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Ⅰ - 세계의 싱크탱크와 소프트파워, Ⅱ - 대한민국 국가정책연구의 역사를 만나다
더보기황윤원중원대학교 총장
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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硏究 IN
‘더 넓고 더 깊게’ 현실 문제 파고드는 국책연구자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정책적 대안을 찾는 길을 택한 그들. 소중한 성취로 보람을 느끼기도, 때로는 현실의 벽 앞에서 씁쓸함을 맛보기도 하는 두 선후배 연구자,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과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이 만나 국책연구자로 살아가는 의미와 방향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서중해 석사학위를 받고 들어간 첫 직장이 KDI였습니다. 당시 5년 정도 근무하다가 미국 유학을 떠나 박사학위를 받았고, 잠시 다른 기관에서 일하다가 2000년 무렵 KDI로 돌아왔죠. 박사과정 때부터 기술 혁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연구원에서도 기술 혁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동인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동인으로서 기술 혁신의 역할에 여전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중입니다. 다만 갈수록 그 변화의 속도가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빨라지고 있어 협동연구, 융합 연구의 필요성을 더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승현 저도 기술경영을 공부하면서 서 박사님처럼 기술 혁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습니다.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박사과정 때만 하더라도 여성정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여성정책을 연구하게 된 건 제가 석사 과정 때 잠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김경희 박사님(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의 영향이 컸습니다. 일 때문에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여성이 석·박사과정을 밟을 때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유념해야 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셨고, 진로 상담도 해주셨어요. 이후 여성을 위한 멘토 역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여성정책을 연구하는 길에 이르게 됐습니다. 서중해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주로 기술 혁신과 사회· 경제 구조의 변화에 주목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연구 결과로는 2007년에 세계은행과 공동 발간한 저서 를 꼽을 수 있는데요.한국의 경제 발전 과정과 정책의 면면을 지식경제 관점에서 다룬 내용인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결과물입니다. 스페인어로도 번역됐고, 지금도 많은 국가에서 이 내용이 회자되고 있어요. 2015년 무렵에는 국내 특허에 대해 네트워크를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당시 네트워크 분석이 초창기여서 연구 방법론부터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까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소개했는데 그런 점이 의미 있었죠. 이승현 저도 기억에 많이 남는 연구가 있습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임원급 여성들의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이미지와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는 걸 절감한 연구였습니다. 이런저런 미디어 매체에도 많이 나오고 당당해 보이는 여성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너무나 힘든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해 올라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시 인터뷰했던 한 부장님과 이후에 연락이 닿았는데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제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글퍼졌습니다. 여성정책을 연구하면 할수록 내가 처한 상황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구조적 문제라는걸 깨닫게 됩니다. 협동 연구가 만들어낸 협업의 시너지 서중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통해 협동연구를 두 차례 한 적이 있습니다. 1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해 큰 주제를 놓고 연구를 진행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때 이승현 박사님과 팀을 이룬 것이 인연이 됐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혁신성장을 정책 어젠다로 제시했는데 당시 KDI가 혁신성장 연구를 주관했습니다. 협동연구 2년 차에 이 박사님이 합류했는데, 무척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연구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승현 서 박사님은 꼭 교수님 같은 이미지였어요. 저의 옛 지도교수님과 비슷하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죠. 당시 개인적인 문제로 마음이 안 좋고 힘든 때였는데, 서 박사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고 동기부여도 됐습니다. 협동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서 박사님이 연구 주제와 관련해 강의를 주선하시기도 하고 여러 기업이나 기관과 교류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해주시곤 했는데,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열의를 갖고 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뭐라도 해야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 연구원이 앞으로 무엇을 연구하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됐고요. 서중해 혁신 성장이란 주제 자체가 큰 주제이고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니잖아요. 일반적인 연구 주제는 목표가 확실하고 분명하지만 혁신 성장은 매우 복합적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모든 기관이 갖고 있는 정보를 공유하자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수록 시너지도 나고 내 분야의 의미도 재발견하게 되거든요. 거대 담론을 다룰 때 우리가 놓치기 쉬운 구체적인 사례를 끄집어냈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었고, 그 과정에서 이 박사님이 수행한 패널 조사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아주 잘해주셨죠. 이승현 제가 연구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헤맬 때마다 서 박사님이 따로 불러 방향을 조율해주시기도 했어요. 여성정책 쪽은 방향을 잡기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그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정책 대안, 현실의 깊은 이해에서 비롯 서중해 정책연구자는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지적 안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이드 역할을 하려면 남들보다 앞서 깊고 넓게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정책연구자의 미션인 동시에 난제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역할을 잘해내기 위해 현실의 문제와 사례를 연구하고 이론적 기반과 논리도 갖춰야 하는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정책연구자는 정부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지적 안내자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이드 역할을 하려면 남들보다 앞서 깊고 넓게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이승현 여성정책 쪽은 더 어려운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연구 분야가 매우 포괄적이거든요.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여성이 관련된 주제를 다루다 보니 다양한 전공자가 연구원에 들어오는데요, 문제는 하나의 큰 영역을 한 명의 연구자가 담당한다는 점입니다. 제 경우도 연구원 내 유일한 경영학 박사인 데다 기업 분야를 혼자 다루고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아요. 특히 여성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집단화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이론서대로 할 경우 정책과 정책 대상자 간 괴리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연구 과제마다 초점집단면접(FGI)과 같은, 대면 위주의 조사 방법을 동원하고 있고, 언제나 정책 수혜자나 대상자를 직접 만나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정책 대상자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제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원에 온 뒤로 여성정책 분야에서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그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민간 영역보다는 공공 영역에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많습니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부연구위원 서중해 정책연구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많은데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우선 자신이 담당하는 분야의 동향을 놓치지 않아야 할 뿐더러 이론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좋은 연구 자료와 책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들을 다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열심히 따라가는 수밖에 없죠. 여기에 그쳐선 안 됩니다. 실제로 경험해봐야 해요. 수영을 가르치려면 최소한 자유형은 해봐야 하지 않나요? 뭐라도 하나 해봐야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 것입니다. 정책연구가 갈수록 어렵다는 건 바로 그런 점 때문입니다.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늘 부족하죠. 이승현 저도 읽어야지 하고는 쌓아둔 책도 많고,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이다 보니 시간에 허덕이곤 합니다. 또한 정책 연구는 공익적 성격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 저는 예전에 기업에서 마케팅 일을 하다가 석사 학위에 도전했는데요, 아무리 물건을 팔아봐야 돌아오는 것도 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부를 하는 동안 공공의 영역에서 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죠. 특히 연구원에 온 뒤로 여성정책 분야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그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민간 영역보다는 공공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많고 동기부여도 잘되지 않나 싶습니다. 