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정책으로  

규제개혁과 제도변화: 한국사회의 AI기반 원칙중심 규제시스템 전환 필요

이미지 이종한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 2025 겨울호

프랑스에서 제도주의 경제학을 전공한 필자로서는 한국행정연구원의 규제연구센터는 첫 직장이자 한국 사회에서 제도변화를 연구하는 일종의 실험실이었다. 정부의 규제정책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제도변화의 여러 변곡점을 함께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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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영향 분석제도의 정착

입사 당시 현안은 행정규제기본법 시행으로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규제영향분석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도록 자리를 잡는 일이었다. 각 부처가 규제 도입될 때마다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파악하고 피규제자의 부담을 고려하여 적정한 규제수준을 찾는 어려운 과제를 각 부처 실무 담당자들이 떠안게 되어 난관이 한둘이 아니었다. 매뉴얼과 작성지침의 시행, 개정, 정기적 교육훈련 프로그램 시행이 일상화되었다. 한국으로서는 뒤늦게 탑승한 규제개혁 열차였지만 몇 차례 OECD 회의 참석을 통해 우리보다 이삼십년 먼저 규제문제를 고민해 온 영미권 국가에서도 여전히 현안 문제가 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규제정책은 체화된 행태, 관습, 제도를 변화시키는 어려운 문제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원칙허용 규제시스템 강화

한번은 과태료 실효성 제고를 위한 용역과제를 수행하면서 범칙금을 과태료로 전환하는 등의 제도개선안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당시 과제담당 공무원이 검사였는데 벌금형을 과태료로 전환하거나 형사벌을 금전벌로 전환하는 사례가 거의 없어 심한 반대에 부딪혀 몹시 어렵게 과제를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얼마 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출자총액제한 폐지 등 경제분야 규제개혁과 함께 법령선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원칙중심 인허가와 경제형벌의 금전벌 전환 등이 점차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금전벌의 합리적 활용은 대표적인 규제개혁 정책수단이 되었으며, ‘원칙허용 예외적 금지’는 당시 과도한 규정 중심의 규제체계를 보다 유연한 원칙중심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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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중심 규제시스템과 인공지능 전환

제도변화는 기술 발전과 함께 이루어진다. 기술이 앞서 변하고 이를 활용한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용자들의 행태가 변하게 되고, 행태변화는 곧 기존의 제도를 변화시키려는 힘으로 작용한다. 제도변화의 공식화는 결국 법령 개정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법제가 기술변화의 끝단에 위치하게 되어 변화를 적기에 반영하지 못하면 기술혁신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기술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응용해 사업화하려는 기업인의 입장에서 이런 법적 지체현상은 사업확장의 불확실성으로, 투자유치의 결정적 장애물로 작용한다. 지금의 인공지능 기술발전은 인간의 합리적 추론기능을 대체하는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일주일 걸리던 작업이 단 몇 시간 내에 완성되는 속도의 시대를 열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규제 선진국들도 현재의 아날로그 규제시스템을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규제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고, 누가 더 빨리 이러한 시스템을 구현하느냐에 따라 미래 국가경쟁력이 결정될 수 있다. 규제의 공식화는 법률로 완성되며, 규제 순응 여부의 최종 판단 권한은 행정기관이 아닌 사법부에 있다. 규제 순응 여부를 얼마나 빠르게 실시간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기업경쟁력, 나아가 국가경쟁력이 좌우되고 이러한 판단에는 인공지능 활용이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 한국 사회의 사법시스템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며, 한국 사회 미래 경쟁력을 위해 입법, 사법, 행정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AI 기반 규제체계 구축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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