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Ⅰ - 세계의 싱크탱크와 소프트파워, Ⅱ - 대한민국 국가정책연구의 역사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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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연구회의 현황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체제는 1999년 각 부처에 소속되어 있던 43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임무와 기능에 따라 경제사회연구회, 인문사회연구회 등 5개 연구회가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2005년 연구회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인문사회 분야 2개 연구회를 경제·인문사회연구회로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체제는 1999년 각 부처에 소속되어 있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임무와 기능에 따라 과학기술 분야 3개연구회(기초·공공·산업기술연구회)가 출범하였습니다. 2004년 국무총리 산하에서 과학기술부로, 2008년 과학기술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로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로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감독관청이 변경되었습니다. 2008년 공공기술연구회가 폐지되고 2014년 기초·산업기술연구회가 통합되면서 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현황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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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경제발전을 설계하는 아세안 싱크탱크의 분석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의 산업구조 개편으로 아세안 국가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팬데믹 상황 이후, 인건비 상승과 더불어 산업 구조의 변화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개편에 따라 중국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제조업 기업들 중 상당 기업이 아세안 국가로 넘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아세안에 대한 투자의 전진기지로 인도네시아를 활용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내 총생산(GDP)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의 해외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금융투자보다 제조업 분야로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살펴볼 때 제조업 산업이 빠르게 아세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투자부(BKPM)에서 발간하는 자료를 보더라도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약 198달러로 1년 전보다 35.5% 증가한 수준이며 특히, 제조업 분야의 경우 약 109억 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의 55%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시행한 까닭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업환경이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산업구조가 중국 등에서 아세안 국가로 전이되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지역은 세계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 호주 등의 국가들은 이미 아세안 지역에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민간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 정부의 아세안 지역에 대한 뚜렷한 정책 방향이 아직 보이지는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아세안에 정책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아시아의 OECD를 목표로 출범한 ERIAERIA는 2007년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사진은 지난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모습 아세안은 2015년 12월 EU 수준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ASEAN Economic Community)를 출범하였고 해마다 아세안과 동아시아 3국(한국, 일본, 중국)은 경제장관회의와 정상회담을 가지고 있다. 이들 회의에서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Economic Research Institute for ASEAN and East Asia)는 한해의 지역 경제를 분석 및 전망하고 공동으로 추진할 정책을 기획하는 설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세안 회원국의 경제정책 수립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발전하고 있다. 2006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일본 경제장관회의에서 일본은 아시아의 경제발전과 협력을 연구하고 기획하는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설립을 추진하여 2007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에서 공식적으로 ERIA를 출범하였다. 일본 정부는 매년 200만 불 이상의 예산에 전적으로 지원하고 원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을 일본인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농업, 산업, 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며 아세안 사무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현지 전문가도 고용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ERIA는 아세안 역내외 정부회의에 참석하여 연구결과를 발표할 뿐만 아니라 아세안의 여러 기구에 참여하여 아세안을 위한 어젠다를 기획하고 있다. 경제장관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EAS 정상회의 등이 이에 속하며 연구 분야도 기존 4개 분야에서 노동, 중소기업, 금융, 여성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7년에는 아세안 설립 50주년을 테마로 ‘ASEAN@50’이라는 5대 분야별 시리즈물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EAS는 2005년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인도 6개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체로 출범한 이후 2011년에 미국과 러시아가 추가로 참여하여 현재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EAS 참여 국가를 중심으로 각 국의 연구기관, 대학과 연구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아시아의 OECD로 발전하고 있다. 개별 국의 정책 연구를 개발 협력사업으로 아세안은 풍부한 자원과 인구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낙후한 인프라와 인적 자본으로 경제발전은 정체되었다. ERIA는 아세안 후발 가입국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의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해주었고 기초 자료 조사를 위한 기반도 조성해주었다. 이러한 정책 연구의 결과는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 등 국제기구와 함께 이들 국가의 부족한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는 개발협력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비록 ERIA는 일본 정부의 자금과 경영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현지 정부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초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의 관계는 가까웠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단절이 발생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아세안으로부터 한국의 사업참여와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첫 시험대를 아세안에서 맞이하고 있다. 정책적인 협력사업은 한순간에 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석의 결과들과 기초자료들이 축척되면 될수록 그 효과성은 견고하고 오래동안 지속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민간 기업들의 경우 단기간의 영업이익을 위해 지역을 옮겨 다니며 이익이 높게 실현되는 곳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적인 것은 당장의 이익이 아니더라도 중장기적 전략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협력사업이다. 한국의 싱크탱크가 단기간에 ERIA와 같은 역할과 위상을 쌓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인 경쟁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분발이 필요할 것이다.
신윤성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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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창의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자원배분 인식 전환
국책연구기관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은 기관운영비와 정책연구비로 구분된다. 정부의 예산편성과 국회의 예산심의에서 경제학적 관점인 제한된 예산의 효율적 배분, 즉 기회비용과 효과성(연구성과)을 작용한다. 연구기관이 제안한 연구와 정부 정책방향 및 중점투자 분야와의 정합성, 국가적 어젠다에 대한 연구필요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 선택에 이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회는 정부와 국회를 직접 상대하며 내외부 정세와 연구기관의 현실을 분석하여 우선순위를 제시하는 직접적인 조정 역할, 특이소요에 대한 간접적인 조율 역할을 병행한다. 시장경제원리의 적용에 따른 양면성 1999년 각 부처 소속의 국책연구기관들을 국무총리 산하의 독립적인 연구회 소관으로 개편하면서 운영예산의 일부만 지원하고 나머지 재원은 각 연구기관별로 민간연구소, 대학 등과 경쟁하여 수입을 얻도록 하였다. 그 배경에는 첫째, 각 부처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실행계획수립을 위한 Think-Tank’의 역할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범국가적 장기비전 수립형 Think-Tank’로 나아갈 수 있는 ‘연구의 독립성’ 강화에 있다. 둘째는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하여 지식산업생태계에서 경쟁을 통해 연구기관 스스로 경쟁력 확보와 연구역량을 개선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민간주도형 R&D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통한 연구 역량 향상, 연구기관 간 유사·중복 조정 및 연구영역의 전문화, 협동연구 활성화 등의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는 독립되었으나 연구비 예산의 대부분이 개별 정부 기관에 의존함으로써 여전히 종속적이고, 중장기 국가전략에 대한 종합적 연구보다는 단기 현안 과제에 연구 역량이 집중되는 한계도 상존한다. 연구자의 독립성 존중과 창의적 연구환경 조성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해외 유수의 싱크탱크를 살펴보면 연구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육성정책이 배경에 있다. 영국의 홀데인 원칙(Haldane principle)과 독일의 하르나크 원칙(Harnack principle)은 정부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더라도 연구활동은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함을 강조하며, 두 원칙의 핵심은 ‘자율’이다. 우리나라의 짧은 시민사회 및 국가발전의 역사를 고려할 때 시기상조이며 기초과학 분야에나 적용이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으나, 창의적인 연구환경이 뒷받침되어야 그에 상응하는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음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책연구기관의 예산지원을 단순히 자원 배분에 대한 경제학적 관점으로 접근하기보다 양질의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욱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최상훈경제·인문사회연구회 예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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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아세안 중심성’ 확보를 지원하는 아세안의 싱크탱크
미·중 경쟁 심화에 따라 가속화되는 강대국 정치의 중심에 놓인 대표적인 지역은 동남아시아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생존 전략으로 되도록 많은 주요국을 아세안 주도의 다양한 협의체와 양자 협력 네트워크에 끌어들여 자율적 공간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아세안 중심성 확보에 노력해왔다. 아세안은 집단적·국가적 차원을 넘어 아세안 내 싱크탱크를 통해 공식 대화·협력 채널을 보완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정책 제안을 한다. 아세안 내 외교안보 싱크탱크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뉘는데, (1) 아세안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네트워크인 아세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네트워크(이하, ‘아세안 ISIS’), (2) 아세안 개별 국가의 정부 지원 및 민간 싱크탱크 등이 대표적이다. 아세안 외교안보(ISIS) 싱크탱크 네트워크 아세안의 싱크탱크는 다른 서방의 싱크탱크와 달리 대체로 각 국가의 정치 엘리트 및 국가 기관과 공식적·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과 후원을 받아 설립·유지된다. 특히 1967년 아세안 출범 이후 1970~80년대에 걸쳐 아세안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천천히 진행되면서 지역적 차원의 정책분석 수요가 증가하였다. 당시 아세안 협의체를 운영하는 아세안 사무국은 정책연구와 자문기능을 수행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세안 내 정책연구와 자문기능 역할을 수행할 싱크탱크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세안의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로 이루어진 아세안 ISIS 네트워크가 비정부기구로서 출범하였다. 1988년 결성된 아세안 ISIS는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필리핀 전략개발연구소, 싱가포르 국제문제연구소, 태국 안보국제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초기 창립 회원으로 시작하였다. 1990년대 이후 아세안 회원국 확대에 함께 아세안 ISIS도 베트남 국제관계연구소(현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캄보디아 협력평화연구소, 브루나이 정책전략연구소, 라오스 국제관계연구소를 새로운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아세안 ISIS는 전문가 간의 협력을 장려하고 동남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정보 교류와 정책 논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 간 공식적인 트랙 1 외교를 보완하는 트랙 2 외교의 플랫폼 역할도 해왔다. 아세안 ISIS는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해 정책 논의를 하고 아세안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공공외교 역할도 수행한다. 아세안 ISIS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인도, 유럽 등 여러 주요국의 싱크탱크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요한 지역 이슈에 대해 정책적 논의를 수행한다. 아세안 ISIS는 199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고위관리회의와 별도로 열린 아세안 ISIS의 기관장과 아세안 고위관리들 간의 회의에서 정책결정을 위한 귀중한 기제로 아세안 회원국들로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 아세안의 외교안보 주요 싱크탱크 아세안의 외;교안보 주요 싱크탱크에 관한 표로 아세안/국가차원, 연구기관명, 아세상 싱크탱크(ISIS)네트워크로 구성 아세안/국가 차원 연구기관명 아세안 싱크탱크(ISIS) 네트워크 브루나이 브루나이 정책전략연구소(Brunei Darussalam Institute of Policy and Strategic Studies, BDIPSS) 캄보디아 캄보디아 평화협력연구소 (Cambodian Institute for Cooperation & Peace, CICP)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라오스 국제문제연구소 (Institute of Foreign Affairs, IFA) 말레이시아 전략문제연구소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미얀마 미얀마 전략국제문제연구소 (Myanmar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MISIS) 필리핀 진보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협력 재단 (Asia Pacific Pathways to Progress Foundation, APPPF 싱가포르 싱가포르국제문제연구소 (Singapore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SIIA) 태국 안보국제문제연구소 (The Institute of Security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베트남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Diplomatic Academy of Vietnamy, DAV) 지역 외교안보 주요 현안 논의 주도 아세안의 싱크탱크는 동남아시아가 직면한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고, 필요 시 역외 국가 싱크탱크와 협력을 통해 관련 논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대표 싱크탱크인 ISEAS(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는 2019년 이래 매년 동남아시아 내 전문가, 정부관료, 사업가 등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미·중 경쟁과 지역 이슈에 대한 아세안의 인식과 대응 전략을 대외적으로 발송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연구물 발간과 워크숍 및 세미나 개최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 외교아카데미는 2009년 이래 정기적으로 남중국해 국제회의 개최를 통해 아세안 내 주요 전문가 및 관료뿐만 아니라 역외 주요국 전문가와의 트랙 1.5 차원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한 이슈를 논의하고 베트남의 정책적 입장을 전달하며 정책적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 한-아세안 외교안보 싱크탱크 협력 한국과 아세안 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협력은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와 아세안 ISIS 싱크탱크 간 전략대화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는 한-아세안 간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정책 네트워크 및 전문가 차원의 정책대화 채널을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한-아세안 관계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미·중 경쟁으로 야기되는 도전들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 및 정책적 아이디어 발굴의 중요한 대화 플랫폼으로써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10월 출범 당시 국립외교원과 아세안 싱크탱크는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한-아세안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정책제언을 싱크탱크 전략대화 의장성명 형식의 문서를 채택·발표한 바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한-아세안 파트너십의 새로운 비전 모색’과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파트너십: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전략대화가 개최되었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 발돋움’을 외교정책의 목표로 강조한 만큼 급변하는 인도태평양 정세 속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어떻게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정책적 구상들이 2022년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에서 제시되기를 희망한다.
