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정책으로  

미래연구의 정책화와 사회적 확산

이미지 윤정섭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2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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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연구를 한다고 하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래서 그 연구, 실제로 어디에 쓰입니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미래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하고, 미래연구는 정답을 내놓는 학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그 질문이야말로 미래연구자가 가장 진지하게 붙 들어야 할 과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래 변화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분석하는 일이 아무리 정교해도, 그것이 실제 정책과 사회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연구는 서랍 속에서 잠자는 보고서로 남을 뿐이다. 연구자로서 '연구에서 정책으로', 그리고 '정책에서 사회 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2024 STEPI 퓨처 컨퍼런스

탐색에서 기획으로,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의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의 미래 테마 발굴 방법론을 수립하는 연구를 수행하면서, 이러한 생각이 구체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성공 가 능성이 낮더라도 장기적으로 산업과 사회에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도전적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R&D 기획 이 현재 산업구조의 연장선에서 기술개발 수요를 도출하는 방식이 었다면, 이 사업은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달랐다. 기술 완성도나 단기적 성과 대신 미래 변화의 방향과 사회적 필요를 먼저 묻는다는 것 자체로, 미래연구 가 R&D 기획의 언어로 번역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기회 였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하 STEPI)은 그간 축적해 온 메가트렌드 분 석, 미래신호 탐색, 시나리오 기반 이슈 도출, 사회문제 해결형 미래 기술 탐색 등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미래 유망테마 발굴 과정을 제 안하였다. 기술 중심 접근을 넘어 미래사회 변화와 인간의 삶의 질, 산업구조 재편 가능성, 사회문제 해결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하였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미래연구는 글로벌 메가트렌드, 그 리고 연구원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정책 현장의 미래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중장기 미래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여온 것이다. 지금 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전략적 미래연구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 도록 그 연결고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언 어로 재구성하고, 산업 현장 전문가들이 제안한 기술들을 메가트렌 드에 맞게 매칭하였다. 대중들이 제안한 기술소요도 전문가들이 제 안한 수준과 달랐기 때문에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맞춰나가는 과정 을 거쳤다. 그렇게 도출한 미래 테마들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의 미래테마 기획 과정에 실제로 활용되었다. 미래연구가 전망 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연구개발 의제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몸소 확인한 경험이었다

2024 STEPI 퓨처 컨퍼런스

연구를 광장으로, STEPI 퓨처컨퍼런스

정책 연계만큼이나 오래된 고민이 또 하나 있었다. 미래 의제를 어 떻게 사회 전체와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기술 변화와 사회 전 환은 특정 전문가 집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계,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각 세대가 함께 논의하고 대응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미래연구의 성과가 전문가 집단 안에서만 순환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주변에서 꾸준히 들려왔다.

그런 고민들이 모여 2024년과 2025년, STEPI 퓨처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되었다. 미래연구의 정책화를 핵심 주제로 삼고, 산·학·연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미래 변화의 방향과 국가 대응 전략을 논의 하는 플랫폼으로 기획된 행사였다. AI 대전환, 전략기술 경쟁, 기후 위기 대응 등 다양한 미래 의제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기술 소개나 전망 발표에 그치지 않고 미래연구가 어떻게 실제 정책과 제도 변 화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AI와 전략적 미래연구, 기술혁신과 새로운 질문

2025년 퓨처컨퍼런스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인공지능을 미 래연구의 도구로 활용하는 시도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AI 기반 으로 유망기술을 도출한 사례를 공유하는 세션이 마련되었다. 방대 한 데이터와 문헌을 분석하고 미래신호를 탐색하는 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식은, 기존 미래연구의 방법론적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참여한 연구자들과 정책 담당자들의 반 응도 적지 않았다. 미래연구 방법론 자체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공유되는 순간이었다.

토론 현장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들이 오갔다. 전략적 미래연구 가 정부 정책으로 실질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미래연구의 결과물이 정책결정자에게 닿는 경로는 지금 충 분한가. 미래연구기관과 부처, 국회, 그리고 산업계 사이의 연결고 리를 어떻게 촘촘하게 만들 것인가. 쉽게 결론 나지 않는 질문들이 었지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었다. 미래연구가 전문가 집단내부의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체의 전략적 대응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 장되고 있다는 것을, 컨퍼런스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연구가 세상과 만나는 방식

미래연구는 완성된 예측을 내놓는 일이 아니라, 정책과 사회에 지 속적으로 불확실성의 신호를 보내고 복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 이라는 것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 서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장기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사회와 함께 상시적으로 나누는 것이 미래연구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STEPI 의 「퓨처호라이즌+」는 그 고민을 담은 매거진으로, 인공지능, 우주, 양자기술, 기술패권, 인재정책 등과 관련된 미래 이슈들을 제공하고 있다.

여전히 미래연구의 불확실성을 정책이라는 언어로 번역하는 일, 전 문가들의 논의를 더 넓은 사회적 대화로 확장하는 일, 모두 진행 중 인 과제다. 그 과정에서 미래연구가 서랍 속 보고서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정책과 사회 변화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확 인해 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 연결고리를 만드는 일에 성실하게 참 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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