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정부의 비전과 전략을 담은 국정과제는
앞으로의 정책 추진 방향을 비춰보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이번 가을호 특집은 5대 국정목표별 주요 과제를 살펴보고,
분야별 정책 제언과 향후 과제를 함께 모색합니다
한미 관세협상은 한국 경제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번 연간기획에서는 협상 이후의 전망과 대응 방향을 살펴보고,
미국 관세 인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짚어봅니다.
아울러 농업·디지털 통상 등 비관세 장벽 문제와 더불어, 한·미·일 협력 속에서
우리 외교가 나아갈 전략적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
이슈 인사이트 미국 상호관세 협상 타결 이후 전망과 대응 방향8월 1일 기한의 미국 상호관세 협상에서 각국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일단락되는 듯하였으나, 협상 타결은 끝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향후 정책 간의 충돌이나 비일관성 문제로 나타나는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7월 30일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했다. 하지만 협상 타결 이후 미국의 상대국에 대한 무리한 요구나 현지 한국 공장에서의 인력관련 문제를 보며, 협상 타결은 끝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올해 4월 9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 부과를 목전에 두고 미국 국채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놀란 트럼프 행정부가 90일간 실행을 유예하고, 미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이 –0.5%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기구의 세계경제전망 모두 하향 조정되었다. 5월 28일 국제무역법원(CIT)의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부과에 대한 불법 판결이 나오면서 일방적 관세정책의 불확실성 해소와 관세의 하향 안정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영국과의 첫 합의를 필두로 각국과의 합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협상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금융시장에서의 돌발상황은 없는 듯하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3.3%로 반등하였다. 연방항소법원(CAFC)은 국제무역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정부 측의 소명을 듣고 판결을 내릴 때까지 관세를 유지한다고 판단했을 뿐만 아니라, 항소판결에서 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의한 관세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으나, 연방대법원 상고로 진행되면서 판결의 효력은 정지되었고 관세부과는 유지되고 있다. 해소되지 않는 불확실성 현재 상황에서 연방 대법원의 판결과 미국의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우려하는 바는 상황 변화에 따른 미국의 정책 조정이 다른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며 경제적 불안 해소에 크게 도움이 되기 힘들 것 같다는 점이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에 호의적인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이라도 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의한 관세 부과가 불법이라는 무역 관련 전문 법원과 항소심의 판결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이를 이미 예측한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의 판결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이미 패소 가능성에 대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대법원 판결에서 패소한다 하더라도 다른 법에 따른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 1974년 무역법 122조 그리고 1930년 관세법 338조가 대표적인 수단이다. 다만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나 1974년 무역법 301조와 같이 조사가 필요하고 그 결과를 근거로 하므로 관세 부과까지 시간이 걸리고, 대통령 행정명령에 근거한 임의적인 협상, 유예, 조정 등에는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한시성이 있는 무역법 122조를 제외하면 법령에 근거한 관세 부과는 대부분 상당히 장기간에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나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관세 대부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부과되었으며, 이후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되어 왔고 법원도 이들 법령에 근거한 관세는 판결의 대상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있다. 게다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품목별 관세는 자동차·철강·알루미늄·반도체(예정)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관세정책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은 미국의 경제적 변동성 심화이다. 지난 4월 국채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관세 정책이 유예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시장에 반응한다는 결정적 예이다. 