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인구절벽’ 논쟁의 중심에 동아시아 국가가 서 있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은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절벽’이 진행되고 있는 국가이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8년 1명 이하로 하락한 이후 2022년 0.78명에 그치고 있다. 인구 천 명당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조출생률은 4.9명, 인구 천 명당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조사망률은 7.3명으로 인구 자연 증가율은 2020년 부터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별좌담>에서는 1980년대 이후부터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관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나 왜 아직까지 효과를 보이고 있지 않은지, 대한민국에서 유독 출산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효과를 발휘할 정책 방향에 대해 알아보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구정책연구단은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제 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계획(2021~2025)」의 지원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효과적인 저출산 정책 추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본다.
2021년 겨울호부터 2022년 가을호까지 연속기획 I, II 시리즈를 통해 세계의 싱크탱크와 국가정책연구 역사를 살펴보았다. 이번 <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는 2022년 겨울호 ‘싱크탱크와 국제협력’, 2023년 봄호 ‘싱크탱크와 지역 협업’을 주제로 연구회 체제하에서 국책연구기관이 앞으로 추구해야 할 변화에 대해 고민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싱크탱크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디지털 혁명이라는 환경 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국책연구기관은 어떤 혁신을 이루어야 하는지 살펴본다.
디지털 전환은 다양한 산업 환경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국가의 미래 정부 모델이자 국가전략산업이라며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책 연구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불가피하다. 정책지식 생태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에 걸맞은 ‘혁신’이 요구되고 있는 현시점, 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를 선도하기 위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은 어디에서부터, 어디부터, 무엇부터, 어떻게, 무엇을 진화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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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저출산·축소사회 시대, 인구 위기 극복 해법진행, 패널 진행 패널 문명재 NRC 국가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연세대학교 교수)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왼쪽부터 최슬기, 홍석철, 이인실, 문명재 2022년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충격적인 숫자 앞에서 대한민국의 인구 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결혼 기피 현상으로 혼인인구가 줄고 있으며, 동시에 고령화도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출산율 회복과 인구증가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과 향후 인구구조 변화가 가져올 미래를 진단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유독 낮은 이유 “사회·경제적 환경 열악… 실질적 정책 대응 한계” 홍석철 상임위원 “결혼·출산 기회비용 커져… 통합적 문제 접근 필요” 이인실 원장 “일·가정 양립 지원 미흡… 정책 설계·검증 미흡” 최슬기 교수 문명재 NRC 국가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이하 문명재) 2005년 이래 본격적인 저출산 대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저출산 현상(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를 장기간 지속)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 다른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유독 낮은 이유와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이하 홍석철) 저출산 문제는 한국 사회가 지닌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집약적으로 나타난 사회 현상이다. 출산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나라들에 비해 사회·경제적 환경이 열악하고, 정책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출산과 결혼의 기회비용이 매우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양육·돌봄 지원 정책이 확대되어 왔지만 현실적인 수요에 비해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 둘째, 경쟁적인 사회 구조의 문제다. 사회 구조가 경쟁적이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만한 여유와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공동체의 가치가 약화하고 있는 점이다. 효과적인 저출산 대응을 위해서는 주요 원인 해소에 정책을 집중할 필요가 있지만, 그동안 정책 목표와 범위가 모호했다.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경우 모든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원장(이하 이인실)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수치는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우리 연구원에서도 젊은 층을 상대로 출산율이 낮은 이유를 조사해봤다. 조사 결과 비싼 사교육비, 부동산 문제, 일자리 부족 등의 요인을 꼽는 이들이 많았다. 최근 세계적인 인구학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를 초빙해 강연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한 학생이 콜먼 교수에게 “자신이 왜 결혼해야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하느냐”라고 질문을 하더라. 이를 보면서 매우 근본적인 질문부터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인구 통계를 보면 한국만의 특징이 몇 가지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비혼 출산율은 OECD 국가들에 비해 크게 낮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도 11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의 젠더 격차 지수도 하위권에 있다. 20대 여성 고용률이 증가하면서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기회비용이 높아졌다. 인구 문제는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이 얽힌 문제다. 정책 수립과정에서 이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하 최슬기)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서 많은 나라들이 출산율 하락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소위 일·가정 양립 문제가 잘해결되면 그래도 출산율이 덜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청년 여성들은 일을 선택하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게 되고, 아이를 갖게 되면 일을 계속하기 어려워진다. 저출산이라 하면 합계출산율 2.1 미만인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다고 저출산 정책의 목표를 다시 합계출산율 2.1 수준으로 올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게 설정하면 저출산 정책을 포기하게 된다. 당장은 지금의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 정책의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았던 이유는 어떤 경우에 정책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지 못했기 때문도 있다. 그런 점에서 과감성과 효과성에 대한 고민이 수반돼야 지금의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구감소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 “경제활동인구 줄고 경제·사회 전반에 악영향” 홍석철 상임위원 “충격 감당할 수 있는 사회적 토양 만들어야” 이인실 원장 “변화한 인구구조에 맞는 시스템 개선 고민해야” 최슬기 교수 문명재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사회·경제시스템의 축소, 나아가 붕괴 또는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 위기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를 초래하리라고 보나. 홍석철 2021년부터 인구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소위 축소사회로 전환했다. 축소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이 사회·경제 위기로 전이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다. 매년 30만~50만 명의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있다. 적극적인 생산연령인구가 25세부터 29세라고 하면 향후 10년 내 부산광역시 인구 수 정도인 320만 명 정도가 줄어든다. 경제활동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줄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계속해서 낮아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해외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 특히 경제활동인구의 감소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의 변화는 고령인구에 대한 돌봄 인력을 어떻게 확충하느냐 하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학교 기능 저하, 군 병력 감소에 따른 국가 안보 문제, 수도권 밀집 현상에 따른 지방소멸 심화 등의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들은 출산율 극복으로 곧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인실 우리가 흔히 ‘예정된 미래’라고 하듯이 미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10~20년 후 인구 문제는 어떻게 될까. 너무나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다. 앞서 교육, 고령화, 군 병력, 수도권 집중 등을 전반적으로 짚어주셨는데 계속 그러한 추세로 갈 것이냐,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이를테면 정부가 검토 중인 이민청 설립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외국인 인력을 받아들인다거나 인공지능(AI) 기술,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등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할 방안을 모색하면서 인구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구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충격을 줄여가면서 감당할 것인가 하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 최슬기 1970년대 초반까지 한 해 출생아가 100만 명에 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60만 명, 40만 명 수준으로 떨어지고 최근 몇 년 사이 20만 명대로 급감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렇듯 인구구조가 급변하는 시기에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에 인구는 충분하거나 오히려 많은 것이 문제였다. 이에 맞춰 각종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확충하는 일이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문제라고 느끼기 어려웠다. 최근 들어 질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더 많은 대학 교육이 중요했던 상황이 반전되어, 이제는 입학정원 대규모 미달 사태가 나타났다. 어린이집 시설을 늘려오다가, 어느 순간 폐원하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다. 기존 인구 규모에 맞춰 만들어진 시스템을 앞으로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해결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인구감소로 곧 병역자원이 부족해진다. 이 문제는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꿔야 하는가 하는 논의 차원을 넘어선다. 요즘 한 해 태어난 청년 남성들이 10여만 명이다. 앞으로 군이 얼마나 이들을 보유할 수 있겠나? 경제활동을 포함해서 다른 역할을 해야 할 인구도 부족할 상황이다. 좀 더 큰 범위에서 창의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한 고민 “기회비용 낮추고 사회구조적 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홍석철 상임위원 “국민적 합의 통한 목표 수립·전담 부서 설치 필요” 이인실 원장 “저출산·고령화 논의 층위 달라… 명확한 방향성 중요” 최슬기 교수 문명재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분야별 과제를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하여 앞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홍석철 우선 정말 중요한 정책 위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양육과 돌봄 환경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최근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기회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회비용을 낮추는 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사회구조적인 문제 해결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교육, 양성평등, 청년 등과 관련된 정책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들 정책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핵심 과제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원하고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보완·수정하면서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제도 개선이다. 여러 이슈에 대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도 위원회 역할 중 하나다. 네 번째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넘어 축소사회에 대한 대응이다. 축소사회와 같은 인구 변화에 적극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최근 위원회는 인구정책기획단을 출범했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한 정책을 펼쳐도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인실 인구가 줄어들면 오히려 좋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런 인식이 있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부작용이 많다는 이야기 말이다. 우리도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과거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과 기본계획을 만들 때는 합계출산율 목표치를 두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목표는 없어졌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이 어느 수준에 목표를 둬야 할지 국민적 합의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정 인구 수를 설정하고 재원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예산도 인력도 부족해 강력한 정책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다. 인구 문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전담 부서를 두고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정책을 펼쳐나가야 한다. 현재 많은 법과 제도는 빠르게 산업화하면서 만든 것들이기 때문에 축소사회로 가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법과 제도를 고쳐가며 쓰는 데 한계가 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 인식도 함께 안고 가야 한다. 최슬기 저출산과 고령화는 논의의 층위가 다르다. 저출산 문제가 있고 그 결과로써 축소사회에 적응하는 문제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인구감소와 인구구조 변화에 우리가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고령화는 이 문제의 일부에만 해당한다. 그동안은 우리 사회가 이런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 하는 문제를 잘 다루지 못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우리 사회의 인구 문제를 고민하는 방식은 저출산 문제 해결에만 매몰돼 있었다. 저출산과 인구변화 적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저고위’ 이름부터 달라질 필요가 있다. 