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새 정부에 바란다 - 탄소중립

탄소중립 구현 위한 거버넌스 구축

이상엽한국환경연구원 탄소중립연구실  선임연구위원 2022 봄호

탄소중립은 인류 문명사적 관점에서 가치 전환과 맞물려 있는 문제다. 이는 경쟁과 지배에서 다양성과 포용에 이르는 가치이며, 세계화에서 공생과 협력적 지역화 전략으로의 전환이다. 지속 가능성이란 경제성·효과성·효율성을 넘어 외부 충격으로부터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공동체를 구축하는 범사회적 개념으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21세기 정부의 역할이란 정부가 시장을 주도하는 개념이 아니라 정부, 시장, 국민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잘 배분하는 것이다.
대전환을 반영하는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술혁신·산업혁신·정책혁신·사회혁신을 위한 사고와 의식적이고 창의적인 행동 변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과 전망을 바탕으로, 대전환의 이행 촉진 방식에 대해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사회적 관계 및 사회문화·제도 등 시스템 간 유기적 연계도 동반되어야 한다.

탄소중립 기반 조성 위한 규제 개혁

탄소중립을 위한 세부 전략이 구체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각 세부 계획이 실질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국가 환경을 조성한다는 정부의 시그널 제시가 중요하다.
또한 사회통합적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각각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여타 국정과제 추진과 마찬가지로 탄소중립 영역에도 해당되는 것은 책임감 있는 정부, 신뢰할 만한 정부, 능력 있는 정부다. 구체적 세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력시장 운영체계 및 구조개선이다. 실시간 시장 및 보조 서비스 시장을 구축해 전력 계통의 제약 상황을 반영한 가격신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 전력 도매시장 운영체계를 유연하게 변경해야 한다. 또한 중소 규모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분산에너지 자원의 확보 및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걸림돌이 되는 한전의 독점적 전력 소매시장 운영 구조도 개혁되어야 한다. 둘째, 에너지 가격체계 및 전기요금 개편이다. 현 전력, 도시가스, 난방열 등 독점적 에너지원에 대한 총괄 원가 보상 체계는 과도한 에너지 소비를 유발하고 비용 절감 효과가 미미하므로 유인규제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전력 소매시장 개방으로 초기 요금 상한 규제를 설정하고, 경쟁 체제 구축으로 요금 자유화를 통한 다양한 요금 선택이 가능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현행 에너지 소비 관련 비과세·감면 제도를 탄소가격제에 대비해 정비하는 문제다. 이 과정에서 배출권 거래제 강화, 신규 탄소세 도입 여부, 에너지빈곤층 소득보조 등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대상이다.
온실가스 난감축 산업 대상으로 탄소중립 로드맵을 긴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중점 사항은 탄소 저감을 위한 핵심 업종별(철강: 수소, 철스크랩/석유화학 및 시멘트: 바이오 원료, 폐플라스틱, 반디전: 불소 화합물 대체 가스 개발, 플라스마 등) 기술 구축과 그린인프라 계획의 연계다. 이를 위해 산업 부문 재편과 구조전환을 종합 지원하는 가칭, 특별법을 제정하고 5개년 기본계획과 연간 시행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추진체계 등 중장기적 관점의 법제적 운영 근거를 확보해나가야 한다.
과학기술 선도 국가를 향한 융합형 연구개발과 실증, 그리고 확산이 필요하다. 첫째,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탄소중립 연구개발·실증·확산(RDDD) 거버넌스를 혁신적으로 마련하는 과제다. 일관성 있는 탄소중립 기술 확산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해서는 외부로부터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 균형 있는 조직 구성을 위해 민간·사회계층 참여 확대도 요구된다. 둘째, 연구개발 조기 상용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증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스케일 업 실증 체계, 연구개발 리드타임을 줄일 수 있는 실증 제도[예:실험 및 시작품 단계 실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공유 장비 플랫폼 구축 등 기술 성숙도(TRL: Technology Readiness Level) 단계 단축] 등을 구비해야 하는 과제다.

공정사회를 위한 사회적 대화 체제 개편

정의로운 탄소중립 구현을 위한 중층적· 사회적 논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탄소중립의 특성상 의제의 포괄성(산업· 노동·사회·지역 정책)과 영향 범위의 중층성(전국, 지역, 산업·업종, 기업)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범사회적 대화, 심의·의결 이행 능력, 각 논의기구 간 연계 등이 한층 체계화되어야 한다. 현 컨트롤타워인 탄소중립위원회의 위상, 역할, 구성 등의 발전적 제고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 제체 구비 강화가 필요하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자체와의 연계 강화는 특히 중요한 현안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지방의 총체적 관점(생산· 유통·소비·산업·시장)에서 지역 단위의 성공모델을 실증하면서 국민 체감도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고유의 특성과 여건에 맞는 도시계획,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교통체제 등을 개발함으로써 지역사회와 관련 사업자가 협력하는 성공모델을 점차 규모화하는 과정(예: 규제자유특구 활용 혁신 융복합 사업 모델 실증)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