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Ⅰ   미래사회 이슈에 집중하는 유럽의 싱크탱크

높은 수준의 독립성과 영향력을 가진 영국 싱크탱크

이소현영국 퀸즈대학교 벨파스트  국제정치경제학 조교수 2022 여름호
영국은 1831년 최초의 싱크탱크를 설립하여 여러 사회 경제적 문제를 논하였고,
현재 코로나19, 과학기술 및 투명성, 브렉시트 및 유럽통합 등의 주요 이슈를 연구하고 있다.

영국 최초의 싱크탱크는 왕립국방안전보장연구소 (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 for Defence Stud-ies, RUSI)와 페이비언협회(Fabian Society)로 각각 1831년과 1884년 설립되었다. 여러 사회 경제적 문제를 가장 먼저 경험하였고, 사교 클럽 등을 중심으로 일찍이 현안에 대한 토론과 비평이 활성화된 지적· 정치적 문화를 보유해온 영국에서 형태 여하를 떠나 싱크탱크가 일찍이 발전해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후, 싱크탱크의 숫자가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이며, 오늘날 영국의 싱크탱크는 코로나19 팬데믹, 과학기술 및 투명성, 브렉시트 및 유럽통합 등을 주요 이슈로 다루며 정책결정자 및 대중에게 정책 전문성을 제공하는 등 국가 성장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식 전파와 정책 과정에 활발히 참여

영국 싱크탱크들은 국가 재정으로 유지되는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의 싱크탱크들과 달리 대다수가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특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독립적인 싱크탱크가 주류를 이루는 원인은 영국이라는 국가의 특수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영국은 다수제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로서, 자발적 이익 단체의 활동에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원칙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이러한 성격으로 인해 정부의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독립성을 중시하지만, 동시에 국내외 정책결정 과정에 적극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실제로 영국 싱크탱크들은 정책 과정에의 활발한 참여 및 대중을 대상으로 한 지식 전파를 그 설립 목표로 명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연구·정책제안 및 개발·정책 결정자 및 대중을 대상으로 한 사회운동 및 정책 수용 캠페인 등을 통해서 정책결정 과정에 활발히 참여하기도 한다. 즉, 정부와는 독립적 입장에서 지식전파와 정책 과정에의 활발한 참여를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연구 환경과 영국 싱크탱크의 역사적·맥락적 특성은 상이하지만, 국내 싱크탱크의 정책적 영향력 확대 및 새로운 업무 영역 발굴에 있어 상호보완적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영국 싱크탱크가 갖는 일종의 사회운동 성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사회경제 및 국제 이슈 등에 대해 대중을 대상으로 한 정책홍보 활동을 확대하는 연구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나, 상당수는 시민사회를 직접 대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학계 내 또는 정부 등을 대상으로, 특정 이슈에 보다 직접적으로 관련된 비교·한정적 범위의 이해 당사자 간의 교류와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영국의 사례를 보면 대중을 대상으로 한 현안 설명회를 열거나 대중이 보다 쉽고, 특정 이슈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캠페인 전개 등을 통해 대중을 직접 목표로 하고 순수 연구 활동을 넘어선 기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추세다. 이는 싱크탱크의 연구성과를 보다 널리 확산하고 정책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제고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싱크탱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정책적 영향력 확대를 보다 촉진할 수 있다.

한-영 싱크탱크의 지속 가능한 협력 가능성

2019년 6월 한-영 FTA 정식 서명

영국 싱크탱크들은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국제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손쉽게 국제적 네트워크를 확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싱크탱크 중 한국 관련 연구를 하거나 한국과 직접적인 협력을 진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러한 협력은 영국 싱크탱크들은 정부 지원보다는 독립적 재원 및 기부금을 통해 운영된다는 특성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영국 싱크탱크들은 스스로의 독립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재정적 기여자의 연구 및 협력 수요에 분명히 응답하려는 경향성이 비교적 강하기 때문에 영국 싱크탱크와의 협력 확대는 우리 측의 투자(예: 한국 연구 프로그램 및 한국 석좌 펠로우십 설치, 학자 간 교류프로그램 설립 및 운영 등) 정도에 따라 그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재까지 그 잠재력에 비해 미진했던 한-영 간 협력은 브렉시트를 계기로 약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기류를 보이고 있다. 오늘날 영국은 글로벌 브리튼과 인도 태평양 지역 중시를 국가 전략으로 설정하고 한국 등을 포함한 역내 민주주의·시장경제 국가와의 협력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협상 등 경제·통상, 환경· 지속 가능한 개발 분야는 물론 2021년 영국 항모전단의 역내 파견 등을 계기로 한 군사·안보 분야의 협력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연구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양국 싱크탱크 간 협력 확대 가능성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