이번에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환경 조성’이라는 저출산 정책목표는 잘 만들어졌다고 본다. 청년 세대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인구 문제 대안으로 대두되는 이민 정책 “노동력 확보 넘어 인간 문제로 다뤄야” 이인실 원장 “개방적으로 접근하되 시기와 규모 숙고해야” 최슬기 교수 “산업구조·노동시장 등에 미칠 파급효과 고려해야” 홍석철 상임위 문명재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의 하나로 이민 정책이 거론되고 있다. 이민 정책이 인구 수를 늘리는 데에는 효과가 있겠지만 저출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민 정책의 효과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이민 정책 방안에 대해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고견 부탁드린다. 이인실 이민 정책은 인구 문제에서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인구감소 속도를 일정 정도 완화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이민 정책은 해외 동포를 먼저 받아들이는 선에서 시작해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됐다. 이민 정책을 펴다 보면 ‘노동력’이 아니라 ‘인간’의 문제가 수반하게 된다. 고령화 문제가 특히 그렇다. 요양병원의 경우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같은 분들이 없으면 운영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인데 그런 인력조차 고령화되는 추세다. 좀 더 개방된 이민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세계적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이민자를 받아들이기에 그리 경쟁력이 있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구 문제를 컨트롤할 수 있는 전담 부서를 통해 좀 더 큰 계획을 세우고 체계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최근 외국인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오는데 그 학생들이 한국에 남아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도 있다. 최슬기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들의 비결 중 하나는 이민자들의 높은 출산율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저출산 정책으로서 이민 정책은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은 본국에서처럼 높은 출산 성향을 따르기보다 한국 수준의 출산율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결혼이민자의 출산율이 훨씬 높아 보이지만 실제 내국인과 출산율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즉 출산율 제고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보다는 인구감소에 적응하는 방안으로 이민 정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부족해진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독일이나 일본에서 해외동포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우리도 해외동포를 위한 별도 비자가 있다. 문제는 우리 동포들도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민에 대해서는 좀 더 개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다만 그 시기와 규모에 대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외국인들과 우리가 잘 어우러져 살아갈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 홍석철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점은 어떤 이민자를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는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 구조, 기술 변화 그리고 지역의 수요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이민자를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지의 문제다. 대량 이민이 발생했을 때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노동시장이나 임금에 미치는 연쇄적인 파급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국내 정서의 문제다.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논의를 해나가야 하는데 아직 그런 과정이 부족한 것 같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 문제처럼 정치적 논란으로 확산하는 측면도 있다. 좀 더 개방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부족한 점은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 위한 국책연구기관의 역할 “정책 효과 측정·대안 제시 위한 제 역할 해야” 최슬기 교수 “통섭적 연구·민간 기관과의 협업 힘써 달라” 이인실 원장 “정부·연구기관 간 시너지를 위한 상호교류 필요” 홍석철 상임위 문명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정부의 성공적인 저출산 정책을 위해 다양한 연구 수행 및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언 부탁드린다. 최슬기 기존 인구정책의 문제는 효과성이 없었다는 점이다. 정부 부처도 비판받을 부분이 있지만 국책연구기관 입장에서도 뼈아픈 부분이 있다. 정책의 효과성을 측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국책연구기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는 반성의 말씀을 드리고 이제라도 제대로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인실 국책연구기관은 여러 정부 부처와 연관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기관들의 연구 결과를 찾아보면 각 영역에 맞춰 한정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인구 문제 하나에 경제·사회·문화 이슈가 다 얽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통해 통섭적인 연구를 해주셨으면 한다. 결혼과 육아는 개인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그 안에서 개인이 의사결정을 하지 않나. 그런 점에서 민간 기관들과 협업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 홍석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인구 문제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연구기관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많은 협동연구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연구 결과도 많았다. 그렇지만 정부 부처에서는 그런 성과에 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상호 교류를 통해 수요에 맞는 정책적 근거를 만들고, 부처에서도 연구기관의 연구 성과를 팔로업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연구기관과 부처 간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구조적인 틀도 필요하다. 저희 위원회와 연구회가 공동으로 연구 작업을 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으리라고 본다.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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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우리나라 저출산 현황과 향후 대책 방향우리 사회에서 인구 문제에 관해 크게 높아진 관심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저출산 등 인구 문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극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되고 지방대에서 신입생 대량 미달 사태가 나타난 2020년 즈음부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낮아졌지만, 위기로서의 저출산이 시작된 것은 2002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출생아 수는 2001년 60만 명 선이 무너져 2002년에는 40만 명대로 크게 내려앉는다. 이때 태어난 세대의 성장에 따라 지난 지방대 대량 미달 사태가 만들어졌고, 현재의 아르바이트생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 세대가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3~4년 후에는 노동시장 신규 진입 인력이 크게 감소하면서 전에 없던 노동력 부족 사태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기업의 신규 인력난은 청년들이 기피하는 지방 기업들에서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실행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 문제에 대응하고자 2006년부터 5년마다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있다.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중장기 정책목표 및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부처를 망라한 200여 개 주요 추진과제들로 구성된다. 이 기본계획을 실제 집행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매년 작성하는데, ‘OO조를 쓰고도 효과 없는 저출산 정책’이라는 비판의 출처는 바로, 이 시행계획에 담겨 있는 사업 예산들의 총합이다. 물론 엄청난 규모의 예산이 투여된 것은 맞지만 비판의 근거인 저출산 예산 총액은 잘못 산정되고 있다. 여기에는 저출산과 직접 관련없는 사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고, 주택자금 대출과 같이 상환 예정인 대출금도 그대로 지출 예산으로 산정된다. 무엇보다 기존 정책에 일부 예산이 증액된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은 많은 비판을 받지만 무시할 수 없는 성과들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에서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던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전 국민이 인식하는 사회문제로 부각시켰으며, 과거 OECD 평균의 1/1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던 공공의 가족 지출 예산(비중)을 10배 이상으로 크게 증가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의 복지에 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10여 년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등락을 반복하던 합계출산율은 2016년부터는 경제 위기 등 특별한 외부 요인 없이 꾸준하게 하락하여 2018년에는 1.0 밑으로 떨어졌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0.78이라는 충격적 수치에 이르렀다. 이 정도로 낮은 출산율은 옛 동독 지역에서 통일로 체제가 붕괴된 직후 1994년에 일시적으로 나왔던 수치로, ‘사회가 붕괴할 때 나타나는 괴멸적 수준’이라는 평가가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개별사업 중심 접근과 경제주의 그러면 왜 저출산 정책은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일까? 그 답은 저출산 문제의 원인 구조와 정책 접근 방법의 불일치에 있다. 청년들이 생애과정의 이행을 더디하고, 자녀를 갖지 않는 것은 청년을 불안하게 하는 여성 경력단절을 포함한 일자리, 주거, 사교육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저출산 정책은 지원 위주의 개별사업들로 이뤄져 있는데, 지원의 수준을 늘리더라도 저출산의 구조적 원인은 여전히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개별사업 중심의 접근 이면에는 인구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경제주의적 프레임이 존재한다. ‘출산과 육아 관련 비용이 감소하면 출산율이 오르게 될 것’이라는 경제학적 가정 아래 사업들이 나열·확장되었는데, 이는 청년의 삶과 인구 변화의 복잡성을 ‘비용 문제’로 지나치게 단순화했다고 비판할 수 있다. 실제로 기본계획의 근거인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들여다보면 제1항의 목적에서부터 ‘국가의 경쟁력과…… 지속적 발전’이라는 국민경제 중심적 시각이 발견된다. 심지어 제7조 인구정책을 보면, 인구에 관한 경제학 이론인 ‘적정인구(optimum population)’를 분석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이론적 논의를 실제 정책으로 끌고 온 것도 문제이지만, 이것은 누구를 위한 ‘적정’인가라는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나아가 지난 정부가 이미 폐기한 ‘목표 출산율’을 다시 설정하게 하는 법률적 근거가 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인구에 관한 경제주의적 인식은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 잡고 있다.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을 ‘노동력 부족, 경제성장 둔화, 정부 예산 불균형’과 같은 경제적 문제들로 보는 시각이 가장 대표적이다. 저출산 문제가 누적되면서 나타나게 될 우리 사회의 고령화 문제와 그에 따른 인구감소의 파장은 경제 영역을 넘어 사회정치적 문제로 발전할 것이다. 본격적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계층, 지역, 세대를 따라 격차와 불평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나타나는 사회 갈등들이 우리 사회의 통합과 연대성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다. 종합적 인구정책을 위한 거버넌스 지난 17년 동안의 인구정책과 저출산의 심화는 우리 사회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체계의 한계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도 가족복지 사업들은 그 효과성을 높이면서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지금까지 기본계획 체계가 풀지 못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에 직접적으로 다가가고, 인구 변동이 초래할 사회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인구정책의 거버넌스 체계가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인구 문제에 관한 사회철학적 기반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인구 담론도 함께 형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획기적으로 개선 혹은 대체하기 위한 법률 근거 마련 작업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한다.이상림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구모니터링평가센터장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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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아동 돌봄안전망의 공간화 전략을 통한 저출산 대응전방위적 저출산 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점점 낮아져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 0.78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였다. 그간 출산에 집중해온 단기적·수혜성 저출산 대책을 전 생애주기에 맞춤한 지원으로 전환하고, 국가가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모든 아동이 여건에 맞는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아동기 필수서비스로서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안전망’을 구축하고 수요에 기반하여 사회적 돌봄 제공기관의 공급·운영 방식을 개선하자는 적극적인 정책 제안도 등장하였다. 아동 권리를 보장하는 돌봄안전망 현재 아동 돌봄에 관한 공간 환경 정책은 개별 돌봄시설 확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지역별 돌봄 수요를 면밀히 고려하기 어려우며 양육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인 돌봄 공백을 유발할 수 있다. 한편 아동의 일과 중 특정 시설과 프로그램의 비중이 과도할 경우,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인 경험과 자극의 다양성이 부족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초등학생의 방과 후 활동을 분석한 연구 결과, 집 가까이에 각종 생활인프라가 갖춰진 아파트 단지에서는 바깥놀이가 활발한 반면, 놀이장소가 부족하고 보행환경이 열악한 저층 주거지에 거주하는 아이들은 스마트폰·게임기·TV를 들여다보는 시간(스크린타임)의 비율이 높고 친구와의 놀이 시간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돌봄서비스와 공간이 부족한 지역에서 아동은 학원이나 양육자가 동행하는 장소 또는 집 안에 머무르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기회가 부족해질 우려가 있다. 주거 유형에 좌우되는 기반 시설 수준과 더불어, 보행 환경의 질은 이동 능력이한정적인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이크다. 아동친화적이지 못한 근린 환경이돌봄서비스 부족 문제, 경쟁적인 사회분위기와 결합할 때 아이들은 독립적 이동을 제한받고 구조화된 일정에 갇히며 행복과 멀어지게 된다. 수동적 돌봄 대상이 아니라 권리 주체로서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명시한 아동의 기본권(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바탕으로 아동의 안전과 경험 확장, 사회적 만남을 지원하는 근린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돌봄안전망과 연계한 인프라 개선 심각한 저출산 위기 가운데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키워준다’라는 정책 신뢰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돌봄 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돌봄서비스와 생활환경을 융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근린 단위의 돌봄안전망 공간화 전략으로 부처와 지자체의 분절된 생활인프라관련 정책 사업들을 지역별 돌봄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통합해야 한다. 