단기 과제 위주 연구체계 반드시 개선해야 서중해 학제 간 연구, 협동연구의 중요성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저출생·고령화 문제만 하더라도 어느 한 부처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여러 부처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갈수록 사회 현안은 복잡해지고 사회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기 때문에 연구 분야에서 공동 작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하려면 장기적 관점의 기획력이 요구되고 여러 기관을 하나로 조직화할 수 있는 틀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한국의 국책연구는 대부분 1년짜리 단기 과제 위주로 돌아가고 협동연구를 하려 해도 연구단을 조직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좋은 연구를 하기 어렵습니다. 이승현 예산 운영상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연구예산은 기획하는 쪽에서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정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줄 필요도 있다고 보는데요, 지금의 구조에선 융통성 있게 일하기가 조금 어렵습니다. 또한 서 박사님 말씀처럼 장기 과제를 수행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연속 과제를 수행하다 보면 10년 이상 공동연구를 해야 하는데 연구자는 매년 바뀌고 여러모로 제약이 많다 보니 과제 책임자의 부담만 커집니다. 연속성 있게 일하기 힘들어요. 융합 연구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그 방면의 권위자와 전문가를 모시고 연구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문제죠. 신입 박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연구의 질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연구자 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현실을 만들기 위한 연구자의 자세 서중해 연구자는 언제나 재미있고 참신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드한 것보다 새로운 것을 좇는 사람이 연구직을 택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개인 연구자나 학교 연구자와 달리 정책연구자는 좁게 보면 정부, 넓게 보면 국가와 국민의 삶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해요. 국가 차원에서 당면한 문제가 곧 나의 과제가 돼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늘 그런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에 임하는 연구자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겠죠. 이승현 연구를 하다 보면 밑단의 현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정책 대상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여성정책연구자로서,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저 역시 다양한 정책의 수혜를 입은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선배 연구자들의 노력을 늘 되새기며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서중해, 이승현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 한국 여성정책연구원 여성미래연구본부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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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제언
불확정성을 끌어안는 조직 만들기, 디지털 대전환기의 리더십
스마트폰이 세상에 나온 것은 2007년이다. 한국에 상륙한 것은 그보다 2년 뒤인 2009년 겨울이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필름카메라를 절멸시켰던 디지털카메라는 곧이어 나타난 기술 혁신의 제물이 됐다. 개인용 녹음기도, 릴테이프와 CD플레이어를 없앴던 MP3 플레이어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해마다 혁신 리포트를 내는 매킨지는 2021년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일어날 기술적 진보가 불러올 변화가 지난 100년간 일어난 그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겪은 변화보다도 더 큰 변화가 온다고? ‘불확정성’의 시대다. 지금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든, 어떤 선행학습을 하든 남은 인생의 대부분을 평생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어떤 것을 가지고 먹고살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도, 구글도, 애플도 3년 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오직 불확정성만이 유일하게 확정적인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다. ‘업무 지시가 없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일하는 법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에는 ‘업무 지시’가 없다. 경영진은 조직 전체의 비전과 목표만 알려준다. 조직원은 무슨 일을 할 건지 스스로 정한다. 실험하라! 구글이든 페이스북이든 누구나 일정 규모 이하, 예를 들어 전체 고객의 0.01%(페이스북의 등록 회원은 27억명이 넘는다!)의 고객을 상대로 한 실험은 어떤 보고나 결재 없이 바로 시도해볼 수 있다. 말하자면 소규모의 타깃 고객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그냥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험 계획을 정리해 사내 게시판에 올리고 함께 할 동료를 구한다. 가설과 실험 방법, 기대하는 결과를 정리한 리포트다. 계획서뿐 아니라 작성자의 프로필까지 함께 볼 수 있다. 그가 짠 코드는 사내의 코드 저장소에 있다. 그가 한 일은 사내 게시판에 있다. 실력이 있고 프로젝트 성공 경험이 많다면 지원자가 많을 것이다. 올린 사람 역시 지원자를 평가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팀이 만들어지면 이 팀은 이미 이 실험에 대해 이해가 깊은 상태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팀이 소규모 타깃고객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면 자연스럽게 A/B 테스트가 된다. 결과를 기존 서비스와 바로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낳으면, 다시 그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이때도 어떤 보고나 결재도 필요 없다. 타겟 고객을 달리하고, 서로 다른 코호트 집단에 실험을 적용해보면서 유효성을 검증해나가다가 성공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때 실험을 전체 서비스에 적용한다. 그러니까 이들은 이미 전투에 이긴 다음에 전쟁을 하러 나가는 것이다. 대부분 실패한다 사실 이런 실험은 대부분 실패한다.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다져가면서 만들어온 서비스라 개선하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를 들어 0.1%가 성공을 했다고 해보자. 전체 개발자 2만 명(실은 훨씬 더 많다)이 한 달에 하나 정도의 실험을 하고 그중 0.1%가 성공하면 한 달에 20건의 성공한 변화가 서비스에 적용된다. 1년이면 240건의 서비스가 개선되거나 새로운 서비스가 탄생하는 셈이다. 제대로 된 인프라를 제공한다 이렇게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대로 된 인프라를 제공해야 한다. 사내의 모든 문서는 모두 위키로만 공유하고, 위키는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한 사내의 모든 임직원이 볼 수 있다. 위키는 웹에서 여러 명이 함께 문서 편집을 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협업 게시판이라고 볼 수 있다.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분할 실험을 할 수 있게 잘 준비돼 있다. 언제든 원하는 코호트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새로운 실험을 해볼 수 있다. 실험할 때마다 개발자들이 데이터베이스에서 타깃고객을 일일이 분리해야 한다면 실험은 한없이 지연될 것이다. 단계별 론칭 도구, 실험을 돌리는 레이어, 실험 데이터를 볼 수 있는 도구들이 잘 개발된 시스템으로 제공된다. 제품, 유엑스, 프라이버시, 보안, 접근과 같이 리뷰를 위한 리소스가 있다. 개발자, 제품 책임자, 디자이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협업을 해줄 동료들이 있고 실험의 전 과정에서 토론해 더 나은 실험이 될 수 있게 해준다. 비전을 공유한다 누구의 결재나 승인도 없이 실험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비전의 공유다. 적어도 이 배가 어디로 가는 건지는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구글과 페이스북에는 매주 ‘올핸즈 미팅’이 있다. 구글의 경우 매주 목요일에 전사 미팅을 하고 CEO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이 나서서 회사의 경영 내용이나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을 받는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도 매주 전사 미팅을 갖는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나아갈 방향, 즉 비전에 관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업데이트한다. 세세한 일에 대해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 대신 매주 전사 미팅과 토론을 통해 비전을 공유하는 것, 이것이 어떤 승인도 없이 각자가 자유로이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실험들이 페이스북과 구글을 세계 최고의 자리로 이끌고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확정성을 포용한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이런 자유로운 조직 운용은 기실 누구도 다음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대한 나름의 대안이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으니 수만 개의 촉수를 만들어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짚어보자는 것이다. 수만 명의 개발자들이 제각기 자유로운 뉴런의 결합처럼 집단지성을 구성해 더듬이를 펼치는 것이다. 하나의 실패가 19,999개의 실패를 막는다 실패는 압도적으로 중요한 자산이 된다. 모든 실패는 포스트모템을 거친다. 왜 실패했는지, 애초에 실험을 하게 된 전제는 뭐였는지, 어디서 전제가 틀린 것인지를 낱낱이 기록해 위키에 남긴다. 이렇게 해서 실패는 그 자체로 고객과 시장에 대한 더없이 귀중한 데이터가 되고, 다른 실험을 위한 중요한 힌트가 되어준다. 한 명의 실패가 나머지 19,999명의 실패를 막아주는 것이다. ‘협업하자’고 말하는 대신 협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협업은 구호로 되는 게 아니다. 회식을 하고, 분기마다 MT를 가고, 주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들어서 되는 일도 아니다. 페이스북과 구글의 협업은 위키를 쓰면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슈 트래킹 툴을 함께 쓰고, 협업하는 문화를 만듦으로써 가능해졌다. 비전을 공유하고 사람 수만큼의 실험을 허용함으로써 스스로 동의하는 실험에 손을 들어 참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뤄졌다. 불확정성의 시대다. 누구도 3년 뒤 무슨 일이 생길지 말하지 못한다. 조직원 모두가 촉수가 되어 경우의 수를 모두 더듬게 하고 자유로운 뉴런이 되어 자유결합하게 할 수 있다면 불확정성을 끌어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산업사회의 하이어라키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상명하복의 경직을 그대로 둔 채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을 순 없다. 낮게 달린 열매는 더 이상 없다. 혼돈에는 혼돈으로 맞서야 한다.
