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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수요자의 목소리 : 아빠도 눈치 보지 않는 가족친화 사회

김진환고용노동부 워킹맘&대디 현장멘토단 2024 여름호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며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남성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길다. 결혼 자체를 꺼리거나 아이가 없는 가정을 선호하는 청년층의 인식이 확산된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사회적 분위기이다.

가족에 대한 인식개선과 사회적 눈치 제거

통계청 인구동향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2년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32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쉽게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많은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이유는 일자리, 주거, 보육, 교육 등 다양한 환경의 복합적인 한계점 때문이다.

경제와 사회의 급격한 변화와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여성의 사회진출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가사 노동의 분담과 출산에 따른 자녀 양육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는 일·가정의 양립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인식되어 결혼을 미루고 결혼 후에도 출산을 결정하지 않는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 수준의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필요한 시기에 육아휴직과 휴가를 자유롭게 활용하고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부모가 직접 자녀의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부모가 사회보장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면서 업무 공백 없이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한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이다. 모성보호 실태조사와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결과 ‘소득의 보전, 육아시간 확보, 중 소기업 부담 완화’ 등 현실적인 지원과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부모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기간이 늘어나고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을 사용할 수 있도록 부모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력은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남녀를 불문하고 30~40대가 출산휴가 이후 육아 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측면은 더욱 살펴보 아야 한다. 결혼 과정에서 부동산 등 경제적 이유로 소득이 감소하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근무지에서는 주로 생산성이 높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를 맡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아이를 돌보기에 앞서 일상적인 생활의 경제적인 부분을 고민하게 만들고, 동료의 업무 부담 증가로 가족과 회사, 동료의 눈치를 보게 되어 각종 육아지원 제도를 사용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게다가 상위 세대와의 가족에 대한 인식 차이와 육아 참여에 대한 성역할 고정관념으로 인한 사회적 눈치에 대한 고충도 여전히 존재한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중요성, 가족 형성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함과 성숙함, 육아 참여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 해당 교육을 통해 인구구조의 변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가족이 최우선이 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가족친화 직장문화 확산과 아빠의 역할 확대

아이의 출산과 동시에 여성은 엄마로서 정체성을 형성한다. 하지만 아빠는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하며, 육아휴직은 경제적 이유와 눈치로 꿈 같은 일이 되기도 한다. 엄마와 아빠의 시작점이 다른 상황 속에서 많은 아빠가 육아 참여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아빠의 육아 참여와 가사 분담을 더욱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가족친화 문화조성과 부성 보호에 대한 사회보장 제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는 ‘요즘남편, 없던아빠’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는 3040세대 남성의 결혼관과 가정에 대한 가치관, 결혼 이후 남성의 전통적인 역할이 강요되지 않는 변화를 나타낸다. 실제로 아침 등교 시간에 아빠와 함께 등교하거나 학부모 참여 수업에 아빠가 참석하는 등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처럼 남성 그리고 아빠에 대한 관습적인 문화를 벗어나 부부가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가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로 초점이 이동하며, 가정의 개념이 변화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은 근로자가 자녀의 출산과 육아에 어려움 없이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수행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리는 일·가정 양립과 가족친화 직장문화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한 독일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독일은 차별 없는 보편적 육아정책과 일과 육아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노력하여 가정 중심의 사회를 조성하는데 성공했다. 일을 하면서 주 양육자가 엄마 또는 아빠가 될 수 있도록 출산을 장려하고, 부모의 유연근무를 제도화 하며, 육아 참여에 대해 양성평등 돌봄을 통해 부모 모두가 자녀 돌봄에 참여하도록 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이루어졌기에 가능 했던 일이다. 이처럼 가족친화 직장문화를 통해 엄마와 아빠가 직접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고 근로자들은 느낄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 청년층은 결혼과 임신,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각종 언론의 노출과 선배들의 부정 경험에 대한 피드백이 긍정의 경험보다는 부정의 경험으로 이어지고 있고, 나 또한 그럴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일·가정양립을 통해 개인의 성장이 함께 이어지는 긍정적인 사례도 많다. 직장과 가정에서의 행복을 느끼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개인과 가정이 함께 성장하는 롤모델 발굴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일·가정 양립 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할 때 저출산 문제와 여성의 고용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라는 경험의 가치와 의미는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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