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보하고 있는 한국 민주주의가 회복 탄력성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분산과 협치를 위한 권력구조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실용적인 중견국 외교 리더십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의 202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한 단계 낮은 ‘선거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되었으며 아쉽게도 자유민주주의 그룹의 32개국 중 유일하게 권위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권력의 분산과 협치의 복원
한국 민주주의 후퇴를 회복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정치 구조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민주화운동으로 탄생한 87년 헌정 체제는 불가피하게 단임제 대통령의 권력 집중을 노출하였다. 이러한 소위 ‘권한 집중형 대통령제’는 이념적 양극화의 상황 속에서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더욱 위축시켜 여·야 정당의 협치는 어려워져 왔다. 협치의 복원, 즉 정치의 회복은 대통령과 국회, 여당과 야당이 서로 인정하고 신뢰를 회복할 때 가능하다.
진보와 보수의 과도한 이념적 양극화 또한 한국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의 정치 구도를 만들어 정치 양극화를 부추긴다. 또한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대통령·여당 대 야당’이라는 대립 구도가 형성되며 대선 패자는 국정 참여의 폭이 제한되는 측면도 나타난다. 국회는 정책 이견을 해결하는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적 대립의 공간이 되었다. 분권형 선거제도와 정치 구도가 만들어져야 정치 양극화는 극복되고 협치의 복원이 가능할 것이다.
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편
앞서 언급한 권력 집중을 완화하고 의회정치 및 정당정치를 되살려 협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민주주의 제도 디자인이 필요하다. 기존의 여러 조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국민 다수는 헌법개정의 필요성과 분권형 개헌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의 몇 가지 대안 중 가장 현실적인 것은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미국식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짧은 단임제의 조급함에서 기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8년간 안정적이고 일관된 정책 추진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 권력구조 대안은 이원집정부제로서 대통령은 외치, 총리가 내치를 책임지는 프랑스식 분권형 권력구조로 정당 간 연합으로 동거정부가 탄생해 협치가 제고되지만, 이념적·정책적 갈등 해소가 때로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세 번째 대안인 영국식 내각책임제는 선거연합을 통한 연립정부 구성으로 권력은 분산될 수 있지만 다수당 탄생으로 권력이 집중된다. 그동안의 각종 조사에서 국민 다수는 대통령 중임제를 가장 선호하지만, 향후 정치권과 국민의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권력의 분산과 협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이 시급하다. 대통령 선거를 프랑스처럼 결선투표제로 바꿔 과반 득표자가 없을 시 2차 결선투표를 실시하는 방안이다. 결선투표제는 정당 간 선거·정책연합을 촉진하고 대통령은 과반 넘는 득표로 당선돼 선거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준연동형 비례제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거대정당들이 주도한 위성정당으로 왜곡되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고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선거제도 개혁의 목표는 유권자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고, 유권자의 투표가 의석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없이 비례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실용적 중견국 외교 리더십 발휘
얼마 전 경주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국제사회는 인공지능과 인구구조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는 합의를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실용적 중견국 외교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의 관세 압박과 미·중 패권 경쟁, 글로벌 이슈에 대한 다자간 갈등, 경제안보 및 공급망 네트워크 등 글로벌 차원의 구조적 이슈도 새롭게 떠올랐다. 다층적으로 급변할 2026년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 정부가 국익 중심의 실용적 외교정책으로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살릴 것으로 기대한다.
비록 한국 민주주의가 일시적으로 후퇴했지만, 분권과 협치를 위한 권력구조 헌법개정과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한다면 민주주의 탄력성은 회복될 것이고 중견국 외교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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