국채 시장의 불안, 미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또는 인플레이션의 확대 등은 관세 정책의 방향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미 여러 차례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적 조정과 고통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어, 작은 경제적 충격에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가 되는 정책에 대해 유예나 면제 등 임의성이 높은 행정명령의 수단을 동원하여 해결하려는 경향 역시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현재 세계적으로 미국 경제만이 상대적으로 견조하다는 점도 지적할 필요가 있는데 만에 하나 미국 경제가 침체할 경우 이는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위기라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정책 비일관성에 대비해야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 부조화로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큰 방향에서는 상당히 일관적이지만 세부 정책이 부재하거나 정책 간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관련하여 대미 협상의 큰 축 중 하나인 미국 내 투자에 대한 정책적 비일관성 문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환율도 그중 하나이다. 대선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언급되었으나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정책이 바로 달러화 약세 전환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도대로 대미 투자가 증가하면 이는 달러 대비 원화의 약세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고 동시에 투자로 유발된 대미 수출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 강세와 무역수지 적자 문제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에 반하며, 투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강달러 현상에 따라 조치가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무역수지가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각국의 환율정책을 압박한 전례는 많다.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3분기 이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환율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기에는 다소 부담이 될 것이라 생각되지만, 내년에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경우 환율 문제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우려는 최근 현지 파견 인력관련 문제에서 드러났듯이 큰 틀에서의 정책 방향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면서 세부적인 제도와의 정합성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해결형 대미 소통채널 강화 결국은 미국과의 원활한 소통 채널 확보가 관건이다. 정부는 우리 투자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슈를 적극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고, 미국 측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빠르게 대응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전 이미 대미 투자의 증가가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미국 측에 많이 전달했고, 이 부분에 대한 미국 측의 이해도 높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 미리 모든 일을 예측할 수 없으나 향후에도 잘못된 정보는 적극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과의 정책 공조에 따른 우리 측의 불이익에 대해서는 이슈를 제기하여 개선에 대한 약속을 받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제해결형 소통채널의 강화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김종덕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안보실장 2025 가을호
-
이슈 인사이트 미국 관세 인상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미국 관세 인상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향후 2년간 각각 0.3%p, 0.2%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의 피해 완충과 현금흐름 방어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내 수요 대응을 위한 현지화·공급망 재설계와 함께 대체 시장 확대를 위한 통상·수출지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다시 높은 관세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있어 미국은 전체 수출의 약 18.7%(2024년 기준)를 차지하며, 대미 무역흑자 역시 557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중요한 시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2.4%에서 18.6%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도 0%에서 14.5%로 급등하면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평균 관세율은 지난 8월 7일부터 발효된 상호관세 15%를 적용하여 계산한 것이다.) 자동차, 전자제품, 철강 등 주요 수출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면서 충격의 파급력은 다른 나라보다 클 가능성이 높다. 관세 충격의 전파경로 관세 인상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 전반에 파급된다. 첫 번째 경로는 직접효과로, 미국의 수입 수요가 줄면서 한국 기업의 수출 물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자동차, 전자제품, 철강이 대표적인 경우다. 두 번째로, 다른 나라의 대미 수출도 줄면 이들에게 부품·소재를 공급하던 한국 기업의 중간재 수출도 감소한다. 예컨대 아세안(ASEAN) 국가의 대미 완제품 수출이 줄면 그 제품에 사용되는 한국산 부품의 수요도 줄어드는 식이다. 세 번째는 세계 교역 위축이다. 각국의 수출 감소는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전반적인 대외 수요 축소로 연결돼 한국 수출을 약화시킨다. 추가적으로, 관세로 인한 수입품 가격 상승은 미국 기업의 비용 증가와 생산 축소를 초래해 한국 제품 수요를 더 줄일 수 있다. 