박태웅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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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 전환 시대, 인문학 혁신의 조건과 가능성
인문학은 왜 필요한가? 인문학자조차 이러한 문제 제기가 타당한지 의문을 품는 시대이다. 인간의 삶에서 지금처럼 경제를 제대로 알고 과학과 기술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한 때가 있었을까 싶다. 이러한 변화는 인문학만이 오롯이 인간 존재와 세계 인식의 문제를 독식하던 시대가 지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인문학만의 홀로서기는 불가능하다. 자조적으로 위기론을 읊조리기보다는 인문학의 경계 밖에 자리한 학문과의 ‘융합’ 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혁신’을 모색할 때가 온 것이다. 이런 점에서 3월 30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카이스트가 공동으로 개최한 ‘디지털 전환 시대, 인문학 혁신의 방향’ 학술회의는 시의적절하고도 뜻깊은 공론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오간 논의를 인문학자 관점에서 ‘인문학 혁신의 조건과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인문학 혁신의 조건 1960년대 한국에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이래 대학교과 학문에서 자연과학과 공학, 즉 이공계는 재원과 규모 면에서 인문사회계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그것은 대학교 경영과 학문 연구에서 경제성·효율성 논리가 제일의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에 들어와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면서 이공계와 인문사회계는 국가 R&D 예산 비율에서 99% 대 1%라는 수치가 보여주듯이 극단적인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 R&D 예산은 19조 4,615억 원에서 27조 4,005억 원으로 늘어나 연평균 8.9%씩 증가했다. 반면 문과, 즉 인문·사회계의 국가 R&D 예산은 3,064억 원에서 3,226억 원으로 162억 원이 늘어나 연평균 증가율은 1.3%에 불과했다. 오늘날 대학교는 산업화 시대에 수립된 대학교 정책과 대학교 경영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수익성을 좇는 방향으로만 ‘개혁’을 거듭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마찬가지로 인문사회계 학문이 위기에 처한 것은 정부가 균형적 학문 정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산업화의 안목으로 ‘돈 되는’ 학문에만 재원을 투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탈산업화의 시선에서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간의 균형 있는 학문 발전을 도모할 때인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적으로 고사 상태에 놓인 인문사회계를 살려야 한다. 인문사회계에 대한 ‘심폐소생술’은 법과 조직과 제도 마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먼저 국가의 인문사회계에 대한 학술 지원 책무를 규정하고 학술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보장하는 ‘기초학술기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둘째, 인문사회 학술정책의 수립과 실행을 담당하고 학술 성과를 시민사회에 환원하는 (가칭) 인문정책연구원 등의 조직이 설립되어야 한다. 셋째, 인문사회계 학문후속 세대 양성을 위한 인문사회학술 연구교수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이 제도가 실시되면 독일의 막스 플랑크 협회(Max-Planck Society)나 프랑스의 CNRS처럼 수천 명 규모로 선발된 학술 연구 교수들이 지역별 대학교 네크워크 등을 활용해 개인 연구와 집단 연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법과 조직과 제도를 마련해 인문사회계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양성되도록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 혁신의 기본 요건이다. 지난 3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KAIST가 공동 주최한 「디지털 전환 시대, 인문학 혁신의 방향」 심포지움 인문학 혁신의 가능성 인문학의 혁신은 내적 성찰로부터 시작된다. 또한 외부로부터의 자극과 선도에 의한 혁신도 가능하다. ‘신한국 인문학’ 제안은 인문학 스스로의 성찰에서 발원한 혁신 방안이다. ‘신한국 인문학’은 전통적인 한국학에 방점을 둔 인문학이 아니며, 한국 인문학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한국다움(Koreanness)을 추구하면서 기존의 인문학을 극복하는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것은 인문학 연구와 교육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며 새로운 요구와 환경에 부응하는 인문학 진흥책으로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모색한다. 구체적으로 ‘신한국 인문학’은 ‘자의식을 통한 우리 고유함이 갖는 보편성의 발견’으로 세계에 제시할 수 있는 우리 이해의 패러다임이자 세계 시민의 공유기반이 될 수 있는 인간 이해와 가치 체계의 패러다임을 추구한다. 이와 같은 인문학 내부로부터의 혁신을 추구하는 ‘신한국 인문학’은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혁신 공유 대학교 모델을 구상한다. 인문사회계는 정부에 인문사회에 대한 학술정책 수립을 요구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문사회계와 이공계의 융복합 연구와 협업의 시급성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공계 역시 인문학과의 융합에 기반한 발전과 도약을 꾀하면서 인문학 혁신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한 혁신을 추구하며 그에 기반한 ‘21세기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이 꿈의 실현을 위해 카이스트는 2023년에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대학원을 연다.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대학원은 포스트 AI 시대에 새로운 지식 및 연구 분야를 개척해야 하는 필요성과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부응한 인문사회과학분야의 혁신 요구 등에 기반해 ‘인문사회과학 고등인력을 대상으로 한 융합 석박사 학위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인간-사회-예술 분야에 대한 디지털 분석 역량을 갖춘 인문융합공학자 양성’ 을 목표로 한다. 연구 측면에서는 이공학적 방법론의 도입과 적용을 통해 답보 상태에 놓인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질적 도약을 모색하고자 한다. 산업 측면에서는 인문융합공학 인력 공급을 통해 국내 IT 산업계에 새로운 혁신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디지털 인문사회과학대학원의 설립이라는 이공계 연구 중심 대학교의 선도적인 행보는 인문학의 안팎 경계를 허물며 인문학의 혁신을 이끄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이공계가 나서 인문학의 혁신을 견인하고 선도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과학기술기본법」 제2조의 기본 이념을 살펴보자. 이 법은 과학기술 혁신이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자연환경 및 사회윤리적 가치와 조화를 이루고 경제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도록 하며 과학기술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존중받도록 하고,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이 서로 균형적으로 연계해 발전하도록 함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이처럼 2001년에 법조문으로 명시된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균형적인 연계를 통한 발전’은 인문학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현실적 요구가 되어가고 있다. 인문사회계 혹은 이공계, 누가 인문학 혁신을 선도할 것인가’라는 다툼이 의미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김정인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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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 탐구
융합과 협치를 위한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
