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오랜 시간 동안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경제안보의 대두, 주요국 산업·무역정책의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변화 속에서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이 전면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산업은 제조기반과 경쟁우위를 활용하되 첨단기술·제조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산업강국으로의 도약을 능동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메가트렌드는 다양한 경로로 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체별 대응방식의 선택과 정책수단에 따라 글로벌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경제안보 이슈가 대두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으며, 다극화와 블록화는 세계경제의 성장과 교역을 둔화시키면서 미래에 대한 투자와 혁신의지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추구하면서 양호한 산업생태계를 보유한 한국은 트럼프 2기 미국의 정책 변화가 초래할 기회와 위험을 면밀히 분석하고, 새롭게 재편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한국 산업의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협력 확대를 추구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 패권경쟁과 공급망의 재편
중국의 부상과 급격한 기술변화로 인해 주요국은 가치있는 경제적 연결고리를 보존하는 동시에 새로운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안보가 군사적·정치적 측면에서 경제적 번영, 주권, 안전보장을 포괄하는 경제안보로 발전하고 있다. 주요국은 경제의 회복력을 높이는 동시에 자국 내 산업경쟁력의 증진, 공급망의 탄력성 확보, 산업 역량의 강화, 혁신활동 촉진을 위한 제도정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2000년대부터 제조업 르네상스를 추구했다. 오바마 정부에서 발표한 신제조전략(Advanced manufacturing Initiative)은 트럼프 1기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반도체, 청정에너지, 첨단제조에 대한 대규모 지원으로 이어졌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서는 첨단·미래 제조업뿐만 아니라 전통 기간 산업까지 포괄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America First’, ‘Onshoring’로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기존 제조업의 부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 기반을 미국 내에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질 높은 일자리 창출과 산업혁신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미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강력한 산업정책을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과 산업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신제조업화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 반면 첨단제조 구현에 필수적인 고급 인력 공급의 제약, 중국과의 기술 격차 축소, 글로벌 네트워크로부터의 고립을 해결해야 한다. 결국 미국의 신제조업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협력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자국 산업 보호와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 자국 인력 양성과 해외 인재 유치 사이에서 합리적인 조화는 미국만의 과제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각국이 직면할 공통의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
한편 다극화와 블록화는 세계경제의 성장과 교역의 둔화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와 혁신의지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국제통화기금(IMF)은 미-중 양극화에서 미국-유럽-중국 등으로 다극화와 블록화가 지속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 성장률은 누적적으로 하락하며, 중국뿐만 아니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특히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IMF, 2021)

한국산업의 경쟁우위와 도전과제
한국 산업은 최근 수십 년간 국제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미국 및 선진국의 위상이 차츰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제조업은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와 양호한 산업연관관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코로나 펜데믹에서 다시 한번 한국경제의 빠른 회복세를 견인하는 원천이 되었다.
위기마다 뛰어난 복원력과 글로벌 경쟁우위를 높이는 모멘텀을 확보하면서 한국 산업은 국제공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하는 제조업 경쟁력지수(CIP)에서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아일랜드를 제외하면 중국, 독일에 이어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의 부가가치율은 30%를 하회하고 있어 여전히 OECD 평균 35%에 미치지 못한다. 기술고도화와 양질의 고급인력이 유입되면서 반도체, 의약, 첨단소재 등 고위기술산업군의 부가가치율이 빠르게 높아졌지만, 생산 비중이 높은 중고위기술산업군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저조해서 질적 성장과 고부가가치화가 지체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저위기술산업군인 음식품, 화장품, 생활소비재에서도 적정기술을 접목하고 K-콘텐츠 확산의 영향을 받아 프리미엄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료 : 산업통계분석시스템(ISTANS) 이용하여 작성 (원출처 : UN, National Accounts Main Aggregates Database)
산업인프라를 활용하되 핵심역량 강화 필요
산업별 성장속도는 산업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과학기술의 산업적 확산과 인력 활용에서의 차이 때문이다. 글로벌 산업지형은 메가트렌드에 의해 변화하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 방향과 성과는 한국 산업이 얼마나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기술변화의 이익을 극대화하는가에 달려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글로벌 공급기지로서의 매력이 낮지만 양호한 제조기반을 갖고 있으므로 첨단기술 역량을 높여가면서 새로운 경쟁우위를 창출할 수 있다. 국제정세의 변화로 기존과는 다른 공급망이 만들어지겠지만 인공지능과 결합한 첨단장비·로봇화를 촉진하여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해외이전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국내와의 연계성을 높여 국가별·업종별 국제협력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R&D의 쏠림현상을 지양하고 인공지능, 스마트팩토리, 적층제조 등 신제조업을 구현하기 위한 첨단기술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기초·공학 혁신과 아울러 산업의 미래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인력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기술패권 경쟁과 경제안보가 국가 간 첨단기술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므로 우리도 산업기술의 육성뿐만 아니라 보호 및 관리 범위를 보다 확대하고 정교화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우리도 산업과 기술의 발전단계와 목표를 반영하는 핵심기술의 선정과 현행화, 투자 및 수출심사제도 개선, 산업기술 핵심인력의 관리 체계화, 기술보안 일상화와 아울러 이해관계자의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
자료: 정은미(2025) (원출처 : UNIDO database) 주 : CIP(Competitive Industrial Performance) 지수는 국가별로 부가가치 생산, 수출, 중고위기술 산업 등을 포함하여 총체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평가
무엇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전환을 전제로 하는 한국형 비전과 제조혁신 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과 사회적 합의 하에 글로벌 산업지형의 변화방향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실효성을 높이면서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제조강국으로서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강화하고, 기술다각화와 개방형 혁신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다.
한국의 제조업은 다양한 산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시대의 산업발전과 새로운 도약에도 강력한 인프라가 될 것이다. 전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면서 산업전환을 추진하는 중차대한 시기에 첨단기술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한국 산업은 경쟁원천을 강화하는 데 보다 속도를 높여야 한다. 인공지능, 첨단소재, 첨단제조시스템·솔루션으로 가치사슬을 확장하여 산업생태계를 강화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도약을 위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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