성장과 고용에 미친 영향 한·미 협상 결과(상호관세 15% 포함)에 따른 관세 인상이 위 경로들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대미 수출은 관세 인상 첫 1년간(2025년 3분기~2026년 2분기) 약 3.2% 줄고, 2년 차에도 1.4% 추가 감소한 뒤 낮아진 수준에서 정체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직접 수입 수요 감소가 전체 감소 폭의 대부분을 설명하며 자동차, 일반 기계, 철강 등 주력 산업들이 크게 영향을 받아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컸다. 결과적으로 국내 경제성장률은 1년 차에 0.3%p, 2년 차에 0.2%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되었다. (만약 반도체에 100% 품목관세가 부과될 경우, 성장률은 1년 차에만 1%p 이상 추가 하락할 수 있다.) 고용 측면에서는 수출이 1% 줄면 1년간 약 6,500명의 일자리가 감소하는데 이 중 제조업이 1/3 이상을 차지하였다.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 산업의 고용 충격이 가장 컸고 반도체산업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수출 감소 자체보다 관세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채용 지연과 인력 감축을 유발해 고용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책적 대응 방향 관세 인상의 영향이 시간에 걸쳐 누적된다는 사실은 충격을 흡수할 단기적 안전판과 중장기 구조적 대응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자금난과 거래 리스크 완화가 우선이다. 무역보험과 수출금융을 확대해 수출 급감에도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하고 환율·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도 필요하다. 또한 통관, 원산지 판정, 인증 절차 등을 간소화해 납기 지연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수요 구조 변화에 대응할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우리보다 더 높은 관세를 부과받은 국가들과의 상대적 관세율 격차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대체 수요를 포착해야 한다. 북미 현지화 전략도 필요하다. 미국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생산·조달 거점을 재배치하고, 원산지 규정(ROO)을 최적화해 합법적 관세 감면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은 후공정 현지화, 계약 재설계, 제품 모듈화 등을 통해 낮은 관세 부담으로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더 근본적인 중장기 대응책은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자유무역협정, 경제동반자협정, 무역투자촉진 프레임워크 등 통상 협력을 확대하고, 정체되어 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재추진해 교역 다변화를 실현해야 한다. 동시에 수출지원 정책을 강화해 기업의 신흥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통상 협력과의 시너지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정성훈한국개발연구원 공급망연구팀장 2025 가을호
-
이슈 인사이트 국제질서 재편과 한미일 협력 : 의의 및 추진 전략한일협력과 한미일 협력을 선순환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은 한미동맹과 함께 대북 억지력, 지역질서의 안정화, 그리고 한국 외교의 국제적 기여 차원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강대국 정치와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헷징(hedging) 차원에서 한일 공조를 토대로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중층적으로 병행 추진하는 발상도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의 의의 동북아에서 강대국 정치와 미중 전략경쟁의 리스크를 완화하고, 양자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한국은 소다자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미일 협력은 한중일 협력과 함께 미일 및 중일 간 경쟁구도 속에서 한국의 상대적 레버리지의 극대화, 중국 및 일본과의 악화된 양자 관계의 개선을 위한 우회로 기능 등의 효용이 있다. 한미일 협력은 원래 대북정책의 공조를 위해 시작되었다. 14대 정부 당시 북한의 핵 개발 의혹이 불거지면서 3국 간에 정책 공조가 시작되었고, 15대 정부 시기에 3자 대북정책조정그룹회의(TCOG)로 제도화되었다. 2023년 8월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가 개최되면서 한미일 협력은 획기적으로 진전되었다. 이를 계기로 3국 협력의 범위는 군사안보, 공급망과 첨단기술 등의 경제안보, 개발과 보건 등의 지역 및 글로벌 이슈, 동남아시아와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지원 등 인도태평양 관련 문제, 3국 간의 인적교류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3국은 정상회의 외에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국가안보담당보좌관 등 다양한 고위급 협의체를 연 1회 이상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바이든 정부 시기에 한미일 협력이 강화된 것은 3국 간 이해관계의 수렴에 따른 것이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한중관계의 냉각과 우리 국민의 대중국 인식의 악화, 팬데믹 사태와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에 따른 경제상황의 악화,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 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격화, 대만해협의 위기 고조에 따른 안보 불안감의 확산, 바이든 정부의 한미일 협력 중시, 기시다 내각과 20대 정부 출범으로 3국의 대외전략에서 이해가 수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023년 8-9월에 한국의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의 겐론NPO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미일 3국 간 군사안보의 강화에 대해 다수가 그 필요성이 인정했고(긍정 60.6%, 부정 12.4%), 긍정론의 경우 그 이유로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안정에 필요(56.4%), 중국 부상의 견제 필요(51.7%)를 들었다. 