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디지털·그린 전환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산업 대전환에 직면해 있으며,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하는 ‘인더스트리 5.0’으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글로벌 기술·산업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시점, AI 확산에 따른 산업 변화와 이에 따른 정책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AI, 새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
AI는 과거 산업 혁명을 견인했던 증기기관과 전기처럼 경제 및 사회 전반을 혁신할 잠재력을 가진 범용 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Goldfarb et al(2022)’에 따르면 AI의 핵심 기술인 기계학습과 데이터 사이언스 등은 범용 기술의 특징인 폭넓은 활용 가능성, 혁신 잠재력, 응용산업의 혁신 견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늘날 AI의 잠재력은 예측과 의사결정 역량에 기초하고 있다. 전기가 자동화와 효율화를 가능하게 하여 산업의 전반을 변화시켰다면 AI는 광범위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신뢰할 수 있는 예측 결과를 도출하고 의사결정에 기여함으로써 산업의 전환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즉 AI는 제조업·금융업·도소매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범용 기술이자 오늘날 지식기반 경제를 구성하는 중추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인더스트리 5.0과 AI 확산에 따른 산업 변화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이 인더스트리 5.0으로 진화함에 따라 AI의 산업 활용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은 지능형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여 효율성을 개선하고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는 기술 중심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인더스트리 5.0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협력을 통한 가치 창출과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AI의 핵심 역할은 광범위한 데이터를 정보로 가공하여 예측하고 인간의 의사결정과 통찰에 기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는 자율제조 시스템 구현, 제조 과정의 맞춤화, 품질 제고, 자원 효율 향상, 회복 탄력성 강화 등 복잡·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내 AI 도입은 주로 예측 역량을 바탕으로 한 자동화,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대한상공회의소·산업연구원의 ‘국내 기업 AI 기술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제품 개발(66.7%), 보안·데이터분석 등 IT 업무(33.3%), 품질 및 생산관리(22.2%), 고객서비스 관리(13.7%), 영업 및 마케팅(13.1%), 물류 및 공급망 관리(9.8%) 등에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산업 부문별로는 제조업에서는 생산계획, 예지보전, 비전 검사, 금융업에서는 신용평가, 자산관리, 사기 탐지, 도소매업에서는 판매, 재고관리, 고객서비스 등 업종별로 AI의 활용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AI 활용에 따른 산업의 변화 양상은 업종 특성에 따라 세부적으로 다르지만 데이터 활용, 예측, 의사결정 등 주요기능에 따른 다음의 공통되는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첫째, AI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의 자동화를 통해 업무 간소화, 오류 축소, 생산량 증대에 기여할 것이다. 이는 제조업·물류·금융 부문에서 특히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둘째,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하는 AI 기술의 발전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더욱 키울 것이다. 특히 시장 변화와 소비자 동향에 민감한 소매업과 금융업 등에서 그러한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셋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의 맞춤화·개인화가 확대될 것이다. 개별 소비자의 선호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 제공이 중요한 업종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것이다.
산업 부문별 AI 활용 사례
산업 부문 | AI 활용 예시 |
---|---|
제조 | 생산계획(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수요 예측 및 생산계획 수립), 예지보전(데이터에 기반하여 사전 예방적으로 기계 설비 점검 및 유지보수), 비전 검사(이미지 인식을 통한 불량품 판별) |
금융 및 보험 | 신용평가(비전통데이터 활용 신용 점수 산정), 자산관리(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자동 금융 상담), 사기 탐지(이상 탐지를 통한 특정 결제 차단 알림) |
도소매 | 판매(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재고 정보 연결), 재고관리(로열티 카드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상품 구성), 고객서비스(매장 내 로봇 활용 고객 문의 응답) |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 | 과학 연구(이미지 인식 기반 야생동물 식별), 법률 서비스(기계학습 기반 계약서 내 불일치 사항 탐색), 건축(소프트웨어 기반 건축 구조 디지털 표현 생성) |
운송 및 보관 | 감시(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확인), 경로 최적화(데이터 기반 교통 예측 및 효율적 경로 계획), 창고 관리(카메라·스캐너를 활용한 재고 추적) |
보건 및 복지 | 보건 연구(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잠재적 약물 후보 예측), 진단(이미지 인식 기반 이상 징후 평가 및 특성 분석), 병상 관리(소프트웨어 기반 병원 내 환자 흐름 최적화) |
자료 : OECD(2023) 발췌 및 재구성
산업 AI 도입 확대를 위한 정책과제
산업전환의 핵심 요소로서의 AI의 중요성과 기업들의 활용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기업의 78.4%가 생산성 제고, 비용 절감 등 성과향상을 위해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높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실제 AI 도입률은 30.6%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통계청의 2022년 기업활동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50인 이상이면서 자본금 3억 원 이상인 13,825개 기업체의 AI 도입률은 4.5% 수준으로 파악된다. 다양한 기관의 AI 도입 관련 실태 조사에서 공통으로 파악되는 AI 도입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인력 및 자금 부족이다. 산업 AI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장애 요소의 해소를 위한 지원을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인력 수요가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AI 우수인력 부족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 AI 인재가 순유입되고 있는 국가와 달리 대한민국은 AI 인재 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의 AI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내 토종인력 양성이 시급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AI 대학원, AI 융합혁신대학원 사업 등 국내 인재 양성 정책 추진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국내외 우수인력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금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연구개발비 지원,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등을 다방면의 현장 수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 비로소 AI 주도권 확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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