조원득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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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아세안 싱크탱크와 ‘협력을 위한 열쇠’는 다양성과 신뢰성
“글로벌 소프트파워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지식자원의 투자가 우선되어야”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계의 시선이 인도네시아를 향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을 소개하며 핵심 파트너인 아세안과 전략적·미래지향적 협력을 통해 한-아세안 상생연대를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對아세안 전략의 방향성을 논의할 때 복잡하리만큼 다양한 기구가 등장한다. 아세안의 정책지식 생태계를 살펴보고 다양한 국가, 기구와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답을 구하기 위해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났다. 박번순 연구위원은 산업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고려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정년퇴직 이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년 이상 동남아와 아시아 그리고 중국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교류·협력 방안을 깊이 고민해온 박번순 연구위원은 협력 파트너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아세안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인터뷰는 2022년 9월 28일(수)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실시되었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저서『아세안의 시간』을 보면, 20년 이상의 ‘동남아’와 ‘아세안’에 관한 연구 여정을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로 재임하시다가 퇴직하셨다고 들었는데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박번순 연구위원(이하 박번순) 1984년 산업연구원에 입사 후, 1989년부터 1년 정도 태국의 한 대학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태국이 연 13% 정도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일반 국민의 삶은 그렇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경제학자로 경제학 시장만을 이야기했다면, 이후 태국 학자들과 교류하며 실제로는 시스템, 정치, 제도가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태국에서 돌아와 개발도상국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동남아 연구를 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로 전직했고 퇴직 후 대학에 몸을 담게 되었다. 아시아가 세계화(Globalization)되고 중국의 부상으로 아시아와의 관계가 아주 밀접해지는 흐름 속에서 연구 영역이 확장되며 동아시아 전체 경제통합, 중국-아세안의 관계를 연구했다. 동남아 연구를 하면서 3가지 기본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첫째는 그들이 겪는 희로애락을 이해하며,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해 동정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동남아의 진면목을 보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남아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셋째, 연구는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내 연구가 훗날 누군가에게 참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현장을 중시하였다. 관찰을 하는 것이 단순한 통계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배낭을 메고 자주 동남아를 방문했다. 퇴직 직전 방학을 이용하여 40여 일 동안 터키(튀르키예)와 그리스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도 가능한 한 정부의 아세안 정책에도 기여하려 한다. 지난 정부 말 신남방추진위원회 민간위원회 활동을 한 2년 했고, 지금은 한-베트남 현인그룹 한국위원으로 있다. 내일도 베트남에서 있을 한-베 현인그룹회의에 참석해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 30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홍일표 보통 ‘아세안=동남아’를 혼용해서 쓰기도 하고, 지난 정부에선 ‘신남방 정책’도 있었는데 세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아세안의 ‘중요성’과 국제 상황 전반에 대해 ‘총론적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번순 동남아(Southeast Asia)라는 말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이 스리랑카에 동남아 사령부를 설치하면서 처음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동아시아에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를 제외한 인도차이나반도와 그 남부 해양부에 위치한 11개 국가를 말하고 있다. 1967년 5개 국가(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가 동남아 국가연합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군사 안보를 중심으로 논의했다. 이후 1992년 제4차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며 협력을 확대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불거지며 아세안 정상회의에 한·중·일이 초청되었는데, 그것이 아세안+3 정상회의이다. 아세안은 국제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개발도상국들이 결성한 국가연합으로 가장 성공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도 전략적,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국제화 과정에서 아세안에 진출했다. 외환위기를 아세안 주요국과 같이 겪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아세안의 인구는 6.7억 명 정도이고 GDP나 수출입 규모도 세계 5위 안에 드는 중요한 지역이다. 몇 년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의 마지막 연설에서 싱가포르 총리는 “언젠가 아세안이 한쪽을(미국과 중국) 선택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날이 빨리 오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아세안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상황에 있으며, 아세안 지도자들은 미·중관계 악화가 아세안에 중요한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미·중 간의 갈등이 중견국인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을 대체하고 보완하는 협력 파트너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높다. 그러므로 중견국인 우리가 아세안과 대외적으로 협력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세안의 여러 국가가 개발도상국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를 것이다. 개발도상국과의 협업 모델을 통해 세계 평화나 경제 발전, 사회적 진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세안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홍일표 아세안에 관한 자료를 보면 다양한 형태와 이름의 기구가 등장한다. 아세안, 아세안경제공동체, 아세안+3을 넘어 최근에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이는 주변 국가들의 복잡한 이해와 전략을 반증하는 것 같은데 ‘제도’와 ‘기구’ 차원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박번순 지금 아시아 지역에서는 수많은 국제기구 혹은 조직이 거론되고 작동하지만 동아시아에 등장한 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 그리고 아세안 지역포럼(ARF; ASEAN Regional Forum)은 모두 아세안이 중심이 된 조직이다. 아세안+3은 아세안과 한·중·일의 협의체로 주로 경제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ARF는 1990년대 초에 발족한 아세안 주도의 안보대화 포럼이다. 일본 외에도 미국, 러시아, 인도, 캐나다 등 주요 역외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동아시아의 안보 전략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우리와 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조직이기도 하다. EAS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세안 13개국 외에 호주, 뉴질랜드, 인도, 미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새로운 EAS가 출범하게 되며 정체성이 취약한 조직이 되었다.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은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서 경제통합을 지향했다. 오바마 정부의 클린턴 국무장관은 피벗 아시아(Pivot Asia) 정책을 주장하며 아시아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고 한·중·일 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포함한 아세안+6가 등장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은 아세안+6의 FTA로 15개국이 참여한 협정이다. RCEP이 아시아대양주의 경제통합체라면 CPTPP는 미국 등 미주국가가 참여한 것이다. 원래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TPP에 트럼프 정부가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창설한 임시조직이 바로 CPTPP이다. 최근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새로운 지역 전략으로써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원칙만 제시된 상태다. 홍일표 ‘아세안의 싱크탱크’들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만한 싱크탱크들로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그리고 ‘아세안 싱크탱크’들의 특징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왼쪽)과 홍일표 사무총장(오른쪽) 박번순 큰 틀에서 볼 때 현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은 베트남 사회과학원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953년 설립된 베트남 사회과학원은 산하에 2천여 명의 인력과 30여 개의 연구소를 두고 베트남 공산당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하여 인종·종족 문제까지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의 사회과학원을 동남아 싱크탱크의 대표적인 형태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대부분 국가의 싱크탱크에서는 전략 문제를 주로 다루지만 연구소에 따라 전략 및 국제관계, 심지어는 경제통상문제까지 한 조직에서 다루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높은 수준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또 일부는 거의 이름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는 1971년 설립된 독립적 비영리조직으로서 정부 주도의 설립 기관은 아니지만 경제, 국제관계, 정치사회변화, 재난관리 등 인도네시아의 발전을 위한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경제사회 분야의 원로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인도네시아의 국제관계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1983년에 설립한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ISIS; Institute of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가 대외정책 및 안보, 경제통상, 지역통합, 사회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한때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지식인인 누르딘 소피(Noordin Sopiee) 박사가 ISIS를 장기간 이끌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영향력은 다소 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설립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 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가 있다. 이 연구원은 초대대통령 유소프 이삭(Yusof Ishak)을 기리기 위해 ‘유소프이삭연구원’이라고도 불린다. 국내보다 국제, 특히 아세안과 아시아 지역의 변화 상황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전통적으로 동남아 지역경제, 동남아 지역사회문화, 동남아 지역 전략 및 정치를 중요 축으로 연구하고 있다. 오래전 ISEAS에서 방문학자로 있으며 느낀 재미있는 사실은 ISEAS의 연구 고객이 반드시 싱가포르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ISEAS의 연구 활동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동남아 정보의 수집(도서관), 동남아에 대한 연구, 그리고 지식의 보급(출판)이다. ISEAS는 실제로 연구진의 수는 적지만, 전 세계적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하면서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끌고 간다. 따라서 동남아를 연구하는 많은 방문학자가 거쳐 가면서 토론의 장이 열리고 있다. 당연히 ISEAS의 출판물들은 ISEAS의 연구진이 편집자로 참여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부 필자들의 연구 결과를 출판하고 있다. ISEAS는 세계 유수의 기관, 예컨대 세계은행, OECD 등과도 ‘싱가포르 렉처’라는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싱가포르를 넘어 전 세계의 정책 지식을 환류하는 활동을 한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국빈들이 주로 강연에 참여하는데, 우리나라의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넬슨 만델라, 일본 총리 등 싱가포르에 오는 정상들이 참여하였다. 또 ASEAN-ISIS라는 아세안 각국의 전략문제연구소들의 네트워크가 있다. 물론 ASEAN-ISIS가 독자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 부문의 전문가, 지식인들의 교류, 즉 트랙 2 외교를 통해서 정부 간 공식외교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홍일표 일본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아세안 지역에 ‘지적 투자’를 해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비교하여 한국은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노력과 전략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박번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경제정책 분야의 일본의 개입과 활동이다. 태국개발연구원(TDRI; Thailand Development Research Institute)이 1984년에 설립될 당시 미쓰이상사,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이 대거 출연금을 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세안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저로서는 일본의 아세안에 대한 지식사회 영향력에 대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일본의 아세안 싱크탱크 분야에서 획기적 개입은 ‘아세안 및 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Economic Research Institute for ASEAN and East Asia)’의 창설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아세안의 역내 경제통합과 정책 조화와 관련된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2006년 4월 일본의 경제산업성 장관인 니카이(Toshihiro Nikai)가 역내의 발전격차를 해소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ERIA 창설을 주장하면서 10년 동안 100억 엔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마디로 아세안의 경제통합 과정에서 필요한 역내 국가 간 정책연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이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이후 ERIA는 일본 학자들을 중심으로 아세안의 다양한 개발 문제, 장기비전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개발계획을 수립할 역량이 부족한 아세안의 입장에서는 ERIA는 긍정적으로 보이고 실제로 아세안의 미래 계획은 ERIA가 만든 계획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중국이 거대한 하드파워를 앞세워 아세안에 영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소프트파워로 대응하는 것이고 당연히 일본의 국익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사실 ERIA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나 다름이 없어 우리가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 우리의 일종의 제2의 ERIA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큰 의미가 없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고 이미 ERIA가 축적한 지식정보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회문화 영역의 ERIA인 사회문화연구소를 설립하자는 견해도 있지만, 사회문화의 역내 협력에 대한 수요가 경제 분야만큼 크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한국이 KDI와 같은 미얀마에 MDI 연구소 설립을 지원하며 건물도 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곧 발족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군부의 쿠데타로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홍일표 지적 교류와 협력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지식 생태계 차원에서도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연구 기반, 연구자, 연구역량, 연구 분야 등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어떤 부분의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박번순 아세안의 한국에 대한 시각은 이중적이다. 일반 국민은 K-컬처를 즐기며 한국에 좋은 시각을 갖고 있지만, 아세안 지식인들의 인식과 신뢰도는 매우 낮다. ‘한류’는 문화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는 의미가 있다. 동남아의 정치 지도자나 리더의 시각에서 볼 때, 동남아 사람들이 한류를 즐기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는 아세안에 대한 우리의 지식생태계를 고도화하여 아세안의 정책 결정자 그룹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경제적 이익 중심의 접근 방식에 있다. 