연구회 체제가 만들어지고 20여 년이 경과한 현재 연구회 및 국책연구기관은 박사 2,000여 명, 전체 구성원 6,000여 명, 예산 1조 원 이상 등의 수치에서 확인되듯 한국 사회 최대 싱크탱크로서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연구회 및 국책연구기관은 각 부처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는 일에 머물러 횡단적이고 복합적인 정책지식을 생산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금의 국내 정책지식 생태계는 변화된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국책연구기관들이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 등 새로운 의제와 관련한 정책 기초 지식을 충분히 생산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의 비전처럼 융합적 연구가 필요한 주제들을 정면으로 다룬 연구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정치 주체들은 표심을 자극하는 단기적이고 파편적인 정책에만 몰두하는 퇴행을 보이고 있고, 시민사회·기업 등 민간 부문의 활동은 침체돼 있다. 국내의 공공·민간 연구기관들은 저마다 쏟아지는 연구과제들을 쉼 없이 수행하고 있다. ‘물길’이 막혀버린 국내 정책지식 생태계 한국 사회가 대전환기를 맞았음에도 국내 정책지식 생태계에서 그에 대응하는 정책지식의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은 그 생태계가 생태계다운 상호작용과 순환을 잃어버렸다는 방증이다.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에 놓고 바라보면, 정책지식의 수요자라고 할 정부 및 국민과의 관계, 정책지식의 대체자라 할 민간·정당·시민사회 싱크탱크와의 관계에서 대결과 공명, 평가와 존중, 자극과 되먹임(피드백)이 실종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국책연구기관들은 부처 종속성에 따른 경직성 및 부처별 칸막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고, 대통령직속위원회 등 국정 상위 거버넌스와의 상호작용이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부동산 문제, 에너지 전환 등 여러 영역에서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주제와 관련한 정책지식 생산이 미흡하고, 정부가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는 예각화된 정책 솔루션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회 내지 국책연구기관이 국가 미래전략 수립과 관련한 비전페이퍼를 생산하더라도 이에 기초한 각 분야별 계획, 시퀀스와 위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다. 국책연구기관들이 국회에서 조사 기능을 지닌 조직인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등과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힘들다. 최근에는 기본소득, 메가시티 같은 의제를 제기하는 등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기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협력과 인적 교류를 통해 이들의 내실화를 돕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협력은 정부나 국책연구기관들을 정책의 홍보나 설득을 위한 동원 대상 정도로 여기는 듯하다. 국가정책연구 고도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지식 생태계 내 상호작용 국가정책연구에 필요한 혁신과 협치 대전환기에는 변화 요소 내지 위험 요소가 복합적·중층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정책개발을 위해서는 실질적이고 총괄적인 융합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과제의 분업’을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융합 연구는 열린 연구 구조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제대로 된 인센티브와 평가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융합연구에 따른 리스크를 인정하고 가치를 존중할 때 가능해진다. 열린 연구 구조와 네트워크는 실질적 융합연구가 이뤄지기 위한 전제조건인 동시에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해 국내 정책지식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책연구기관이 다양한 시각의 연구기관, 단체, 전문가, 당사자 조직 등과 토론 및 협동 연구를 수행하고 국책연구기관 내 인적 구성에서도 마이너리티 혹은 비주류학파에 대한 개방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건물의 격벽이 아닌 세포의 격막처럼 국책연구기관 간 인적 교류가 유연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장치를 만들고 ‘무임소 연구위원’처럼 국책연구기관과 정부부처의 관계를 이완시키는 제도의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부처, 국책연구기관, 각 부처 산하기관 등이 밀집된세종시를 제대로 된 정책지식 클러스터로 진화시켜야 한다. 연구회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생겨나고 부딪치고 섞여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콘퍼런스, 포럼 등을 조직하고 국민과 민간 연구자들이 함께 교류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서 첫발을 뗄 수 있다. 예산의 극히 일부라도 활용해 잠재성 있는 젊은 연구자, 시민단체 등과의 협동 연구를 수행한다면 국내 정책지식 생태계의 ‘새 피 수혈’에도 효과가 클 것이다. 청와대, 국회 등 국정 상위 거버넌스의 핵심 기구들이 세종으로 이전한다면 세종 정책지식 클러스터의 활성화 가능성도 매우 높아질 것이다. 전문 행정 역량과 민간 역량을 과감하게 믹스하는 협치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국민들의 삶과 정책연구가 상설적으로 만나게 할 필요가 있다. 정책연구에서 협치(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하자는 제안은 공공 영역이 가진 자원을 민간에 적극 개방하고, 현장 국민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이 가진 감각과 섬세한 지식을 반영한 정책 대안을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예컨대, 배달앱에 대한 정책을 세우려면 소상공인들을 직접 만나 수수료, 리뷰, 별점 등의 문제를 들어봐야 하고 ‘지방 소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려면 지역을 떠나려는 또는 지역에 남고자 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주환(재)희망제작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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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정책으로
연구과제의 정책화 추진 전략 및 방법, 스마트시티: 꿈을 현실로
국책연구기관의 일원으로 다양한 정책과제와 연구개발(R&D), 그리고 관련 사업 등을 수행해오면서 무엇보다 가장 보람되고 의미 있는 일은 연구과제들의 성과가 정책화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시민의 삶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다. 새로운 연구과제를 계획하고 발굴해서 수행할 때, 정책화 과정에서 체계적인 전략과 방법, 지속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된다. 실제 다년간 정책연구를 하면서 느낀 일부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연구의 시작은 정책과제 발굴 의미 있는 연구의 성과 도출과 정부 정책화를 위한 첫 번째 출발점은 급변하는 미래 트렌드와 정부 정책 변화에 대응한 시기적절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선정하는 데서 시작된다.“시작이 반이다”라는 한국 속담처럼 관련 연구 분야의 현안 및 미래전망, 국정 과제의 주요 어젠다 및 추진 현황, 국가·사회의 현안 및 다양한 정책 수요자의 니즈 등을 반영한 선제적 정책과제의 발굴과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 우리 연구원의 구체적인 정책과제 발굴 및 선정 체계를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크게 톱다운(Top-down)과 보텀업(Bottom-up)의 2개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톱다운 과정에서는 ‘데이터 중심의 연구체계 확립 TF’, ‘미래 기획 TF’, ‘국정 과제 TF’ 등 3개의 정책연구 기획 전담 TF의 상호협력을 통해 미래 트렌드를 분석하고, 다양한 국가·사회 현안을 파악해 관련 연구과제를 도출한다. 또한 보텀업 과정에서는 정책의 직접 수요자인 정부, 국회, 시민, 전문가 등 다양한 계층의 니즈 분석과 의견 수렴을 통해 현재 국가·사회 이슈, 연구 이슈의 타당성 및 시급성, 연구 주제 우선순위 평가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시기적절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선정한다. 매년 또는 상시적으로 관련 연구 분야의 미래 트렌드나 사회 현안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일부 과정의 내용이나 방법상의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실효적인 연구 결과 및 정책화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책과제가 선정되어 연구로 추진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정책과제 발굴 및 선정체계(예) 정책화 과정 및 실적(예) 세종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시나리오 체계화된 정책화 추진 전략이 성과를 좌우 신규 정책과제로 선정되거나 새로운 연구과제를 추진할 때 항상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이 과제를 통해 어떠한 연구 결과를 도출할지, 그것을 어떻게 정부 정책으로 연결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떠한 전략과 방법으로 추진해야 할지 등이다.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깨닫게 되는 건 무엇보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본인만의 체계화된 정책화 추진 전략과 방법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의 유무에 따라 이후 연구를 진행하고 마무리할 즈음 도출될 연구 성과 및 정책화 실적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책화 추진 전략과 방법의 첫 번째 단계는 수많은 브레인스토밍과 토론을 거쳐 연구과제를 통해 정책화할 분야 및 내용을 선제적으로 정의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부 정책화 분야, 입법화 분야, 사업화 분야, 국제협력 분야 등 연구 과제의 성격과 유형에 따라 수행 중인 과제를 구체적으로 정책화할 분야와 주요 내용들을 예측하고 정의하는 것이다. 특별히 정책화 및 입법화 분야는 실제적으로 연구의 최종 결과를 통해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도입된다. 입법화를 통해 실현될 주요 내용은 향후 구체적인 정책화 과정과 노력, 그리고 실적을 견인할 나침판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업화 분야는 연구 성과 및 정책화 실적이 하나의 단발성 과제로 끝나지 않고, 다양한 후속 과제를 통한 지속 가능한 연구성과와 정책화 실적으로 연계되기 위한 매개체가 된다. 두 번째 단계는 도출되는 연구 결과의 정책화를 위한 체계적 추진 과정과 구체화된 노력이다. 