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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통합을 넘어 국가기능의 지역적 배분으로: 광역화 논의와 국가역량의 재구성

이미지 윤 영 근한국행정연구원 정부조직디자인센터 소장 202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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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대한민국 지방시대 엑스포ⓒ행정안전부

최근 지방자치 분야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이다. 대전·충남을 비롯해 광역시와 도의 행정통합 논의 가 여러 지역에서 제기되었고, 그중 전남·광주는 2026.7.1.자로 ‘전 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 행정구역 개편, 특히 광역화 논의는 새로운 의제는 아니다. 지역의 인구감소, 수도 권 집중, 생활권 확대, 지방재정 악화가 제기될 때마다 행정구역 개 편은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최근의 광역통합 논의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 그 바탕에는 더 큰 행정단위를 만들면 분 산된 재정과 인력을 모을 수 있고, 광역적 행정수요에 보다 효과적 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특히 인구감소지역과 중소 지방정부의 경우, 단독으로 충분한 행정 역량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강하다. 의료, 교통, 돌봄, 산 업지원, 재난대응과 같은 기능은 이미 개별 시·군·구의 경계를 넘어 작동하고 있으며, 주민의 생활권도 행정구역보다 넓게 형성되어 있 다. 이런 조건에서 통합은 비효율을 줄이고 집행력을 높이는 현실 적 대안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접근법은 기본적으로 지역 문제 의 핵심을 행정단위의 크기 문제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현재의 단위가 작고 약하니 더 크게 묶어야 한다는 접근은 문제를 직관적으 로 설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역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는 행 정구역의 크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행정구역의 확 대가 아니라 기능별 적정 권역과 책임 구조의 설계이다.

통합론의 논리와 한계

통합론은 크게 세 가지 논리에 기대고 있다. 첫째, 통합을 해야 생 활권·경제권과 행정권역의 불일치를 줄일 수 있다는 논리이다. 둘 째, 통합을 하면 유사 기능의 중복과 행정비용을 줄여 효율성을 높 일 수 있다는 논리이다. 셋째, 통합으로 더 큰 재정·조직·인력 기반 을 구축하면 지역에서의 집행력과 중앙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강화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논리는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그 러나 통합의 효과가 반드시 기대하는 것처럼 자동적으로 달성된다 고 보기는 어렵다. 규모가 커지면 일부 기능에서는 효율성이 높아 질 수 있지만, 다른 기능에서는 접근성과 대응성이 약화될 수 있다. 광역교통, 상급의료, 산업, 환경관리와 같은 기능은 넓은 권역에서 조정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돌봄, 생활복지, 주민안전, 생활민원, 주민자치는 작은 단위로 주민 가까이에서 작동해야 효과적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더 크게 통합할 것인가, 더 작게 나눌 것인가” 하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니라, 기능마다 적정한 공간 단위가 다르다 는 점을 인식하는 데 있다. 그리고 모든 공공기능이 하나의 초광역 권 또는 기존 기초자치단체 행정권역 안에서 일괄적으로 수행되어 야 한다는 전제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정통합은 일부 기 능을 조정하는 수단일 수 있지만, 지역에서 국가기능을 어떻게 배치 하고 보장할 것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대신할 수는 없다.

국가기능의 지역적 배분과 국가역량

행정통합 논의를 평가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히 행정구역이 커지는 가, 작아지는가가 아니다. 더 중요한 질문은 주민이 어느 지역에 살 든 필요한 공공기능을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가이다. 의료, 교 통, 돌봄, 교육, 재난대응, 생활서비스는 단순한 지방행정의 사무로 만 볼 수 없다. 그것은 국민이 지역에서 국가를 경험하는 방식이며, 국가가 최소한 보장해야 할 기능이다.

이런 점에서 지역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규모나 재정력 부족만으 로 설명될 수 없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설계하더라도 지역에서 필수서비스 접근성이 낮고, 행정 대응이 늦으며, 주민의 삶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가는 지역에서 충분히 작동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문제는 국가가 지역에서 어떤 기능 을 어떻게 보장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가이다. 이것이 바로 국가역 량의 지역적 배분 문제이다.

기존의 분권과 균형발전 논의는 자치권 확대, 지역 성장, 수도권 집 중 완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국가기능의 안정적 보장, 더 나아가 국가역량의 지역적 배분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제 필요한 질문 은 “어느 단위를 통합할 것인가”를 넘어 “어떤 국가기능을 어떤 권 역과 주체의 조합으로 보장할 것인가”이다.

통합을 넘어 기능별 다층 거버넌스로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관심의 초점을 통 합 여부에만 두어서는 안된다. 통합특별시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그것이 모든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일 수는 없기 때문 이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통합특별시, 기초자치단체, 공공기관과 민간기관, 주민조직이 기능별로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이며,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자치단위와 기능수행 단위를 구분해야 한다. 자치권은 민주 주의와 책임의 관점에서 주민 가까이에서 작동해야 한다. 필요하다 면 자치와 참여의 단위는 더 작고 촘촘하게 설계될 수도 있다. 그러 나 모든 공공기능이 동일한 자치단위 안에서 수행될 필요는 없다. 주민자치와 생활민원은 가까운 단위에서, 광역교통·상급의료·산업· 환경관리는 더 넓은 권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둘째, 기능별 권역과 중첩적 행정체제를 설계해야 한다. 교통권, 의 료권, 돌봄권, 산업권, 환경권은 서로 다른 공간 범위를 가질 수 있 고, 하나의 행정구역이 이 모든 기능의 적정 권역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역의 행정체제는 고정된 단일 단위가 아니라, 기능별 필 요에 따라 여러 권역과 주체가 중첩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이해 되어야 한다.

셋째, 특별지방자치단체와 자치단체조합 같은 협력제도를 적극적 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들 제도는 행정구역을 바꾸지 않고도 기능 별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이다. 이를 광역통합의 과도기적 수 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역량을 지역에서 유연하게 작동시키 는 다층적 거버넌스의 기반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단위보다 더 나은 조합이 필요하다

광역자치단체 간 행정통합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수단 이지 목적이 아니다. 국가역량의 지역적 배분이라는 관점에서 보 면, 핵심은 더 큰 행정단위를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지역별 조건과 기능별 수요에 따라 어떤 권역과 주체를 조합할 것인지, 그리고 그 조합이 주민의 삶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들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미래의 지방 행정체제는 하나의 완결된 단위를 찾는 방식보다, 문 제와 기능에 따라 다양한 단위들이 유동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자치단위는 민주주의와 책임의 기반으로 유지하 되, 국가기능은 기능별 권역과 다층적 거버넌스를 통해 보다 유연 하게 조직되어야 한다. 지역 문제의 본질은 행정구역의 크기가 아 니라, 국가가 지역에서 어떤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보장하고 작동 하게 할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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