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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격차가 불러올 글로벌 양극화와 불평등

이미지 이명호(사)케이썬 이사장 2024 가을호

급격한 디지털 전환의 명암, 팬데믹의 후유증이 가시기도 전에 인공지능(AI)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선진국의 소수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AI 기술의 발전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AI 기술 격차는 전 세계적인 양극화와 불평등을 가져올 것인가?

AI 기술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오히려 빅테크 경쟁을 촉발

코로나 팬데믹 2년은 전 세계에 강제된 사회적 전환의 시기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대안으로써 디지털 전환은 해결책이면서 또 다른 차별과 불평등을 가져왔다. 선진국의 고소득 일자리는 빠르게 재택 원격근무로 전환하며 안전을 보장받는 반면 개도국 및 가난한 나라의 많은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며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불균형은 사회적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며 그 결과 경제적 기회에 대한 접근이 더욱 제한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AI의 빠른 발전과 이에 대한 우려를 상징하는 사건은 AI 개발을 잠시 멈추자는 2023년 3월 22일 자의 공개편지였다. 세계의 유명 인사와 기술 전문가, 연구자 1,000명 이상이 최소 6개월 동안 AI 개발을 멈추고 그 기간 독립적인 전문가들이 안전 프로토콜을 개발할 것을 촉구했다. 불과 4개월 전인 2022년 11월 ChatGPT-3가 공개되자마자 급속하게 이용자가 증가하고 인간의 인지능력에 버금가는 뛰어난 능력과 동시에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 환각)으로 대표되는 AI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적인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공개편지는 AI 기술이 사회와 인류에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경고하며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통제 불능을 가져올 수 있는 AI 모델의 개발을 잠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AI 개발이 멈춰지기는커녕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애플,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을 포함하여 미국, 중국, 유럽 국가들이 AI 개발과 투자에 뛰어들었다. 2023년 전 세계적으로 정부 및 민간의 AI 투자액은 1,419억 달러(약 196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투자액 비중으로 미국이 62%로 압도적 1위, 2위 유럽연합(EU)은 8%, 3위 중국은 7%로 소수의 국가와 기업이 주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전체 투자의 94%가 민간이고 정부는 6%에 불과하다. 한국의 AI 투자액은20~30억 달러 수준으로 전 세계 투자 대비 1.5~2% 수준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10위권에 포함된다.

기술 격차, 소수 기업 독점으로 고착될 것인가?

AI에 대한 투자 차이는 결국 미국 빅테크 기업 주도의 시장 지배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100대 AI 기업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이 60여 개, 중국 기업이 10여 개이다.

특히 생성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LLM(대규모언어모델), 멀티모달, 파운데이션모델을 개발한 기업도 미국, 중국 기업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기업은 1~2개에 불과하다. 대규모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인프라(데이터센터, 고성능 컴퓨팅 클러스터) 투자, GPU 구매가 필요한데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GPU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이 92%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AI 군비 경쟁’ 을 벌이면서 개도국은 물론 대다수 국가는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철도, 전기, 통신 인프라 투자의 역사 경험에 따르면 초기에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과잉 투자되다가 결국에는 통합되면서 소수의 공급자로 정리되었다. 현재 100여 개(이후에도 더 늘어나 수백 개)의 빅테크 기업 중에서 살아남아서 시장을 지배할 기업은 소수로, 그 소수의 기업은 대다수 미국 기업과 일부 중국 기업일 수 있다. 철도, 전기, 통신 인프라는 각국에 물리적으로 구축이 되어야 했지만 AI 인프라는 각국에 구축될 필요가 없다는 특성이 있다. 지금도 검색 시장을 몇 개의 기업이 독점하듯이 AI 인프라와 모델도 몇 개의 국가와 기업이 독점할 수도 있다.

AI 격차가 국가 간 생산성, 성장의 격차로

AI 모델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의 편중도 심각하다. 데이터의 약 90%가 영어 데이터이다. 전 세계 인구의 18%만이 영어권이고, 인터넷 자료의 58%가 영어인 것에 비해서도 과도하게 영어 비중이 높다. 영어권의 서양 문화와 가치관, 사고방식에 편향된 AI 모델이 다른 문화와 충돌할 수 있고 문화적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는 개도국의 데이터 부족은 이들 국가에서 각국의 특성에 맞는 AI 활용을 저해하며 생산성의 격차와 경제 성장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전 세계 AI 시장은 2024년 2,100억 달러 수준인데 2030년에는 1조 3천억 달러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35%에 달하는 성장이고, 이 성장의 과실을 몇 개의 빅테크가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 생산성과 경제 성장의 편향도 나타날 수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향후 10년간 생산성 성장률을 1.5% 높이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약 7조 달러)를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과 미국에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이 예상된다. AI에 뒤처진 국가는 경제 성장에서도 뒤처지게 되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격차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독자적인 AI 모델 개발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은 오픈소스 AI 모델의 활용, 독자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자국 버전의 AI 개발이 필요해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모두를 위한 AI 개발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AI에 의한 일자리와 소득의 양극화, 불평등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

골드만삭스, ILO, IMF 등의 보고서에 AI가 생산성과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지만 직업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으로 전망한다. 전반적으로 AI에 의하여 현재 직업의 40~60%가 영향을 받고 특히 선진국, 사무직일수록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의 절반은 AI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주요 업무를 AI가 대신하면서 노동 수요의 감소, 임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겠지만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선진국은 AI로 인한 위험도 크지만 이점을 얻을 기회도 많다. 반면에 개도국 일자리의 경우에는 AI의 영향을 적게 받지만 그만큼 생산성 향상의 기회도 얻지 못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AI에 의한 혜택이 크겠지만 직업별로는 AI를 잘 활용하는 고소득자의 소득은 더 증가하고 많은 일자리가 소득 감소는 물론 실직이라는 불평등이 커질 위험이 있다.

국가적으로 AI 활용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서는 AI 모델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AI 인재 양성 및 AI 스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새로운 분야의 일자리가 생겨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문화와 사회 안전망 강화도 필요하다. 향후 10년이 AI가 정착되는 시기로 전망되고 있다. 10년의 AI 전환기가 지나면 AI의 승자는 백 년 동안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양극화와 불평등이 해소되거나 강화된 상태가 지속될 수 있는 고착화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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