는 저자가 최근 수행한 기본 과제의 연구결과를 정책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화 과정과 노력, 그리고 실적의 한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 단계에서 선제적으로 정의한 정책화, 사업화, 입법화 및 국제협력 분야의 주요 내용의 구체적 실적을 도출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화 과정과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히 의견 수렴 단계에서는 다양한 계층의 의견과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관계 기관 세미나 및 간담회 30여 회, 전문가 및 전문위원회의 의견 수렴 및 간담회 24여 회, 수차례의 기업 설명회 및 학회 포럼 참여 및 토론, 직접적인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대국민 홍보 및 전국 16개 도시 토크 콘서트 개최 등 수많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을 통해 도출된 다양한 정책 대안은 정부의 시행계획 및 실행계획, 로드맵 수립, 연구기획 및 전략프로젝트 도출 등 다양한 대안으로 구체화되어 관련 정부부처와의 협의를 통한 새로운 법률 신설, 여러 후속 사업 도출, 그리고 국제협력을 통한 연구성과의 글로벌 모델 개발 및 확산을 추진했다. 세 번째 단계는 도출된 연구성과와 정책화 실적에 대한 차별화된 성과 확산 및 홍보 전략이다. 기존의 다양한 언론 및 정책 보고서, 공청회 등을 통한 성과 확산 및 홍보를 넘어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영상 보고서, 온라인 중계, 뉴스레터, 카드 뉴스, 소셜미디어 등 비대면 성과 확산 체계의 강화, 시민참여단 및 리빙랩 형태의 고객 맞춤형 소통과 국민 참여를 위한 현장 중심의 연구성과 확산 체계의 도입 등 차별화된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태형한국교통연구원 스마트시티교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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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지상중계
제20대 대통령선거차기 정부 운영 및 주요 정책 분야대토론회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한국행정학회, 한국정책학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으로 1월 6일과 13일, 20일 세 차례에 걸쳐 ‘제20대 대통령선거 차기 정부 운영 및 주요 정책 분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토론회는 행정학자들과 정책학자들이 5대 주요 정책 분야(미래 인재 양성과 국가교육, 기후변화와 에너지, 연금 개혁/국가재정, 과학기술과 디지털혁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서 발제를 맡아 차기 정부에 제안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고 마지막 세션에서 ‘정부의 미래와 싱크탱크의 역할’을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되었다.대토론회 단체 사진 국회 역할 확대 등 논의 이번 대토론회의 기본 취지는 매번 정권교체 시기에 주요 정책 이슈들이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막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역대 정부가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고, 새로운 부처가 신설되고 일부 부처의 위상이 격상되지만여전히 정부는 성과와 결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핵심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 부처 간 또는 부처 내 칸막이 현상으로 인한 목표 간 충돌, 목표와 수단 간 충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주요 정책별로 이를 추진하는 조직 및 제도 설계, 목표관리상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정부가 무엇을 하겠다고 내세워도 앞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어떤 성과와 결과를 낼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첫째 날 열린 ‘정부의 미래 세션’에서는 국회의 역할 확대,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 시장에 대한 규제 철폐, 정확한 목표 제시와 평가 그리고 정부부처 간 칸막이 철폐 등이 논의되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정책의 경우 정부는 세계적으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총배출량 대비 24.4%로 잡고 있는데 목표치의 도전성도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저해되는 요인(충돌하는 목표와 수단, 제도)을 제어하지 못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산지 태양광 설치(탄소 흡수원인 나무를 베어야 하는 딜레마)와 재생에너지 보급 간 목표의 충돌 문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문제 등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만 하더라도 이를 추진하는 기관들의 생각과 목적함수가 다르다. 국토, 농촌, 자치와 사회를 담당하는 기관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 혁신의 영역은 이를 주관하는 부처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내놓는 규제와 제도가 혁신을 유도하기는커녕 방해해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발제자와 토론자 부처 간 논의와 협업은 필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교육 역시 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책통신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여성가족부 등 담당 부처들이 자신만의 입장에서 미래 인재 양성을 논하고 있지 인재 양성 간 융합과 통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연금 정책과 국가재정 역시 저출산·고령화 정책과 연결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관련 부처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추진 조직 간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도 미지수다. 아무도 전체를 먼저 보고 부분을 조율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모두가 부분만을 보고 간다. 이 모든 경우가 각각의 정부 기관이 자신의 목표만 바라보고 가다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엇박자 행정이자 충돌 행정 내지는 끊어진 행정이다. 국민들은 부처들의 주요 업무 계획의 합동 브리핑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여러 부처가 분업이 아닌 협업을 해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번 대토론회는 각 주요 정책별로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충돌 이슈 및 협업 이슈를 제안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새 대통령과 새 정부는 이를 어떻게 추진 체계와 제도에 녹여낼 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러한 주문을 해야 하고 5월에 들어설 새 정부는 이러한 주문에 응답해야 한다.
이석환국민대학교 교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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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지상중계
NRC 교육혁신 포럼
창의적 인재 국가를 위한 교육혁신기술·산업·고용·복지 분야 발표 중인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창의적 교육, 생애 전 주기 학습의 시대적 요구에 따른 교육혁신 방안 모색을 위한 공개 포럼, ‘NRC 교육혁신 포럼: 창의적 인재 국가를 위한 교육 혁신’을 1월 25일(화), 서울 엘타워에서 개최했다. 연구회는 2021년 12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NRC 교육혁신포럼’을 초· 중등교육, 고등교육, 직업교육·훈련, 기술· 산업·고용·복지, 시민·인문·문화·예술, 평생학습의 6개 분과위원회 형태로 구성, 발족했다. 본 공개 포럼은 이와 같은 ‘NRC 교육혁신포럼’에서 한 달여간 진행한 연구의 중간 성과물을 발표, 논의해 최종 성과물로 발전시키고 창의적 인재 국가를 지향하는 교육혁신 논의를 공론화 하고자 마련한 자리이다. 창의적 교육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포럼은 개회식, 총론 및 분야별 발표, 종합 토론 순서로 진행되었다. 개회사에서 정해구 연구회 이사장은 “우리 사회의 발전에 공헌해온 교육이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며, “역량 있는 인적자원을 육성하기 위한 창의적 교육과 생애 전 주기 학습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축사에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우리가 첨단산업을 넘어 세계 중심의 소프트 첨단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의 창조적 본질을 최대화하는 진정한 교육으로 대전환하는 것이 필요하고, 특히 고등·직업교육의 거버넌스 및 컨트롤타워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덕률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도전이 우리 사회의 인재상의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에 따라 창의적 인재 국가로의 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필수적” 이라고 말했다. 