과거사 갈등이 여전히 한일협력의 제약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한국의 국가전략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북한 위협이 상수화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의 강화, 그리고 이를 위한 한일개선이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힘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2기의 한미일 협력 2025년 들어 3국의 국내정치 변화는 한미일 협력의 도전 요인이 되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관세와 방위비 문제에서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한 관계 재조정을 요구하면서 큰 파장을 불렀다.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 중심적인 접근을 특징으로 하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계기로 규칙기반 국제질서, 법의 지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가치관과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쇠퇴하고, 현실주의 강대국 정치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였다. 지난 6월에 출범한 현 정부는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기조에서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고, 한미일 협력의 유지 발전을 위해 한일협력을 긴밀히 하겠다는 대외정책을 제시했다. 10월에 출범이 예상되는 일본의 新내각도 한미일 협력의 유지·강화라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2025년에 개최된 일련의 한미, 한일 및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이시바 총리는 한미일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 입장이 일치했다. 지난 9월 22일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일 외무장관회담에서 3국은 북한 문제의 대응, 지역 정세와 안보, 그리고 중요 광물, 공급망, 첨단기술 등 경제안보와 관련하여 3국 간 협력을 진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우리 정부는 9.19 군사 합의의 선제적이고 단계적인 회복을 통한 남북한 대화의 추진과 한중관계의 안정화를 병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향후 북한·한반도 비핵화와 지역 안보 문제의 대응에서 한미일 3국 간 정책 소통과 조율이 우리 외교의 중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일협력과 한미일 협력의 선순환적 추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변혁기에 있는바, 한국은 과도기적 상황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대외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미중 데탕트 이후 반세기 이상 유지되었던 미국의 대중국 관여 정책은 2010년대 후반부터 견제적 요소가 강화되면서 향후 상당한 기간에 걸쳐 미중 간에 대결 구도가 고착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균형외교로는 국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한국은 미중 관계의 재편은 물론 미국의 정권교체에 따른 대외정책 변화와 미국 우선주의의 장기화에 대비하여 대외전략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한일협력을 토대로 지역 전략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과거에도 한일 간 위기의식의 공유는 양국에서 상호반감의 여론을 억제하고, 과거사 관련 양보와 타협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양국의 지역 전략을 수렴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우리에게 한일협력은 원활한 한미관계는 물론 대북한 공조, 중국 및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화,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 등 소다자 협력과 지역 및 글로벌 협력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미국의 방위비 압박 및 관세 정책과 북러 접근에 따른 북한 군사 기술 고도화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한일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의 국가전략에서 한일협력과 한미일 협력을 선순환적으로 정착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은 한미동맹과 함께 대북한 억지력, 지역질서의 안정화, 한국 외교의 국제적 기여 차원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한미일 3국 간에 대북한 정책 조율은 물론 경제안보, 개발원조 및 해양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와 별개로 강대국 정치와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헷징 차원에서 한일 공조를 토대로 한미일 협력과 한중일 협력을 중층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발상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10월 APEC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일본이 주최국인 차기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를 위해 한일이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조양현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2025 가을호
-
