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생각  

만남과 인연, 그리고 ‘멋진 신세계’로의 여정

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2023 여름호

“정부로부터 사실상 100% 예산을 지원받는 국책연구기관의 ‘신뢰성’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사회주의국가들의 사회과학원 시스템과 어떻게 다른가?”, “연구회 체제는 ‘정권’의 이해관계로 부터 얼마나 독립적인가? 그것은 개별 부처의 이해관계를 넘어 전체 국가 차원의 전략연구를 수행하는 데 유용한가?”, “에너지전환, 디지털 전환과 같은 새로운 과제에 대한 한국 싱크탱크들의 해법은 무엇이며, ‘불확실성’의 시대를 어떻게 대응하는가?

‘그들’의 질문은 익숙했지만 답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 반가웠습니다. 국책연구기관과 “99년 연구회 체제”의 성과와 한계, 싱크탱크의 진화에 대한 고민이 결코 ‘우리’만의 것에 국한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은 우연하게 시작되었습니다. 『미래정책 포커스』(2022년 겨울호)의 “싱크탱크와 국제협력” 인터뷰 도중 엔리케 멘디자발(Enrique Mendizabal) On Think Tanks 대표로부터, 5월 영국 런던 채텀하우스에서 열리는 국제컨퍼런스 참가를 제안받았습니다. 수십 개국에서 100여 명의 싱크탱크 관계자들이 모여 ‘(정치적) 불안정성과 싱크탱크’를 주제로 토론했습니다. 유럽 한국학 연구의 중심인 독일 베를린자유대학 한국학과, 독일과 유럽의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아인슈타인 디지털 미래 센터까지 방문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이해와 정보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국경을 넘어 ‘동료’가 되고자 하는 의지는 분명했기에 구체적인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얼마 후 도쿄로 갔습니다. “싱크탱크와 지역협업”을 주제로 『미래정책 포커스』(2023년 봄호)를 준비하면서 정책연구대학원대학(GRIPS)과 도쿄대학교 미래비전연구센터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지역 협업은 물론 국가전략연구 차원에서도 중요하겠다는 판단에 곧바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원고를 받기로 했고, 각 기관 책임자들과 면담도 했습니다. 도쿄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도 방문했고, 연구년을 떠난 미래비전연구센터 직전 센터장과는 줌(zoom)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대해, 그리고 연구회의 국가전략연구센터,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 국회미래연구원 등에 대해 잘 몰랐다며 반가워했습니다. 비슷한 고민과 활동이 두 나라에서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고, 함께 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고민과 협의는 ‘아시아’라는 맥락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 50주년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사회과학자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유럽과 다른 역사와 구조를 갖춘 아시아 싱크탱크들에 관한 ‘비교연구’와 ‘공동연구’가 논의되었습니다. 고령화, 청년, 기후위기 등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Social Asia” 프로젝트도 제안했습니다. ‘필요성’에 대한 공감만큼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의심도 컸기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 국책연구기관은 더 큰 역할을 주문받았습니다. 『미래정책 포커스』에서 시작된 ‘우연한 만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더 큰 인연’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선 해답을 찾고 인연을 만드는 여정이 ‘디지털’로 향합니다. 한껏 가까워진 ‘멋진 신세계’에 대한 희망과 우려를 함께 지닌 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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