돌봄기관과 각종 생활인프라 간의 연계성을 높이면서 생활인프라가 돌봄서비스를 나누어 담당하고, 돌봄 수요가 집중되는 곳에는 복합화된 거점시설을 조성하는 방식이 확대되어야 한다. 기존의 생활SOC복합화사업(범부처), 학교시설복합화사업(교육부) 등 검증된 사업 모델에서 출발하되, 시설복합화의 장애 요인으로 꼽히는 예산 집행과 운영관리의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도록 사업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지역의 물리적 환경과 사회경제적 여건에 적합한 시설 확충 전략이 필요하다. 저층 주거지는 기반 시설이 부족하지만, 아동 거주밀도 역시 낮아 돌봄 수요자의 숫자만으로는 신규 시설 공급·운영 기준을 채우기 어렵다. 이 경우, 저층 주거지의 노후화된 공공시설을 리모델링하면서 시설 일부에 모듈화된 돌봄 공간 또는 아동을 위한 생활인프라를 조성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공공시설 저층부와 외부공간을 적극활용하고, 차량 통행이 많은 주변의 보차혼용도로를 안전한 보행공간으로 정비함으로써 이용자의 시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세 번째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더욱 주목받은 ‘N분 도시’ 등 시간도시계획(Chrono-Urbanism)의 원칙과 기법을 근린 환경에 적용한다. 돌봄공백을 줄이는 최선의 전략은 양육자의 돌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므로 공간 개선을 통해 양육자의 업무 및 출퇴근 소요 시간을 먼저 줄여야 한다. 최근 한 기업이 ‘원격 근무 공유 오피스’를 곳곳에 마련해 출퇴근 시간을 대폭 줄인 사례를 참고하여 원격 근무를 위한 공간적 지원을 확충하고, 초등학교 방과후돌봄처럼 특정 시설을 시간대별로 공유하는 경우에는 사용 주체 및 프로그램 전환이 용이하도록 공간과 운영관리 방식이 개선되어야 한다. 초등학생 포커스그룹 주거유형별 집-여가장소 접근성 차이자료: 강현미 외(2022) 초등학생 포커스그룹 주거유형별 집-여가장소 접근성 차이자료: 강현미 외(2022) 아동 눈높이에서 생활환경 만들기 이밖에 아동 권리의 관점에서 생활환경을 진단·평가하는 방법론이 확립되어야 한다. 최근 들어 공간 관련 정책 사업에서 접근성 등 수요자 중심의 성과 지표가 강조되는 추세지만, 실제 아동이 체감하는 공간 위계의 계획 요소를 다루지 못하고 있다. 스웨덴이 2015년 ‘도시개발 프로젝트의 통합아동영향분석’을 도입해 도시계획 초기 단계부터 아동의 관점을 반영한 정책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나라 여건에 맞는 공간 환경 진단 방법론을 개발하고, 이를 현재 아동권리보장원이 시행하는 아동정책영향평가와 결합한다면 생활환경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동의 눈높이를 고려하는 도시계획 수립 절차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2월 27일 발의)을 통해 생활권계획의 법제화를 추진함에 따라, 일상에 밀착된 공간 계획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갖추어지고 있다. 앞서 제안한 아동친화 도시공간 조성의 전략을 실행하는 수단으로 일상생활권 계획을 활용하되 아동과 양육자가 참여하는 상향식·협력적 계획을 통해 아동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기를 기대한다.강현미건축공간연구원 주거문화연구단 부연구위원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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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장기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노동 정책 과제2002년 이후 지속되는 초저출산 현상에 정부는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저출산 대응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정책적 노력은 출산 및 아동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지만, 인식 개선에 비해 실질적인 효과는 미흡한 실정이다. 제도의 지속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0.78명까지 감소하였고 청년들은 여전히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추세이다. 청년들의 가족 형성은 노동시장 성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남성의 안정적인 소득은 가족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출산 후 경력 단절과 같은 노동시장 기회비용은 여성의 결혼 및 자녀계획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잘 알려진 이러한 사실들에 더해 최근 연구는 근로자 집단의 이질성, 노동시장 내 불확실성과 격차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청년들의 가족 형성과 노동시장 문제를 고찰하고 정책적 함의를 제시한다. 여성의 경력 단절과 임금 변화 출산 후 여성은 휴직이나 근로 시간 감소로 인한 인적자본 감소, 일자리 이동, 노동시장에서의 통계적 차별 등을 이유로 임금 하락을 경험한다. 이는 다양한 국가에서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연구했던 주제이고 대다수의 선행연구는 여성이 출산 후 겪는 임금 감소를 평균 2~13% 정도로 추정한다. 또한 출산 후 여성 근로자들이 겪는 경력 단절 문제는 이미 많은 자료를 통해 보이고 있다. 특히 자녀가 초등 저학년이 될 때 돌봄 공백으로 인해 여성들의 노동시장 이탈이 크게 증가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이러한 경력 단절과 출산 후 임금 하락은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의 고용 환경과 임금 수준에 따라 이질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고임금을 받고 안정적인 일자리에 있는 여성과 비교할 때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에 종사하는 여성 근로자는 자녀 출산으로 인해 더 큰 임금 하락을 경험한다. ‘임금수준별 모성 임금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 출산 후 여성은 평균적으로 5.7%의 임금 감소를 경험하지만, 출산으로 인한 임금 감소는 저임금 여성에게 더 크게 나타나고 고임금으로 갈수록 임금 감소분이 줄어든다. 출처: 통계청 「인구동향조사」 여성의 임금 수준에 따른 이질적 모성 불이익(motherhood penalty)은 개인의 인적자본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근로자가 소속된 노동시장 특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성보호제도의 도입과 활용 측면에서 1차 노동시장과 2차 노동시장 간의 격차가 존재하고, 실제 일자리의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공공부문 종사자는 출산 후 노동시장 이탈 확률이 확연히 낮기 때문이다. 불균등한 모성 불이익(motherhood penalty)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성과에 따라 결혼과 출산 결정에도 불균형이 커질 수 있음을 함의한다. 불안정한 고용과 가족 형성의 지연 출산축하금, 양육비 지원과 같은 경제적 지원정책은 다수 연구를 통해 출산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매우 미미하고 청년들의 출산 의향까지 바꾸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된다. 고가의 양육 물품, 조기에 시작하는 사교육 등의 문제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현금 지급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은 가족 계획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들의 출산 의향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지난 7월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 여성 취·창업 박람회’에서 구직자와 예비 창업자들이 붐비는 모습 청년들이 가족 형성을 미루는 주된 요인으로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낮은 임금 등이 있다. 예컨대 직장의 고용 안정성과 임금 수준이 높은 청년일수록 결혼 의향이 높게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고용 안정성이 높아질 때 출산 계획을 실현시킬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불확실성의 관점에서 남성은 절대적인 임금 수준이 동일하더라도 상대적인 임금 수준이 낮다면 결혼이 늦어지고, 여성은 출산 후에 예측되는 임금 감소 정도가 크면 출산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질적인 성과를 넘어 청년들이 체감하는 노동시장에서의 불확실성과 격차가 가족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 효과를 위한 경제적 지원에서 나아가 청년들의 안정적인 노동시장 이행을 돕고 노동시장에서의 불합리한 격차를 줄이는 것은 혼인율과 저출산 문제에 있어 장기적으로 중요한 정책 과제이다. 노동 환경의 이질성을 고려한 정책 불안정한 노동시장 성과, 가족 형성 후 경력 유지의 어려움, 교육비를 포함한 높은 양육 비용은 청년들이 가족 형성을 미루거나 포기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경제적 지원과 일·가정 양립제도는 계속해서 다양해지고 보편성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관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일률적인 정책은 개인이 처한 환경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적합하지 않거나 충분하지 못할 수 있다. 제도는 있으나 사용할 수 없는 근로자와 제도 밖에 있는 개인은 가족을 형성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회비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과거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부의 정책이 제도의 보편적·획일적 확대였다면, 오늘날 저출산 시대에 대응하는 노동시장 정책은 정책 대상 집단의 이질성을 고려한 세밀한 수정, 정책 사각지대를 고려한 정책 발굴, 노동시장에서의 불확실성과 불합리한 격차 감소를 목표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곽은혜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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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새로운 해법으로서 이주배경주민과의 동행인구 위기가 심각해지자 최근 새로운 해법과 과제로서의 이민 정책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다문화 존중과 사회통합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주민과 관련된 논란도 뜨거운 실정이다.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 중국인의 투표권 제한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며 한국 사회 이주민 수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BIE 총회 한국 PT와 투표권 논란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현지시간)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대한민국의 PT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구성과 내용 모두 훌륭했다. 특히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기후위기와 전쟁 등 현재 전 지구적인 복합위기에 대응하여, 부산 엑스포는 솔루션 플랫폼으로서 한국의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문화엑스포로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가치 플랫폼으로서 인류공동체와의 협력과 연대를 지향하는 엑스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을 문화와 가치로 천명하여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같은 날 국내 신문에는 “상호주의에 따라 국내 중국인의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이 실려 혼란스러웠다. 많은 국민이 알기에 국내에서 투표권이 가능한 외국국적자란 영주권자이다. 영주권자의 대부분은 화교, 동포, 결혼이민자인데 왜 중국국적자 또는 중국인이라고 호명하는지 의아했다. 실제로 2006년 이후 19세 이상인 영주자격 취득자가 3년이 지나면 지방선거에서의 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 2021년 기준으로 약 17만 명의 영주자격 취득자가 있으며, 이들은 중국동포(60%), 중국인(21%), 대만인(7%), 일본인(4%), 베트남인(1%)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만인의 대부분은 화교이고 중국인, 일본인, 베트남인 등의 대부분은 국민의 배우자인 결혼이민자이다. 재외동포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올해 6월 초에 재외동포청이 출범했는데, 중국동포를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료: KOSIS, 기관별통계 법무부, 체류외국인통계, 2021.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논란 이후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내용은 그간 외국인이 건강보험 재정에 크게 기여해 왔는데, 유독 중국인만 적자를 냈고 건강보험 ‘먹튀’ 현상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가 이슈가 된 것은 2015년경 당시 일부 동포(중국과 미국동포)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이다. 마찬가지로 해외 이주를 신고하지 않은 미국영주권자의 건강보험 혜택 문제와 외국인 피부양자의 건강보험 문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외국인의 건강보험은 직장 가입과 지역 가입이 있는데, 앞에서 지적된 문제들 때문에, 지역 가입의 경우에는 그간 3개월 이상 체류자가 임의로 가입했던 규정이 2018년 12월부터는 6개월로, 그리고 2019년 7월부터는 의무 가입으로 변경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외국인 건강보험 지출에 대한 문제는 중국이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 중국 교포가 다수인 중국국적자의 규모가 가장 크고, 고령인구 또한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인당 급여비로의 환산과 건보 지출액 대비 고령자 비율 등 세부 요인별 분석이 필요하다.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이에 따라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한편 지난 4년(2018~2021년) 동안 외국인이 건보 재정에 총 1조 7,000억 원에 가까운 누적 흑자를 냈다고 마냥 기뻐할 일인가? 이는 외국인의 지역 보험이 의무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핑계로 외국인에게 국민평균보험료를 부과하여 외국인 저소득자가 보험료를 과중하게 내야 하는 문제나, 외국인의 세대합가 기준이 너무 엄격하여 세대 단위가 아니라 개인별로 각각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문제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해법으로서 이주민 수용 지난 6월 20일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는 외국인, 다문화가족이란 혼란스러운 용어보다는 ‘이주배경주민(약칭 이주민)’이라는 용어 사용을 권고하고 관련 통계의 정비와 이주배경주민과의 동행 선언과 함께 많은 개선책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다양성 존중과 이주배경주민과의 동행이 진지하게 모색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저임금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유입하자는 제안과 중국인 투표권 제한 및 건보 먹튀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유포되는 시대에 한류와 BTS로 대표되는, 그리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연설에서 강조했던 ‘문화강국’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교포가 다수인 영주자격 취득자를 중국인으로, 그리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적어도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이주배경주민을 외국인이라고 부르며, 세세한 요인분석 등 팩트체크를 거치지 않은 채 반중 정서나 반일 감정 등을 선동하는 듯한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들은 자제해야 한다. 인구절벽에 대한 새로운 해법으로서의 이민 정책을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한국 사회 이주민 수용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주배경주민에 대한 불합리한 오해와 차별들을 적극 해소할 필요가 있다.이혜경배재대학교 명예교수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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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가 싱크탱크의 변화 대응국가를 구성하는 요소로 영토, 국민, 주권을 꼽는다. 그중 국민(인구)은 국가와 지역사회를 구성하고 경제, 사회를 지속·성장하게 하는 기초 인자이다. 최근 인구문제와 관련된 정책 상황은 ‘저출산·고령사회’로 말할 수 있다. 속도도 빠르다.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에서 2022년 0.78로 하락하며, 2025년에는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로 접어들 전망이다. 2023년 5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경제성장의 장기적인 리스크는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것’이라고 대한민국의 저출산·고령화 위기를 평가하였다. 7월, 미국 CNN에서는 ‘굿바이 어린이집, 헬로 요양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한국의 인구 위기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미래 과제로써의 인구과제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은 2017년, ‘한국의 3대 소멸 위기(인구소멸, 민족소멸, 세계소멸)’를 제기하며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후 미래 과제를 기획·연구하며 연구회의 정책연구협업플랫폼인 ‘NRC인구정책연구단’이 출범하였다. 