심지어 신남방정책이 평화와 사람을 강조했음에도 아세안에서는 이를 전략이라기보다는 경제적 목적을 가진 정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아세안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세안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학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을 비롯하여 서울대학교, 서강대학교 그리고 지방의 유수한 대학에서 아세안 연구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아세안 협력이나 기업의 진출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구 재원의 부족 때문에 기초연구보다는 외부 발주용 프로젝트성 연구, 즉 진출 전략과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세안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의 양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지식의 축적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열악하다. 대학에서 연구소는 만들지만, 아세안에 대한 강의는 별로 개설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설령 우수한 자원이 아세안학을 공부하고 싶어도 불안한 미래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아세안 연구는 몇 가지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연구 영역을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사회문화 심지어는 종교와 민족 간의 갈등 문제까지 확대해야 한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아세안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둘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기관 평가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평가는 주로 우리나라 정책에 얼마나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기초연구에 정책의 적용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평가를 세분화하여 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책연구와 기초연구로 구분하여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셋째는 공동협업 연구의 확대이다. 저도 신남방정책 평가라는 공동연구에 참여했지만, 원칙적으로 경제·인문사회 연구회의 협동연구는 소관 연구기관과의 협동연구이다. 종합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이 범위를 넓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직을 보면 전공과 관계 없는 영역을 연구하거나 정부의 정책지원을 위한 단기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다 보니 전문성 축적이 어렵다. 3~4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대학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문제이다. 대전환기에 어떻게 보면 정책연구는 사양산업일 수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개인의 네트워크 개발과 연구자의 역량강화에 힘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홍일표 국내에서는 아세안 또는 아세안 싱크탱크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아세안에 대한 연구가 아직 취약한 것 같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위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복잡한 이야기를 잘 요약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인터뷰> 박번순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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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캄보디아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위한 역량배양 사업
2017년 미얀마에서 개최된 AICHR(ASEAN Intergovernmental Commission on Human Rights) 워크숍에서 캄보디아는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수립 지원을 위한 역량배양 사업과 관련한 사전타당성조사를 요청하였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사전타당성조사 실시와 더불어 2018년 사업 대상국으로 선정되었다. 국립공원 종합계획의 수립 주체는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으로 관계자를 통해 2018년 7월 캄보디아에서 최초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종합계획을 대신 수립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보다 캄보디아 왕실학술원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여 종합계획 수립 관련 경험을 취득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주민의 생활권과 가치 보전을 염두에 둬야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국립공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워크숍은 계획 대상 공원에 대한 소개, 계획 과정 소개, 대상공원 방문으로 구성되었다. Techo Sen Russey Treb 공원에서 124개의 과거 유적지를 발견하는 등 역사·문화적 중요성이 큰 곳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생활권도 보장해야 하지만 해당 공원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보전과 활용을 위한 계획수립이 필요하였다. 종합계획은 비전, 계획목표, 실행계획, 실행계획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구성되고, Techo Sen Russey Treb 공원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우선적으로 개발하여야 했다. 이후 Techo Sen Russey Treb 공원을 직접 방문하여 문화유산지구, 불법 벌목 현장, 주민거주지역, 공원 내 목장 방문 등 주요한 지역을 방문하여 공원 현황을 직접 관찰하였다. 미래 국가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첫걸음제1차 캄보디아 SEA 역량배양 워크숍 단체사진 2019년 1월, 일주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왕립학술원 관계자를 대전으로 초청하여 본격적인 계획수립 지원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1차 워크숍을 통해 비전 수립, 계획목표 설정, 계획목표 실천을 위한 실행방안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였다.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에서 해당 내용을 준비하였으며, 한국환경연구원은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더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웠다. 2019년 11월에는 Techo Sen Russey Treb 공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역량배양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제2차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실행계획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계획기간 타임 프레임별 수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개발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은 스스로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코로나 시국으로 수립된 계획의 실행과 관련된 협력은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지만,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캄보디아가 미래에 국가종합계획을 스스로 수립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윤한국환경연구원 자원에너지평가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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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연구수월성 향상을 위한 평가 발전 방향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정부출연(연)법 제21조 및 동법 시행령 제19조에 근거하여 매년 경제·인문사회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 실적과 경영 내용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연구회 소관 26개 기관의 각기 상이한 특성을 바탕으로 연구기관의 절대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2018년도부터 도입된 ‘절대평가 제도’는 연구기관의 서열화를 지양하고 협업을 장려하는 한편 평가결과를 통한 연구기관의 절대적 수준 진단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타 공공분야 평가에 비해 주목할 만하다. 보다 나은 성과 창출을 위한 발전방안 마련 연구회는 연구기관의 연구수월성을 증진시키고 더욱 높은 수준의 임무 수행 결과를 도출한다는 평가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년 최근 정책환경 변화와 지난 평가 시 도출된 개선 필요사항 등을 검토하여 평가제도를 개선하고 있는데, 현시점에서 고려되어야 할 주요 내용을 점검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평가의 내용적 측면에서는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지난 5월 10일 수립된 새 정부의 국정과제 관련 연구 활동 등을 얼마나 선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지원하였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 연구기관의 경영과 관련하여서도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방안」 등에 부합하는 개선사항을 검토함으로써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평가 운영의 측면에서는 평가결과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평가단 전문성 강화 역시 연구기관의 특성에 부합하는 적확한 평가를 담보하는 한편 평가결과를 통한 연구기관 수준 진단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평가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연구기관의 평가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 평가결과의 활용 측면에서는 평가결과로 진단된 연구기관의 현 위치를 발판으로 더 나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발전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기관의 자구적 노력과 더불어 평가결과와 인센티브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함으로써 연구기관 구성원의 동기요인을 확보하는 것도 유의미한 발전방향이 될 수 있다. 명확하고 공정한 평가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 이러한 개선 필요사항들은 그 중요성과는 별개로 현시점에서 바라본 하나하나의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명확한 평가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평가의 합목적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평가관리 체계하에 평가를 운영함으로써 평가의 안정성 및 신뢰성을 제고하는 한편 평가결과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평가제도 개선을 위해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형욱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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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지식공유를 통한 싱크탱크 파트너십
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이하 KSP)은 지난 70년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나아가 경제협력 기회를 모색하고자 추진하는 지식공유사업이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총 87개국을 대상으로 1,300여 개 주제에 관해 정책자문을 제공하였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19개국 협력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488건의 자문을 완료하였다. 베트남 DSI와 미얀마 MDI 아시아 지역 최다 KSP 시행국가는 베트남으로 2004년 사업 개시 이래 41개의 사업 104건의 자문을 완료하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베트남 개발전략연구소(Development Strategy Institute, DSI)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DSI는 베트남 총괄부처인 기획투자부 산하의 싱크탱크로, 개방경제체제 하의 중장기 경제·사회 발전전략을 위한 포괄적인 지식공유사업을 함께 수행하였다. 정책자문사업에서 제시된 정책 제언들이 베트남 정부의 발전 방향과 상당 부분 일치하여 인력 양성, 공항 및 항만 현대화 전략, 기타 거시경제 발전 방안 등의 다양한 내용이 베트남 “2011~2020 경제 사회발전전략”에 반영되었다. 이후 KDI와 DSI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국토개발계획, 기후변화, 고체폐기물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였다. DSI가 KDI와의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베트남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시의성 높은 경제·사회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하였기에, 베트남 KSP가 진정한 의미의 지식공유 사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2년 5월 미얀마 떼인 세인(Thein Shein) 전 대통령은 한-미얀마 정상회의에서 한국 경제발전에 핵심역할을 담당한 KDI의 성공경험을 벤치마킹하여, 미얀마 경제·사회 개발을 주도할 정부출연정책연구기관의 설립을 요청하였다. 한국 기획재정부는 KSP를 통해 KDI의 설립배경 및 운영 노하우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본 사업 추진에 앞서 2013년 미얀마 KSP 사업을 실시하였다. KSP 정책자문사업 실시 이후 KOICA의 후속사업으로 연계하여, KDI는 건축 및 기자재 과업을 제외한 MDI 설립사업과업체의 총괄기관으로서 사업에 참여하였다. 이후 KDI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MDI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분야별 세부 연구주제 공동연구, 학위 과정 및 초청 연수를 추진하였다. 미얀마 KSP 및 MDI 건립 사업은 협력국이 자발적·주도적으로 경제·사회 발전 전략을 구상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주는 협력 모델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2018/19 KSP(‘몽골 경제개발계획 및 인프라 자금 조달 강화 방안’) 사업 이후 경제개발부가 몽골개발연구원(MondI) 설립을 추진하는 등, 아시아 지역 경제개발 싱크탱크 설립을 위한 지식공유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아세안 공동번영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 KDI는 2022년 9월 27일(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팬데믹에서 회복으로의 길: 아시아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KSP 지역별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 협력국가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동남아국가연합(ASEAN), 메콩강위원회(MRC)등 다자개발은행 및 협의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회의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의 공동회복을 위한 지식공유와 KSP의 역할을 제시하는 한편, 디지털 경제로의 도약을 위한 KSP 사례를 소개하고 향후 협력 분야를 발굴하였다. 디지털 경제 활성화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가 공동으로 당면한 정책과제로, 앞으로 양 지역 간 싱크탱크의 공동 연구와 지식공유를 통한 협력이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욱한국개발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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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연구·행정 혁신사업을 통한 연구회 체제의 효과적 개선
경제·사회적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이 심화되며 미래 상황진단 및 국가비전·어젠다 제시 등의 정책제언, 국정과제 이행지원과 같은 선도적 역할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의 내부 여건을 살펴보면 연구역량을 저해시키는 행정·경영상 비효율적 부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역량 강화 및 창의력 향상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과 제도화는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국가·국민 수요와 유리된 연구, 국가의 중장기·융복합 연구가 저조하다는 비판 속에 불필요한 행정절차, 과도한 수탁과제 부담, 유사·중복, 관련 규정의 운영상 미비점 발생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연구회에게 요구된 또 다른 과제이다. 미래비전 발굴을 위한 연구·행정 혁신방안 연구회는 ①연구기관별 미션에 기반한 연구관리, ②효율적 연구행정 운영, ③연구품질 향상을 위한 환경조성, ④합리적 관리·지원체계 구축이라는 개선방향을 가지고 연구회 체제의 개선 방향을 모색하였다. 2020년 7월부터 외부 감사 지적, 연구기관 종합 평가 결과, 언론지적 등에 대한 현황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토 필요과제를 발굴하고 ‘연구·행정 혁신 합동 TF’를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행정 혁신방안」(이하, 혁신방안)을 확정(`21. 8.)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혁신방안은 연구기관 역할 재정립, 연구행정 효율화, 연구몰입환경 조성 등 총 31개의 세부 실천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과제별 담당부서를 지정하여 현황 모니터링을 통해 효과적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운영하고 있다. ‘대전환기 국책연구기관 발전전략’ 수립해야 혁신방안은 외부 지적사항 및 현황 분석만을 기초로 하여 작성되다 보니, 국책연구기관의 거시적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존재하였다. 따라서 대전환기 ‘선도국가’, ‘성숙사회’에 걸맞은 국책연구기관의 방향성 제시와 정책연구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21년부터 ‘대전환기 국책연구기관 발전전략’ 수립을 추진하였다. 발전전략 수립 시 종합적·입체적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존 제도개선 계획수립 시 하지 않았던 선행 문헌조사, 연구용역, 심층 인터뷰, 설문조사, 의견수렴 등과 같은 다각적 방법이 활용되었다. 이러한 종합적 ‘국책연구기관 발전전략’ 수립을 통해 향후 전체적 관점에서 국책연구기관을 조망하는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중장기 정책연구 생태계 조성 및 미래비전·어젠다를 선도할 수 있는 국가·국민·세계의 싱크탱크로서의 국책연구기관 역할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다.
