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장 본질적 위협은 인재 위기,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로의 전환 조건은?

이미지 서용석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장 2026. 06.

오디오북

반도체·AI 배터리·바이오·우주. 지금 세계는 전략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이 경쟁의 한복판에서 저출생, 이공계 기피 등의 고질적 인재 위기와 마주하고 있다. 기후위기와 지방 소멸, AI가 뒤바꿀 노동의 미래까지 더해지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KAIST 서용석 미래전략연구센터장은 이 모든 위기는 하나로 연결된 복합위기이며 해법 역시 통합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진단하는 대한민국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설계하는 국가'로의 전환 조건을 들었다.

서용석 - KAIST 미래전략연구센터장


인재 위기, 기술패권 시대의 가장 본질적 위협

#기술패권#STEM 인재#이공계 위기#전략적 자율성

Q. 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술 패권 경쟁이 동시에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사회가 직면한 가장 본질적인 위협은 무엇입니까?

가장 본질적인 위협은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과학기술 인재 기 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시대엔 반도체·A 배터리·바이오·우주·양자기술 같은 전략기술이 곧 경제안보이자 국가안보입니다. 기술을 가진 나라가 공급망을 지 배하고 표준을 만들고 동맹의 중심에 서게 되죠. 중국은 이미 인구 배당을 '인재 배당'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매년 500만 명 이상의 STEM*졸업생을 배출하고, 조지타운대 CSET** 전망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연간 7 만 7천 명 이상의 STEM 박사를 배출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단순한 양적 우위가 아니 라 기술 축적과 산업 전환의 구조적 기반입니다. 반면 한국은 저출생, 이공계 기피, 의대 쏠림, 연구직 보상 취약성, 해외 고급인재 유치 의 한계가 동시에 겹치고 있습니다. 중급인재와 고급인재 부족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에서 산업전환 전체의 병목이 됩니다.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이를 설계하고 운영할 인재가 부족하면 산업 경쟁력은 지속될 수 없고, AI 인프라를 구축해도 이를 사회·산업:행정 전반에 적용할 전문인력이 부족 하면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인재 부족은 교육 문제 나 노동시장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이죠.

*STEM(스템):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앞 글자를 딴 약자 로, 융합 교육 및 해당 분야를 통칭하는 말

**CSET(Center for Security and Emerging Technology): 첨단 기술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기 술•안보 전문 싱크탱크

“인재 부족은 교육 · 노동시장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 주권과 전략적 자율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

Q.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기술·기후·인구 + 불확실성'이라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한국의 상황을 진단하고 극복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면.

이 세 가지는 따로 움직이는 변수가 아닙니다. 기술 변화는 산업과 일자리 구조를 바꾸 고, 기후변화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키우며, 인구구조 변화는 국가의 생산력과 혁신 역 량을 약화시킵니다. 이것들이 맞물리면서 하나의 복합위기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기후위기는 단순히 폭염과 재난의 문제가 아닙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과연 아이를 낭 아도 되는 미래인가'라는 심리적·사회적 불안으로 작용합니다. 저출산이 심화되면 장 기적으로 학령인구 감소, 대학 소멸, 이공계 인재 풀 축소, 전략기술 경쟁력 약화로 이 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기술이 있어도 이를 활용할 사람과 제도, 데이터, 조직문 화가 부족하면 한국은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아니라 기술을 소비하는 국가에 머물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하나의 '미래 회복력 전략'으로 통합해야 합니다. 인구 정책은 청년이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과학기술 정책은 이공계 인재 양성•해 외 고급인재유치·지역대학과 첨단산업 클러스터 연결까지 포괄해야 합니다. 기후정책 도 재난의 언어가 아닌 기회의 언어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결국 한국이 가야 할 방향은 '위기 대응 국가에서 '미래 설계 국가'로의 전환입니다. 즉, 한국사회가 다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회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산업전략의 방향, K-방산과 제조 AI·에너지

