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인사이트   신(新)전쟁 패러다임과 국가안보 전략

AI·드론·우주·사이버· 인지전의 부상이 주는 함의

김상배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미래전연구센터장 202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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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말에 발발한 이란 전쟁은 그동안 거론되던 미래전(future warfare)의 레퍼토리를 모두 선보였다고 평가할 만큼, 육·해·공은 물론 우주·사이버·인지전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전영역작전(All- Domain Operation, ADO)’의 양상을 드러냈다. 겉보기에는 전투기 와 미사일이 날아다니고 항공모함이 파견되는 ‘화력’의 대결이었지만, 실제 승부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하는 미래전의 수행 역량 에서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상 대보다 더 빨리 ‘탐지-결심-타격’하는 역량의 보유 여부가 전쟁의 승패 를 가른다는 그간의 논의가 검증된 듯했다. 그야말로 새로운 전쟁 패 러다임의 부상을 거론케 하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국은 좀 더 적극적으로 첨단 군비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국방 분야의 ‘AI 전환(AX)’도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AI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

이번 전쟁에서는, 인류 최초의 ‘알고리즘 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AI 가 군사작전에서 실질적인 ‘두뇌’의 역할을 담당했다. AI가 단순히 도구의 차원을 넘어 군사작전의 설계자이자 지휘관의 참모, 방대한 전장 정보의 분석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올해 2월 베네수엘라 마두로 체포 작전에서 선보였던 이른바 ‘핀셋 작전’이 이번 전쟁에 서도 수행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AI의 역할은 그 진가를 보여줬다. 전쟁 초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이 제공하는 인간 정보(휴민트)와 결합한 AI 기반의 데이터 첩보는 이란의 지휘체계를 일거에 마비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 과정에서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 마트 시스템과 앤트로픽의 클로드 AI 모델이 결합하여 다양한 전장 데이터를 실시간 융합·분석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인지 및 추론 능 력을 능가하는 속도로 단시간 내에 수천 개의 표적을 식별하고 공 격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작전 시나리오의 생성이 가능했다.

AI 활용 드론 작전의 부상

이번 전쟁의 또 하나의 특징은 드론이 단순한 전술 무기가 아니라 대 량생산과 지속적 투입을 전제로 한 핵심적인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란은 저렴한 샤헤드자폭 드론을 동시에 대 량 투입하여 미군과 주변국의 고가 방공망을 의도적으로 소모하게 만 드는 ‘저비용-고효율의 비대칭 작전’을 구사했다. 이번 전쟁에서 더 주목할 점은 AI를 활용한 드론 작전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이 다. 미국의 루카스 드론은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역설계한 저비용 자 폭 드론이지만, AI 기술을 활용해서 자율성과 작전 수행 효율성을 크 게 높였다. 샤헤드가 주로 GPS 기반 사전 프로그래밍에 의존해 전자 전에 취약한 데 비해, 루카스는 AI 기반 자율 조정과 스타링크와의 연 동으로 전파 방해의 환경에서도 목표를 식별·타격할 수 있게 된 것이 다. 결국 드론전의 고도화는 전쟁의 공식을 ‘인간 중심의 화력전’에서 ‘기계와 알고리즘 중심의 소모전’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저궤도 우주자산의 군사적 활용

이번 전쟁에서는 저궤도 우주자산 활용과 상업용 위성의 군사화 가 전쟁 수행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국의 저궤도 위성 자산은 지속적인 정보·감시·정찰을 통해 위성 영상뿐만 아니라 CCTV 영 상과 기타 감청 기록 등 다출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통합하 여 타격 자산으로 활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플래닛 랩스, 밴터(구 맥사), 카펠라, 아이스아이 등과 같은 민간 상업위성 이 활용됐다. 이란도 러시아와 중국의 우주자산을 활용했다. 이란 이 걸프 지역에서 미군의 레이더 시스템을 타격하는 과정에서 러시 아의 위성 자산이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란은 중동 내 미군 기지 공격 시 중국의 상업용 지구 관측 위성인 TEE-01B를 활 용한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의 민간 지리정보 분석기업인 미자르비 전이 AI 분석을 통해 미군의 항공모함과 스텔스기의 동선을 추적해 공개하기도 했다.

전쟁 개시를 주도한 사이버 공격

이번 전쟁의 서막은 ‘코드’가 ‘폭탄’보다 앞서 터지는 사이버전이 장 식했다. 전쟁을 개시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부 웹사이 트와 국영 언론뿐만 아니라 인터넷망과 방공망 전반에 대해서 사이 버·전자전 공격을 감행했다. 급박한 위기 상황에 부닥친 이란에서 는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는 ‘디지털 블랙아웃’ 상태가 창출됐다. 이 과정에서 이란이 반정부 감시 목적으로 구축한 전국적 CCTV 망을 이스라엘이 해킹하여 고위 인사들의 동선을 파악하고 타격의 정밀 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다. 이란의 사이 버 공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란의 해커 조직은 데이터 파괴용 와이 퍼 악성코드를 유포하며 이스라엘의 금융·에너지 인프라 마비를 시 도했다. 이란 정보부를 배후로 하는 해커 조직 한달라는 미국 의료 기기 대기업인 스트라이커를 공격했는데, 이는 미국 역사상 전시에 발생한 가장 중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평가되었다

AI와 SNS를 활용한 인지전의 위력

AI를 활용한 인지전의 위력도 대단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의 이슬람 예배 앱인 바데사바의 서버를 장악해 군인들에게 항복을 촉 구하는 알림을 발송했으며, 이란의 국영 TV 위성방송을 해킹해 국 민의 민중 봉기와 강경파의 항복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미국은 AI와 SNS를 활용해 상대의 인식 체계와 의사결정 메 커니즘을 교란하고 전투의지를 무력화하는 치밀한 인지 작전을 전 개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SNS를 통해 이란의 군사적 열세와 미군 의 압도적 역량을 강조하는 AI 콘텐츠를 연일 게시하여, 이란군 내 부의 패배주의를 확산시키고 결사 항전 의지를 꺾으려 시도했다. 이란도 AI를 인지 공략의 수단으로 활용했는데,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미군 특수부대가 포로로 잡혔다거나 미군 기지가 초토화된 것처럼 보이는 가짜 영상을 유포하여 국제 여론을 악화시키고 이란 국민의 단결을 도모하였다.

국가안보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

이번 전쟁은 AI가 넥서스를 이루며 다양한 전장의 요소들을 통합한 새로운 전쟁 패러다임의 부상을 본격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번 전쟁은 AI가 기획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드 론 및 우주자산을 동원하고 사이버·인지전을 수행하는 미래전의 양 상이 본격적으로 출현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이번 전 쟁은 AI를 활용하여 상대보다 ‘더 빨리 보고 결심하여 타격하는’ 새 로운 전쟁의 양식에 대비하지 않는 나라는 미래의 전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뼈저린 교훈을 남겼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도 AI 전 쟁의 부상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부상을 정확히 인식하 고 이에 대응하는 국가안보 전략을 마련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 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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