교육 패러다임 대안 모색의 장총론 발표 중인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원장 강대중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은 ‘교육에 관한 새로운 사회 계약: 평생학습사회와 창의 인재 국가’를 주제로 한 총론 발표에서 “학교 중심의 교육체계와 경쟁 지향적 입시 문화로는 새로운 경제와 사회를 살아갈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쇠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안으로 평생학습사회에 적합한 전 생애 학제의 새로운 사회계약 논의를 제안하고, 학습사회를 추구하는 교육개혁과 사람 중심 교육으로의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지는 분야별 발표에서 초·중등교육 분야는 김경애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초·중등 교육정책의 쟁점과 의제’를 주제로, 고등교육 분야는 장수명 한국교원대학교 교수가 ‘대학 체제의 비전, 현재와 과거’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평생학습 분야에서는 송병국 순천향대학교 교육대학원장(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이 ‘온 국민 보편적 학습 지원을 위한 평생학습 체제 실현’을 주제로, 직업교육·훈련 분야에서는 최동선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직업교육훈련 체제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기술·산업·고용·복지 분야는 김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역량 기반성장을 위한 기술·산업·고용·복지 통합모형 구축과 주요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고, 마지막으로 시민· 인문·문화·예술 분야는 양현미 상명대학교 교수가 ‘삶을 위한 시민·인문·문화·예술 교육의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어진 종합 토론에는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장의 사회로 김성열 경남대학교 교수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이병욱 충남대학교 교수, 황정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책임연구원, 정필재 세계일보 교육 전문 기자가 패널로 참여했다. 종합 토론 참여자들은 앞선 발표에 대한 논의에 더해, 창의적 인재 국가의 교육혁신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의견을 공유했다. ‘NRC 교육혁신포럼’에서 논의된 방안은 향후 교육혁신 분야의 연구회 협동연구 과제 추진을 위한 토대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진형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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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제 연구플랫폼 포럼
새로운 발전과 협력의 플랫폼 모색 지난 2월 9일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북한 경제 연구: 새로운 발전과 협력의 플랫폼 모색’ 이라는 주제로 ‘북한 경제 연구 플랫폼’ 포럼이 개최되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이번 포럼은 통일부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했고 국내 국책연구기관과 학계, 은행·공공기관 등에서 활동하는 주요 연구자 대부분이 참여했다. ‘북한 경제 연구 플랫폼’ 포럼은 올해 첫 번째로 개최된 전문가 포럼으로 북한 경제를 연구하는 학계·전문가들의 열린 참여를 지향하고 있다. 즉 최근 북한 경제 각 분야별 연구 현황과 정보를 공유하고, 북한 경제 연구 분야에서 주기적 소통과 지속 가능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한 자리이며, 이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관점에서 민·관·학 북한 경제 연구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단체 사진 새로운 방식의 북한 경제 연구 협업 필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정부, 학계, 민간이 지속적인 소통과 네트워킹을 통해 변화하는 북한 경제를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경제에 대한 과학적이고 정확한 지표와 분석 틀을 갖추고, 공신력 있는 지표와 데이터를 축적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 경제사회의 발전에 대한 거시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까지 연구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정부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싱크탱크와 전문가들의 주도적인 역할을 돕겠다”고 말했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그간 북한 경제 연구가 국책연구기관과 유관 기관, 기업과 학계 그리고 시민사회 등 민관에 걸쳐 분산적으로 이루어져왔으나, 앞으로는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한편 그 성과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경제 연구 플랫폼의 목적이 소통과 성과의 공유에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 경제 자체를 연구하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 경제가 향후 어떻게 발전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연구 분야를 확장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며, 새로운 연구 분야 개척에도 큰 기대를 나타냈다. 이재정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북한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통일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문제를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며, 국회에서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은 “오늘 포럼은 북한 경제 연구의 돌파구를 모색하고 민관이 뜻을 모으는 귀중한 시도”라고 평가하며, 정부와 각 연구기관, 연구자들의 협업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2월 열린 ‘북한 경제 연구 플랫폼’ 포럼 정부-민간 정보 공유와 협업 연구 활성화 기조 발제는 이석 한국개발연구원 북한 경제 연구실장이 맡아 ‘북한 경제 연구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이석 실장은 1990년 북한 경제 연구의 첫 시작에서부터 2000년대 북한 경제 연구 데이터가 지속 개선되고, 연구 주제가 세분화되고 확대되는 현재 시점까지 전반적인 경과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히 대북 제재가 본격화되는 2016~2017년 즈음부터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연구 수요가 등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데이터가 꾸준히 출현하는 등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음을 제기했다. 이는 한편으로는 기회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북한 경제 관련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도 지적하며, 북한 경제 연구 발전을 위해서는 국제화, 협업과 공유, 도전(새로운 연구자, 주제, 방법)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기조 발제 이후에는 2개의 세션으로 나누어 토론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세션은 ‘국책연구기관 라운드 테이블’로, ‘북한 경제 연구의 현황과 새로운 협력 플랫폼’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사회로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김수정 산업연구원 박사, 김영훈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박사, 윤인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박사, 이상준 국토연구원 박사, 이종규 한국개발연구원 박사,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 최지영 통일연구원 박사, 탁성한 한국국방연구원 박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새로운 협력 플랫폼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무엇보다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력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패널들의 제안은 크게 세 가지로 모아졌다. 첫째, 정부와 민간(연구기관) 간의 정례적인 협의체를 통한 정보 공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국책연구기관 선임연구위원 중심의 소통 채널을 운영하는 방안, 온·오프 연구 협력 허브를 구축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었다. 둘째, 참여자들은 연구기관별로 각각 보유하고 있는 통계와 북한 원문 등을 상호 공유하는 것의 중요성을 제기했다. 셋째, 연구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통하고 공동연구를 추진해 함께 결과를 발표하는 등 협업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도 서로 공감했다. 이를 위해 주제별로 기축 연구기관을 지정하는 방안, 5년 정도의 중장기 공동 연구를 플랫폼 내에서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두 번째 세션은 ‘학계 좌담회’ 형태로 진행되었다. 박순성 동국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김병연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 장형수 한양대학교 교수, 조동호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장이 패널로 참여해 ‘북한 경제와 북한 경제 연구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이 이루어졌다. 좌담회에서는 북한 경제 연구 분야가 정책연구에 비해 기초 연구, 장기 연구 등이 부족함을 이야기하며, 국제 학계에 보다 신뢰를 견인할 수 있는 ‘추동력, 주도권, 설득력’을 확보해나가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또한 북한 경제 연구가 연구 수요에 비해 기초 정보가 부족한 분야인 만큼 모두가 참여하는 ‘플랫폼’이라는 채널을 통한 집단적 토론과 고민이 중요하며 북한 개발 국제화 시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미래 북한 경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 ‘북한 경제 연구 플랫폼’은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북한 경제사회에 대한 장기적 기초 연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나아가야 통일부는 이번 포럼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견을 향후 북한 경제 연구 플랫폼을 운영해나가는 데 적극 반영하고 계속해서 이를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또한 플랫폼 포럼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례화되어 안착하고, 플랫폼 내 협업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기반을 계속해서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김진환통일부 경제사회분석과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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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 혁신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국가의 역할’ 토론회
