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 1885년,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존 밴덜린, , 1847년, 개인 소장 장 프랑수아 밀레, , 1855년, 월터스 미술관, 볼티모어 빈센트 반 고흐(Vincent Willem van Gogh)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은 네덜란드의 가난한 농부 가족이 감자로 저녁 끼니를 때우는 모습을 묘사한다. 그림은 갈색과 검은색의 칙칙하고 어두운 톤으로 채색되어 있다. 고흐는 이 그림에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흙투성이의 감자 색깔과 같은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힘든노동으로 인해 힘줄이 튀어나온 울퉁불퉁한 손과 어두운 눈빛의 투박한 얼굴은 농민의 혹독한 삶을 말해준다. 그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것은 삶은 감자와 치커리 차뿐이다. 고흐는 농민의 삶을 목가적인 것으로 이상화하지 않았지만, 정직한 노동으로 얻은 음식을 나누는 가족 공동체의 식사를 일종의 거룩한 성찬식같이 묘사한다. "유럽에서 감자는 오랫동안 궁핍한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필수 작물이었다. 그러나 이 궁핍한 가족의 식탁에 오른 감자는 16세기 이전까지 유럽인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감자는 어디에서 온 것이며 어떻게 유럽인의 식탁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 1492년 유럽과 아메리카의 조우, 그리고 먹거리의 교환 1492년은 세계사에서 아주 중요한 해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면서 유라시아와 아메리카 문명이 처음으로 접촉했고, 두 대륙 간의 무역과 문화 교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대항해 시대의 많은 유럽 탐험가들이 부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아메리카로 몰려들었다. 유럽과 아메리카가 조우하면서 대대적인 동식물의 교류, 식재료의 교환도 이루어졌다.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옥수수, 감자, 고구마, 호박, 토마토, 강낭콩, 피넛, 라이머콩, 고추, 피망, 카카오, 파인애플, 파파야, 아보카도, 파프리카, 바닐라, 해바라기, 칠면조 등이 유럽에 전해졌다. 보리, 쌀, 올리브, 커피, 소, 양 같은 동식물은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들어왔다. 유럽의 잦은 기근을 해결한 감자 16세기, 남미의 잉카 제국을 정복한 스페인의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 정복자라는 뜻)들은 잉카인의 주식이었던 감자를 유럽에 전했다. 처음에는 감자가 유럽인에게 환영받지 못했다. 땅속에서 자라는 데다가 싹이 나지 않도록 어두운 곳에 저장했기 때문에 ‘악마의 식물’이라고 불렸고, 심지어 한센병, 구루병, 결핵, 매독 등 끔찍한 질병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때문에 감자를 돼지 사료로 쓰거나 빈곤한하류계층이 먹는 작물로 취급했다. 이러한 상황은 서서히 변화했는데 식량이 부족한 지역에서 더욱 그러했다. 17, 18세기 유럽 국가들은 빈번한 기근에 시달렸다. 감자는 점차 기아의 고통을 종식시키는 중요한 생존 작물로 부상했다. 특히, 17세기 유럽의 소빙하기 동안 쌀과 밀이 흉작이 들자 좀 더 기르기 쉬운 감자 농사로 대체되었다. 감자는 영양이 풍부하고 단위 면적당 생산성 또한 매우 높았다. 감자는 유럽 역사상 처음으로 식량 문제에 대한 결정적인 해결책이 되었고, 가난한 서민의 식단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다음 그림은 장 프랑수아 밀레(Jean-François Millet)의 이다. 감자는 농민의 가장 소중한 수확물 중 하나였기 때문에 농촌 풍경을 그린 화가들의 그림에서 많이 채택되는 주제였다. 유럽에서 최초로 감자를 대규모 재배한 지역은 아일랜드였다. 이후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에도 감자 농사가 퍼졌다. 감자가 유용한 작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럽 국가들은 감자 농업을 촉진하기 시작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 재배를 적극적으로 권장한 ‘감자 왕’으로도 유명하다. 유럽 인구는 감자의 확산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구 증가는 국가의 경제적 생산력을 늘렸으며 군사력도 강화시켜 강력한 제국 건설의 핵심 요소가 되었다. 영국에서는 감자가 산업혁명 기간 노동자들의 주요 영양 공급원이었고, 결과적으로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하나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감자는 옥수수, 비료와 함께 오늘날의 인구 증가를 가능하게 한 일등 공신이다. 또한 고흐의 에서 볼 수 있듯이, 한때 궁핍한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한 귀한 작물이었다. 현대인의 먹거리는 너무 풍요로워서 안데스산맥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이 보잘것없는 작물이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감자는 자연이 인류에게 준 축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