2021년 3월, 한국개발연구원장을 단장으로 21개 소관 연구기관의 참여하였으며 기획재정부의 범부처 「인구정책TF」의 분야별 작업반으로 활동하였다. 현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을 단장으로 하여, 제4기 「인구정책 TF(’22.2.~)」를 지원하고 있다. ‘NRC인구정책연구단’은 연구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국토연구원, 건축공간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참여하여 ①총괄작업팀, ②여성고용팀, ③외국인정책팀, ④고령자고용팀, ⑤인적자원팀, ⑥국방정책팀, ⑦지역정책팀, ⑧고령사회대응팀, ⑨저출산대응팀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실효성 높은 저출산 정책을 위해 정부는 지난 3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 1차 회의(2023.3.28.)에서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고령사회 과제 및 정책 추진방향」을 발표하고, 위원회 산하에 인구정책 범부처 협의체인 ‘인구정책기획단’을 발족(6.19.)하였다. 인구정책기획단은 인구정책 관계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 범부처 협의체로 구성되었으며, 정책 간 연계·부처 간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책 범위는 저출산 완화, 고령사회 대응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까지 확대하여 검토 및 추진할 예정이다. 연구회는 NRC인구정책연구단의 작업반을 통해서 도출된 저출산 정책의 재구조화, 실효성 높은 저출산 대책 발굴을 포함하여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계획(2021∼2025)」을 오는 2023년 10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이밖에 연구회는 2022년 2월, 10대 국가전략과제로 중 하나로 ‘인구구조’를 선정하였다. 인구정책에 대한 재구조화의 필요성과 대내외 여건이 변화하며 새로운 방향 설정이 요구됨에 따라 전략적 관점에서의 국가전략협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회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최대한 빠른 시기에 경제·사회가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더욱 힘을 보태고자 한다.노용식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략연구부장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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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메가프로젝트 ‘지방소멸’과 ‘저출산·고령화’개회사 중인 강성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 그간에 학술연구와 정책연구 양 주체 간의 교류는 다양한 정책지식 수요에 대응하고,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국회, 정부 부처보다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바탕으로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와 함께 우수성과 교류확산 학술대회를 작년부터 개최해오고 있다. 2023년도는 7월 10일(월)부터 12일(수)까지 3일 동안 순천대학교에서 개최되었으며, 전년보다 2배 이상의 규모로 확대되어 140개 연구소가 참여하였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과 강성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인영 국회의원 등의 축사가 이어졌다. 먼저 1일 차에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의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인문정책’을 주제로 공동세션이 있었으며, 2일 차에는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이하 인사협)의 기획세션이 이어졌다. 연구회는 특별세션 인문정책연구사업 내 우수성과 보고서 4편(「한국지역학 지식생산구조의 현황과 대안적 연구 패러다임의 모색」,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의 연구력 강화를 위한 실태조사 및 과제 : 박사과정생을 중심으로」,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들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갈등 경험 및 개선 방안 연구」, 「인구소멸시대 다문화 사회인식에 관한 연구 : 쿰다인문학을 활용한 시민의 다문화 역량 강화 방안을 중심으로」)에 대해 연구책임자가 직접 발표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로 함께 하였다. 인사협은 대표 기획세션으로 ‘지방소멸’과 ‘저출산/고령화’ 메가프로젝트에 대한 추진방향과 방법에 대해 발표하였다. 저출산 문제는 매우 복합적인 정치·경제적 사회문화적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원인과 결과의 정책 대응 방안이 긴밀하게 연관된 의미를 갖는 만큼 입체적으로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는 정책 대안을 탐색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해당 이슈에 대해서는 국책연구기관과 대학연구소 등을 포함한 3~5년간의 지속적 공동연구를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하였다. 메가프로젝트 사업 수립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기초연구를 선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신규사업 수준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인사협은 연구회와의 정책지식 교류협력 확대는 국가적인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같은 거대이슈에 대한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정책방안 도출을 위한 협력관계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인문학 교류를 넘어선 사회과학 전반의 양 기관 간 협력 관계 구축은 연구회가 만들어가는 정책지식생태계의 주체간 다양성과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선도적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김순종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네트워크부장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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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글로벌 메가트렌드제29차 세종정책포럼 ‘초저출생 시대의 인구 전략과 과제’ 정부는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저출생 대책을 시행해 왔다. 감사원과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20년까지 3차례의 기본계획이 진행되는 동안 총 334조 2,000억 원 규모의 예산 투입과 3,038개의 정책 과제를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예산과 정책적 노력에도 지난 20여 년간의 합계출산율은 1.13 수준으로, 초저출생 상태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0.78로 초저출생 현상을 경험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록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실 저출산과 고령화는 글로벌 메가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2019년 UN World Population Prospect에 따르면 지난 50여 년 동안 전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으며, 현재 전 세계 합계출산율은 2.3 정도이다. 그동안 전 세계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것이 최저개발국들이었으나 지난 40여 년간 이들 국가의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2090년대 전 세계 합계출산율이 2.0 정도에 수렴할 것으로 UN은 예측하고 있다. 고령화도 전 세계적인 추세로, 현재 개도국에서 선진국보다 3배나 빠른 속도로 고령자가 증가하고 있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80% 정도가 개도국에 거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불편한 진실의 인정 우리나라의 출산율 하락이 과도하기는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서유럽 국가들은 우리보다 100여 년 앞서 이미 저출산 현상을 경험했으며, 출산율 제고와 관련한 많은 정책이 실행되었음에도 그 어떤 정책도 획기적인 출산율 증가를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이는 인구구조 변화가 갖는 불가역적 특성 때문이다. 일단 인구감소가 시작하면 최소 수십년 이상 계속 줄어드는 경향이 있으며, 출산율이 이전으로 회복되었다 해도 인구증가로의 기여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예를 들어 올해 당장 출산율이 2배로 반등한다고 하더라도 올해 출생자가 대학에 들어가거나 생산연령인구에 편입되기까지는 적어도 20여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출산은 향후 정부의 의지와 정책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은 있지만 저출산 추세 자체가 바뀌기는 어렵다. 고령화 또한 의료기술의 발전과 기대수명의 연장 추이로 볼 때 그 추세가 완화될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 따라서 정책 당국자들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피할 수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향후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전략적 목표를 ‘완화’와 ‘적응’으로 상정할 필요가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완화하면서 우리의 경제·사회 시스템이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확보해 나가는 전략이다. 장생(長生)시대의 도래 인류 역사에 있어서 한 국가의 인구가감소한 사례는 많이 있었다. 그러나인구가 감소하면서 고령화된 적은인류가 처음 겪어 보는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인구의 고령화라고 할 수 있다. 고령자가 많을수록 생산성은 저하되고 부양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으며 사회의 활력은 떨어지고 보수화될 수 있다. ‘노화(老化)’라는 단어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체적 기능과 활동 능력이 쇠퇴하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도 의학 기술의 도움으로 젊을 때의 정신과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는 ‘신인류’가 많아지고 있다. 과학기술과 의료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활동 범위를 나이의 굴레에서 해방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들 신고령층에게 ‘노령(老齡)’ 대신 ‘장생(長生)’이라는 긍정적 개념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활동적이고 다양한 경륜(經綸)을 가진 많은 장생자들이 경제, 사회활동에 참여한다면 고령화는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기회가 될 수 있다. 축소사회로의 적응 저출생 추세 자체를 돌릴 수 없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러한 추세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이다. 이는 곧 인구감소 고령화라고 하는 ‘불편한 진실’의 인정이며, 새로운 환경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의 재설계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전제나 경제사회시스템, 인프라 등은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데 맞추어져 있었다. 다시 말해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하는 추세에 맞추어 경제사회시스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인구의 ‘양(量)’을 늘리는 기조에서 인구의 ‘질(質)’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이다. 인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의 질’을 높여서 많은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몇 번의 시험으로 우열을 가려버리는, 치열한 경쟁에서 탈락하면 낙오자로 만들어 버리는 교육 시스템으로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이제는 뛰어난 학습 역량이 있는 아이들을 키우고 걸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느리고 뒤처지는 아이들에 관한 관심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들이자랄 때 걸음마를 늦게 떼는 아이가있고 말이 늦게 트이는 아이도 있다. 학습 과정도 마찬가지로 학습이 빠른 아이가 있고 느린 아이가 있다. 학습이 느리다고 해서 그 아이의 지능이 떨어진다거나 학습 의지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문제는 우리의 교육시스템이 느리고 뒤처진 아이들을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아이들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소중한 인재가 될 수 있으며 이들을 포기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느리고 뒤처지더라도 인내하면서 기다려주고, 그 아이가 자신의 속도를 내고 숨겨진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맞춤형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앞으로는 아이한 명 한 명이 그야말로 소중한 시대가 될 것이며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각자의 임무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내야 한다.서용석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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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디지털 트윈’에 부는 새 바람,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여는 기회코로나19가 앞당긴 디지털 전환은 글로벌 패권 경쟁을 촉발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핵심기술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미국 오픈AI의 챗GPT 등장과 함께 AI 기술과 플랫폼을 위시한 디지털 생태계의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세계적인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춰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AI 분야에서 한국의 국가 역량을 세계 3위권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역점 과제 실현을 위해 지난해 9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출범했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상에서 국민·기업·정부가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 정부의 디지털 경제 비전 실현을 위한 주요 정책방향과 과제를 짚어보기 위해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이번 인터뷰는 7월 6일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사무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유럽의회가 최근 본회의 표결로 인공지능(AI) 규제법안을 통과시켰고, 미국 상원에서는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사업자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법안이발의됐다. 이처럼 새로운 AI 윤리규범 확립이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6월 21일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교에서 열린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 참석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을 구체화한 ‘파리 이니셔티브’를 선언하며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규제와 규율, 규범을 포함한 디지털 전환의 큰 흐름에 대한 총론적 설명과 위원장께서 특히 주목하는 바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하 고진) 예전에 4차산업혁명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있었다. 당시엔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이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유럽과 미국이 중국의 급부상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표현이 나왔다. 산업혁명 발전의 흐름을 보면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그리고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이어졌는데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큰 충격을 안겨줬다. 지난 연말에는 챗GTP가 등장했고 이후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생성형 AI 기술을 선보이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누구나 AI를 쓰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한편으로 부작용과 위험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국제사회는 이대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경우 고용, 교육 등 사회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는 문제의식에 따라 디지털 규범과 관련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구상’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후 AI를 비롯한 디지털 규범의 기본방향을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준비 중이다. 