조희제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조정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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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글로벌 각축장으로 진화 중인 아세안 시장
최근 아세안(ASEAN) 시장은 포스트차이나 시대의 대안으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IT기업 투자처로 주목받는 베트남,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필리핀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들로 구성된 아세안 지역은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양극화 시대에서 몇 안 되는 수혜 지역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 패권 경쟁으로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의 확보가 필요하며,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 유럽과의 해상 교역을 유지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이 중요하다. 미국 또한 중국의 저가 상품들을 대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이 필요하며,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아세안 FDI의 글로벌 비중, 2배 확대자료 : ASEAN Investment Report(2021) 경제 및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놓칠 수 없는 성장 지역으로 변화되고 있다. 아세안으로 투자된 해외직접투자(FDI) 금액은 급격하게 증대되고 있다. 2016년 아세안 지역으로의 해외직접투자는 1,160억불이었으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1년 뒤인 2019년에는 1,820억불로, 약 57%나 증가하였다. 아울러 전 세계 FDI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6%에서 2019년 12%로 약 2배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세안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지대하다. 미국은 2010년 세계 최초로 아세안에 대표부를 창설하면서 정치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0억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자금을 조성하고 동남아 청년 지도자 이니셔티브(Young Southeast Asian Leaders Initiative) 창설, 미국-아세안 정상회의를 개최 등 미국의 아세안 개발 지원은 물론 우호세력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아세안 진출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유럽-중앙아시아-중국을 잇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중국은 막대한 정책 및 금융 자원을 아세안 국가에 투자하였다. 대규모 인프라 공사 추진과 자원 확보를 위한 산업단지, 송유관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이 잘 진행되었다고 판단 내리기는 어렵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일본 역시 역사적으로 아세안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본기업들이 진출하였으며 특히 현지 기업 환경에 맞춘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일본은 아세안 국가 자동차 시장의 거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4차 산업 육성을 위해 발표한 ‘Making Indonesia 4.0’은 일본 공공 연구기관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가 전략을 수립하여 인도네시아 정부에 전달한 전략이다. 아세안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우리나라도 공공 연구기관이 아세안 국가에 필요한 산업 정책을 수립하여 전달하고, 이를 아세안 국가들이 정책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설명 및 설득해야 한다. 물론 최근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양한 정부 기관들이 경제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EIPP)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정책에 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 정부의 해외 산업 정책 수립 역량이 앞서 언급한 미국, 일본, 중국보다 한 수 아니 몇 수 아래로 판단된다. 그나마 우리나라도 2018년 인도네시아 산업부와 한국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MOU의 후속 조치로 진행되고 있는 한-인니 산업 정책 공동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인니 산업 정책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질적으로 동 정책연구를 통해 현대차와 포스코 등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정책적인 애로 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기업들이 실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동 연구는 특정 일부 산업 정책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호혜적인 한-인니 정책 공동 연구센터 필요 한-인니 정책 공동연구 센터를 현지에 만들어 한국이 과거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경험을 제대로 전수해 줄 수 있는 조직 및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사회 전반의 발전 경험을 전파하고, 산업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성공사례를 연구 전파하고,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전 세계 최고의 교통지옥인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및 대안을 연구 제시하여, 우리나라 기업 또는 기술을 진출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제발전에서 필수적인 교육, 물류, 국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을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어 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기업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여 경제적 이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지에 정책 공동연구센터를 수립하며 정책 수요 파악과 더불어, 현지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대규모 정책연구일 경우에는 한국의 각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정책적 협력을 확대하여 국위 선양과 더불어 우리나라 발전 경험의 노하우 전수,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까지 도모하는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아세안 전체 국가에 대해 정책을 지원하는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래 아세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하루라도 빨리 이러한 정책연구 체계를 완성하여, 한국이 아세안 국가에서 경제적 정치적 교류 관계를 확대하고,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 상생하는 정책을 제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부식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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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세종시대 10년 성과와 발전전략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9월 15일(목)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세종시대 10년 성과와 발전전략’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연구회는 1999년 출범 이래 25주년이 되는 2024년까지 3년 연속 기획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으로, 이번 첫 심포지엄은 2022년 세종시 출범 10주년을 맞아 세종시 성장 과정과 가치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국가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10년간 성과와 새로운 국가 발전방안 모색 2012년 세종시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출범 이후 행정과 정책연구의 중심지로 성장해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또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하여 2014년 지방이전을 통해 세종시에 자리 잡으며, 정부 정책을 지원하는 싱크탱크로서 도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세종시 출범 10주년을 맞아 연구회는 이번 심포지엄을 계획하였다. 세종시의 10년간의 성과를 점검하고 현재 문제의 인식을 통해 미래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고민 속에 이번 심포지엄을 계획하였다. 민·관·산·학·연 전문가들의 지혜를 공유하는 논의의 장으로 마련되었으며, 4월부터 ‘심포지엄 기획위원회’와 ‘기획TF’를 별도 운영하였다. 이밖에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매월 개최된 회의에서는 주관기관의 기관장을 비롯한 분야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 원장, 이영범 건축연구원 원장, 최상한 한국행정연구원 원장, 유종일 KDI국제정책대학원 원장, 그리고 학계의 교수와 전문가들이 모여 심포지엄 발제 내용과 구성 등을 논의하였다. 또한 이 회의에 참석한 기관장들은 심포지엄의 세션과 종합토론에 직접 참여하며 발제와 토론의 좌장을 맡았다. 심포지엄 단체사진 지역균형발전을 포함한 미래를 그려야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세종시 건설 취지에 맞도록 국토 공간적 차원의 지역균형발전을 포함하되, 그것보다 더 넓은 전환기적 미래 과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하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영상 축사를 통해 연구회 이사장 및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밝히고 “세종시가 국가 균형발전과 미래도시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국책연구기관 및 각계 전문가가 다양한 전략을 모색해주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특별강연은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도시개념 국제공모 당선자인 스페인 건축가, 안드레스 페레아 오르테가가 ‘세종시의 미래도시 개념과 이상’을 주제로 자연경관과 인간활동을 기반으로 유전자 코드로 기획된 세종시 출범 당시 도시 개념을 설명하였다. 심포지엄은 (세션 1)세종시대 10년의 성과와 당면과제, (세션 2)세종시 미래 역할과 발전방향, (세션 3)국가 싱크탱크와 함께하는 미래도시 세종, (종합토론)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략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첫 세션에서 행복도시 건설의 배경과 진행과정, 균형발전의 성과와 한계를 다뤘으며 세션 2에서는 자치분권과 국제교류, 문화·예술 등 세종시의 미래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세션 3에서는 중앙정부와 연구회, 국책연구기관이 이끌어가는 국가공공정책 클러스터 등에 대한 대안을 제안하였다. 특히 마지막으로 진행된 종합토론에서는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 시장, 이만형 행복도시건설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여하였다. 토론은 문화 콘텐츠 발전 방안, 공공정책 클러스터를 매개로 하는 지식산업 육성의 중요성, 대학과 기업 유치방안 등 세종의 미래상과 지역균형발전을 중심으로 세종시의 현안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뤘다.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 융합연구를 통한 발전전략의 중요성 또한 강조되었다. NRC-NST가 함께 그리는 2023년 심포지엄은 국무조정실·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세종특별자치시 등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도 발제와 토론에 참여하여 현 정부의 높은 관심과 의지를 재확인해주었으며,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참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많은 이들의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체감할 수 있었다. 또한 심포지엄은 정부정책 연구를 기반으로 국가 발전방향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 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하는 큰 의미를 제공해주었다. 연구회는 2023년 5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공동 주최로 제2차 심포지엄인 “(가칭)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분야 융합을 통한 초광역권 발전 방향”을 개최할 예정이다. 2023년 심포지엄도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 국가 정책에 적극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다.
조원옥경제·인문사회연구회 25주년기념사업추진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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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정책지식 생태계의 역량을 모아 새로운 문명의 선도국이 되다
“세상을 움직이는 ‘생각의 힘’,국가 싱크탱크의 통합 시스템으로부터” 기후변화, 식량위기, 핵 전쟁 등 미래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국가 정책역량은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이러한 문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데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은 연구역량 결집을 위해 정책연구협업플랫폼 운영을 포함한 융복합 협동연구 추진 등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 지자체 그리고 민간 싱크탱크를 경험하며 정책지식 생태계의 네트워크 간의 협력을 강조해온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을 만났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데이터 통합을 통한 국회와 국책연구기관, 부처 간의 협력으로 정책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꾸준히 고민해왔다. ‘정책지식 생태계의 한 축’인 국회의 입장에서 국가의 정책 연구역량을 키우기 위한 국가적 과제를 들어본다. 이번 인터뷰는 9월 28일(수)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사무총장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그간 국가 발전방향과 중장기 전략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으로부터 나온 국정운영에 관한 고민이 녹아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국정운영과 관련하여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또 어떤 것을 주로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이하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하며 국가 전체를 볼 수 있었고, 이후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를 통해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의 미래를 연구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국회에 있으면서 입법부의 입장에서 국가 전체를 다시 보는 기회를 갖고 있다. 한 국가의 흥망 혹은 조직, 회사, 개인의 흥망을 결정하는 핵심 DNA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저는 ‘생각의 힘’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전, 정책, 사람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비전을 구체화하여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갖추는 것이 국가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과연 비전과 정책을 누가 만드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까지 미국을 모방하는 모방 국가의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첫째, 인간의 이상으로부터 비전을 꿈꿔야 한다. 먼저 꿈이 있어야 하고, 꿈과 이론이 결합되어 비전이 생긴다. 둘째, 정책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성·효율성·타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셋째, 비전과 정책을 움직이는 동력인 사람이 필요하다. 혼자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1년 동안 국가 지식재산을 위한 R&D에 사용되는 예산은 약 30조원 정도 된다. 국회와 국가의 싱크탱크가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생각의 힘’이 작용할 수 있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보고 유명한 질문을 남겼다. “다수는 진리인가?” 배심원의 다수결에 따라 사형 선고를 받은 스승을 보고 플라톤은 7년동안 해외를 떠돌다 그리스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당시 중동의 문명이 그리스보다 훨씬 발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를 통한 ‘생각하는 힘’이 있던 그리스가 중동 지역의 문명을 빨아들였다. 그리스에서 싹튼 ‘생각의 힘’은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 이탈리아의 대학을 거쳐 오늘날 유럽의 ‘생각의 힘’이 되었다. 9세기 바그다드에 설립된 지혜의 집은 이슬람 황금 문화기에 지혜의 보고와 번역 운동의 중심기관으로서 생각의 힘의 중심이 되었다. 이후 14세기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되며 이탈리아 학생들은 조합을 만들고 교수를 채용해 월급을 주었다. 이것이 오늘날 옥스퍼드 등 명문 대학으로 이어졌다. 20세기에 들어서 생각의 힘은 뉴미디어로 모였다. 대학과 공중 매체인 뉴욕 타임스, BBC 이 두 가지로 이어져 오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가 추가되며 지식이 이동하였다.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 생각의 힘이 생겨났을 때는 더 많은 자원과 돈이 있으면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SNS를 통해 무한정 지식이 공급되는 현재 시대에는 공동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일표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의 경영자로서의 경험과 평가가 궁금하다. 또한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Statesman)’로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국가를 위한 역할과 역량을 고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가 일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이광재 어떤 기관이든 단독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기는 어렵다. 싱크탱크의 지적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국회·민간·언론과 연대해야 한다. 여시재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점은 어떤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5개의 세트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5개의 세트란 이론적 기반에 있는 연구자, 공직 경험이 있는 사람, 기업에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 외국 경쟁 상대의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언론사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학자 기반의 연구는 현실적인 정책이 되기가 어려운 연구가 많다. 