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역의 미래, 미래의 지역 - 지역 문화역량

지역의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크리에이터

이병민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22 여름호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생산과 소비의 공간으로서의 급격한 지역 변화에 주목할 필요성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 장기화된 팬데믹 사태와 함께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지방 소멸 등 소위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지역 발전의 기조가 기준이 되면서 지역사회를 삶의 공간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인문학의 관심도 더 커지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등 재앙과 기술발전으로 대표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해 인간성을 증진시킬 새로운 인문학 바탕 사회질서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매우 강조한다. 지역, 동네, 골목이라는 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이었던 공간이 소통과 가능성의 공간으로 발견되고 있음이 최근의 중요한 화두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다수 중소도시들은 도시의 존폐를 걱정하는 위기 상황에 놓여 있고, 정부와 지역 단위에서는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청년층을 지역으로 유입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젊은 창작자들은 ‘지방’ 을 글로벌과 연계하여 능동적인 ‘로컬’로 인식하여 시골의 변두리가 아닌 혁신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외된 변경으로서의 지방보다는 지역자산을 토대로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요소들의 ‘로컬’이 많아지면서,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이에 커뮤니티, 체험, 공감, 감성에 대한 욕구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이때 지역은 단순히 소외된 지역이 아닌 능동적인 ‘로컬’로의 변화가 기대되고 있다.

지역 활성화의 대안, 로컬크리에이터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의 합성어로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정의된다. 지역 관광, 문화 및 자원을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접목시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란 의미이다. 지역의 문화자원과 생태계의 혁신과 발전을 이끄는 주체인 ‘로컬크리에이터’는 침체기에 놓여 있는 중소도시들과 연계하여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이자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골목산업’으로 정의한 10개 업종 (독립서점, 베이커리, 카페, 브루어리,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패션, 코워킹스페이스, 공방)과 함께, 유·무형의 특색 있는 지역 자원에 창업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함으로써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골목산업’의 세부 유형으로 스마트관광, 자연친화활동, 로컬푸드, 지역기반제조, 디지털문화체험, 지역가치, 거점브랜드가 분류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고려하고, 업종 등 한정된 시각과 분류를 넘어서 뉴노멀 시대 실천적인 접근과 연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문화 등 다양한 환경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기존 정책 연구들이 로컬크리에이터와 지역의 개념과 범위를 모호하게 설정하고 있는 이유도 한몫을 한다. 정부 지원 사업은 로컬크리에이터의 대표적인 활동무대를 지역의 골목상권으로 국한시켜 지역 내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지는 분야나 문화와 관련된 부분들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경제적인 시각에 국한하여 이들을 바라보기보다는 문화·경제·공간의 생태적 관점에서 인문학적 의미로서의 로컬크리에이터 개념을 탐색하고, 인문학을 바탕으로 중소도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적인 정책대안 마련이 요구된다. 로컬크리에이터의 핵심층인 청년집단과 지역주민의 연계를 통해 지역과 지역문화가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관점에서 지역 기반의 장기 추적 연구와 문화기반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창의성 발휘해 지역문화 콘텐츠 제작

지역문화와 같은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주체로서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 기반의 인적자원과 지역주민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주제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많은 지역들에서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에 나타나는 현상을 살펴보면, 음식점, 카페, 코워킹, 코리빙, 건축·디자인 사무소, 복합문화공간, 공방, 독립서점, 예술가 스튜디오뿐 아니라, 문화관광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후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경우 오노미치 지역에서는 자전거 애호가를 위한 사이클 호텔을 만들었고, 콘텐츠 투어리즘 등 지역특색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에 대응하는 전략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도시와 비교하여 경쟁력 있는 중소도시의 특색있는 콘텐츠의 기획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지역문화와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제 맥주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미국 포틀랜드 사례는 로컬크리에이터를 통해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 중 하나이다. 포틀랜드는 기존 맥주산업 관련 자원과 대안적 생산 시스템, 전통 양조방식의 창의적 적용, 지역의 강한 펍 컬쳐(pub cul-ture)를 바탕으로 수제 맥주산업에서 큰 성공과 함께 강력한 지역기반 브랜드를 만들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춘천 감자빵, 양양 서피비치 등 젊은이들의 감성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국내 지역문화 활용 사례도 이와 유사하다. 제주도에서는 해녀와 해산물이라는 로컬푸드를 결합하여 지역문화 체험을 융·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해녀의 부엌’ 콘텐츠가 인기다. 이는 해녀의 전통성을 보전하고 해산물의 가치를 전달하면서도 지역의 이야기라는 인문학적 문화자원을 창의적인 로컬크리에이터가 잘 살린 경우이다.
정부에서는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해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판단하여 단순한 정책적 틀로 국한하려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로컬크리에이터가 골목의 범위를 벗어나 더 넓은 지역을 기반으로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바탕으로 지역의 문화적 생태계 구현을 목표로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주어야 한다.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젊은 창작자들이 계속 새로운 사업들을 시행하고, 지역문화를 토대로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에서 창조성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 핵심이 되는 창조인력이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지역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 발전을 유도하고, 창조적인 인프라를 만들어간다는 점 때문이다.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지역의 문화가 훨씬 더 중요해질 포스트코로나 시대, 창조적인 촉매인력의 문화적 고찰과 정착을 통해 중소도시 등 구체적인 지역발전의 희망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