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Ⅰ   미래사회 이슈에 집중하는 유럽의 싱크탱크

EU의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브뤼셀의 정책지식 생태계

오용협안트베르펜대학교 경제학부 연구위원  브뤼셀 로마클럽 정회원 2022 여름호

1980년대에 들어 유럽연합에서 단일시장화가 진전되고, 1990년대에 단일통화인 유로화의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브뤼셀 지역에 독립된 연구를 제공하는 싱크탱크의 서비스 수요가 크게 일어나게 됐다. 브뤼셀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들의 설립 시기를 살펴보면 1983년도에 유럽정책연구원(CEPS)이, 1997년도에 유럽정책원(EPC)이, 그리고 2005년에 브뤼겔연구소(Brue-gel Institute)가 설립되었다. 이들 모두 국제 싱크탱크 순위 조사에서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으며 국제경제와 국제관계 분야에 높은 국제경쟁력을 지닌 연구소들이다.

브뤼셀의 룩셈부르크 광장. 앞에는 잔디광장이 있고 그 뒤로 룩셈부르크 기차역이 지하에 있으며, 기차역 위로는 거대한 유럽의회 본사가 들어서 있다. 잔디광장에서는 다양한 집회가 열린다.

2000년대 이후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영향력 커져

브뤼셀의 싱크탱크 역사가 상대적으로 일천한 이유로서 유럽연합 차원의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기구인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그리고 그 산하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부서를 두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의 제반 이슈들에 대해 각 회원국 내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유럽통합의 추세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2000년대 초반에 들이닥친 유럽의 금융경제위기(2008~2012년)로 인해 브뤼셀에 소재하면서 중장기 정책연구뿐 아니라 단기 사안별로 즉각 의견을 개진하는 싱크탱크의 영향력이 크게 확장하게 된다. 브뤼셀에 소재하는 대부분의 싱크탱크가 유럽 국가의 직간접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나, 미국 기관의 재정지원을 받는 연구소도 다수 존재한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 1995년 설립)과 같이 국제안보 문제에 특화하는 연구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시아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아시아학유럽연구소(European Institute for Asian Studies, 1989년 설립)는 자체적인 연구기능은 없고 세미나 개최 등 연구지원만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 유럽의회의 정당에 소속된 싱크탱크도 다수 존재한다. 국제적인 인지도와 영향력에서 볼 때 위에서 언급한 싱크탱크 중 브뤼셀의 대표적인 싱크탱크로 유럽정책연구원, 유럽정책원, 브뤼겔(Bruegel), 국제위기그룹을 들 수 있다. 이 기관들은 연구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원외의 연구자원을 유동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연구원장에 대해 우리나라 국책연구원보다 더 강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기관운영 측면에서 이사회의 중요성이 높고 공공기관과 사기업을 회원으로 모집하여 연구서비스를 제공하며, 그에 대한 대가로 받는 회원비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연구활동에서도 전통적인 보고서 발간 활동 이외에 팟캐스트나 다른 미디어를 통한 활발한 커뮤니케이션 활동과세미나 개최, 연구 결과 발표의 장 제공 등 연구자 간의 교류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EU와의 공조 강화 위한 협력 필요

개인적으로 국내 유수의 국책연구기관에서 근무하다가 브뤼셀에 정착한 지 이제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유럽정책연구원에서 근무했고, 국제자원봉사 싱크탱크인 로마클럽과도 연을 맺어 이사로 활동했으며, 그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운 좋게도 여러 싱크탱크의 장이나 연구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브뤼셀의 정치, 외교, 안보, 국제관계의 움직임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브뤼셀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정책지식 생태계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점은 국제질서와 인류공동체의 이해에 기여하면서 우리나라의 국익에 일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정책지식 생태계를 해외로 넓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브뤼셀의 정책지식 생태계를 우리나라 정책지식 생태계와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핵문제에 대해 유럽 국가들과의 공조가 필요할 때 유럽 현지에서 이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다. 탈탄소화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유럽연합과의 공조가 필요할 때 또한 마찬가지이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의 외교적 이슈에 대해 국제외교의 대표적인 무대인 브뤼셀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시스템을 갖추어 나간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사업일 수 있다. 관련해서 이미 전 세계에 나가 있는 한국문화원을 통해 이러한 기능을 확충해볼 것을 제안한다. 우선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최소한의 인력충원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질서의 3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브뤼셀, 베이징, 워싱턴의 한국문화원에 우선적으로 이 기능을 부여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