또 기업에 있는 사람이 와야 효율성을 생각할 수 있고, 경쟁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보다 나은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연구 보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로 쓰여 있다.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유통 가능한 문서가 되기 위해서 저널리즘적인 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5개가 세트가 되지 않으면 용역 발주를 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웬만한 수준의 연구는 이미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이전의 연구보다 플러스알파를 낼 수 있는가가 모든 연구 용역의 핵심이 된다. 그러나, 연구 용역의 발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기존에 있는 연구를 반복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국가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 정책연구가 부처 공무원의 현재 요구에 따라 쓰이기 때문이다. 부처의 정책적 방향을 써주는 형식에 그치는 연구는 진정한 연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처의 중복 사업 문제처럼 연구 분야의 중복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회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연구조정 회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조정 회의는 연구기관에서 정한 연간 계획을 바탕으로 연구 문제와 연구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 미·중 관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진정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았다. 일본의 ‘원 플러스 원’ 전략처럼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보는 진보 골대, 보수는 보수 골대에 공을 넣는 실정이다. 목표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골이라고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위한 목표와 비전의 합의가 필요하다. 일류 정치는 일류 국가를 만드는 핵심이다. 그리고 일류 정치가 국민의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가 된다. 국회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여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정파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이 교류되며, 여러 생각이 모이기 곳이기 때문에 새로움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진나라는 농경사회와 유목사회가 모였고, 그리스는 해상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중동의 이기와 결합하면서 일어났다. 네덜란드는 경상도만 한 면적에서 150년 동안 1등을 했고 영국의 산업혁명은 잉글랜드가 아닌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났으며, 미국도 변방의 국가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 결국 메인스트림(Mainstream)과 변방, 이 두 가지를 결합하는 데에서 세계적인 에너지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국회가 ‘결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국회에서 연구 집단과 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홍일표 다양한 분야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그에 기반한 ‘전략’과 ‘방략’을 내놓으려 하셨고, 국책연구기관에게는 단기적 연구에 치중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긴 호흡과 먼 시야’의 국가전략, 미래전략 연구를 충실히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시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과학기술연구회) 및 그 소속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역량, 발전방안에 대한 견해 부탁드린다. 이광재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왼쪽)과 홍일표 사무총장(오른쪽) 국책연구기관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출연금과 수탁과제에 대한 수입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국무총리 산하에 있지만, 여전히 자체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에서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없다. 부처가 원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수탁과제에 대한 용역비를 벌어오는 현재의 구조는 미래 지향적인 생명력이 타오르는 조직이 될 수 없다. 한 예로 산업정책 분야를 살펴보면, 산업연구원이 산업정책을 연구하지만 산업연구원 원장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이 된 경우는 없다. 국회와 정부부처의 공무원, 국책연구기관이 상호 밀접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 부처의 공무원이 국책연구기관으로, 연구기관은 행정기관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연구를 현장에 적용하고,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으로, 그다음에 행정부 차관으로, 다시 연구기관의 원장으로, 성과에 따라 장관이 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국책연구기관과 인사혁신처의 협업을 통해 공무원의 해외연수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지식을 얻으려면 어느 국가에 가서 어떤 교수와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국책연구기관의 프로젝트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기술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국가적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의 해외연수는 개인의 자산은 늘어나지만, 국가적 자산이 늘어나기는 어렵다. 이론 없이는 정책이 빈곤해진다. 현실성을 반영한 정확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학계·재계·공무원 조직의 유기성이 없다. 서로 칸막이를 치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깨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전체의 ‘생각의 힘’을 키우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홍일표 제안하신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국가전략·정책 빅데이터 협의회’ 사업을 보면 국책연구기관과 국회 협력을 넘어 정부 기관과 민간의 협력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와 ‘강도’의 획기적 진전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협력 사업을 제안하신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연구회 및 국책연구기관에 더욱 기대·제안하실 생각이신지 궁금하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이광재 데이터 증거 기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통합해야 한다. 국회는 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국회미래연구원을 가지고 있고 300명의 국회의원이 1년 동안 약 1,500개의 세미나와 의정 활동을 펼친다. 국회 외에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국책연구기관이 1년에 1조 원 규모의 연구를 진행하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는 1년에 약 1억 5천만 건의 논문이 등록된다. 이밖에 한국은행에서 경제통계를 가지고 있고 통계청과 한국재정정보원에서 통계와 국가 예산을 갖고 있다. 국회를 포함한 이 기관들이 지식을 모아 온라인을 통한 액세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브루킹스 연구소처럼 로봇 엔진이 검색하는 세계적인 석학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보육 교육을 강화할 것인지, 난임부부를 위한 의료비를 지원할 것인지 등 수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다른 예로 물 부족 문제해결을 위해서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방법과 공기 중 산소와 수소를 결합하는 방법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때 우리는 로봇 엔진을 통한 세계 석학들의 트래킹(Tracking)이 가능하다. 세계 석학의 리스트 중 검색된 결과로 세계적인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의 지식을 엿볼 수 있다. 인구소멸 문제나 물 부족 문제에 대해 세계 석학들이 이번 주에 나눈 이야기가 지속해서 업데이트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출된 결과만 공유해도 굉장한 힘이 된다. 여시재에서 연구 용역을 하면서 느낀 점이 다른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검색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기계가 대신 검색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각자의 데이터를 갖고 공동 주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오는 11월에 '미·중 경쟁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각 기관이 분석한 데이터 내용을 공유하는 세미나가 진행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각 기관의 발제 내용과 통찰이 AI로 분석되어 최종 솔루션으로 도출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데이터 증거 기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한 기본은 시스템 구축이다.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범국가적 비전과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홍일표 대한민국의 ‘미래’와 ‘대전환’을 위해 현재의 연구회 체제와 국책연구기관들이 어떤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 밖에 ‘국내 정책지식 생태계와의 연계’, ‘글로벌 정책지식 생태계와의 협력’과 관련해서도 아직은 부분적이나 제한적인 수준의 진전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책지식 생태계의 활성화 방향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이광재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 핵심 요소로 여러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 경쟁과 기후 위기, 미·중 패권 전쟁과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이다. 그다음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수명 100세 시대 인간의 등장’인데, 수명 100세 시대의 인간은 사회복지 시스템의 틀 자체를 완전히 깨버렸다. 인류가 70세, 80세에 사망한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에 100살까지 사는 인류가 등장한 것이다. 25살부터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정년퇴직까지 35년 동안 출산과 양육·생계를 유지하며 모은 돈으로 나머지 40년을 지탱하기는 매우 어렵다. 게다가 국가 잠재성장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고, 계층 이동성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 속에 취업 문제까지 겹쳐 젊은이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연구기관은 저출산, 노동 생산성과 잠재 성장률 등 복합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민간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암기하는 대한민국이 아닌 질문하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프리즘식’ 운영을 해야 한다. 10가지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전 기관들이 모여 경진대회를 열거나, 전 세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경진대회를 열어 연구 아이디어를 모으는 방법도 있다. 최고의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가 더 좋은 솔루션을 내는지 싱크탱크들끼리 경쟁을 한다면 국가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빨아들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공직자가 봤을 때도 감탄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다. 정책적 효과를 고려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야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표지 갈이’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원대한 꿈을 가져야 국가를 통합하는 힘이 생긴다. 우리나라도 문명을 창조하는 세계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 동서양을 융합한 22세기 문명의 주인공이 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100년 전, 동양과 서양을 결합하는 자가 세계 문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기독교와 천주교, 유교, 불교가 모인 나라다. ‘오징어게임’, ‘BTS’를 보면 동양과 서양을 결합하는 에너지를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2세기는 동양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인구가 4억 명이고, 유럽이 6억 6천 명인데 동양의 인구는 40억 명이 넘는다. 미국 실리콘 밸리를 보면 인도, 중국, 한국 사람을 빼면 실리콘 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의 중심이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몇 십 년은 지식의 80%를 가진 미국이 여전히 초강자의 자리에 위치할 것이다. 새로운 22세기 문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지식을 모아야 한다. EBS에서 ‘위대한 수업’을 제작할 때 예산을 두고 국회에서 반대가 많았다. 그런데 요새 기재부에 가면 제일 잘한 사업으로 ‘위대한 수업’을 꼽는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제한 지식을 공급해주는 이 시스템에 150억 원을 들이고 있다. 세계 석학들로 이루어진 온라인 학교와 네트워킹을 구축했는데, 이 150억 원이 많다고 할 수 있을까? 은행은 세계 금융 문제에 관한 전문가 석학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돈을 후원하고,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위한 교육과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지식의 최전선을 빨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우리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세계지식포럼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연구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조 원을 들여 전 세계 최전선에 있는 지식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온라인상에 모아놓는다면, 전 세계가 이 정보를 우리나라에서 얻어갈 것이다. 이것이 플랫폼 국가가 되는 길이다. 홍일표 오늘 사무총장님의 제언을 통해 데이터 통합 시스템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국회와 국책연구기관이 나가야 할 길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이 국가의 싱크탱크로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인터뷰> 이광재국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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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정부 정책의 나침반이 되어 줄 융복합 협동연구 체계
현 정부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사는 국민의 나라”를 슬로건으로 6대 국정목표, 20개 약속, 그리고 120대 국정과제를 계획하여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국정과제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정책 수행의 주체인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 및 사법부,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과 협업이 필요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 및 소관 26개 연구기관은 정부의 정책 입안과 시행, 지원을 목적으로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그 역할이 또한 매우 중요하다. 종합적 관점에서의 융·복합 연구가 필요한 때 코로나19의 파급효과처럼 급변하는 환경에 정부의 정책이 원활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편적 차원에서의 정책연구 수행이 아닌 종합적인 관점에서의 융·복합 ‘협동연구사업’ 수행이 매우 필요하다. ‘협동연구사업’은 연구회 및 소관 연구기관들이 연구기관, 대학, 산업계, 학회 등의 국내외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연구 또는 세미나 등 국내외 학술행사로서 연구기관 또는 연구회가 기획하는 것을 말한다(협동연구사업 운영규정 제2조 1항). 본 사업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4호 및「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정관」 제5조 제4호에 기반하여 추진하고 있다. 협동연구사업은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지속해서 추진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총 421건의 과제들을 수행해왔다. 국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 정책연구의 추진 협동연구사업은 ‘공모’ 방식을 통해 추진하도록 규정화되어 있으며 연구회 기획 협동연구는 정부부처(대통령 직속위원회), 국회, 소관 연구기관, 대중 등을 통한 연례 상·하반기(직전년도 12월 및 당해연도 6월) 2차례 정기 수요조사를 통해 과제를 기획·추진하고 있으며, 수시로 요청되는 정책연구 수요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협동연구사업’은 매년 국회 정부출연금 심의에 의해 확정된 예산에 따라 추진되고 있어 예산 상황에 따라 매년 연구사업비와 과제 수가 다를 수 있으나, 정책을 지원한다는 주 목적을 달성한다는 측면에서 사업의 중요성은 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앞으로도 정책지원을 위한 다양한 주제의 과제들이 추진되어, 정부부처, 국회, 소관 연구기관 및 일반대중도 공감하고 원활히 소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황용희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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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인태지역의 핵심 파트너가 될 인도의 싱크탱크
