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민생·안전과 공정·상생을 위한 규제 합리화

이미지 원소연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 2025 가을호

규제합리화와 관련된 이번 정부의 국정과제의 특징은 경제·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합리화 외에 ‘민생·안전과 공정·상생을 위한 규제합리화’를 별도로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규제혁신 또는 규제개혁이라는 용어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바로 규제를 폐지·완화해야만 규제혁신이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규제혁신의 목표는 불합리한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지만, 규제혁신이 오로지 규제의 폐지·완화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시간 동안 ‘규제혁신=규제폐지·완화’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고, 이번 정부는 ‘규제혁신’이라는 이름의 본래 의미를 되찾기 위해 ‘규제합리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민생·안전·공정·상생을 위한 규제합리화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킴으로써 규제합리화의 목표와 방향성을 보다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민생·안전·공정·상생을 위한 규제합리화의 목표와 내용

그동안 규제합리화의 주요 목표가 경제·산업분야 활성화에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활성화를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부는 다양한 규제합리화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의지를 국정과제를 통해서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민생·안전과 공정·상생을 위한 규제합리화를 통해 취약계층의 규제애로 해소, 생명·안전 보호와 공정·상생을 균형있게 고려하는 수요자 중심의 성숙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규제합리화 목표달성을 위한 주요 내용으로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규제 개선, 사회적 약자 대상 불합리한 규제 개선, 콘텐츠·관광·의료 등 3대 서비스산업 분야의 현장 규제 애로 중점해소, 현장방문·소통 확대 등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규제개선 추진 등이 있다.

규제합리화의 목표는 성장과 안전의 조화

민생·안전·공정·상생을 위한 규제합리화는 ‘경제활성화’와 ‘국민안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의 조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규제합리화는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고,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한다. 동시에 국민을 수용 불가능한 위험이나 위해요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도 한다. 국민을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는 산업발전이나 경제활성화와는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어린이 장난감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포함되어서는 안되는 유해물질 등에 대한 규제를 마련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규제가 기업의 발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어린이 안전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 장난감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이의 안전이 1차적인 목표이지만, 안전한 기준을 준수하게 되면 더 많은 부모들이 안심하고 장난감을 구매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는 장난감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난감의 안전성 기준은 장난감 기업의 경영활동이 가능한 수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만약 제품 생산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이상적인 안전기준을 적용한다면, 장난감의 가격 상승으로 일반국민은 사용할 수 없는 제품이 되거나 경제성이 없어서 아예 장난감을 제조하려는 기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이처럼 안전과 산업의 발전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목표가 아니라, 서로 보완관계에 있는 목표인 셈이다.

이미지

이에 OECD에서도 ‘규제의 질과 성과를 위한 지침(OECD Guiding Principles for Regulatory Quality and Performance)’을 통해 안전과 성장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생명·안전 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노력이 마치 생명·안전보호를 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오해는 국민의생명·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분야의 규제에 대해서는 ‘합리화’가 가능하지만, 국민의 생명·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규제는 ‘합리화’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이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인식에 기인하는데, 이러한 일반적인 오해는 불합리한 규제의 해소를 어렵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생명·안전을 위한 규제합리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합리화는 결국 동일 전략과 체계 내에서 이루어진다. 현실적으로 규제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자율주행로봇 등은 대표적인 경제활성화를 위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국민의 생명·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민의 생명·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자율주행로봇, 자율주행차의 활용은 생명·안전과 동떨어진 분야에서만 사용하도록 규제를 강화하여야 할까 아니면 자율주행차·로봇산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폐지·완화하여야 할까. 규제합리화의 방향은 무작정 규제를 강화하거나 또는 폐지·완화하는 방안이 아닌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하여 우리 생활의 편의성을 증진시킬 수 있고, 동시에 생명·안전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을 찾는 것이다.

민생·안전·공정·상생을 위한 규제합리화의 향후 과제

규제합리화는 규제의 목표를 달성하는 다양한 방법 중에서 최적의 수단을 찾는 것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를 위한 방안이 대기업을 규제하고 시장에 더 이상의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시장진입을 막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인지,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위험요인이 조금이라도 내포되어 있다면 금지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인지에 대해 과학적·객관적으로 검토하자는 취지이다.

정부는 시장 경쟁의 승자와 패자를 선정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시장경쟁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만약, 불합리한 진입규제가 있다면 이를 제거하여 혁신적 사업자들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공정한 시장경쟁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규제합리화’의 대상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목적이든 생명·안전보호를 위한 목적이든 상관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생명·안전 보호를 위한 규제를 어떻게 구성하는가에 따라 생명·안전보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고, 반대로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생명·안전보호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한다고 해서 항상 생명·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안전보호라는 목표하에 규제를 강화하였음에도 생명·안전보호의 성과는 미흡하고, 반면 획일적·일관적 규제강화로 인해 오히려 영업활동의 어려움만 가중시키는 규제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규제합리화의 틀 안에서 ‘무엇’을 규제할 것인가 못지않게 중요한 내용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에 대한 고려이다.

민생·안전·공정·상생을 위한 규제합리화에서 제시하는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소상공인·자영업자·사회적 약자 대상 불합리한 규제 개선은 이번 정부에서 강조하는 규제합리화의 대상을 의미한다. 다만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 및 소상공인·자영업자·사회적 약자의 불편을 해소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개선이 어떠한 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부에서 해답을 찾아가야만 하는 부분이다.

합리성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생각이나 주장이 타당한 근거나 이유를 가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나 의견의 제시가 아니라 객관화할 수 있는 증거를 수반하는 주장이나 판단이다. 이러한 ‘합리성’의 사전적 의미에서 ‘규제 합리화’를 해석하면, 규제의 개선을 결정할 때에는 객관적·과학적 근거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이다.

민생·안전·공정·상생을 위한 규제합리화의 결과가 기업·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생명·안전보호를 위한 규제이든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이든 결국은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과학적·객관적 근거에 기반하여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