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Ⅰ   미래사회 이슈에 집중하는 유럽의 싱크탱크

미래지향형 교육 통한 공공인재 육성

조희제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조정부장 2022 여름호

현재 우리나라는 계층적·지역적 양극화 심화,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저출생·인구감소·고령화 등), 기후위기(탄소 중립 등), 미·중 패권 경쟁 강화와 같은 급격한 대전환의 시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국내외 정책 환경 변화에 선제적·창의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선도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 입안 및 수행 주체인 정책지식 생태계 내부에 대한 공공인재 육성과 미래지향형 교육 등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럽의 정책지식 생태계에서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시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필자는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 구축 및 국가정책 분야 교육역량 강화를 위한 해외 사례조사’(6월 13일(월) ~ 6월 21일(화), 7박 9일) 해외 출장을 통해 파리제1대학교(판테온-소르본), 막스플랑크협회(베를린사무소), 베를린자유대학교 등 유럽 주요 8개의 교육 및 연구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조사하였다. 유럽의 대학, 싱크탱크의 활동과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국경을 넘은 통합과 연계

유럽은 지역적·정치적·경제적으로 오랜 분절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들 국가 간의 통합을 위해 국제협력 및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국제기구를 신설하는 등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각 국가들의 성격은 매우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조화롭게 하기 위해 교육의 중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교육 연대를 강조한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다. 1987년에 창설된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첫 해 3,244명으로 시작한 후 꾸준히 성장해 2006년에는 유럽 학생 인구의 1%에 해당하는 15만 명이 참가했고, 현재는 매년 5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유럽연합 내에서 글로벌 시민의식을 함양한 인재를 양성하고 공급하여 취업률 상승, 교육의 질 향상, 사회·문화적 통합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교육 및 협력활동을 기초로 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분열된 유럽의 국가를 하나로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은 학생뿐만 아니라 고등교육기관에 소속된 기업, 공공기관, 연구기관 등에 소속된 사람들도 HEIs(Higher Education Institutions)라는 제도를 통해 연수 기회를 가지며,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그 영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에라스무스 문두스 공동석사학위 프로그램(Erasmus Mundus Joint Master Degree Program)을 활용하여 유럽 3개 학교(벨기에 KU Leuven, 프랑스 파리제1대학교,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와 아시아 3개 학교(KDI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 히토츠바시대학교)가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학생 교류를 지원하고 있다.

정책연구 싱크탱크와 교육의 연계

공공인재 육성과 미래지향형 교육의 필요성은 대학뿐만 아니라 연구기관에서도 강조된다. 단일기관으로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막스플랑크연구소에서도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는 각 지방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고 있으나, 법적으로 독립된 기관으로 철저한 책임과 자율경영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그동안 막스플랑크연구소 자체로는 교육기능을 수행하지 않고, 인근 대학과 연계한 교육기능만을 수행해왔다. 막스플랑크연구소와 연계된 대학에 겸업으로 교수 역할을 수행 하거나,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인근 학교에 강의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막스플랑크협회 차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위한 대학원(가칭 막스플랑크 스쿨) 개설을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된 것은 아니지만, 막스플랑크연구소의 연구진을 직접 활용하여 기존 대학과 차별화된 커리큘럼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원(가칭 막스플랑크 스쿨)의 직접적인 운영은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진을 활용하여 교육을 진행하고, 실제 교육받은 인력을 다시 연구진으로 채용·활용하는 긍정적 환류 체계를 구축한다. 연구기관의 분야별 세부전공에 특화된 교수진을 구성하고 이를 통한 최고의 이론과 전략 교육은 실무적 측면에서 매우 큰 강점을 가진다. 이러한 연구기관-대학원 운영 방식이 우리나라에 매우 큰 시사점을 준다.

디지털 전환 통한 상호 교류·협력의 강화

베를린자유대학교에 전시된 막스플랑크연구소 출신 노벨상 수상자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 설치된 영국 작가 마크 웰링거의 ‘거꾸로 된 세계’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또 다른 큰 폭의 변화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을 통한 연구 및 학점교류의 확산이다. 당초에는 학생이나 연구자들이 직접 해당 학교나 연구기관을 방문하여 수업을 수강하거나연구에 참여해야 했었던 반면, 지금은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교류·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의 헤르티 거버넌스 스쿨(Hertie School of Governance)은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컬럼비아대학교, 파리정치대학교(Sciences Po), 도쿄대학교, 보코니대학교 등과 국제관계학 또는 공공정책학 복수학위 과정을 운영 중이고,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서는 컬럼비아대학교, 베이징대학교, 파리정치대학교(Sciences Po), 싱가포르국립대학교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킹스칼리지 런던대학교(King’s College London) 역시 아시아의 싱가폴국립대학교, 중국인민대학교, 도쿄대학교와 복수학위를 운영 중이다. 이러한 다양한 교류·협력 프로그램은 디지털 전환을 증명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은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고, 수업의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실시간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효과적인 방법을 구축한다. 이는 디지털 전환을 통해, 우리나라도 세계적 수준의 교육·연구기관과의 연구·교육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위에 예시 든 것처럼 지금 유럽의 대학들은 중국, 일본 대학 중심의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다. 즉, 한국의 대학 및 연구기관들은 학생·인력교류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책지식 생태계의 지식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유수 교육·연구기관과 연계하고, 이를 통해 다시 효용성 있는 정책 개발 및 지원을 위한 혁신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전환기 극복을 위한 준비

앞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이 지금 우리나라는 극심한 대전환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인력육성이 가장 선제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산발적·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연구기관의 R&D 인력 교육을 통합·운영하여, 관련 역량을 집적하고 운영의 효율화를 기할 필요성이 있다는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인재 육성과 미래지향형 교육을 수행하고, 다양한 분야의 공공인재에 대한 교육체계 구축을 위해서 세계 유수의 교육·연구기관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 수업과 원격회의를 위한 제반시설을 구축·운영하고 있다. 세계 유수 교육·연구기관과 협업하고, 활용한다면 우리는 대전환기 극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런던 정치경제대학교에는 ‘거꾸로 된 세계’라는 거꾸로 된 지구본이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물을 처음 보았을 때, 새로운시각을 가지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라는 의미를 가진 것이겠지만 이 역시 식상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구본의 뒷면을 보는 순간, 단 한 번도 지구에서 바다만 보이는 면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구본을 직접 봐야 깨닫는 점이 있는 것처럼, 창의적 사고만큼 중요한 것은 직접 시행하는 실행력이다. 대전환기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실기하지 않도록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을 활용하여 체계적인 교육·연수기관의 설립을 조속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