인문사회 학술 생태계의 국가책임성을 향해 2022년 2월 10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비판사회학회가 공동주최한 ‘고등교육혁신과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국가의 역할’ 토론회가 열렸다. 비정년 트랙 전임 교원이면서 학문 후속 세대이자 인문사회 분야 연구자로서 학문 후속세대가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연구 안전망’ 형성을 위해 국가의 직접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인문사회 연구자들의 연구 활동은 정치적 변동과 관계없이 지속되어야 한다. 유달리 다른 분야에 비해 인문사회 분야는 세계화되는 K-대중문화, K-스포츠, K-문학의 흐름에 동참하고 있지 못하다. 인문사회 분야의 연구 성격에 맞는 거시적인 연구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다. 오로지 대학교에만 맡겨놓은 상황이나 다름없는 현실에서 대학교들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는 인문사회 연구자들의 고용위기, 생계 위기로 이어질 것이고 나아가 인문사회 학술 지식 생산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이 새로운 정부 시대에 더 심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 토론회는 국가가 인문사회 학술을 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 특히 학문 후속 세대 연구자를 왜 지원해야 하는지 그 ‘논리적·실증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토론회는 총 두 세션으로 구성되었는데 전반부는 정부 주도의 학술정책 형성을 주장하는 발표들이고, 후반부는 지역 대학교의 위기에 대한 발표들이다. 얼핏 보면 거리가 있어 보이는 주제지만 지역 대학교의 위기가 앞으로 인문사회 분야와 연구자들의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므로 충분히 묶일 수 있는 주제다. 국가가 책임성을 가져야단체사진 이강재(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장)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인문사회 학술 문제를 ‘국정과제’로 승격시켜야 한다는 묵직한 주장을 제기했다. 문명 대전환 시기에 기존의 선진국 추격 모델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선도형 국가가 된 대한민국이 성숙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입국과 인문경국을 결합한 ‘학술경국(學術經國)’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국가가 기초연구 토대를 튼튼히 해 그것을 교육으로 환류해야 하며, 결국 연구자 양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학술정책과 기초학문 연구자의 양성에 ‘국가 책임’이 필수적이며, 관련 법령 제정(학술기본법)과 학술정책연구원이나 학술진흥원 같은 학술정책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청와대에 ‘학술 연구수석’을 신설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청와대 수석을 설치한다는 것은 국정 과제로 연구의 중요성을 승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교육수석을 부활시키되 교육연구수석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현재의 교육부를 ‘교육연구부’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귀옥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인문사회학술정책연구원’ 설립의 구체적인 청사진과 자세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귀옥 교수의 발표는 질적·경험적 근거를 통해 도출된 주장을 제시한다는데 의의가 있다. 인문사회 연구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현재 대학교과 학술 생태계의 현황, 특히 학문 후속 세대 연구자의 처지와 입장이 잘 드러난다. 김귀옥 교수는 연구재단 시스템에서 보듯이 인문사회 학술정책이 자연과학 정책에 종속되어 있으므로 인문사회과학의 독자적인 특징을 살려 ‘중장기적 정책’ 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인문사회학술정책연구원’이 설치되어야 함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의 연구비 격차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학술장 내의 격차와 차별까지 지적한 것이 인상적이다. 인문사회 학술 연구는 소규모 장기 연구 위주로 재편되어야 하고 연구자의 정확한 실태 파악과 더불어 개별 연구자의 자율성 부여가 확대되어야 하며, 연구 결과의 사회적 공유가 필요하다는 주장 모두 중요한 지적이다. 인문사회 학술정책연구원은 단순한 정책연구원과는 다르게 학문 후속 세대의 연구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도 포함하고 있다. 연구 재단의 ‘국가학술 연구교수’ 제도와 연동하는 ‘학문정책 연구실’과 나머지 9개 연구실이 그것이다. 2024년까지 국가학술 연구교수 최소 2,000명을 달성해 학문 분야별 연구실에 배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이때 연구 재단의 동 사업과 통폐합). 이것이 가능해지고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인원이 확대된다면, 인문사회 후속 세대에게 현재의 생계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미래의 후속 세대들에게 공부를 진로로 선택하게 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필자는 두 발표에 대한 토론에서 대학 위기 속에서 인문사회 학술 생태계를 유지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학문 후속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 과제 중심으로 연구비와 연구 공간까지 제공하는 ‘기초인문사회과학원’을 비수도권 몇 곳에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김귀옥 교수가 제시한 학문정책연구실이 별도의 기관으로 독립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연구 재단이 운영하는 인문사회학술교수 A,B형을 확대하되, ‘연구 공간’을 지역 균형발전을 고려해 비수도권에 두는 지원책이라고 보면 된다. 지역 문제 연구는 집중과 협력으로 임운택 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 대학교들이 교육부로부터의 예산 확보를 학교 홈페이지에 대문짝 만하게 내건다든지, 교수 연구자들이 지역문제가 아닌 수도권에 편향된 연구를 수행한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사회 연구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지식 트라이앵글 개념을 적용한 말뫼 대학교 등 해외 사례를 보여주면서 대학교가 지역사회에 충분히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석열 남서울대학교 교양대학교 교수는 지역 대학 대학원들의 운영 실태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면서, 현재의 대학원 시스템이 더 이상 재생산의 역할을 하기 어려움을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대학원에서의 연구를 대학원생의 경력 관리 수단이 아닌 ‘공공재’로 보는 시각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또한 지역 대학의 정체성과 특성화가 필요성을 강조하며 대학원에 대한 정부의 질 관리와 평가 체계 구축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인 조은주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에 내재된 다중적 격차 문제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지역 대학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강태경 학생(고려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은 대학원생에 대한 펀딩 제도가 부실함을 지적하며 대학원생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하고 그에 따라 안정적으로 교육받고 연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후속 세대 연구자의 관심과 요구 절실 국가의 학술 책임은 국립대학교을 육성하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국립대학교라도 지역 대학은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많은 대학이 연구와 학술보다는 공룡 같은 대학교시스템 자체를 유지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는 듯하다. 지역 대학교의 위기는 지역 대학교만의 위기가 아니라 앞으로 고등교육과 학술 전반의 위기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분명한 미래 시나리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을 주문한 본 토론회의 문제의식이 앞으로도 진전되고 정책에 반영되길 기대한다. 특히 학문 후속 세대 연구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성과를 자신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요구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경제· 인문사회연구회가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길 기대한다.