또한 대통령께서는 지난달 ‘파리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 ‘세계 디지털 질서 정립을 위한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며 대한민국이 선도적으로 디지털 신질서를 만들어가야 할 때라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만드는 데 우리 위원회가 기여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왼쪽),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오른쪽) 홍일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전략산업의 일환으로 출범했다. 위원회는 지난 4월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발표하면서 ‘오직 국민을 위한 정부’, ‘똑똑한 원팀 정부’, ‘민관이 함께하는 성장플랫폼’,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정부’를 핵심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규제뿐 아니라 진흥 측면에서도 상당한 의지와 촘촘한 계획을 드러냈다고 보는데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목표와 역할,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고진 우선 현 정부가 왜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들고 나왔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몇 가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정치적 신념에 의해 정책을 만들어 시행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에 대한 결과가 좋지 않더라는 것이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수립하고 성과 분석을 했더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란 문제인식이 있었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제안됐다. 품질이 좋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정부 내에 있는 데이터들만 잘 모아 활용해도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고 정교한 정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플랫폼이란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 시스템을 연계·통합해 하나의 정부를 구현하고 부처 간 데이터 칸막이를 없애 정부 정책과 의사결정이 과학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민간이 함께할 필요가 있다. 즉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민·관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정부 혁신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실현하고자 각 부처들과 조율을 거친 끝에 지난 4월 실현계획을 발표했다. 미래에 대비한 정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민간의 혁신 생태계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 시스템을 구현하려면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힘든 점이고 우리의 과제이기도 하다. 각 부처와 기관들이 AI를 활용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고 있고, 부처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평가지표에 디지털플랫폼정부 정책 평가항목을 반영하는 등 디지털플랫폼정부를 활성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실현계획의 차질 없는 이행과 조기성과 창출을 위해 16개 TF 체제로 전면 전환하고 실현 계획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실현되면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모든 정부 서비스가 100% 통합됨으로써 국민들은 이 기관, 저 기관을 다니며 민원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할 필요없이 한 곳에서 일 처리가 가능해진다. 몰라서, 바빠서 당연히 누려야할 혜택을 놓치는 일도 없어진다. 또한 디지털 인재 양성과 고용 창출 효과와 함께 2026년까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SaaS)을 1만 개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혁신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해외 진출 성과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일표 6월 24일은 ‘전자정부의 날’이었다. 일반 국민에겐 다소 낯설게 다가올 수 있지만 공직자나 학자, 관련 이해관계자에게 전자정부는 익숙한 개념이기도 하다. 언론보도 등을 통해 매년 국제연합(UN)의 전자정부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최상위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기도 하는데, 과연 전자정부와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전자정부는 여전히 행정안전부가 담당하고 있는데 위원회와 행안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린다 고진 지난 4월 실현계획 보고회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전자정부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차원이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했던 대통령 말씀으로 명확하게 설명된다. 행정업무의 디지털화·효율화를 통해 국민 편익을 증진하고자 하는 방향은 동일하지만 기존 공급자 중심 서비스 제공 모델에서 근본적으로 탈피한 것이 디지털플랫폼정부다. 가령 전자정부는 국민이 민원서류를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면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 부처 간에 주고받으면 되는 서류를 국민이 직접 발급받아 제출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철저하게 국민의 시각에서 설계한 정책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행안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로 행정안전부 측에서 우리 위원회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공동 주관부처로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동안 행안부가 전자정부와 디지털정부 업무를 총괄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디지털플랫폼정부로의 전환 과정에서 우리 위원회와 잘 협력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30명 이내의 민간위원과 과기정통부, 행안부 장관 등 당연직 정부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디지털플랫폼정부추진단을 설치·운영 중이다. 홍일표 디지털 전환 중에서도 특히 생성형 AI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과 그에 대한 대응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계신지 궁금하다. 또한 AI와 관련하여 정부 차원에서 특별히 더 관심을 갖고 주력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고진 지난 연말 챗GPT가 대중에 널리 소개되면서 그동안 인공지능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높은 효용성으로 증명했다고 본다. AI의 일상화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성형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촉발했다. 이를 좋은 기술로 활용하기까지 많은 과제들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 이상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초거대 AI를 활용해 혁신서비스를 개발하고 이용하는 측면에서 전문적인 지식 부족, 높은 인프라 구축·운용비용 등 여러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내 초거대 AI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과기정통부와 함께 디지털플랫폼정부 핵심사업으로 ‘초거대 AI 활용 인프라 마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이 개발한 초거대 AI 인프라를 민·관이 활발하게 이용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창의적인 혁신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시작했다. 향후에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최상위 통합플랫폼인 ‘디지털플랫폼정부 허브(DPG 허브)’를 중심으로 초거대 AI 인프라, 데이터레이크(data lake, 다양한 환경에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를 가공되지 않은 원래의 형태로 저장하여 공유하는 공통 데이터 저장소), 테스트베드 등을 연계해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세계 최초로 정부 전용 초거대 AI를 도입하려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 수립과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함으로써 공무원의 업무 효율과 공공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취지다. 정부 전용 초거대 AI는 정부 데이터와 민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5일 초거대 공공 AI TF를 발족했으며 앞으로 이행방안 마련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홍일표 한국의 국책연구기관들이 디지털 전환, 디지털플랫폼정부와 관련해 연구든 사업이든 어떤 역할을 더 많이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연구회는 정부 부처의 과제 제안을 받아 소속 연구기관들과 함께 협동연구를 수행해 정부 정책을 지원하기도 한다. 특히 개인정보보호위원회처럼 소관 연구기관이 없는 경우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한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국책연구기관들에게 요청 혹은 제안할 만한 과제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린다. 고진 국책연구기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위원회 내에 데이터 전문가, AI 전문가가 있지만 사실 섹터별로 도메인 날리지(domain knowledge,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가 굉장히 부족하다. 현재 위원회 추진단은 한국행정학회, 한국정책학회, 정보통신학회 등 주요 11개 학회와 15개 전문기관을 자문단으로 두고 정책개발 과정에서 협업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연구기관으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행정연구원 정도가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좀 더 많은 국책연구기관들이 관련 부처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이 데이터 품질인데 국책연구기관들이 각자의 도메인 안에서 데이터 품질 유지를 위한 체계를 만들거나 데이터 수집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위원회의 실현계획에는 ‘디지털 트윈(가상공간에 실물과 동일한 물체를 구현하고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는 기술) 구축’이라는 과제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디지털 트윈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품질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데이터의 수집 및 가공과 관련한 품질관리 체계를 섹터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유효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잘 만들고 성과를 낼 수 있다. 또한 국책연구기관들의 애로사항 중 하나가 민간 데이터를 활용해야 하는데 예산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곳이 우리 위원회가 아닐까 싶다.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려면 민간 데이터도 잘 활용해야 한다. 민간 데이터 없이는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촉발한 ‘수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정부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민간 데이터가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도 국책연구기관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내에서도 디지털전환추진단 운영을 통해 국책연구기관들 간의 디지털 전환 종합연구를 독려하고 있다. 또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데이터 기반 행정 또는 데이터 기반 정책 제안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며 외부의 다른 기관들과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해 위원회와 협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보면 좋을 듯하다. 고진 현재 디지털 트윈 과제와 관련하여 지방정부들로부터 제안을 받으려 한다. 각 지방정부마다 원하는 디지털 트윈 구축 방식을 제안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 광역권별로 하나씩 지정해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그럴 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기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추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데이터 수집단계의 첫 접점은 지방정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그와 관련한 지식이나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 보기 때문에 국책연구기관들이 지역별로 원하는 영역에서 디지털 트윈 구축단계부터 참여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홍일표 오늘 위원장님의 제언을 들으며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속 연구기관들도 국가 차원의 디지털 전환 정책 수립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바쁘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인터뷰> 고진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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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대화형 연구가 필요하다밀레니엄버그로 온 세상이 난리였던 1999년, 그 시절 만난 어느 연구자와 AI가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때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AI가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는 나의 주장에 그 연구자는 결코 그런 세상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던 기억이 있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아이언맨(Iron Man)’에서 주인공은 자비스(JARVIS)라는 AI 비서의 도움을 받아 가공할 만한 첨단소재 수트를 완성했고 시리즈를 통해 대화형 AI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상상력을 한껏 높여주었다. 2016년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와 이세돌이 벌인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전 세계는 AI의 발전에 충격을 받았다. 다섯 번의 대국 중 한 번의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은 AI를 이긴 최후의 인간이란 명예로운 타이틀이 붙게 되었다. 2022년 챗GPT 출현에 전 세계는 생성형 AI에 관한 충격에 빠져있다. 국책연구기관도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접목해서 아날로그형 연구에서 디지털플랫폼 기반 연구방식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디지털플랫폼정부(DPG)와 국책연구기관 정부는 AI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ㆍ연계 및 분석하는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국민, 기업 및 정부가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추진하고 있다. 부처 간 칸막이 문화나 비표준화, 아날로그형 전통적인 물리적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모든 데이터가 디지털로 연결된 새로운 행정서비스 모델이다. ‘인공지능ㆍ데이터로 만드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플랫폼정부’라는 비전 아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 목표를 제시하고 특별법 제정, 클라우드 네이티브 적용, 범정부 서비스 통합 창구 구축, 인공지능ㆍ데이터 기반 과학적 행정, 민관협업 플랫폼 구축, 디지털 트윈 구축 등의 추진과제 등을 세부 과제로 설정하고 단계별 추진계획을 마련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비전과 목표는 출연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 지식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연구기관과 정부, 국회, 학계, 산업계 등 이해관계자들과 소통과 협업을 하고 있고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연구 수행 및 행정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기반 연구, 투명한 경영환경 마련 연구회는 지난 10년간 다양한 정보화 사업들을 통해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데이터 기반 정책연구를 위해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양한 분석이 가능한 NRC데이터정보시스템(NDIS)를 구축·운영 중이며, 출연연의 연구성과물을 국가정책연구포털(NKIS)을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출연연 재정정보시스템(NFIS)을 구축·확산 중이다. 