“인간은 사고(思考)의 산물이다. 뭐든지 생각하는 대로 된다.”라는 간디의 명언처럼 인도에는 생각하는 대로 되고 싶은 싱크탱크들이 사람만큼이나 많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 Think Tanks and Civil Societies Program)’이 2020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11,175개 싱크탱크 중 612개가 인도에 있다. 개수로는 인도는 이미 미국(2,203개), 중국(1,413개) 다음인 G3이다. 인도에 싱크탱크가 이렇게 많은 것은 인구도 많지만 다종교, 다민족, 다계층 사회에서 싱크탱크가 정부나 시민 사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렇게 수많은 인도의 싱크탱크를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대표적인 특징을 꼽자면 비영리 민간 독립(non profit, private and independent) 싱크탱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일수록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인도 최대 재벌 릴라이언스의 싱크탱크 2020 TTCSP 글로벌 8위, 인도 1위인 ORF(Observe Research Foundation)는 인도 최대 재벌인 릴라이언스(Reliance) 그룹의 창업자인 뒤루바이 암바니(Dhirubhai Ambani)가 1990년 설립했다. 개혁개방 당시에는 국내경제 문제를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국제관계,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레이시나 회담(Raisina Dialogue), 샹그릴라 국제회의(Shangri-La Dialgue), G20 행사 등 정부 및 국제기구와 중요한 국제회의도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 국제기관 등 재정지원 기관이 보다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재정의 상당 부분은 릴라이언스로부터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기준 인도 3위의 싱크탱크는 1981년 설립된 ICIER(Indian Council for Research on International Economic Research)로 역시 대형 은행, 석유화학, 이륜차, 철강, IT, 제약 기업들은 물론 인도 정부와 외국 공공기관, 국제기구 등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싱크탱크는 학계, 다른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 전직 정부 및 중앙은행, 언론계 주요 인사 등으로 이사회를 구성,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도 싱크탱크 대부분은 비영리 민간 독립기관으로, 개인 독지가나 여러 명의 전문가 혹은 학자들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인도 정부 주도의 대표 싱크탱크로는 IDSA(Institute for Defense Studies and Analyses), ICWA(Indian Council of World Affairs) 등이 있다. KIEP 인도 현지사무소 개설 1인당 GDP가 2,300달러에 불과한 인도에서 대부분의 싱크탱크가 민간에 의해 설립되고, 민간의 재원으로 운영되면서도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아함을 풀어줄 열쇠는 꽤나 많을 것이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독립 이후 지금까지 재정적자인 인도 정부가 대형 싱크탱크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와 함께 어쩌면 간디의 명언처럼 삶이 고달플수록 이상을 꿈꾸며 희망의 사다리를 만드는 싱크탱크의 필요성이 더 간절하지 않았을까. 이를 사회적 책임으로 먼저 인식한 인도의 재벌 타타, 릴라이언스 등의 설립자들이 그랬고, 지금은 신기술 분야의 인포시스(Infosys), 글로벌 빅테크 인도 기업인들이 그 뒤를 이어가며 싱크탱크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빠르게 커져 수년 이내에 G3의 경제 규모가 될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사무소를 개설한다. 1990년 미국 KEI(Korea Economic Institute), 1995년 중국 북경사무소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세 번째 해외 거점이다. 인도태평양 시대 핵심 파트너인 인도는 물론 인근 남아시아 지역 및 국가를 대상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현지 연락사무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조충제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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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시대적 사명을 반영한 법제도적 기반 강화
“「정책연구기본법」제정 필요” 1999년 1월 29일 제정·시행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정부출연기관법)」은 20여 년 이상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적 기반을 제공해왔다. 개별 부처에 예속되어 개별법률을 설립 근거로 운영되었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정부출연기관법의 제정·시행으로 감독기관이 국무총리로 일원화되었으며, 연구회의 설립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연구회 체제가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독립성·자율성이 강조됨과 동시에 연구성과 및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과 평가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연구기관이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환경과 여건을 조성하여 국가정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과 토대의 마련을 목적으로 하였다. 법률 시행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정부출연기관법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사명과 요청에 부합될 수 있는 법률인지에 관하여 많은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어 있다. 지금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정책환경의 급격한 변화 및 미래 사회의 불가측성 등에 따라 과거보다 큰 기능과 기대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정부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의 근간인 연구회 체제의 발전적 변화가 필요하다. 법제도적 근거 강화해야 국가의 지속가능한 싱크탱크 역할의 수행이 가능하도록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육성’에 관한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행 정부출연기관법은 법의 명칭에 ‘설립’과 ‘운영’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근거는 명확하게 확인하기가 어렵다. 기본적인 재정적·예산적 지원 이외에 전문분야별 유연한 연구조직의 구축, 기관별 인력 교류 활성화,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 및 보상시스템의 개선 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현재에 있어서 이러한 지원시책은 개별 연구기관에 따라 임의적 또는 산발적으로 시행됨으로써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효과의 영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 근거를 두고 시행하는 제도와 그렇지 않은 제도는 제도 운영의 예측가능성과 예산확보의 용이성 측면에서 충분한 차이가 발생하므로, 연구회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다양한 육성시책의 법제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예측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계획의 수립이 가능하도록 정부 및 연구회 차원에서 국책연구기관 지원·육성, 진흥을 위한 법정계획의 수립과 추진이 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법정화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정계획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뿐만 아니라, 미래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사전에 충족시킴으로써 미래의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연구성과를 즉시전력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진흥이나 육성을 위한 법률에서 법정계획의 수립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는 해당 법률의 목적 달성을 위한 방안과 시책을 체계화하는 기능이 있다. 반면에 정부출연기관법에서 계획수립과 추진을 법정화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법정계획보다는 유연성을 보장하되 장기적인 방향성과 포괄적인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수립·추진됨으로써 미래수요와 대안 마련을 사전에 확보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종합계획의 수립에 관한 법정계획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어 정부출연기관법에서도 중요한 참고와 시사점이 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공공기관운영법의 특징은 공공기관지정에 의하여 법의 적용대상 범위를 설정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요건만 충족하면 지정에 의하여 공공기관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법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반면 법률 자체에서 공공기관의 지정에서 제외되는 기관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방송공사와 한국교육방송공사이다. 이러한 언론의 중립성 보장과 마찬가지로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 또한 중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입법 현실과 법적용 상황은 정부출연기관법의 입법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으로서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융복합 연구를 위한 「정책연구기본법」 제정돼야 연구수행의 원활화를 위한 법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연구환경의 개선에 관하여 연구기관의 소속 연구자 및 임직원에 대한 처우 등을 개선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서 최적의 연구환경을 마련한다는 것은 연구 자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장애와 걸림돌이 없으며, 효율적인 연구추진이 가능하도록 연구수행을 위한 시스템과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특정연구기관 육성법」에서는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연구기관과 연구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정부와 연구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으로 정책 중심적인 연구 활동이 보장되어 있다. 「국회미래연구원법」에서는 국가기관에 대한 자료요청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보다 용이한 정책정보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는 궁극적으로 연구수행의 원활화를 위한 제도의 법제화 필요성을 나타낸다. 연구기관 간 경직화된 네트워크를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협력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이외에 과학기술정부출연연구기관, 특정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출연연구기관, 개별법률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는 연구기관 등 대부분의 연구기관은 개별적인 법적 근거에 따라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기관의 법정화는 해당 법률에서 정하는 목적의 테두리 안에서 연구 활동과 기관 운영이 이루어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연구기관 간 개별화와 고립화의 문제가 발생된다. 개별적이지만 유사한 연구기관이 중복적 연구를 수행하거나 공동·협력·융복합연구가 필요한 부문에서 관련 연구기관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등 비효율적 연구수행과 재원·인력의 낭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하여 다양한 연구기관의 협력과 네트워크를 법제도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정책연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출연기관법에서 연구기관 간 효율적 네트워크 운영을 위하여 국무총리 산하 조직으로 정책연구의 협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컨트롤타워에 관한 조직의 설립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정책’의 완결성과 효과성을 지향하되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에서 오로지 국민의 권익과 편익만을 위한 연구성과를 창출함으로써, 학문과 현실을 이롭게 연계하는 역할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궁극적인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 이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최소한의 법제도적 기반 제공과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호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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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세계 경제번영을 위한 무역 싱크탱크 연합 ‘GTIPA’
Global Trade & Innovation Policy Alliance(이하 GTIPA)는 자유로운 국제무역과 혁신을 통하여 세계 경제 번영을 공유하는 전 세계 싱크탱크 네트워크이다. 6개 대륙의 26개국 42개 싱크탱크가 참여하는 연합은 정책당국자의 증거 기반 정책 입안을 촉진하고 이를 위한 무역, 혁신 정책 분야의 연구 결과와 다양한 이벤트를 공유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혁신정책 분야의 글로벌 선도 싱크탱크인 미국 ITIF (Information Technology Innovation Foundation)가 주도하여 설립된 해당 네트워크에 2018년부터 한국의 싱크탱크로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의 산업·혁신 연구, 정책 동향을 공유하고 연구 활동 및 회원 기관과의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경제 번영을 위한 GTIPA 원칙과 활동 GTIPA는 세계 경제번영을 위한 다음과 같은 10가지의 정책 원칙을 제안한다. ① 혁신, ② 무역과 투자 확대, ③ 핵심 강점의 활용, ④ 보호무역주의 장벽 제거, ⑤ 생산성 향상, ⑥ 경쟁 촉진, ⑦ IP를 포함 기반 강화, ⑧ 국가 전략 설정, ⑨ 일자리 자체가 아닌 일자리 증가 여건 조성에 집중, ⑩ 글로벌 경제정책 협력 등이 그 원칙에 해당한다. 언급한 원칙을 기반으로 디지털 무역, 혁신, 경제 개발, IP 정책 분야의 다양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 연구인 「GTIPA Perspectives: Covid-19 Impacts on Public Health and The Economy of GTIPA Member Nations」 보고서는 GTIPA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20여 개국 이상의 코로나19 충격과 경제 상황 및 대응을 빠르게 공유하고 대응을 모색하였다. GTIPA는 회원 기관 및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무역, 세계화 및 혁신 정책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연례 회담을 지속하고 있다. 회원 기관의 국가를 매년 순회하며 개최되는 연례 회담은 2017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밀라노(2018), 멕시코 멕시코시티(2019) 그리고 미국 워싱턴DC(2021)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022년 GTIPA 서울 회담(Seoul Summit) 금년 10월 26~28일, 3일간 2022년 GTIPA 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된다. 2020년 이례적인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취소된 GTIPA 서울 개최를 산업연구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혁신경제연구단과 GTIPA가 협동연구사업을 통하여 재추진하였다. 이번 GTIPA 서울 회담에서는 새로운 갈림길 속에 산업·혁신정책과 대응 과제를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심도 있게 토론한다. 또한 협동연구사업에서 추진되고 있는 GTIPA 각국의 해외전문가 시각에서 제안된 한국과 전세계 국가의 경제·산업 협력 방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이번 GTIPA 서울 회담을 통하여 신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전 세계 국가와의 협력 방안 및 세부 추진 과제를 도출하고, 코로나19 이후 경제 극복을 위한 방안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여러 싱크탱크가 참여하는 행사의 한국 주최를 통하여 전 세계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통한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조재한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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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지원·육성의 기능을 넘어 국가 전략을 위한 혁신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가비전과 목표, 국가이익을 위한 중장기적 국가미래전략을 수립·제시함으로써 국내외 복합적인 정책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연구기관이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육성하는 기능의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의사결정 체계로 설치된 기구 정부는 1999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관장 자율적 책임경영 하에 산·학·연과의 협력의 틀을 마련하고자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연구회 체제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개별 연구기관의 인사, 예산 등에 대해서는 기관장에게 자율·책임 경영권을 주되 개별 이사회를 통합한 연합 이사회 운영을 통해 연구기관의 임원 선임, 기관장 경영목표 승인, 연구 및 경영실적 평가, 기능조정 및 정비 등의 주요 사항 등을 결정하도록 연구회의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하였다. 연합 이사회는 소관 연구기관의 유관 정부부처 차관인 당연직 이사와 민간에서 선임된 이사로 구성되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 정책 지원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그 방향에 대해 협의하고 의견을 조율하여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사회가 최상위 단위의 의사결정 기구라면 이사회에서 주요 사항들을 의결하기까지 이에 앞서 중요한 자문역할을 수행하도록 설치한 것이 기획평가위원회와 경영협의회이다.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 중장기방향 설정, 기관 운영 및 의사결정에 대한 자문 등을 지원하는 것이 이 기구들의 주된 설치 목적이다. 기획평가위원회는 심의가 필요한 안건이 있을 때 상시 개최되며, 경영협의회는 연 2회 개최하여 기관장과 이사들 간 중요 현안에 대해 공유하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다. 이 기구들은 연구회가 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면서 가장 중요한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이며, 운영의 전문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산·학·연 등의 전문가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의사결정 체계를 넘어 공동 목표를 향해 연구회는 연간 사업계획 승인 및 변경, 예산 승인·배분, 기관 평가 등 정부의 예산심의 시기·절차, 기관 운영 등에 필요한 연간 사이클에 맞추어 현안 및 단기 중심 그리고 경영관리를 중심으로 그 기능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연구회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과 다양한 논의 속에서 2009년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설립되었다. 