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속 숨은 엉겅퀴의 매력
산길을 걷다 보면 산과 들이 이어지는 초입에서 진분홍빛의 아름다운 꽃무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 화려한 꽃마다 수십 마리의 호랑나비가 팔랑이며 찾아드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꽃에 앉아 꿀을 빠는 나비의 모습에 발길이 멈추게 된다면, 그 꽃은 아마 엉겅퀴일 것입니다. 엉겅퀴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친숙한 우리의 꽃입니다. 깊고 깊은 산골짝에서 자라는 희귀한 꽃이 아니라, 마을 뒤 야산이나 풀이 돋아난 너른 들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꽃입니다. 탐스러운 꽃송이가 반가워 가까이 다가가면 어김없이 굳은 가시에 손을 찔려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그런 꽃이지요. 찔릴 것을 염려하여 경계하다가도 엉겅퀴 순을 넣어 끓인 달짝한 봄의 된장국이라도 한 번 먹고 나면 이 어여쁜 엉겅퀴는 다시금 정겹고 반가운 우리의 들꽃이 됩니다.
엉겅퀴가 피우는 생명 이야기
엉겅퀴라는 이름의 비밀은 바로 약효에 있습니다. 이 식물의 추출물에서 출혈을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피를 엉기게 한다’라는 뜻에서 엉겅퀴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식물의 속명(Genus)인 서시움(Cirsium)은 그리스어 서시온(Kirsion 또는 Cirsion)에서 유래되었으며 이는 ‘정맥 확장’을 의미합니다. 한방에서도 ‘대계’라고 하여 혈액 응고, 간 해독작용 등 여러 증상에 처방하는 약재였습니다. 속껍질을 벗겨 나물이나 국거리로 먹기도 하고 잎을 찹쌀가루에 튀겨도 별미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몇 가지 비슷한 엉겅퀴 종류가 있는데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지느러미엉겅퀴입니다. 줄기에 지느러미 같은 것이 달려 있어 구별이 아주 쉽습니다. 본래 우리 땅이 고향은 아닌 귀화식물이지만 이제는 흔히 볼 수 있어 친근해졌고, 신경계통의 질환 등에 유용하게 쓰이는 약용식물이기도 합니다. 쓰임새가 아주 특별한 것은 고려엉겅퀴입니다.
곤드레나물, 곤드레밥으로 유명한 그 식물이 바로 고려엉겅퀴입니다. 모두 뜯어 먹기 위한 잎만 보느라 꽃구경에 소홀하지만 제법 고운 꽃들이 무리 지어 피면 소박하면서도 아름답지요. 우리나라에는 자라지 않지만 또 하나 유명한 식물이 있는데 바로 마리아 엉겅퀴, 밀크씨슬입니다.
집집마다 한 번쯤은 복용했을 법한 이 식물도 엉겅퀴와 속은 조금 다르지만 외모도 비슷해 크게 보면 엉겅퀴와 한 집안인 식물입니다. 약효가 워낙 유명한 집안이었던지라 전해지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유럽의 샤를마뉴 대제가 전쟁 중에 역병이 돌자 신에게 간청하였고, 천사가 그의 기도를 듣고 화살을 쏘아 닿은 곳에서 자라는 식물을 먹으라 일렀는데 그 식물이 바로 엉겅퀴 종류였다는 것이지요. 병사들의 병을 고쳤고 그래서 이를 축복받은 신성한 식물로 여기기도 합니다.
여름 들판을 수 놓은 엉겅퀴
제가 요즈음 주목하고 있는 점은 엉겅퀴가 있는 곳에 벌과 나비가 찾아든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꽃을 좋아하고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정원의 식물 중에는 개량되어 꽃만 화려할 뿐 결실할 수 없는 소비되는 식물들이 많습니다.
국립세종수목원이나 전월산초입 혹은 우리 집 마당 한 켠에 한여름의 이 진분홍빛 아름다운 꽃, 엉겅퀴로 인해 다양한 생명들이 찾아드는 생명의 공간이 됩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생물다양성을 풍성하게 하는 작은 실천이 되는 듯하여 더욱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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