#K-방산#제조 AI#초격차#에너지 전환#원전·SMR

Q. K-방산이 외교·안보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 자산으로 발전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방산이 전략 자산이 되려면 단순한 무기 수출을 넘어 외교안보 협력의 플랫폼으로 진 화해야 합니다. Al무인체계 우주사이버 등 미래전 핵심기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 고, 수출 이후 정비·부품 공급·교육훈련·성능 개량까지 책임지는 장기적 신뢰 체계도 구 축해야 합니다. 고령화로 복지 예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방 R&D는 산업혁신·수출·일자리 창출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K-방산의 미래는 많이 파는 것을 넘어, 파 트너 국가의 안보 역량을 함께 설계하며 한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넓히는 데 있습니다.

Q. '제조 경쟁력과 AI 결합' 전략이 글로벌 경쟁에서 어떤 차별성을 만들 수 있을까요.

한국의 차별성은 세계적 수준의 제조 : 하드웨어 역량 위에 AI를 결합할 수 있다는 데 있 습니다. 반도체·배터리·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축적된 공정 데이터:품질 데 이터·장비 운용 데이터가 거대한 자산입니다. 미국이 갖지 못한, 중국도 일정 부분만 가능한 영역이죠. 앞으로의 Al 경쟁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 는 데이터와 실행 역량을 누가 갖느냐의 경쟁입니다. 제조 현장의 암묵지를 AI로 전환 하고 생산성·품질·안전·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 이것이 기존 제조 초격차를 AI 기반 운영 능력까지 확장하는 '초격차 확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제조 현장의 암묵지를 AI로 전환하고
생산성·품질·안전·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초격차 확대 전략'”

Q.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가 동시에 부각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은?

탄소중립·에너지 안보·전력 수요 증가, 세 가지 목표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AI 데이터센터·전기차·반도체 공장·폭염 대응으로 전력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화석연료는 탄소 배출·수입 의존의 한계가 있고, 재생에너지는 간헐성 때문에 단독으 로 안정적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되, 안정적 기저전원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무탄소 전원 믹스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SMR(소형모듈원자로)은 데이터센터·산업단지·반 도체 클러스터처럼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거점에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잠재 력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전략은 탈탄소는 추진하되 전력 안보는 흔들리지 않게 하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AI 시대에는 전기가 곧 국가 경쟁력입니다. 따라서 한국은 원전과 SMR을 중심축으로 삼되,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혁신을 함께 추진하는 균형 있는 에너 지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의 원칙”

첫째, 기술을 활용하되 인간을 중심에 두는사회. 둘째, 공공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사회. 셋째, 연대와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

새로운 복지국가와 일·삶의 재설계

#기본소득#기본서비스#행위 중심 사회#사회계약

Q.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를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보셨는데,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 모델의 핵심 설계 원칙을 제시해 주신다면.

산업혁명 이후 근대 복지국가는 노동·고용·임금·조세를 중심으로 설계됐습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노동만으로 개인의 사회적 기여와 경제적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워집니다. 새로운 복지국가는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를 결합한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기본소득 은 최소한의 생활 안정성을, 기본서비스는 교통·통신·의료·주거·교육·돌봄 등 핵심 공공 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현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 구나 사회 참여와 삶의 기회를 유지할 수 있는 공공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복지국가의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술을 활용하되 인간을 중심에 두는 사회. 둘째, 시장의 역동성을 인정하되 공공성과 접근성을 보장하는 사회. 셋째, 경쟁을 넘어 연대와 협력을 촉진하는 사회입니다.

