 국가 연대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공공외교의 역할이다. 특히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와중에는 중도적 가치·규범을 기반으로 뜻을 같이하는(like-minded), 그리고 강대국 경쟁의 틈새에 끼어 있는(like-situated) 국가들뿐만 아니라, 비(非)국가 행위자들과도 포용적 연대를 구축함으로써 강대국 갈등과 대립을 완화시키고 강대국의 일방주의적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는 다자기제가 필요하다. 이들 행위자들과의 다자주의 연대 구축과 이를 통한 초(超)국가적 규범 주창은 국제법이나 제도로 보다 공식화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제 규범 질서를 형성하는 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한국에 초점을 맞추는 전통적인 국가 중심적 소프트 파워보다는 인간 중심적, ‘집단적 소프트 파워(collective soft power)’ 개념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글로벌 보건 분야에서 지금까지의 국가 중심적 국가안보 접근보다는, 인간 중심적 인간 안보 접근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타격을 입은 미국과 중국의 권위와 위신을 감안할 때, 이러한 접근을 비(非)강대국들의 연대로 이끌어야 하고, 결국 새로운 규범에 기반을 둔 집단적 소프트 파워의 창출이 요청되는 것이다.

넷째, 공공외교를 통한 실천적 어젠다의 설정이다. 중도적 가치·규범으로서 적극적 평화와 인간 안보의 개념적 틀이나 국제연합 (UN)의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의 실천적 목표를 연계시킴으로써, 여러 국가 및 국제 행위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이슈 및 정책 어젠다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공공외교는 단순히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중요하게는 상대방과 공유하는 가치와 규범을 창출하기 위해서 상대방의 마음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한국의 포스트 코로나 공공외교는 인간 안보의 보건 평등이나 적극적 평화 규범과 같은 중도적 가치 및 규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담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이는 곧 문화, 지식 및 정책 자산 외에도 ‘규범 소프트 파워(normative soft power)’에 초점을 맞추는 ‘규범 공공외교(normative public diplomacy)’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한국의 규범 공공외교가 국제사회에서 공감을 얻고, 국가 및 비(非)국가 행위자와의 연대를 통해서 국제 규범 질서 형성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때, 한국의 공공외교는 강대국들의 힘의 정치에 대한 대항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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