이슈 인사이트 한미 비관세장벽과 향후 과제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통상 현안은 비관세장벽으로 옮겨 갈 것으로 보인다. 비관세협상은 관세협상보다 복잡하고 민감하며 우리 경제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농업과 디지털 분야 등에서 미국의 비관세장벽 완화 요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2025년 7월 30일 한미 관세협상이 상호관세 15% 적용으로 타결되었으나 비관세장벽 이슈는 미해결된 채 향후 협상 과제로 남겨졌다. 특히 농산물과 디지털 등 민감 분야의 비관세장벽은 해결되지 않아 미국의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본격화될 비관세장벽 협상에 대비한 전략적 대응 방안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비관세장벽 중 농업과 디지털 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관세 중심의 협상에서 규제·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비관세협상으로의 전환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양국 간 통상 관계의 핵심 이슈는 관세에서 비관세장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관세협상에서는 관세와 투자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협상이 이루어지면서 농축산물 추가 시장 개방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정부는 앞으로 검역 절차 개선 등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는 지속될 것임을 밝혔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 강하게 요구해 왔으나 최종 합의에는 포함되지 않은 농축산물 수입위생검역, 망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 위치기반 데이터 등은 후속 협상에서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이러한 비관세 이슈들을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연례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 National Trade Estimate Report on Foreign Trade Barriers)를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미국은 농업·디지털·정부조달·투자·서비스·자동차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주요 한국 정책과 제도를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해 왔으며, 이 또한 앞으로 본격화될 비관세장벽 협의에서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미국은 자국 기업의 시장접근 확대를 위해 관련 국내 정책과 제도의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비관세장벽에서의 전통적 민감 분야: 농업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정부는 식량안보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쌀과 쇠고기 시장은 추가 개방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검역 절차 개선을 통한 사실상의 시장 개방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WTO 협상에 따라 이미 5개국 국별 쿼터로 합의된 쌀 할당량은 재협상이 사실상 어려우며, 對한국 쇠고기 수출 1위 국인 미국의 입장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 월령 제한 해제 요구 역시 실익이 크지 않으므로, 미국은 과일·채소류 품목의 검역 절차 간소화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2025년 9월 현재, 미국산 과일·채소류의 수입위험분석 진행 건수는 총 15건으로, 이 중 감자가 8단계 수입위험분석 절차 중 6단계까지 진전된 상태이며, 살구·자두·사과·복숭아 등의 품목은 30년 이상 1∼2단계에 머물러 있다(서양배는 3단계). 미국은 앞으로의 비관세장벽 관련 협의에서 현재 수입위험분석을 진행하고 있는 15개 품목에 대한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관세협상에서는 쇠고기 분야가 협상 의제에서 제외되었으나, 향후 언제든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쇠고기 수입 문제는 국민 건강과 연결된 사안으로 정치적 민감성도 크다. 미국은 한국의 쇠고기 월령 제한을 장기간 지속되어 온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며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차별적 조치로 주장한다. 그러나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허용되더라도 소비자 인식, 품질 선호도 등을 감안할 때 미국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경쟁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광우병 사태로 인해 축적된 소비자 불신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월령 제한 해제 조치는 오히려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심화시킬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요 위축과 對한국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산과일·채소류품목에대한수입허용절차진행상황 품목 신청 연도 수입허용절차 위험분석 단계 세부 진행상황 1 아기당근 2020년 4 개별병해충위험평가 2 석류(가종피) 2023년 1 접수 3 감자 2007년 6 수입허용요건 초안 작성 4 넥타린 1995년 5 병해충위험관리방안 작성 5 탄젤로 2024년 1 접수 6 딸기 1995년 1 접수 7 살구 1995년 1 접수 8 자두 1995년 1 접수 9 사과 1993년 2 착수 10 서양배 1994년 3 예비위험평가 11 냉동블랙베리 2023년 1 접수 12 냉동라즈베리 2023년 1 접수 13 블루베리 2013년 2 착수 14 복숭아 1995년 1 접수 15 파파야 1990년 5 병해충위험관리방안 작성 자료: 농림축산검역본부(https://www.qia.go.kr/), '신청연도'는 중앙일보(2025.8.10,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7917)를 참고 한미 비관세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 디지털 분야 미국은 자국 기업의 이익 보호와 시장접근 확대를 위해 국내 디지털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등 디지털 통상 분야에서의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분야는 비관세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데이터 이동, 디지털 플랫폼 규제 등 주요 이슈와 관련하여 미국의 요구 수준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의 디지털 관련 규제를 비관세장벽이라고 간주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온라인 플랫폼법, 망사용료, 위치기반 서비스 등을 들고 있다. 이 중 미국이 가장 강력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이슈는 온라인 플랫폼법이다. 