박치현대구대학교 성산교양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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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의 생태계 구축
2022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 대회충북연구원 기획 세션: 강호축 국가 균형발전 한국지방자치학회는 ‘지속 가능한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의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 2022년 2월 17일(목), 18일(금) 양일간 충주 수안보 상록호텔에서 동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동계학술대회는 문상호 건국대학교 글로컬캠퍼스 총장, 이종배 국회의원,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조대엽 정책기획위원장,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등 ‘지속 가능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생태계 구축’에 관여하는 국회, 중앙정부, 지방정부, 학계, 유관 기관 등 대부분의 관련자가 참석했다. 또한 50여 개가 넘는 세션을 통해 200여 명의 지역 주민, 학자, 연구자, 공무원의 열띤 발표와 토론이 이어지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었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91년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실시된 이후 30년이 넘었다. 올해 월부터는 지방자치 32년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또한 대통령이 주재하고 시도지사가 참여해 정책현안을 논의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도 운영되었다. 이는 지방자치학회가 분권과 균형의 자전과 공전 속에서 조화로운 발전을 지향해온 결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협의체를 비롯해 중앙부처, 연구기관, 전문가, 관련 학계와 함께 머리를 맞댄 결과이며, 지방자치의 불모지에서 애써주신 선배님들의 노고로 이루어낸 성과이다. 주민 중심 지방자치 시대 위한 노력 참석자들은 지방자치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여전히 중앙집권적인 자치단체의 극복, 지방재정과 중앙정부로부터의 실질적 기능 이양, 수도권 집중 성장 발전과 지역 소멸 위기 확대로 인한 지역 간 균형발전 모색 등은 지속 가능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라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여·야의 정권교체가 이뤄졌으며, 6월에 민선 8기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진정한 ‘주민 중심 지방자치 시대’를 열기 위한 참신한 정책과 다양한 이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시대사적 요구를 반영해 이번 동계학술대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심각해진 계층 간 양극화와 지역 간 격차 및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 문제 등 딜레마적 상황 속에서 새로운 시대적 과제인 혁신과 자치 및 분권을 모색한 데 의의가 있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자치분권 과제를 평가해 ‘자치분권 2.0시대’ 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과 로드맵을 구상했다. 또한 차기 정부의 새로운 중앙-지방 관계 정립을 위해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과 지역 상원제 도입 등이 논의되었다. 기능-재정-인력의 재분배를 통해 지방분권형 정부 조직 개편안을 구상했으며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 등의 발제와 토론을 통해 새로운 국정 운영 전략과 방향도 논의되었다.2022 한국지방자치학회 동계학술대회 개회식 자전과 공전의 조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이번 학술대회는 인구 감소 시대 균형발전 전략(경제·인문사회연구회 특별세션), 강호축 국가균형발전(충북연구원 기획 세션) 등 지역의 발전전략 논의와 지속 가능한 재정 분권(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기획세션), 지방분권형 개헌(학회 기획 세션) 등 자치분권의 이슈가 테마였으나, 사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태생적으로 상호 모순적인 관계라는 지적이 눈에 띄었다. 자치분권을 강조하다 보면 균형발전이 소홀해질 수 있고, 균형발전을 강조하다 보면 자치분권이 약화될 수 있다. 이러한 딜레마적 상황에서 일찍이 인도의 붓다는 ‘중도’를 얘기했다. 동양의 공자와 서양의 플라톤은 ‘중용’을 해법으로 주창했고 이후 수많은 시도와 논의가 이어져왔다. 중도와 중용이란 마치 곡예사가 줄을 타듯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건너편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전진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번 동계학술대회의 세션은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한국생활자치연구원 등의 자전 세션과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가균형위원회, 대한민국시도의장협의회,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기획위원회 등의 공전 세션이 조화를 이뤄 중도와 중용의 묘를 보여주었다. 지역 상생 기획세션인 부울경 메가시티와 대구경북 메가시티의 현황과 방향은 공전과 자전의 조화를 위한 실천적 대안과, 자치 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지방의회의 주민참여 및 소통 활성화 방안, 주민자치회 통합형 모델 도입 가능성, 특별 지방자치단체 구성에 따른 지방교부세 대응 방안, 자치경찰의 현황과 방향 등이 논의되어 정책 현장에서 지역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연구성과가 도출되었다. 뷰카화(VUCA: Volatile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된 시대에서는 자치 분권을 통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주민 스스로 창의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과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얘기치 못한 상황에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번 학회는 문명사적 전환기에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공론의 장’으로서 소임을 다했으며 참석자들은 현실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책대안의 제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여기서 나온 다양한 정책제안을 실현하면서 자치분권의 별들이 모인 균형발전의 아름다운 별자리 생태계가 구축되길 기대해본다.
김찬우금강대학교 공공정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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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지상중계
2022 청년 이슈 컨퍼런스
대한민국 청년 정책의 진단과 과제세션1: 한국사회 변동과 청년정책의 조건’ 주요참석자 ‘2022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청년 이슈 컨퍼런스’가 2022년 2월 25일(금) 서울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개최되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청년정책연구단이 주최하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토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공동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청년을 둘러싼 환경 변화와 주요 현안을 바탕으로 청년 정책에 대해 진단하고, 향후 청년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본 컨퍼런스는 청년 정책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청년 당사자들의 참석 또한 가능했다. 세미나는 개회사 및 환영사와 2개의 세션으로 구성되었으며, 세션별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오늘 논의를 통해 좀 더 숙성된 결론이 도출되고, 이를 청년정책연구단의 연구과제로 잘 반영해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 퍼져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근래 청년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과거 한국 사회가 남겨놓은 부정적 유산의 결과이며, 지금은 우리 사회의 미래 주역이 될 청년들의 문제에 대해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청년 문제의 현실을 드러내고 청년 관련 주요 이슈와 그에 대한 대책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 변동과 청년 정책의 조건청년세대 불평등과 정책적 쟁점’을 주제로 발표중인 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현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이 사회를 맡은 첫 번째 세션의 첫 번째 발제는 ‘청년세대 불평등과 정책적 쟁점’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발표를 맡은 신진욱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세대 단위가 아닌 계층 단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대 내에서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안정적인 기성세대와 불안전한 청년 세대를 대비시키는 세대 불평등 개념의 정책기조로는 어느 세대의 불평등도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불평등 완화를 위해서 청년 정책은 곧 사회정책, 노동정책, 금융정책, 교육정책이어야 실제적 해결책이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주제인 ‘청년 세대 부채 현황과 과제’ 에서 박수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장은 “2030의 부채가 양적, 질적으로 모두 악화하고 있고, 재무 건전성 또한 위험한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청년의 경우 부채뿐 아니라 통신 요금, 건강보험과 같은 비재무적인 문제 또한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 설명했다. 청년의 부채에 대해서는 “사전예방과 사후처방 두 가지 측면의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특히 부채 발생 요인 해소가 기본적으로 세팅되어야 악순환을 막을 수 있다” 고 강조했다. 세 번째 주제 ‘청년의 삶과 여정-다층적 청년 노동시장 특징, 미래 의제’에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산업구조 변화, 기술의 흐름이 청년의 일자리와 정신건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그는 법률상 어떠한 사회보장도 받지 못하는 일자리가 확대된다면 청년 정책, 노동시장 정책, 교육훈련 정책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청년 정책이 노동시장. 교육훈련 정책과 융합하는 형태로 제도적 상호보완성이 필요한 시점이며, 일터에서의 소득과 고용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이 미래 청년에게 교육, 사회적 안전망의 반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앞선 발제들에 대해 기현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대표, 조은주 경기도일자리재단 청년일자리본부장,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의 토론이 이어졌다. 청년 정책의 진단과 과제 문유경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이 사회를 맡은 두 번째 세션에서는 주거, 교육, 젠더를 주제로 한 발제가 이어졌다. ‘청년 주거 실태의 다양성과 정책 방향’ 발제에서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청년들의 생애이행이 예전과 같은 정상 가족 모델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혼자 살아도 삶의 질이 악화되지 않는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보장해야 하는최저 수준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을 언급했다. 그래서 점유 형태가 어떤 것이 되든 거기에서 안정적으로 거처를 마련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청년 노동시장과 직업교육훈련’ 발제에서 류기락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등 단계에서 직업교육을 혁신하고 일반대학교의 경우에는 산학협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일반교육이냐 직업교육이냐는 이분법적 접근이 아닌 효과적인 인재 양성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실업에 대한 대처뿐 아니라 청년에 이슈가 되는 여러 가지 사회 변화(미스매치, 일·생활 균형 욕구, 인구구조 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패키지 마련이 적극적 노동시장 대책, 직업훈련의 과제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청년층 일-가족 구성 전망의 다양성: 젠더와 계층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이뤄진 발제에서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날 청년층에 일-가족 구성의 전망이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협상되는 경제적 측면에 비해 자기주도적 효능감이 낮게 나타나는 성별화된 가족 규범에 대해서는 혼인, 출산 회피의 주요 이유임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화두는 결국 청년의 원가족으로부터 독립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선 세 주제의 발제에 대해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허태준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 저자, 김원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각각의 주제에 대해 토론을 마쳤다. 이번 청년 이슈 컨퍼런스에서는 노동시장, 산업구조, 인구구조 변화 등 한국 청년이 처한 다양한 사회 변화와 그에 따른 청년 정책의 조건들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청년의 삶을 둘러싼 문제들은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필요로 하는 복잡한 문제지만, 이번 논의가 청년 삶의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정책형성의 좋은 시작이 되기를 희망한다.
강예은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국가연구단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