특히 종이문서 절감을 위해 전자증빙, 클라우드 기반 전자계약시스템도 도입하여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활용 중이다. 연구단지가 세종시로 이전한 이후에는 사이버보안 관제센터(NRSC)를 개소하여 운영 중에 있으며 최근에는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툴인 스마트연구플랫폼(NCIS)을 구축하여 연구회 및 26개 연구기관 구성원들이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구 과정에서 생산되는 중간 산출물이나 연구 기초자료는 연구자 개인의 관리하에 머물고 있고 해외 데이터나 공공데이터 및 민간데이터는 개별 기관별로 확보하여 활용하는 등 빅데이터나 AI 활용에 필요한 기반이 부족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 또한 개별 연구기관별로 대응하는 등 통합과 연계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제도, 예산, 인식 부족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소통과 협력을 통한 국책연구기관 디지털트윈 국책연구기관 구성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022년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 전환 수준은 미흡(54%)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행정비용 절감, 업무 효율성 증대, 정책생태계 활성화 등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기관장의 관심 제고 및 구성원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주를 이루는 등 현재 수준에는 만족하지 못하지만, 변화에 대한 기대는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가정보화 예산(11조 5,395억 원)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국책연구기관 정보화 예산(194억 원)은 약 3%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다. 또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의 비중이 기관 평균 4.5명 수준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접목하고 사이버보안 및 개인정보 대응, 기관 내 공공데이터 업무까지 담당해야 하는 등 폭증하는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 구조는 국책연구기관의 디지털 전환 촉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은 연구회 체제 25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연구기관별로 농축된 역사와 업무수행 방식은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역사와 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연구기획부터 연구 수행과 성과확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서류와 대면에 의존하고 오프라인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재 연구 수행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클라우드 기술 기반 위에 연구데이터를 집적하고 표준화된 연구행정시스템을 탑재한 후, AI 기술을 접목한 대화형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를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토론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디지털플랫폼 기반의 디지털트윈 국책연구기관 통합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관심과 리더십이 필요하며 연구기관의 자발적 참여와 기존의 업무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0여 년 전 AI에 관한 대화를 나눴던, 지금은 부서장이 된 선임연구위원을 다시 만나 그때를 회상했다. 우리 국책연구기관에도 자비스(JARVIS)가 현실이 되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이수한경제·인문사회연구회 디지털전환추진단 단장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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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챗GPT 활용을 위한 자율적 연구윤리의 확립OpenAI의 챗GPT, 구글의 바드(Bard)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붐이 일면서 이를 연구에 활용하는 연구자들을 찾는 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단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고, 복잡한 내용을 알기 쉽게 유형화해주며, 원고를 원하는 포맷으로 바꾸어 주고, 외국어를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주기까지 하는데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유형화와 요약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은 연구자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MS오피스에 탑재될 코파일럿(Copilot)과 같은 기능이 조만간 상용화된다면 기존의 보고서를 참조해서 새로운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전 자료와 현재 자료를 비교·분석하는 그래프를 생성하며, 파워포인트 발표자료를 만들고, 이메일을 작성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연구자가 직접 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독창성을 가늠하는 시대 생성형 인공지능이 연구에 점점 더 많이 활용되면서 대두되는 문제 중 하나가 연구윤리다. 연구자는 직접 작성하지 않고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사용할 때 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글쓴이의 자격(authorship)과 저작권(copyright)은 타인의 것과 나의 독창적인 것을 구분하는 데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챗GPT가 내놓은 답을 연구보고서나 논문에 가져와 쓰고자 할 때, 이는 나만의 독창적인 것일까 아니면 타인의 것일까? 생성형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던지는 질문에 따라서 훨씬 더 정교한 답을 내놓는다. 심지어는 사이버 공격에 활용할 수 있는 코드를 내놓기도 한다. 예를 들어 챗GPT는 사용자의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도록 훈련되어 있지만, 사용자는 테스트를 목적으로 하는 보안 연구자임을 설명하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이러한 윤리코드를 우회할 수 있다. 답하는 능력보다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고,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가 독창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챗GPT가 내놓은 답이라고 할지라도 남들이 도출한 답과 차별성이 존재한다면, 이는 곧 사용자가 던지는 질문들의 독창성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챗GPT와 투명성, 그리고 연구윤리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을 넓은 의미에서 연구자라 지칭한다면, 연구의 가치는 연구질문뿐만 아니라 질문에 대한 답과 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도 나온다. 동일한 연구질문을 던지더라도 사용하는 데이터와 연구방법에 따라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연구에 사용한 질문과 데이터, 연구방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더해 사용한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적 보조장치 또한 공개한다. 이러한 잣대를 공정하게 적용한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의 사용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옳다. 물론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했다는 점을 공개하더라도 재현가능성(replicability)이 보장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동일한 질문에 대해 동일한 대답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챗GPT에 던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알고리즘을 연구자가 설명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연구윤리 측면에서 어느 수준까지 생성형 인공지능의 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인가는 논의의 여지가 있다. 중요한 점은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더라도 여전히 질문의 독창성과 차별성만으로 연구의 가치를 온전히 판단하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어떤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공개하는 것처럼 보고서나 논문을 작성하는 데 챗GPT를 활용한다면 연구자는 이를 투명하게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 EU 인공지능법안의 위험기반 피라미드 연구윤리 자율규제는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장 지난 6월 유럽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인공지능(AI)법안은 대규모 언어모델을 사용하여 예술과 음악, 기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에 엄격한 투명성 의무를 적용하고 있다. 2년 전 EU집행위원회가 내놓은 법률안에는 없었던 내용으로서, 급속한 인공지능의 발전상을 반영한 결과다. 인공지능 규제에 있어 우리가 EU의 위험기반접근법(risk-based approach)을 따라갈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아직까지 생성형 인공지능을 연구에 활용할 때의 의무에 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 그러나 연구자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연구에서 활용할 때 이를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연구윤리상 옳다면, 기왕이면 투명성 의무가 강제적으로 부과되기 전에 우리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했을 때, 이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투명하게 밝혀야 하느냐에 관한 논의를 연구기관 내부에서 연구자들 스스로 시작해야 한다. 자율규제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피규제자들 스스로 역량을 키워나갈 때 가능하다. 연구자와 연구기관 스스로 연구윤리를 자율규제(self-regulation)해 나가지 않는다면 연구자의 자율성(autonomy)을 보장받는 일은 요원하다.홍승헌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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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데이터 기반 정책 연구의 시작은 인식 전환최근 10년 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지속해서 수집·저장·공유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가 축적되고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활용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국정과제로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시하였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통합된 플랫폼 위에서 데이터 공유 및 개방을 통해 다양한 가치 창출을 도모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데이터 중심의 미래 사회변화 대응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된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생산됨에 따라 초기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처럼 그 범위는 지속해서 확장되고 있다. 이런 큰 변화의 흐름에 맞춰 연구기관에서도 데이터에 기반하여 도출한 사실, 통계, 경향 등을 제시하는 등 투명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 근거 확보의 중요성이 강화되고 있다.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 속에서는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중심의 객관적인 정책 기반 확보가 필수적이다. 연구데이터 수집과 공유에 대한 논의 데이터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를 제공하여 객관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정책연구에서는 정책 제안과 수립 근거 마련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데이터 구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문제 해결에 적합한 데이터를 찾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데이터 공유 활성화를 통해 효율성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중심의 협업을 장려하고 더욱 투명하고 객관적이며 포괄적인 정책 결정을 촉진하는 등 연구 수행을 위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 연구기관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데이터 공유 및 개방의 필요성은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특히 경제·인문사회 분야 연구기관에서는 더욱 그렇다. 많은 연구가 문헌 분석 중심의 연구로 이루어지고 연구자가 실제 측정기기를 통해 데이터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기관은 데이터 생산기관이 아니고 이용(수요)기관이기 때문에 데이터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 패널 데이터, 공간정보 가공 데이터, 그 외 단순 그림·표까지 데이터 형태로 공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해외 주요 기관인 OECD에서 발간한 보고서에서도 그래프 및 입력 데이터에 대해 데이터 인용 인덱스인 DOI(Digital Object Identifier)를 부여해 상세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구축한 국가연구데이터플랫폼인 DataOn(http://dataon.kisti.re.kr)에서는 연구과제별로 생산·활용한 데이터셋(Dataset), 그림·표를 공개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터의 범위는 다변화하고 있고 데이터와 정보의 경계 또한 약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연구기관에서도 데이터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데이터를 수집 및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데이터 공유, 어렵지만 시작해야 연구데이터를 수집 및 관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연구데이터 관리 계획(Data Management Plan, 이하 DMP)’을 활용하는 것이다. DMP에는 데이터 이름, 설명, 데이터 형태, 공유계획 등에 대한 정보를 기술한다. 관리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연구데이터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의 중요성에 입각해 데이터 범위를 설정하여 수집·관리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품질도 중요하지만 우선 데이터 수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DMP는 연구에서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고 어떤 성과물을 산출할 것인지에 관해 연구 제안단계에서 미리 생각해보는 데 의의가 있다. 