온라인 플랫폼법은 특정 기업들의 독점·과점·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법으로,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multi-homing), 최혜대우 요구 등의 반경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특정 플랫폼 기업을 사전 규제하려는 온라인 플랫폼법이 자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조치라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이슈는 미국의 애플·구글·아마존 등 빅테크기업의 이해관계와 연결되는 만큼, 향후 한미 비관세협상에서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위치기반 서비스와 관련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반출 요구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정밀 지도 반출에 반대하는 입장과 위치기반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출이 필요하다는 산업적 관점이 병존하면서 국내 부처 간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이 사안은 국가안보와 산업 발전 간 이해가 충돌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아울러 해외 콘텐츠 제공업체에 대한 망 사용료 부과 문제 또한 미국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핵심 현안 중 하나로, 미국은 망 사용료 납부 의무화를 비관세장벽으로 규정하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국내 디지털 정책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자유로운 데이터 이동을 통한 디지털 혁신과 산업 활성화를 중시하는 반면, 한국은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안보 강화를 우선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양국 간 디지털 정책의 차이는 향후 디지털 분야에서의 통상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응과 과제 비관세협상은 관세협상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만큼, 보다 철저하고 신중한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미국이 강하게 요구해 왔지만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된 쟁점들은 후속 협상 과정에서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후속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 제한이 해제될 경우,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이 허용됨에 따라 햄버거 패티·소시지·육포 등 미국산 쇠고기 가공식품 시장의 확대 개방이 예상되므로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검역 절차와 관련해서는 모든 조치가 자의적인 무역 장벽이 아닌, WTO 위생 및 식물위생 협정이 인정하는 ‘과학적 증거’와 ‘국민 건강 보호’라는 합리적 근거에 기반하고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검역 절차 개선’ 합의에서 ‘개선’의 의미는 검역 절차 단계의 생략(간소화)이 아니라 절차의 투명성 제고와 신속한 정보 공유, 그리고 미국 전담 데스크 신설을 통한 소통 강화에 중점을 둔 접근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모호한 해석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디지털 비관세장벽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이동· 활용, 데이터 현지화, 온라인플랫폼 규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한 디지털 통상규범 원칙을 마련하고, 국내 관련 제도 정비를 검토·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EU 및 싱가포르와 체결한 디지털통상협정 또는 디지털동반자협정을 미국과도 별도로 추진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과의 디지털 분쟁을 예방하고,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며, 협력 기반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과제이다. 아울러 이번 협상에서 언급되지 않았지만 국별 무역장벽 고서에서 지목된 농업생명공학, 잔류허용기준, 데이터 현지화 등에 대해서도 분야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끝으로 미국의 비관세장벽으로 인한 우리 기업의 수출 애로 요인을 파악하여 우리의 요구사항도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박지현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 선임연구원 2025 가을호
최근호 보기 총 29 건
| 이슈 인사이트 미·일 관세협상과 일본의 협상전략 김규판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25 여름호 |
| 이슈 인사이트 트럼프 2기 미-EU 간 통상 갈등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 강구상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 | 2025 여름호 |
| 이슈 인사이트 美-中 무역 갈등과 한국경제 : 구조적 충격과 전략적 대응 김수동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 | 2025 여름호 |
| 이슈 인사이트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경제정책 변화와 한국의 대응 방안 송인호한국개발연구원 경제교육·정보센터 소장 | 2025 여름호 |
| 인포그래픽 국가정책연구체제 인식조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 2025 여름호 |
| 이슈 인사이트 네덜란드 인구정책 : 고령자의 독립적인 생활 지원 임이랑네덜란드 델프트 공과대학교 토목공학 및 지구과학대학 박사후 연구원 | 2025 봄호 |
| 이슈 인사이트 균형발전을 통한 인구 저출산 대응 홍사흠국토연구원 국토정책·지역계획센터 연구위원 | 2025 봄호 |
| 이슈 인사이트 저출산 고령화 대응 이민정책 방향 이규용한국노동연구원 고용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 2025 봄호 |
| 이슈 인사이트 퍼스트펭귄의 인구전략 ‘목표는 지속가능성’ 전영수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2025 봄호 |
| 정책현장 인공지능이 던지는 도전, 노·사·정이 함께 해답 찾는다 장지연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 | 2025 봄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