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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불러온 새 바람, 일자리의 지형이 바뀐다

이미지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2024 가을호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이 초래하는 급격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산업구조, 노동과정, 일자리의 증감, 고용형태에서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아직은 변화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규모를 측정하기에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AI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의 과정을 기록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의 변형, 사라지는 것은 ‘과업’

기술 발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오래된 연구 주제이고 인공지능 기술의 영향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기술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기술이 실제로 대신하는 것은 일자리 자체라기보다는 그 일자리를 구성하는 과업(task)이다. 신기술이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에서 노동력을 대체하는 효과와 자동화로 인해 비용 절감이 이루어지면서 그 외 업무에 대한 노동수요가 증가하는 효과 중에 어느 쪽이 더 큰지가 핵심적인 질문이다.

Auto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에 미국에 있는 일자리의 60%는 1940년 이후에 생긴 직업이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더라도 새로 생기는 것이 있어서 일자리의 규모 자체는 줄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거의 경험을 단순화해 보자면 기술 발전은 절대적인 수준에서 고용 규모를 줄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기술 발전은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해 왔다. 고숙련 노동자는 수혜집단이었고, 피해집단은 임금수준으로 볼 때 중간 정도에 해당하며 정형화된 업무를 수행하던 제조업 노동자들이었다.

1940년과 2018년 미국의 산업별 일자리 규모 (1940년에 존재한 직종과 이후 추가된 직종을 구분하여 표시)

출처: Auto et. al. (2023)
그림 설명: 농광업직을 제외한 모든 직종에서 고용은 증가했다. 오늘날 존재하는 일자리 중에서 1940년대에도 존재했던 직업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그때는 없었던 직업, 새롭게 등장한 직업이다.

“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이 기술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AI는 읽거나 듣고 이해하기, 말하기, 쓰기를 할 수 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 혹은 알아듣는 것처럼 대응한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이다. ”

AI 시대의 고용 변화, 과거와는 다를까?

인공지능 발전의 영향은 기존의 기술 발전 영향과는 다를까? 즉 인공지능 기술은 이번에야말로 사람이 수행하던 과업을 대체함으로써 일자리를 줄일까?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피해집단은 과거 기술 발전의 피해집단과 다를까? 인공지능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 과업이 과거 자동화 기술보다 광범위한지, 고임금 숙련 노동자의 과업을 대체하는 경향이 있는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현재는 가설 단계이며 경험적으로 확인되어야 할 문제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이 기술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인공지능을 분석형 인공지능(Analytical AI)과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으로 구분해 보자. 분석형 인공지능은 기존 데이터를 분석하여 패턴을 식별하고, 이에 따라 예측하거나 분류하는 기능을 한다. 분석형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인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텍스트, 이미지, 소리 등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거나 기존 콘텐츠를 변형하는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노동자의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자연어(Natural Language)로 인공지능과 소통할 수 있다는 데 기인한다. AI는 읽거나 듣고 이해하기, 말하기, 쓰기를 할 수 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 혹은 알아듣는 것처럼 대응한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커다란 의미이다. 첫째, 말하거나 쓸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누구든지 AI 기술을 이용하여 역량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AI에게 질문을 하고 무엇인가를 요청한다는 것은 달리 말하자면 집단지성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과 같다. AI는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된 과거 인간의 기록을 통해 학습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의미가 고용에 미치는 간접적인 효과는 직업 경험(experience)에 따른 능력 차이가 줄어들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마저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AI의 도입, 일자리 위협인가 기회인가?

AI가 좀 더 잘하는 일이 있고 하기 어려운 일이 구분되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일자리가 AI로 대체될까? 내 일자리는 안전할까? 이것은 AI 기술 발전의 시대를 맞이하여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학술적으로 정의하면 ‘AI 노출도’라는 개념으로 정리된다. AI에 노출된 직종이란 AI가 대체할 가능성이 큰 직무로 구성된 일자리를 의미한다. 개별 직종에 대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AI 노출도를 측정하여 부여하는데 노출도가 높은 일자리는 고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AI 노출도를 직종별로 측정하는 다양한 지표들이 연구되었다. 단순하게 고안된 AI 노출도는 로봇과 같은 기존의 자동화 기술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비전형적인 작업이나 인지적인 작업에서 높게 나타나고 몸을 움직여서 하는일에서는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발견된다. 중간관리자와 일부 전문직에서 일자리가 줄어들 위험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는 뜻이다.

노출도와는 구별되는 개념으로서 AI 도입률에 따른 고용효과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출도는 AI가 가진 기술적 가능성을 측정할 뿐이다. 경제성이나 사회적·제도적 제약을 넘어서서 실제로 AI가 고용을 감소시킬지 여부는 검증해야 할 과제이다.

물론 2024년에 본격적으로 확산한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 ‘채택’이 과연 어떤 의미일지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의도적으로 채택하지 않더라도 일터와 노동과정에 ‘스며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업이 사용하는 클라우드와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AI가 탑재되는 마당에 개별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했는지를 질문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구별하여 AI 기술의 고용효과를 측정해 볼 수 있다. 많은 연구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고용이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고한다. 아마도 아직까지는 기업의 AI 기술 도입의 주된 목적이 인건비 절감보다는 새로운 프로덕트 생산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숙련 수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당신의 일자리는 AI에 의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된다는 말이 있다. AI는 인간이 가진 숙련(skill)을 보완하는 기능으로도 작동하기 때문에 이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학교 교육과 직업훈련은 지금보다도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생애 단계는 배우는 시기와 일하는 시기로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 연령대와 종사상 지위를 불문하고 언제든 즐겁게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야말로 AI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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