데이터의 사전 설계를 통해 보다 질 높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연구종료 시에 DMP에 근거한 연구데이터 산출물을 제출(업로드)하는 과정의 이행을 거치며 ‘데이터 수집’을 수행하는 것이다. DMP 중심 데이터 관리 체계 주요 절차 원칙적으로는 정부 예산으로 수행한 모든 연구 데이터는 공공재로서 공개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연구자는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해 정리하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자신의 연구 노하우가 공개되어 학문적인 우위가 없어지는 부분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또한 자신의 연구데이터가 검증대에 올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형식적인 제출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연구자들의 인식으로 인해 질 높은 연구데이터의 공유는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생산 및 공유에 대한 연구보고서 등에 못지않은 충분한 한 개의 성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기관 차원, 더 나아가서는 국가 차원에서 인력, 예산, 데이터 성과 인정 등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인식 전환 및 공유 문화의 정착이 필요 대부분 데이터의 수집 및 공유의 중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래사회 대응 및 시대 흐름에 맞춰 연구기관도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국가 예산을 받아서 수행하는 연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는 공공재로 인식하고 공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질 높은 데이터의 생산 및 공유로 이어지도록 인식 전환 유도 및 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질 높은 연구데이터 축적은 적재적소의 정책 대응을 위한 기반으로 이어질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연구기관 내부 활용을 중심으로 시작하되 정착한 이후에는 대국민 대상으로 데이터를 개방하는 방향으로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연계 서비스를 구축하는 등 수요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식 창출 및 협업을 확산하는 데에 국책 연구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진대용한국환경연구원 환경데이터전략센터 센터장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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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디지털 시대의 정책 연구로 미래를 열다우리 사회가 급속한 디지털 전환을 맞이하면서 지식과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가 되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더 중요해짐에 따라 그에 발맞춰 연구 및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 필수적인 사항이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이러한 발전 추세에 발맞춰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가정책 연구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및 증거기반 정책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거기반 정책은 과학적 증거에 의한 합리적 의사 결정을 통해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다. 실패하는 정책이나 프로그램을 지속하는 것은 예산 낭비이기 때문에 낭비를 막고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논리로 연구기관에서는 AI·데이터 시대를 맞아 증거기반 정책은 당연하게 생각되는 분위기이다. 이 흐름에 맞추어 디지털 시대의 정책 연구로 빅데이터 연구반이 설립되었다. 전문성 함양 및 지식 공유 빅데이터 연구반은 빅데이터 전문가 풀 구축 및 연구기관 연구자들의 빅데이터 우수사례 공유를 위하여 시작되었다. 2021년 11월 시작되어 매월 1회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개최하고 있다. 빅데이터 연구반 운영의 주요 목표는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의 처리 및 분석 방법을 통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에 관련한 실제 분석 사례와 분석 방법을 공유하여 데이터 학습을 위한 환경 조성한다. 이는 개별 연구자의 분석 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학제 간 지식과 아이디어 교환을 촉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NDIS 시스템 데이터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미래의 데이터 수요를 파악하고 급변하는 국내외 국가 문제 환경에 한 발 앞서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빅데이터 연구반은 연구기관과 연구자 간의 협업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023 빅데이터 연구반이 걸어온 길 2023년 현재까지 총 5차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빅데이터에 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루었다. 포럼의 진행방식은 자유 주제 3개를 선정하여 발표한 후, 각 세션 이후에 토의와 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제1차 킥오프 회의는 지난 2월 27(월)에 개최되었다. 20개 연구기관 기획실장과 연구위원 등 4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하였다. 조병덕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지원본부장의 개회 및 인사 말씀을 시작으로 고동환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NRC 빅데이터 연구반 3차년도 운영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어 NDIS 데이터 설명 및 소개와 모바일 기반 모빌리티 데이터 구축사례에 대한 발표 및 자유 토의가 있었다. 제2차 포럼은 4월 4일(화)에 개최되었으며 북한 공개정보 활용 전략정보 DB 구축과 반지하 주택 추출 과정으로 보는 건축물대장 데이터 특성, 에너지 수요전망모형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제3차 포럼은 4월 25일(화)에 진행되었다. 형사·법무정책 분야에서의 텍스트 분석 활용 사례와 텍스트 마이닝을 활용한 미국 주요 통상정책 분석, 보건복지 분야 이머징 이슈 발굴 모형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제4차 포럼은 5월 31일(화)에 진행되었다. 비정형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청소년 정책의제 도출과 입법·법제 이슈 모니터링 및 의안 데이터 내용 기반 검색, ICT 지역별 고용 전망 모형 개발을 주제로 발표 및 토론이 진행되었다. 제5차 포럼은 6월 26일(월)에 진행되었으며 빅데이터 기반의 국제 거시경제 전망모형 개발 연구와 기계학습을 이용한 노동시장 변수 예측, AI를 이용한 소지역 단위 장래인구 예측방법론 개발 기초 연구를 주제로 발표 및 토론이 있었다. NRC 데이터 브리프 게재를 통한 확산 앞서 언급한 빅데이터 연구반은 데이터 학습을 위한 환경 조성과 협업의 촉매제 환경 조성을 언급하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브리프 게재를 통해 이를 널리 확산하고 있다. NRC 데이터 브리프와 빅데이터 연구반 칼럼은 NDIS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브리프는 매월 15일 발간되며, 칼럼은 ‘NRC Data News’에 고정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칼럼의 주요 내용은 분야별로 빅데이터 연구반 구성원의 노하우, 연구 구성원의 빅데이터 연구 시 애로사항, 데이터 관련 기관 및 분야의 환경변화, 데이터와 관련한 주요 이슈, 앞으로 기대하는 발전 방향을 담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정보의 보급은 정책 입안자, 정부 부처, 국회, 민간 싱크탱크, 지방정부, 도서관 및 공공기관에 새로운 정책 문제를 알리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NDIS 빅데이터 연구반은 NDIS 시스템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미래 연구자들을 위한 다양한 공동 연구 작업을 촉진하는 데 있어 다각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 기반 접근 방식을 통한 미래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통한 지식과 정보의 원활한 통합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시대를 열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데이터와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연구와 정책을 제시하는 일이 절실해졌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가정책 연구의 변혁을 선도하는 데 앞장서, 지식 정보 사회가 제공하는 기회를 수용하여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빅데이터 연구반은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정책 결정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으며, NDIS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정책 연구를 개척하고 사회의 전반적인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AI·데이터 시대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빅데이터 연구반은 디지털 변혁이 제시하는 도전과 기회를 수용함으로써 정보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위해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미래 지향적인 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의 정책 연구를 주도하고 혁신을 촉진하며 사회 전체의 개선에 기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연구기관의 데이터 표준화 논의 등의 앞으로의 빅데이터 연구반 활동이 주목된다신재은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기획부 전문위원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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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국책연구기관의 정보보안 이정표를 찾아올해로 32회째를 맞은 세계 최대 RSA 콘퍼런스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개최되어 사이버보안 전문기업 627개, 정보보안 전문가 및 세미나 참가자 등 4만여 명이 참관하였다. 출연연을 대표해서 백종원 전문위원과 정갑수 출연연 사이버보안 관제센터 PM이 참석했다. 2023년 주제는 ‘Stronger Together(함께 하면 더 강해진다)’로 고도화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정부와 보안 전문기업들이 상호 협력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강하게 내포하였으며, 또 다른 측면으로는 비협조적인 기업은 퇴출당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 세계에 알린 자리였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시대의 보안 기술 적용의 과제 메인 세션에서는 RSA 최고 경영자 로힛 가이(Rohit Ghai)가 과거 인터넷 시대에서 모바일·클라우드 시대를 지나 이제는 AI·데이터 시대가 개막되었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는 서비스 관점의 편의성을 중요시했다면, 앞으로의 시대는 AI 기반 서비스에 안전한 보안(Identity Fabric, Zero Trust)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최우선 해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챗GPT의 등장으로 사람에게 질문하는 시대에서 챗GPT에 질문하는 시대로 변화하면서 AI로 인해 인간의 정체성 위기가 앞으로는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기술인 챗GPT의 양면성을 고려해 ‘Good GPT’가 있으면 ‘Bad GPT’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이로운 질문으로 AI 모델과 알고리즘을 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로 32회째를 맞는 RSA콘퍼런스는 세계 최대 규모 사이버 보안 콘퍼런스 및 전시회로, 4월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해킹 공격의 시대적 변화와 정보보안 혁신 기술 주요 세션에서는 5가지 새로운 해킹 공격 방식이 발표되었다. AI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해킹 기술에도 AI를 활용한 새로운 공격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기존에는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공격 또는 SOC(Social overhead capital) 기반을 무력화시키는 공격에서 이제는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세련된 웹사이트에 AI를 탑재시켜 SEO(Stands for Search Engine Optimization)·멀버타이징(Malvertising)·멀웨어(Malware)·사회공학적 공격 등을 시도해 개인정보 탈취 및 사용자 디바이스에 악성코드를 설치해 연관된 타 시스템을 우회 공격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또 다른 큰 변화는 해커들이 개발환경 및 개발자 디바이스를 새로운 공격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개발자 디바이스는 모든 서버에 접속할 수 있어서 악성코드만 설치된다면 모든 개인정보를 탈취하고 전체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어서 개발환경 접근 통제와 개발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킹 공격의 변화 기획 세션에서는 정보보안 최신기술을 발표하는 ‘RSA Innovation Sandbox 경진대회’가 개최되었다. 10개 업체가 3분간 자신들이 개발한 최신 보안 기술을 발표하는 자리로 1등 기업에는 대기업으로부터 우선 인수 기회 및 큰 투자금의 혜택이 주어지는 대회이다. 이번 경진대회 1등 우승 기업은 ‘히든레이어(HIDDEN LAYER)’로 기계학습을 사용해 AI 시스템의 입력 및 출력을 모니터링하고 적대적인 공격을 암시해 이상 징후를 식별해 알림을 제공하는 신기술로 수상했다. 일명 AI를 활용해 공격과 방어하는 창의적인 기술이다. 2등은 암호화 화폐의 이상거래 예측 엔진을 구축해 금융기관에서 포렌식, 계약 평가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한 ‘안체인에이아이(Anchain.AI)’가 선정되었다. 3등은 ‘아스트릭스시큐리티(Astrix Security)’로 클라우드 서비스 안에서 신원 확인, 권한관리, 앱 간의 통신 보호의 모든 종류 서비스 보안 및 탐지하는 기술을 발표하였다. 국책연구기관의 정보보안 대응 방향 연구회는 고도화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출연연구기관의 정보자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2017년부터 출연연 사이버보안 관제센터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이번 RSA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AI, 기계학습, 챗GPT 기술과 보안정책을 융합해 출연연 사이버보안 관제센터의 관제 능력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현재 보유 중인 SIEM(Security Information & Event Management) 장비에 SOAR(Security Orchestration, Automation and Response)와 AI 기술이 탑재된 보안관제 장비를 신규 도입해 적대적인 공격과 해킹 이상 징후 발생 시 AI가 즉각적인 알림과 차단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로인해 출연연 사이버보안 관제센터는 한층 더 섬세하고 고도화된 관제서비스를 실시해 출연연의 정보자산을 지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백종원경제·인문사회연구회 운영지원부 전문위원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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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전 세계 싱크탱크가 지켜봐야 할 실험디지털 전환은 대한민국 정부만이 고민하는 현안이 아니다. 전 세계 수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 및 인프라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자하여 사회의 다양한 요소를 융합하는 혁신 비전을 구상 중이다. 그렇다면 과연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연구하고 그 비전을 이행하는 주체는 전통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그 주체 역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기조로 운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독일 베를린 소재 ‘아인슈타인 디지털 미래 센터(Einstein Center for Digital Future, 이하 ECDF)’는 디지털 전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싱크탱크임과 동시에, 싱크탱크라는 제도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는 실험장이다. 디지털 전환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프로젝트지난 5월, 글로벌 싱크탱크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방문한 ECDF 먼저 ECDF의 제도적 혁신을 설명하자면 독일 싱크탱크 제도의 ‘전통 방식’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막스플랑크협회를 필두로 4대 연구협회(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 라이프니츠, 헴홀츠)의 거버넌스 하에 지방정부와 연방정부의 공동출연금으로 운영되는 독일 연구기관들을 ‘전통 싱크탱크’로 볼 수 있다. 독일경제연구소(DIW),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fW) 등이 이 분류에 포함된다. 이런 측면에서 ECDF는 이 4대 연구협회의 학술생태계를 벗어난 ‘이단’ 개체이다. 일단 독립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ECDF는 채용 인력 및 소속 연구자가 없고, 심지어 사무실도 없기 때문에 연구기관으로 칭하는 것도 부정확하다. ECDF는 베를린시 출연 기금으로 운영되는 아인슈타인 재단(Einstein Foundation Berlin)의 5개년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로서 ECDF의 핵심 본질은 디지털 전환 관련 수요와 자원을 융합하는 제도적 장치로 볼 수 있다. 베를린 기술대학교 오데즈 카오 교수의 제안으로 2017년에 베를린시 정부와 아인슈타인 재단은 베를린 시 내 디지털 전환 관련 R&D 생태계 진흥을 위한 민관협력(PPP) 연구비 출연제도를 설계했다. PPP출연제도의 내용은 민간에서 디지털 전환 연구를 위한 예산을 아인슈타인 재단에 출연할 시, 민간출연금의 50%에 상당하는 예산을 베를린시에서 아인슈타인 재단에 추가 출연한다는 매칭펀드의 개념이다. 예를 들면 아마존, 폭스바겐 등의 민간 기업이 디지털 전환 관련 연구의뢰와 함께 아인슈타인 재단에 100유로를 출연하면, 베를린시에서 추가적으로 50유로를 아인슈타인 재단에 출연하는 것이다. 진정한 융합연구를 위한 공유 오피스 아인슈타인 재단은 민간 및 공공의 매칭펀드로 구성된 연구목적 출연금을 베를린 자유대학, 베를린 기술대, 홈볼트 대학 등 베를린 소재 대학에 디지털 전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교수를 채용하도록 인건비로 배분한다. 