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 탐구   정책연구는 AI 시대의 지식순환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싱가포르에서 본 정책 연구 생태계의 다음 과제와 NRC의 역할

이미지 유 종 훈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문위원 202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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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싱가포르 출장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첨단기술 그 자체보다 서로 다른 기관들이 하나의 방향 아래 유기적으로 작동하 는 시스템의 힘이었다. 도시재개발청(이하 ‘URA’)은 데이터와 시뮬 레이션을 통해 계획부터 인·허가까지를 정밀하게 연결하고 있었고, 난양공대(NTU) 방문에서는 변환경제센터(이하 ‘NTU-CCE’) 사 례를 통해 연구 전 과정이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재구성·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SG이노베이트(SG Innovate)는 연구성 과가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가교 역할을 수행 하고 있었다. 결국, 싱가포르 사례는 기술 도입의 수준보다 연구와 정책, 성과와 활용이 어떻게 연결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 여주었다.

SG이노베이트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 하여 싱가포르의 딥테크 육성정책, 혁신 제도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파편화된 지식을 하나의 정책 흐름으로

싱가포르의 디지털전환은 행정서비스의 온라인화에 머물지 않았 다. 국가 최상위 전략인 ‘스마트 네이션2.0(Smart Nation 2.0)’이 신뢰, 성장, 공동체를 핵심 가치로 제시한 것은, 기술을 통해 사회와 행정, 산업의 작동방식을 최적화하려는 국가적 의지를 보여준다. URA의 스마트 도시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이플래너(ePlanner), 디지털트윈, 통합 인·허가 시스템 등은 도시공간을 분석하는 도구 이자 파편화된 부처 간 판단과 의사결정을 하나의 정책 흐름으로 결합하는 장치였다.

이러한 접근은 정책연구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마주한 복합 의제는 단일 분야의 연구만으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NRC’)의 역할은 행정적 관리에만 머물 수 없다. 소관 기관의 연구를 병렬적으로 축 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적 정책의제를 중심으로 연구 간 연계 와 조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난양공대 변환경제연구센터에서 개최된 세미나에서 싱가포르 정부의 연구혁신체계, 제도 관련 설명을 청취하고 있다.

보고서를 넘어 축적되는 정책지식으로

난양공대에서 확인한 연구혁신의 핵심은 속도보다 방식의 전환에 있었다. 특히, NTU-CCE는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소재 로 전환하는 모델을 연구하면서 소재 탐색, 공정설계, 환경영향 검 토에 이르기까지 연구 전 과정을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이는 결과뿐 아니라 과정 자체를 데이터로 축적하고 재활 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의 정책연구 또한 산출물 중심에서 지식 축적 중심으로 전환해 야 한다. 그동안 연구성과는 대체로 보고서라는 최종 산출물에 머물 렀다. 그러나 AI 기반 환경에서는 원자료, 분석모형, 정책대안, 데이 터 환류(현행화) 정보까지 함께 축적·관리되어야 한다. 그래야 반복 되는 정책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연구의 유사·중복성을 줄이며 지식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NRC가 구축·운영 하는 국가정책연구포털(NKIS)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넘어 공공지식자산 플랫폼으로 고도화될 필요가 있다.

정책지식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정부출자법인인 SG이노베이트는 대학 등의 원천기술이 산업 현장 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태계 조성자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지원, 인재양성, 투자, 시장진출이 하나의 경로에서 작동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성과가 실제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 련하고 있었다. 이는 정책지식 역시 생산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활용 과 정책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 지점에서 NRC의 역할도 보다 분명해진다. NRC는 연구기관을 단순히 관리하는 조직이 아니라 축적된 지식이 공유되고, 재구성되 며, 정책으로 환류되는 흐름을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관별 성 과와 데이터를 연계하고, 정책 현안에 따라 필요한 지식을 신속히 재구성·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함께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러 한 기반이 갖추어질 때, NRC는 연구기관 지원·육성이라는 본래의 미션을 AI 시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강소국 싱가포르의 연구혁신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은 기 술의 우수성 그 자체보다 이를 작동하게 하는 제도와 거버넌스, 그 리고 시스템의 힘이었다. 스마트 도시계획도, 대학연구의 혁신도, 딥테크 생태계 조성도 목표와 제도, 데이터와 인재, 협력과 성과환 류가 맞물릴 때 비로소 작동함을 확인하였다. 우리 정책연구 생태 계 역시 같은 과제 앞에 서 있다. AI 시대의 정책연구는 보고서의 양 적 생산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질문에 근거를 연결하고 책임있게 정 책으로 환류시키는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 국가정책연구의 허브로 서 NRC가 수행해야 할 다음 과제도 여기에 있다. 정책지식이 생산 되고 축적되며 활용되는 공공지식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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