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축소사회’ 대한민국 - 이주민 수용

새로운 해법으로서 이주배경주민과의 동행

이혜경배재대학교  명예교수 2023 여름호

인구 위기가 심각해지자 최근 새로운 해법과 과제로서의 이민 정책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다문화 존중과 사회통합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주민과 관련된 논란도 뜨거운 실정이다. 최근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국내 중국인의 투표권 제한 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며 한국 사회 이주민 수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BIE 총회 한국 PT와 투표권 논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활동 지원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현지시간)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대한민국의 PT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구성과 내용 모두 훌륭했다. 특히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 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기후위기와 전쟁 등 현재 전 지구적인 복합위기에 대응하여, 부산 엑스포는 솔루션 플랫폼으로서 한국의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문화엑스포로서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며, 가치 플랫폼으로서 인류공동체와의 협력과 연대를 지향하는 엑스포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현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을 문화와 가치로 천명하여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같은 날 국내 신문에는 “상호주의에 따라 국내 중국인의 투표권을 제한하자”는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이 실려 혼란스러웠다. 많은 국민이 알기에 국내에서 투표권이 가능한 외국국적자란 영주권자이다. 영주권자의 대부분은 화교, 동포, 결혼이민자인데 왜 중국국적자 또는 중국인이라고 호명하는지 의아했다. 실제로 2006년 이후 19세 이상인 영주자격 취득자가 3년이 지나면 지방선거에서의 투표권 행사가 가능하다. 2021년 기준으로 약 17만 명의 영주자격 취득자가 있으며, 이들은 중국동포(60%), 중국인(21%), 대만인(7%), 일본인(4%), 베트남인(1%)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만인의 대부분은 화교이고 중국인, 일본인, 베트남인 등의 대부분은 국민의 배우자인 결혼이민자이다. 재외동포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올해 6월 초에 재외동포청이 출범했는데, 중국동포를 중국인이라고 부르는 저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자료: KOSIS, 기관별통계 법무부, 체류외국인통계, 2021.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논란

이후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내용은 그간 외국인이 건강보험 재정에 크게 기여해 왔는데, 유독 중국인만 적자를 냈고 건강보험 ‘먹튀’ 현상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외국인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가 이슈가 된 것은 2015년경 당시 일부 동포(중국과 미국동포)들의 부적절한 행태가 언론에 보도되면서부터이다. 마찬가지로 해외 이주를 신고하지 않은 미국영주권자의 건강보험 혜택 문제와 외국인 피부양자의 건강보험 문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외국인의 건강보험은 직장 가입과 지역 가입이 있는데, 앞에서 지적된 문제들 때문에, 지역 가입의 경우에는 그간 3개월 이상 체류자가 임의로 가입했던 규정이 2018년 12월부터는 6개월로, 그리고 2019년 7월부터는 의무 가입으로 변경되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외국인 건강보험 지출에 대한 문제는 중국이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 중국 교포가 다수인 중국국적자의 규모가 가장 크고, 고령인구 또한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1인당 급여비로의 환산과 건보 지출액 대비 고령자 비율 등 세부 요인별 분석이 필요하다. 이후 문제가 발견되면, 이에 따라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면 될 것이다. 한편 지난 4년(2018~2021년) 동안 외국인이 건보 재정에 총 1조 7,000억 원에 가까운 누적 흑자를 냈다고 마냥 기뻐할 일인가? 이는 외국인의 지역 보험이 의무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소득 파악이 어렵다는 핑계로 외국인에게 국민평균보험료를 부과하여 외국인 저소득자가 보험료를 과중하게 내야 하는 문제나, 외국인의 세대합가 기준이 너무 엄격하여 세대 단위가 아니라 개인별로 각각 건강보험료를 내야 하는 문제에 대한 개선책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해법으로서 이주민 수용

지난 6월 20일 이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는 외국인, 다문화가족이란 혼란스러운 용어보다는 ‘이주배경주민(약칭 이주민)’이라는 용어 사용을 권고하고 관련 통계의 정비와 이주배경주민과의 동행 선언과 함께 많은 개선책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다양성 존중과 이주배경주민과의 동행이 진지하게 모색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서는 저임금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유입하자는 제안과 중국인 투표권 제한 및 건보 먹튀 논란 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뉴스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유포되는 시대에 한류와 BTS로 대표되는, 그리고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연설에서 강조했던 ‘문화강국’ 이미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교포가 다수인 영주자격 취득자를 중국인으로, 그리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정도로 적어도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이주배경주민을 외국인이라고 부르며, 세세한 요인분석 등 팩트체크를 거치지 않은 채 반중 정서나 반일 감정 등을 선동하는 듯한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언들은 자제해야 한다. 인구절벽에 대한 새로운 해법으로서의 이민 정책을 요구하기보다는 먼저 한국 사회 이주민 수용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주배경주민에 대한 불합리한 오해와 차별들을 적극 해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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