이 목적출연금으로 채용된 교수들은 소속 대학 교수로서 강의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ECDF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구 실적을 쌓게 된다. ECDF 참여 교수들은 소속 대학교에 개별 사무실이 있지만 진정한 융합연구는 물리적 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기조에 따라, 베를린시에서 ECDF 프로젝트 지원 차 제공한 청사를 보쉬센터(ECDF-Robert Bosch Center)라고 명명하고 ECDF 전용 공유 오피스로 활용하고 있다. 최소의 관리인력 사무실을 제외하고 오픈 오피스 형태로 운영되는 보쉬센터에서는 프로젝트 참여 교수 간 학술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회의실, 민간 기업에게 프로젝트 구상을 설명할 수 있는 랩(lab), 소수의 인원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연구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추가로 로비 공간에서는 해커톤(hackathon) 대회, 디지털 전환 관련 교육 등 베를린 시민, 특히 베를린 소재 대학 학부생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종종 운영한다. 학제 간 융합연구를 위한 실험적인 도전 ECDF는 다학제적 연구와 융합학문을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 예시로 ECDF가 참여하는 디지털 고령화·보건센터(Digital Urban Center for Aging and Health)의 고령 인구 건강 문제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가 있다.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AI 분석을 도입하는 방안 등의 솔루션이다. 이를 위해 ECDF의 데이터 과학자와 엔지니어는 베를린 소재 간호사, 간병인, 의사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ECDF의 연구 내용은 민간의 수요에 따라 프로젝트가 설계됨에 따라 디지털 전환 최전선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베를린교통공사(BVG)과 함께 진행 중인 AI활용 지속가능 도시모빌리티 플랫폼 연구는 택시, 버스, 지하철뿐만 아니라 공유 자전거, 스쿠터 등 베를린시 내 모든 모빌리티 옵션을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 제공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탄소배출량 등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 및 자원효율성도 고려할 수 있게 관련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이렇듯 민간·공공의 매칭펀드로 운영되는 ECDF 프로젝트는 실험적인 도전으로서 설계되었다. 실험의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2023년 3월 베를린 상원 교육·연구 상임위원회와 아인슈타인 재단 주관으로 프로젝트 기간종료 평가를 진행하였고 평가 결과를 검토한 베를린시 정부는 ECDF 프로젝트 5년 연장 운영을 승인하였다. 분절된 사회의 각종 데이터와 소통·상호작용 메커니즘을 디지털 공간에 탑재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면, 디지털 전환 관련 연구 역시 연구 분야 간 벽을 허물고 다학제적 전문성을 집결하는 형식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이미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독일 학술연구 생태계의 안정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위험하고 도전적인 방식을 선택한 ECDF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싱크탱크 종사자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실험이다.김지우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네트워크부 전문위원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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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디지털 문명의 인간학적 의미와 성찰2023년 제2차 인문관통은 카이스트와 함께 공동주관으로 추진된 3번째 심포지엄으로서 현재 진화하고 있는 AI 기술은 우리 인간 본연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해야만 인류 문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향점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AI 시대 인문학의 활용성을 높이고 침체된 인문학의 새로운 중흥을 위해 인문사회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과학기술계 전문가들도 함께 인문학의 과거·현재·미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였다. 138억 년 전 창발한 대서사의 관점에서 볼 때, 불과 30만 년 전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사피엔스의 출현은 상대적으로 최근세의 사건이다. 그러나 도구를 제작한 데에 이어 언어라는 비밀 병기를 갖게 된 인류는 단숨에 지질계(geosphere)와 생명계(biosphere)를 지배하게 되었다. 인간의 본성이 도구 제작과 언어 구사라는 점에서 21세기 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디지털 혁명과 인공지능 혁명은 숙명적 여정이다. 호모사피엔스는 대략 7만 년 전 인지혁명을 성취한 이후 연속적으로 일궈낸 신석기 혁명, 과학 혁명, 산업 혁명, 디지털 혁명의 주인공이다. 이 점에서 인류 문명 발전의 원동력이 새로운 기술의 발명이었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문학자들은 너무나 쉽게 망각한다. 디지털 문명 변동의 총체성과 와해성 커뮤니케이션은 생명체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열린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중 인간은 유일하게 커뮤니케이션 활동 속에서 신체의 수고를 덜어주거나 대체할 수 있는 인공물을 만들어낸 유일한 종이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은 정보의 발신, 수신, 저장, 처리, 전달이라는 기본 방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 혁명과 인공지능 혁명은 과거의 기술에 비해 보다 파상적인 와해적 혁신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혁명이 아닌 문명사적 변동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 혁명 이전에 문화적 ‘임팩트’를 준 두 개의 사건으로서 문자와 인쇄술의 발명을 꼽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넓은 의미의 언어 측면에서, 또 다른 중추적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미래를 예측하고 실제로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할 수 있도록 해준 음성 언어 구사 능력(Homo loquens)을 구비한 것과 예술성 차원에서 최고 수준의 휘황찬란한 그래픽 이미지들을 창조했다는 사실이다. 문자의 발명은 법 체제를 구성하면서 최초의 도시 국가를 건설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고, 화폐 제작을 통해 상업교역을 가속화했다. 고대 그리스에서 기하학, 수학 등의 교육에 있어 비약적 발전을 가능케 했으며, 종교 역시 경전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다름 아닌 문자의 숭배라고 말할 수 있다. 문자가 문명과 역사를 탄생시킨 것이다. 두 번째 언어 기술 혁명인 인쇄술은 지폐를 상용화시키며 상업 교육 방식이 바뀌었고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제적 파급 효과보다 중요한 영향력은 책의 확산을 통해 종교적 권위가 약화되고 종교 개혁이 촉발된 데 있다. 신교가 장려한 개인의 독립성을 통해 정치적 민주주의와 시민의 권리를 신장시키는 데 일조함으로써 문화 혁명과 지식 혁명을 가져왔다. 특히 인쇄술의 발명은 기억의 부담을 덜어주고 더 많은 시간을 실험에 투자하게 만듦으로써 근대과학을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맡았다. 디지털 문명의 총체적 지식 체계 부재 인류가 현재 목도하고 있는 세 번째 혁명인 디지털 정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수반하는 변화는 그것의 이동성, 속도, 팽창력, 용량 차원에서 산업 혁명 시대의 하드웨어에 의해 생성된 혁명보다 훨씬 더 강력한 변화를 수반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은 개인적·주관적이라고 믿고 있던 인지 능력을 집단화·객체화했으며 그 결과 우리는 집단적·객관적 기억을 획득했다. 새로운 디지털 문명은 기억, 이성, 상상력의 매체로 인지적 도구들을 구비하였다. 이를테면 인터넷은 전 지구적 기억이며 인류의 집단적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상적 효과에 대해 우리는 여전히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파편적 설명에 머무르고 있다. 하드웨어와 하드테크닉에 관한 정밀한 물리적 법칙을 제공하는 자연과학과 공학과 달리, 디지털 소프트 파워에 관해 아직 종합적 지식 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생명체에 필요한 활동에서 발생한 다양한 정보 축적과 교환 방식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으나 삶의 양식들을 지배한다. 그런데 그 같은 변화는 단순한 진화론이나 하나의 매체가 다른 매체를 몰아내는 단순 대치의 논리로는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가 우세한 디지털 시대에,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가? 최근에 읽은 실험 결과 논문에 의하면 종이로 읽는 독서가 디지털 매체 위에 기록된 콘텐츠 독서에 비해 이해력 차원에서 보다 우수한 결과들을 산출했다는 일치된 결과를 내놓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기존의 전통적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화해시킬 것인가라는 근본적 화두를 던져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태학적 비판의 필요성 인문학 관점에서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디지털 문명에 관한 생태학적 사유이다. 디지털 기술이 야기하고 있는 온갖 종류의 사회적·정신적 병리 현상들을 비롯해 에너지 소비증가와 디지털 폐기물이 미칠 부정적 효과들에 대한 비판적 사유와 더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포함한 모든 문명 양식은 인류에게 기술의 수혜를 가져다 줌과 동시에 그것의 ‘엔트로피’, 즉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성과 역효과를 야기하며 쇠락을 가져올 수 있는, 빛과 그늘의 이중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점에서 20세기 현대 인류학의 거장, 레비-스트로스가 제시한 기발한 공식 ‘인류학(anthropology)=엔트로피학(enthropology)’은 디지털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 공식을 디지털 문명에 적용하면, 디지털학(Digital Sciences)은 곧 그것의 긍정적 모습과 동시에, 부정적 효과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지털 엔트로피학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김성도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교수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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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조사연구에서 인공지능(AI) 활용 방안선거철이 다가오면 후보별 지지도나 선거의 주요 쟁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다루는 신문이나 뉴스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또한 민주주의 발전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에 대한 시민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으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정책의 입안단계부터 시행, 평가에 이르기까지 사회조사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선거 여론조사나 사회조사는 조사연구의 한 분야이다. 조사연구(survey research)는 사회과학 분야의 대표적인 연구방법론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연구 주제에 대한 설문지 작성, 표본설계, 실사 및 데이터 입력, 데이터 분석과 해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은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학제간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조사연구가 수행되는 주제에 대한 전문가에 의해서 설문지가 마련되고, 표본설계 전문가는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하게 된다. 전문적인 면접원에 의해서 응답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사가 진행되고 이후 데이터 입력과 점검, 데이터 분석과 해석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조사연구에서 인공지능(AI) 활용 최근 조사연구에서 인공지능과 챗GPT를 활용하여 신뢰성과 정확성, 효율성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학문 분야와 마찬가지로 정해진 방향일 것이다. 인공지능과 챗GPT를 활용한 조사연구 개선 연구는 아직 초창기이지만, 데이터 수집, 정리 및 입력, 분석 그리고 보고서 생성에 이르기까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조사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법과 그 적용 효과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각 응답자에 대하여 사회조사 방식을 개인화하여 질문과 응답을 그들의 관심사와 필요에 더 적합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즉 각 개인에게 맞춤형 질문이 가능하게 되며 이것은 더 높은 응답률과 더 정확한 데이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사 과정에서는 실사 관리와 응답자의 질의에 대하여 맞춤형 응답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챗GPT는 자연어 처리를 사용하여 응답자의 개방형 응답을 이해하고 분류하며 해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자는 응답자의 태도와 의견에 대해 더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실시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게 된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방법은 설문조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신속하게 분석하고 해석할 수 있게 하고, 연구자는 추세와 패턴이 나타날 때 이를 객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네 번째로 조사연구에서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인공지능과 챗GPT는 조사 프로세스의 여러 측면을 자동화하여 조사연구를 보다 비용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조사 설계 단계에서는 설문지 작성과 자료수집방법 선택 등이 가능하게 될 것이며 데이터 수집 및 입력 단계에서는 데이터 수집과 실시간 모니터링, 설문지 응답 결과에 대한 자동 입력 및 수기 자료에 대한 문자 인식, 입력된 데이터의 품질 점검 등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데이터 분석 단계에서는 템플릿에 의한 데이터 분석의 자동화, 분석 결과에 대한 객체화, 보고서 템플릿화 및 챗GPT에 의한 보고서 작성 등이 가능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챗GPT 기법을 사용하면 조사연구의 효율성, 정확성 및 효과가 개선되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통찰력과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다. 조사연구에서 인공지능(AI) 활용 방안 인공지능 시대의 연구자 역할 어느 학문 분야에서든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해당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은 보편적인 시대적 흐름으로 보인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공동 주최한 2023년 한국조사연구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조사연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 인공지능 활용 방안에 대하여 학회 구성원의 높은 관심 속에서 활발하게 논의되었다. 인공지능 기법은 논리적 연산, 추론, 문서 생성, 질문 응답, 번역, 텍스트 요약 등에서 그 강점이 경험적으로 충분히 확인되었다. 인공지능의 강점과 발전 속도를 보면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기 스스로에 대한 고민과 성찰,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만 못하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분야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의 능력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미래가 조금 더 바람직하고 현실성 있어보인다. “모호해도 바른 것(vaguely right)이 정확해도 잘못된 것(precisely wrong)보다 낫다”라는 말이있다. 이것은 조사연구의 합목적성을 강조한 말인데 여기서 그 의미를 확장하면 그 지식이 아무리 풍부하고 기법이 정확하더라도 방향이 잘못되어 있으면 소용없다는 뜻이다. 오늘날 사회조사, 선거 여론조사 등으로 대표되는조사연구는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변화하는 사회적 변화 추세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며, 사회적 쟁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의사결정을 위한 도구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직면한 인공지능 시대에는 최신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하여 조사연구의 신뢰성과 정확성,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조사연구 전문가로서의 바른 자세와 사회적 책임 의식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이기재한국조사연구학회 회장 2023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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