Q. AI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AI 시대에는 '일 중심 사회'에서 '행위 중심 사회'로의 전환 가능성이 커집니다. '노동이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임금노동만으로 인간의 가치와 사회적 기여를 평가하던 기 준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 인간은 정치에 참여하고, 타인을 돌보고, 문화를 만들고, 봉사 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며 삶의 의미를 구성하는 존재입니다. 산업사회는 이중 임금노 동에만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사회계약은 '노동하지 않으면 가 치가 없다'는 방식에서 벗어나, 각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그 기여가 존 중받는 구조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 같은 안전망을 포함해 다양한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는 크레딧 제도, 평생학습, 지역 공동체 회복이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결국 '행위 중심 사회'란 노동을 인간 삶의 전부로 보지 않고, 인간의 다양한 행위와 존 엄을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버넌스 혁신은 ‘큰 행정’보다 스스로 작동하는 지역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어야”

지역 거버넌스와 신(新)전쟁 패러다임

#지방소멸#광역 통합#무인화 국방#인간 통제

Q. 지역의 자생력을 높이는 거버넌스 혁신은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 져야 할까요?

행정통합은 행정구역을 단순히 합치는 것을 넘어, 생활권·경제권 교통권을 기준으로 지역의 실행력을 높이는 방향이어야 합니다. 중앙정부 주도 사업 집행에서 벗어나 지 방정부·대학·기업·시민사회가 함께 의제를 발굴하는 지역 혁신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결국 거버넌스 혁신은 '큰 행정'보다 스스로 작동하는 지역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국가 미래 전략은 더 많이 개발하고 더 크게 확장하는 방 식만으로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인구 감소, 기후위기, 지역 소멸, 삶의 질 문제를 고려 하면 이제는 보존, 균형, 성숙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회적 내러티브가 필요합니다. 결국, 광역 통합은 국가 전체의 균형성과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전략이어야 합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각 권역이 자기 역할과 미래 산업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다극 화 국가 전략의 핵심 동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Al·드론이 전장의 주역이 되는 신전쟁 패다임에서 한국 국방·안보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가장 큰 도전은 무인화 기술의 속도와 인간 통제의 원칙 사이의 균형입니다. AI가 표적 을 식별하고 드론이 실시간으로 타격하는 전장에서는 오판이 발생할 경우 민간인 오폭·확전·책임 공백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한국에서는 작은 오판도 큰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저출산으로 병역자원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Al·드론·무인차량·로봇 지능 형 감시체계는 안보 공백을 완화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의 판단력 을 기술로 확장하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무인화·자동화·지능화로 병력 부 족을 보완하되, 인간 통제와 책임성을 분명히 하는 것이 한국형 미래 국방 전략의 방향 입니다.

성숙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조건

#세대 간 정의#형평성#미래세대의 권익

Q. 한국 사회가 성숙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조건을 한 가지 꼽는다면.

세대 간 정의와 형평성을 국가 운영의 핵심 원칙으로 세우는 것입니다. 연금·의료·돌봄·재정·기후·지역소멸 문제는 모두 현재의 편익과 미래의 부담이 충돌하는 영역입니다. 단기적 인기나 현재 유권자의 요구뿐 아니라, 아직 정치적으로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는 미래세대의 권익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적 내러티브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더 많이 개발하고 소비하는 사회에서 지속가능성·책임·절제를 중시하는 사회로 이동해야 합니다. 세대영향평가·미래세대위원회·장기재정 전망·청년 정치 참여 확대 같은 제도적 개혁도 함께 필요합니다. 성숙한 사회란 현재 세대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 다음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남겨주는 사회입니다.

Q.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제언도 부탁드립니다.

국책연구기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가의 중장기 방향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것입니다. 기술·기후·인구·안보·지역·복지 문제가 서로 연결되는 시대에는 개별 정책 분야별 연구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회 변화의 초기 신호를 읽고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와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국가 미래 감지 체계’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정부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되어야 할 국가의 장기 이익과 전략적 우선순위를 정립하는 데 기여해야 하며, 10년·20년 뒤를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 연구, 기관 간 칸막이를 넘는 융합 연구와 시나리오 분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을 정부의 정책 집행을 보조하는 기관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 위험을 조기에 경고하는 지적 인프라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한국 사회가 변화를 먼저 읽고 준비하는 국가로 전환 할 수 있습니다.

“성숙한 사회란 현재 세대의 이익만을 넘어, 다음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남겨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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