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지상중계  

2022년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김기태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국가연구센터장  2022 겨울호

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

2022년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의 키워드는 ‘균열’이었다. 사회정책에서 흔히 불평등과 격차, 양극화 등이 주된 연구 주제가 된 점을 고려하면 생소한 접근이었다. 사전적 의미의 균열은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 터짐’이다. 이번 대회에서 균열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 정의가 이뤄진 바는 없다. 균열에 대한 해석은 각 학문 분야 및 연구자에 따라 다소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균열이라는 열쇳말을 따라 각 학회가 중점을 둔 지점도 달랐다.

‘우리’로 묶이지 않는 시민운동

기획세션에서는 ‘균열의 시대, 사회정책의 재도전’이라는 주제로 네 개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신진욱 중앙대학교 교수는 시민사회 혹은 시민운동에 주목했다. 신진욱 교수는 시민운동 활동가들과의 질적 면접조사에 근거해서 시민사회 발전을 위한 실천 과제 혹은 토론 주제를 제언했다. 신진욱 교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다양성’을 강조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오늘날의 ‘시민운동’은 확장된 시민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아우를 수 있는 개념이 되기 어려울뿐더러, 심지어 일반인들에게 시민운동의 목표와 활동을 올바로 전달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언어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더 이상 ‘우리’로 묶이지 않는 시민운동 내부의 목소리를 통해서 ‘균열’된 시민운동 내부의 풍경을 그려내고, 그에 근거한 실천적인 과제를 끌어내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난 11월 열린 2022년 사회정책연합 공동학술대회

연대로부터 균열을 재구성해야

인권운동 활동가인 미류는 차별금지법제정운동의 경험을 통해서 본 한국 사회의 균열의 현상과 가능성을 제시했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좌초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점도 있지만 “어쩌면 낡은 것이 무너지는 자리에서 이미 우리가 충분히 지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질서가 세워지는 중일 수도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균열을 해소할 정책이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의 감각으로부터 균열이 재구성되는 변화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4개 학회들의 개별 세션에서도 학회들은 다양한 균열의 양태에 주목했다. 한국사회정책학회가 주목하는 균열의 지점은 ‘젠더’였다. 김영미 동서대학교 교수는 균열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인식과 경험의 차이에 대해 인정하고, 동시에 여기에서 비롯되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공론의 장의 역할을 강조했다. 비판과 대안을 위한 사회복지학회의 세션 구성은 눈길을 끈다. 흔히 3~4개의 연구 중심 발표가 아니라 다양한 운동의 영역에서 바라본 사회의 균열 지점과 연대의 방안을 모색했다. 다양한 운동은 보건, 장애인, 사회서비스, 인권 등의 영역을 아우른다. 이를테면 ‘사회서비스운동에서의 균열 구조와 연대’를 발표한 김태인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부위원장은 사회서비스 영역에서의 균열 심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권에서 제시하는 사회서비스 민영화 정책 방향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사회서비스의 다양성을 축소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서비스는 결국 이윤이 되는 곳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회적 균열을 진단하고 사회정책연구자들의 고민 공유와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써 이번 행사는 의미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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