개별분야의 연구에서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융·복합 협동연구를 기획하고 국가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기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상근이사장 체제의 도입을 기점으로 연구회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시작하였고 어젠다 발굴 및 주도에서 더 나아가 국가의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는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위한 추진체계로 정책연구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국책연구기관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축적된 지식 및 전문적 역량을 집적, 연구 및 경영 전 분야에서 개별 연구기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융·복합적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여 연구회 체제의 강점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기획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주요 기능 기획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주요 기능 - 기획총괄전문위원, 사업계획 및 예산전문 위원회, 국제협력전문위원회 구성 구분 주요기능 기획총괄전문위원회 총괄조정분과 • 해당 연구 분야의 장기발전방향 업무 • 연구기관 간의 기능조정 및 정비 업무 •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업무 전략기획분과 • 경제·인문사회분야 연구기획 업무 • 연구회 기획 협동연구사업 업무 사업계획 및 예산전문 위원회 경제산업통상분과 • 연구기관 사업계획 및 예산 관련 업무 • 연구회 및 연구기관의 협동연구사업 계획 및 예산 관련 업무 • 기관장 경영목표 승인 업무 국토환경분과 복지노동여성분과 미래준비분과 공공정책분과 국제협력 전문위원회 - • 국제협력 기획 및 장기발전 방향 설정 • 국가적 이슈 해결을 위한 해외기관과의 공동연구 추진 업무 • 연구회 및 연구기관의 국제화업무 추진 내용 점검 함께 기획하는 국가 중장기 방향 현재의 의사결정 체계는 개별단위의 연구과제, 단기 현안, 정부 시책에 따른 경영관리 중심의 자문 및 결정kr이 주를 이루어지고 있으며 종합적인 시각에서의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어 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 기획평가위원회 위원들의 다양한 전문분야 구성과 함께 활용도를 제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책연구 플랫폼 등에 대한 상시 참여를 통해 초기단계에서부터 함께 기획에 참여하고 종합적으로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이다. 부처 차관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의 경우, 구성 특성상 부처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사회의 의결권이 보다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국책연구기관이 자율과 책임의 경영하에 중장기적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정책연구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연구의 자율성, 독립성, 지속성 및 다양성 등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관심과 합리적 의사결정이 수반된다면 시스템 마련을 위한 추진동력을 갖출 수 있다. 이 밖에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의 연구몰입 환경조성을 위해 추진 중인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행정 혁신방안’ 및 ‘연구·행정 효율화 사업’ 등의 다양한 제도개선 과제 또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기관이 기대하는 그리고 연구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역량을 강화해가고 있는 연구회의 역할은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육성이다. 하지만 연구회는 태생적으로 연구기관이 자율과 책임경영 하에 그 설립목적인 국가정책 지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서로 태어난 연도도 다르고 환경도 달랐던 연구기관들이 연구회라는 하나의 체제 안에서 동일한 제도하에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연구회의 임무와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 안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연구회 주요 의사결정 체계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한영민경제·인문사회연구회 경영지원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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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위상을 세계로
2021년 10월, 미국과 무역 경쟁을 벌이던 중국은 미국 편에 선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중단해 버린다. 이후 석탄 부족과 전력난으로 인하여 요소를 포함한 화학 비료 수출 제한 조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100% 수입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의 요소에 대한 공급망이 붕괴되었다. 대한민국의 화물차로 운송되는 유통·물류 대란은 물론 경유차들은 길 위에 멈추게 되었으며 더 나이가 구급차, 소방차 등도 멈추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정부 간의 협상으로 공급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차이나의 투자처 대안으로 아세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세안 지역의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에게는 현지 진출과 관련한 많은 고민이 요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책지원 종합연구 플랫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의 소관 연구기관들은 일찍부터 ODA 사업을 시작하였다. 특히 ODA사업의 대표주자인 지식공유사업(KSP) 등을 포함, 수원국과 교류하여 ODA 사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개별부처로부터 수탁을 받아 간접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2019년, 연구회는 연구기관에서 직접 수행하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국제개발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종합 연구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연구회의 ‘종합 연구플랫폼은 26개 소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동연구 체계를 활용하여 원스톱 정책지원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지원 개발협력사업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종합 연구플랫폼’을 활용한 대표적 사업으로는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과 ‘한국-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이 있다.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사업은 산업연구원을 주관으로 8개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으며, ‘한-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은 한국법제연구원을 주관으로 5개 연구기관과 협업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한-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과 ‘한-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2018년 9월, 대한민국-인도네시아 양국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연구회는 인니 산업부와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MOU를 체결하였다. 이를 계기로 연구회는 “Making Indonesia 4.0” 기조로 인도네시아 제조업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 실행방안을 만들어 주는 5년 계획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농림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컨설팅해주는 것으로 “자동차, 전자, 화학, 식음료, 섬유”의 5대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와의 협력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2019년 9월 캄보디아와 대한민국 정상회담 이후 연구회와 캄보디아 왕립학술원은 공동 세미나 등을 통한 학술기관 간 협력사항을 규정한 ‘한국-캄보디아 학술 협력 MOU’를 체결하였다. 2022년부터 5개년 간 대한민국 발전경험과 정부출연연의 전문성을 캄보디아 왕립학술원과 공유하고 정책연구역량을 강화해주는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는 고등 인적자원의 상당한 손실을 초래한 킬링필드라는 역사적 아픔을 극복하고 캄보디아의 자생적인 정책연구 생태계를 구축하여 싱크탱크에서 수립한 정책이 정부정책에 반영되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캄보디아 내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융·복합적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 제안, 대한민국 출연연과 공동연구 추진, 선진 연구방법 전수 등을 통한 역량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전 세계로 대한민국의 위상 드높이다 대한민국과 경쟁하는 주변국들은 이미 아시아 신흥시장(아세안, 인도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06년부터 경제산업성(METI) 주도로 ERIA를 조직, 100억엔 이상을 투자하여 아세안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아세안 내에서의 정책을 선점하고 있다. ERIA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아세안의 경제 통합과 경제발전, 격차완화, 지속가능 발전 등을 다루는데, 주요 결론이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도출하고 있어 실제 우리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세안과 정책협력을 위한 대한민국 출연연구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해외투자는 ‘현지화’라는 이름 하에 현지 국가의 제도와 규제를 따르는 동안 이에 부딪혀 불안한 투자환경 속에 있었다. 이러한 난관을 대한민국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해당국의 정책을 조정하여 안정적인 해외 진출을 도와야 할 것이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실천”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을 위한 방향이기도 하다. 정책연구 모델로 선점한 전기 자동차 시장 인도네시아의 전기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는 현대자동차이다. 어떻게 일본 중심의 자동차 시장구조에서 가능했던 것일까? 인도네시아는 앞서 언급한 대로 농림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 전략을 바꾸고 싶었고, 제조산업의 후방효과가 높은 자동차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했다. 이에 새로운 산업전략이 필요했던 한국과 일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본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의 전환을 제시했을 때,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 정책연구를 통해 전기차 글로벌 가치사슬 (GVC; Global Value Chain)의 효과를 설명했다. 니켈, 망간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매장량 1위라는 조건과 인도네시아 내에서 포스코와 함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자동차 부품소재 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용 강판 등 다양한 산업에 후방효과가 가능하고 이것을 시작으로 제조업으로 전환이 가능함을 정책연구를 통해 전달하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GVC 산업전략 채택으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유치, 자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 주도의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인 전기차 분야를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연구 모델을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 국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등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을 넘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목표를 함께해야 할 것이다.
유영민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제협력부장
이광형KAIST 총장
홍일표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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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설계하는 교육연구자들
현장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선·후배 교육연구자들. 교육현장의 현안 해결은 물론 교육정책의 거시적 방향 제시에 여념이 없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최상덕 선임연구위원과 김나영 부연구위원이 만나 정책연구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상덕 저는 교육정책을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평생학습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들어온 이후 고등교육부터 평생교육, 미래교육, 자유학기제까지 다루면서 교육 영역에서는 폭넓게 경험한 편입니다. 미래 핵심 역량이나 학습 생태계 구축 분야에 관심이 큽니다. 김나영 저는 처음부터 교육 연구자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에요. 중·고등학교 교사로 10년 이상 근무하다가 연구자의 길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죠. 교사로서 근무하면서 교육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한계를 느끼던 중 공부를 좀 더 해서 교육 정책을 연구하고 바꿀 수 있는 자리에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유학을 떠났고 그렇게 연구자의 길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시대 흐름을 읽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자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에 와서 좋았던 건 연구와 사업을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처음 연구원에 와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평생학습도시를 확산하는 데 역할을 했었습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 역량교육 및 학습 생태계 구축’이라는 협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별로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던 주제였어요. 이후에 학교 현장에서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한 모델을 제시하고 그것이 잘 정착되도록 하는 데 토대가 된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자유학기제 사업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 학교 현장에서 실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자유학년제로 확대되는 데 기여했던 부분이라 기억에 남네요. 김나영 최 박사님처럼 많은 연구 주제를 다루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어요. 교육 난제 극복을 위한 해답을 제시하는 연구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좀 더 나은 삶, 함께하는 삶을 위해 교육이 해야 할 역할과 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길을 제시하는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최 박사님과 함께 수행한 ‘해방 100년,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교육체제의 대전환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창립 50주년을 맞아 연구원 내 박사님들과 함께 수행한 ‘KEDI가 제안하는 ‘더 나은 삶으로의 교육” 연구가 그런 부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전환기의 시대정신, 좀 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연구, 미래 교육의 정책 방향과 어젠다를 제시하는 연구에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최상덕 정책연구자는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을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 가능한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책 결정자와 현장의 이해 관계자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교육개발원 입사 전, 학교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현실의 변화와 교육정책의 역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정책과 현실의 변화를 어떻게 잘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연구자로서 목표 과제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론적 측면만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그 방면의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려 노력하고 있죠. “정책연구자는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을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 가능한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책 결정자와 현장의 이해 관계자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평생·융합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김나영 정책연구자란 우리 사회 공동체가 좀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내외 메가 트렌드와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패러다임, 정책 수요자들의 요구사항 등을 파악해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학교 현장에 있을 땐 미시적인 측면의 경험은 많이 할 수 있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역량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현재 연구자의 길을 걸으면서 그런 부분을 채우려 하고 있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상덕 정책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학문 연구에 비해 피드백이 빠르다는 점이에요. 연구 성과가 정책에 반영되거나 현장의 사람들에게 실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반응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연구를 발전시키고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정책연구자와 정책 결정자, 현장의 이해당사자가 서로 파트너 관계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각자의 목적도 있겠지만 어쨌든 하나의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협력해야 하는 만큼 대등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부처의 사업을 받아서 하다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서로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김나영 저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를 하면서 연구 결과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실감하곤 하는데 한편으로 외부에서는 저희를 정부 출연기관 직원으로 보는 시선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가족들도 제가 교육부 소속 기관에서 일하는 줄 알거든요. 