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2026년의 선택 : 성장 너머,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로 -포스트성장 시대의 불평등 완화와 사회적 재구성을 위한 제언 -

이미지 최샛별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2026 한국사회학회장 2025 겨울호

성장 없는 시대에도 공정과 연대는 가능한가? 2026년은 다음 세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상상력과 제도 설계가 본격화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2026년의 한국 사회는 구조적 저성장과 심화되는 양극화라는 복합적 위기에 놓여 있다. 최근 15년간 실질 GDP 성장률이 꾸준히 하락해 2023년에는 1.36%까지 떨어졌으며 KDI는 2025년 성장률을 1% 미만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흐름은 단기 경기둔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이미 ‘성장이후(post-growth)’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성장’을 국가적 목표이자 사회적 상상력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성장은 단순한 총량의 확대가 아닌 개인의 노력과 계층상승을 연결하는 사회적 약속이었으며 교육·노동·주거·복지 등 거의 모든 제도의 정당성 근거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성장의 둔화는 이 연결고리를 붕괴시키고 있다. 성장 없는 사회에서는 더 이상 개인의 노력만으로 삶이 개선된다는 서사가 유효하지 않으며, 그 결과 사회 구성원들이 경험하는 불안은 경제지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미지

2026년 한국 사회의 핵심 과제: 불평등의 구조적 완화와 사회적 재설계

2026년 한국 사회가 직면한 핵심 과제는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거나 경기순환을 완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저성장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구축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구조적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 전반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세대 간·계층 간의 공정한 분담과 보편적 안전망 강화가 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이는 단지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통합의 기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 요소이기 때문이다. 청년층의 주거·부채·교육 부담을 완화하는 데 국가적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기존의 자산 중심 복지체계에서 벗어나 생애주기 기반의 보편적 서비스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교육과 고용 영역에서 공정한 접근성을 보장함으로써 상향 이동의 가능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역시 질 중심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의 확대가 구조적 현실이 된 만큼 단순한 일자리 숫자보다 노동의 질이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강화하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적 보호를 명확히 하며, 장기적으로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담보하는 듀얼 트랙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한편,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는 저출생과 인구구조 악화와 맞물리며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역의 삶을 실질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주거·일자리·돌봄을 연결해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대학과 산업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동시에,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인프라 재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돌봄·보건·교육 인프라에 대한 공공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복지에 드는 ‘비용’이 아닌 사회 전반의 회복탄력성을 제고하는 ‘미래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포스트성장 시대의 경쟁력은 경제 지표가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제도적 기반 위에서 형성되기 때문이다.

2026년: 사회적 상상력 재구성을 위한 원년요

2026년은 한국 사회가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하는 해이다.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어떤 사회적 가치가 미래세대의 삶을 지탱할 것인가? 이 질문은 단지 철학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책과 제도, 세금과 복지, 일과 삶의 방식 전반을 다시 그리는 실천적 물음이다.

저성장 시대에도 사회 통합은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의 성장 신화를 반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상상력 ― 질적 번영, 돌봄, 지속가능성, 연대와 같은 가치들 ― 을 중심에 둘 때만 가능하다. 성장이 더 이상 만능의 해답이 될 수 없는 시대, 우리는 오히려 더 선명한 방식으로 사회의 근본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불평등한 저성장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포스트성장 사회로 전환할 것인가. 2026년은 이 선택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