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새 정부에 바란다 - 교육혁신

국가 대전환을 위한 교육혁신

강대중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 2022 봄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7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한국은 2010년에는 선진 공여국의 포럼인 국제개발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이 된 바 있다. 원조받던 나라가 원조하는 나라가 된 것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된 것도 한국이 사상 최초였다. 우리는 장기간의 군사독재를 국민 저항으로 끝내고 민주화에 성공한 나라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세계가 주목하는 이런 성취를 이룬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추격형 국가 발전의 동력이었던 교육의 한계

우리가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며 세계 유수 국가로 도약할 수 있었던 근본 동력은 교육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많은 국가가 학교교육을 완성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한국 교육이 국민의 높은 교육열, 정부 주도의 강력한 교육 기회 확대 정책, 민간의 적극적인 재정 부담으로 발전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그 발전 과정에서 획일적인 학교교육, 과도한 교육 경쟁과 높은 사교육비, 성인기 역량 수준의 급격한 감소와 같은 현재의 고질적인 교육 문제도 생겨났다.
무엇보다 민간 재정에 의존한 교육 기회의 양적 확대 위주 성장은 교육의 질적 수준 제고를 이루는 데 한계가 있었다. 국가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2021년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학교육 경쟁력은 64개국 가운데 47위다. 2018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공교육 비 중 정부 재원은 3.8%로 OECD 평균 4.1%보다 낮고, 민간 재원은 1.3%로 OECD 평균 0.8%보다 높다. 이러한 공교육비의 높은 민간 재원 의존도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격차의 원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 삶의 만족도나 행복 지수는 경제사회 발전 수준과 비교하면 매우 낮다. 경제협력개발구기구(OECD)의 2018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조사(PISA)에서 우리나라 청소년의 학업성취도는 세계 최상이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71개 참여 국가 중 65위였다. 우리나라 1030세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기도 하다. 유엔 산하 자문 기구인 지속 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1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8~2020년 합산 순위에서 149개국 가운데 62위였다.

평생학습사회로의 전환

우리 교육의 큰 방향을 바꾸고 그 내용을 혁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1995년 5·31교육개혁 이후 종합적인 교육혁신 방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새 정부가 교육혁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적어도 세 방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육정책이 학교중심사회에서 평생학습사회로 전환되어야 한다. 정보 혁명, 지식 혁명, 디지털 혁명은 인간의 학습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연령대에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시간과 장소의 구애 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학습할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정책이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만을 고려해왔다면 앞으로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개인적, 집단적 역량을 높이는 능동적인 평생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적 시민사회인 평생학습사회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둘째, 6-3-3-4라고 알려진 학령기 학제 중심에서 전체 국민을 포괄하는 전 생애 학제 중심으로 교육정책의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전 생애 학제는 모든 국민이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학습 결과를 사회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정의할 수 있다. 우리는 여러 선진국과 비교할 때 성인기 평생교육 지원이 매우 미흡하다. 학령기에 집중된 교육재정 지출을 생애 전체로 적절하게 분산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교육 문화를 각자도생 입시교육에서 공동체 중심 인간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육을 각자도생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의 도구로 바라보는 학력주의와 도구주의 교육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아를 실현하며 공동체에 기여하는 인간 형성이라는 교육 본연의 가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모든 국민이 평생 동안 학습하며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을 기르며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공동체의 포용성과 형평성을 추구하는 협력적 인간, 행복한 인생의 설계자가 되도록 지원하는 인간화 교육을 교육혁신의 최우선 목적과 내용으로 삼아야 한다.

미래지향적 교육혁신 전략

5·31교육개혁안 이후 사반세기 동안 정치, 경제, 사회, 기술 등의 영역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러한 변화를 면밀하게 고려하며 미래지향적인 교육혁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공동재(common goods) 전략이다. 유네스코는 2021년 발행한 「우리의 미래를 함께 다시 상상하기: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Re-imagining Our Futures Together: A New Social Contract for Education)」이라는 보고서에서 교육을 기본권이자 공동재로 규정한다. 교육은 모두의 것이며 모두가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사회적 격차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책이 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둘째, 개별화 전략이다. 교육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친 역량 개발을 돕고, 생활의 질 향상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 및 생애 단계의 필요에 부응하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것이 긴요하다. 누구나언제 어디서든 풍부한 학습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교육 전환은 개별화 전략의 필요조건이다.
셋째, 지역화 전략이다. 국가의 운영 방향은 중앙집권에서 자치 분권을 향하고 있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지역 단위로 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더 확장해야 한다. 지역 단위 교육 거버넌스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교육에 관한 의사결정에 지역 시민이 참여하는 경로가 더 많아져야 한다.
넷째, 지속 가능성 전략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무분별한 개발이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것을 다시금 일깨웠다. 유엔의 2030 지속 가능 개발 목표의 네 번째 목표인 ‘포용적이고 공평한 양질의 교육 보장과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 기회 증진’은 다른 모든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다섯째, 디지털 융합 전략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가상현실, 증강현실, 클라우드 컴퓨팅, 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의 생활과 교육 공간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있다. 지식 암기 위주 교육으로는 미래 디지털 사회를 주체적으로 선도할 인재를 양성하기 어렵다.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정보와 자료를 검색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창의성을 함양하는 것이 미래 교육의 목적이자 전략이 되어야 한다.
사회 양극화 심화, 인구구조 변동, 장기 저성장, 생태 위기, 디지털 사회 전환이라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가 교육혁신으로 국가 대전환의 돌파구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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