저희가 수행하는 사업과제들이 대부분 교육부 수탁사업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사업의 주체가 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그저 따라가는 구조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퍼스트 무버’ 향한 연구 방법론은 시대적 흐름 최상덕 최근 정책연구의 흐름을 보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 간의 연결점에 주목한다든지 간학문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정책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간학문적 연구 방식이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 특히 교육 분야에서 그러한 움직임은 더딘 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사회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과 노동시장의 관계를 간학문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죠. 김나영 말씀하신 대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전환기에 새로운 교육철학,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는 선도적인 연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한 연구 방법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또한 앞으로 교육정책의 탈중앙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학제 간, 기관 간 연계 협력은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융복합 연구나 빅 데이터, 하드 데이터, 마이크로 데이터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연계하고 활용하는 연구들이 좀 더 많이 수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상덕 연구기관 간의 협동연구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여전히 소극적인 면은 있습니다. 아무래도 각 기관에서 수행하는 업무나 연구과제가 많기 때문이죠. 또 현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기획해 수탁과제 형태로 시행되는 연구 사업은 많아졌는데 이전처럼 개별 연구기관에서 기획하고 다른 연구기관들을 참여시켜 장기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의 사업은 적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면 좋겠고 협동연구를 수행할 때 각 기관이 갖는 업무 부담을 덜어내면서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연구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나영 말씀하신 것처럼 협동연구 외에 기관 간 공동연구가 자유롭게 이뤄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전히 경직된 거버넌스 구조가 있고 형식적인 절차나 제약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는 앞으로 개선이 됐으면 좋겠고 연구 협력이나 교류 부분에서도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교육 난제 극복을 위한 해답을 제시하는 연구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좀 더 나은 삶, 함께하는 삶을 위해 교육이 해야 할 역할과 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길을 제시하는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나영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지표연구실 부연구위원 연구자의 소임 다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 최상덕 좋은 연구를 하려면 연구를 수행할 때 주인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연구를 이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하죠. 이와 더불어 시대적 흐름을 읽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으려면 국제적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국제 교육 전문가들 간의 네트워크 모임에 10여 년간 참여하며 국제 동향이나 각국의 사례 등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또 교육정책은 교육계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동연구 등을 통해 교류해왔습니다. 현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과 자주 의견을 나누려고 노력하기도 했고요. 김나영 정책은 결국 사회 현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평소 뉴스나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전엔 연구자라 하면 책상에 앉아 페이퍼를 읽고 쓰는 직업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연구자가 되고 보니 여러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배운 점도 많았고요. 또 제가 데이터를 다루는 양적 연구자이다 보니 새로운 연구 방법론이 등장하면 이를 공부하고 적용해보려는 노력을 통해 전문 역량을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최상덕, 김나영한국교육개발원 평생·융합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지표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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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를 위한 제언
우주 시대 개막, 누리호의 발사 현장을 찾아가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세종국가리더십위원회가 주최하고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주관하는 ‘세종국가리더십포럼’은 과학기술이 현대사회에 제기한 쟁점을 고민하고 혁신과 경제, 과학기술과 법, 규제와 윤리 등에 대한 최근 현황 및 이슈를 공유함으로써 과학기술과 사회가 맺고 있는 관계를 이해하고 3現(현재적, 현실적, 현장적) 정책마련에 필요한 리더십을 발현하고자 기획되었다. 제45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은 ‘국가 메가프로젝트 성공의 역사’를 주제로 누리호가 발사된 나로우주센터(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에서 개최되었다. 본 포럼은 누리호 연구진의 경험을 발사 현장에서 직접 공유하고자 현장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제45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의 현장을 아래와 같이 정리 및 소개하고자 한다.나로우주센터 누리호 발사대 왜 우리는 우주를 탐구하고 개발할까? 최근 우주기술 분야는 국가 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넘어가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진입하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과 민간이 협력하여 개발된 누리호는 대한민국이 뉴스페이스 시대에 진입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우주는 인류의 미래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주산업은 우주가 보유한 희귀광물을 통해 지구의 자원고갈을 해소하고 우주개발을 위해 새롭게 등장한 사업들이 경제 발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우주를 향해 발사되는 발사체 기술은 대표적인 민군겸용기술로 국가안보와 직결되어 우주 주권을 확보하는 데 가장 필요한 기술이다. 이처럼 우주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었다.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이슈인 ‘누리호’의 연구 현장에서 국가 메가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던 리더십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우리 땅에서 우주로 : 나로우주센터 옥호남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의 나로우주센터를 소개로 ‘제45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이 시작되었다. 나로우주센터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기지로 발사대 시스템, 위성 시험동 등 우주발사체 제작과 시험 그리고 발사에 필요한 다양한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나로우주센터가 설립되기 전에는 국내에 액체 엔진을 시험할 대형시험시설과 발사체를 발사하고 제작하는 시설이 구축되지 않아 외국의 우주운송수단에 의존하여 연구를 진행해야만 했다. 독자적으로 우주기술을 개발하고 독립된 우주산업을 위해서는, 우주기술 연구환경을 갖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였다. 이것이 바로 나로우주센터의 설립목적이다. 나로우주센터 설립으로 우주기술 연구에 필요한 연구환경과 우주기술이 외부에 보호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우주개발을 위해 구축된 인프라를 통해 신뢰성 높은 우주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해외의 일정과 관계없이 우리 땅에서 우리기술로 제작된 누리호를 발사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제45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 시험발사체 엔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누리호, 대한민국 땅에서 우주의 문을 열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본부장은 나로우주센터 소개에 이어 누리호 개발과정을 소개하였다. 지난 6월 21일(화),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차 발사에 성공하였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km 태양동기궤도에 직접 투입이 가능한 3단형 발사체이다. 러시아의 엔진 기술에 의존한 나로호와 달리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는 대한민국 우주개발 30년의 역사에 큰 의미를 남겼다고 밝혔다.제45차 세종국가리더십포럼, 질문에 답변하는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발사체 기술은 우주개발 외의 군사용 목적을 지니고 있어 국가 간의 기술이전과 공유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개발과정의 어려움을 밝혔다. 하지만, 제한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연구와 시험검증 끝에 자체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누리호는 민간과 산학의 협력이 담긴 발사체로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를 앞당겼다고 밝혔다. 제작과 구축은 민간기업이 그리고 사출되는 큐브위성은 국내 대학이 제작하여 누리호에 담긴 핵심 우주기술과 부품을 우주에서 직접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Q&A시간에는 많은 질문들이 오고갔다. 그중 ‘누리호 개발과정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이란 질문에 연구진은 ‘연구-정책 간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답변하였다. 연구자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희망하나 국가 주도의 메가프로젝트다 보니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복잡한 소통으로 연구 외 업무가 가중되어 연구가 지연된다는 것이다. 연구-정책관계자 간의 원활한 소통으로 연구자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행사를 마무리하였다. 마지막으로 누리호 발사 현장에서 우주개발의 현재를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재은과학기술정책연구원 대외협력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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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 LIVE
바다가 일상이 된 부산 사람 이야기
영도에서 바라본 오륙도 2015년 2월, 생면부지의 땅 부산으로 이사했다. 당시 만 3살이던 딸이 부산에 이사온 줄 모르고 “우리 집 물건들이 여기 다 있어”라며 신기해했다. 부산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부산에선 매일 바다를 본다. 특히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있는 영도는 섬이니 서 있는 곳 어디서든 바다가 보인다. 영도에는 영화 “변호사”의 촬영지 ‘흰여울 마을’과 경치가 좋아 신라의 태종무열왕이 와서 활을 쏘고 연회를 즐겼다는 ‘태종대’가 있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영도다리’, 부산어묵을대표하는 ‘삼진어묵’도 영도에 있다. 연구원 근처에 있는 카페385와 피아크는 조용필 노래에 나오는 오륙도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니 꼭 한번 방문해보길 권한다.도시어촌 : 부산 남구 용호어촌계 부산 영도 혁신클러스터에는 우리 연구원을 비롯해 14개 바다 관련 기관이 입주해 있다. 한곳에 모여 있으니 회의하기 좋고, 산책하다 만나니 친해져서 좋다. 한번은 근처 대학에서 강연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강연 시간을 잊고 있었는데, 담당자로부터 20분 전에 어디냐는 전화가 왔다. “아, 지금 갈게요”하고 나갔는데 다행히 5분 전에 도착했다. 가까우면 늦는다고 하는데, 가까워서 다행이었다. 대신 어려움도 있다. 출장지가 서울과 세종에 몰려 있어 회의가 몇 분이든 나가면 무조건 하루가 걸린다. 회의가 오전에 잡혀 새벽 기차를 타는 일도 부지기수다. 그나마 경부권은 하루에 가능하지만, 다른 지역을 다녀오려면 하루만으로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장이 많으면 일은 쌓이기 마련. 그래서 우리 원은 자정을 넘어 등대마냥 홀로이 영도의 밤을 밝힌다. 나는 20년 동안 충청도에서 자랐다. 대학시절부터 대략 20년은 서울에서 살았다. 이제 부산에서 남은 20년을 살게 된다. 나 빼고 서울에서 태어난 가족들은 퇴직하면 서울로 가자고 한다. 그런데 서울에는 바다가 없다. 난 안가면 안돼?
박광서한국해양수산개발원 기획조정본부장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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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의 독특한 결합
NRC-KAIST 공동 심포지움(2022년도 제3차 인문관통)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특별위원회와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센터의 공동주관으로, 9월 21일(수) 세종국책연구단지 1층 대강당에서 ‘융합학문의 정착과 제도화’를 주제로 개최하였다. 이번 심포지움의 주제발표 중 하나인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의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 심포지움 전체 내용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홈페이지에서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인문학은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인문학 연구와 교육에 적용하여 인문학을 심화·발전시키고, 인문학적 지식과 성찰을 디지털 기술에 제공하여 그것에 기반을 둔 문명의 바람직한 발전에 기여하려는 신생 학문이다. 인문전산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지만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2000년대 들어 크게 주목을 받으며 지금까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사실 디지털 기술이 인문적 가치와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긴요할 뿐만 아니라 결국 기술의 목적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문학은 너무 오랫동안 과학기술의 반대편에 서서 그 발전을 애써 외면하며 고유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사이에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포괄하는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영역과 사회적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길을 걷게 되었다. 대학교육의 혁신, 디지털 인문학 디지털 인문학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이것이 인문학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사실을 바로 직감했다.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다양한 방법론이 인문학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어서 인문학의 중흥을 이끌 것이라는 희망이 가장 먼저 다가왔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것이 대학교육에 가져올 혁신이었다. 인문사회계 학생들은 대체로 과학기술과 컴퓨터 공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디지털 기술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스스로를 ‘컴맹’으로 규정하며 ‘문송’의 허상에 짓눌려 좌절하기도 한다. 이런 학생들에게 체계적인 디지털 인문학 교육 과정을 제공한다면 이들은 인문학 특유의 상상력과 의사소통능력에 더해 탁월한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까지 갖춘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의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디지털 문명의 주인공이 될 터이다. 이는 컴퓨터 공학 계열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전공에 전념하다 보면 자칫 기술 습득과 개발에 매몰되기 십상인데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의 독특한 결합은 이들이 기술 발전의 돌파구를 여는 데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간적 가치와 사회 혁신 정신을 겸비한 디지털 인재가 되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더구나 디지털 인문학은 일반 대학생들이 기본적인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는 데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 분명했다. 이런 희망을 품고 필자는 디지털 인문학을 대학교육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했다. 한림대학교는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2017년부터 전교생의 복수전공 이수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시행했고, 디지털 인문학 대학교육 과정을 ‘디지털인문예술전공’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했다. 전공의 이름에는 디지털 기술과 인문학, 그리고 디자인의 화학적 결합을 담아냈다. 디지털 인문학에 디자인은 자연스럽게 녹아 있지만 이를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예술’을 포함하였다. 모든 새로운 시도가 그렇듯이 진행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신설 전공의 신선한 에너지와 교수, 학생의 엄청난 열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신입생 정원이 없이 복수전공생이 참여하는 전공이라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참여하면서 주전공의 전문 지식과 디지털 인문학의 방법론이 결합하는 효과를 낳았으며, 특히 이질적인 분야의 학생들 간 창의적 협업이 일어나게 하는 긍정적 측면을 지녔다. 교육 방식에 있어서도 디지털 기술을 우선시하며 시험 대신 프로젝트와 실습 중심으로 진행하여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한림대학교 디지털인문예술전공 웹사이트 ‘프로젝트 전시회’ 페이지 디지털인문예술전공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전공 출범 이후 5년이 지난 2022년 현재 한림대학교 디지털인문예술전공은 150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하고 매년 20여 개 이상의 과목이 개설되는 어엿한 전공으로 성장했다. 문화예술디자인, 인문데이터시각화, 디지털 내러티브, 인공지능 인문학, 지역문화콘텐츠 등 5개 트랙을 갖추고 있으며 총 40개의 교과목으로 구성된 전공 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과목의 성격에 맞는 프로젝트를 학기 내내 수행하며 이를 수업의 최종 성과물로 제출한다. 학기말 프로젝트 전시회를 통해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공들여 진행한 프로젝트를 세상에 내어놓는 성취감을 맛보고, 다른 학생과 수업의 프로젝트를 감상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극을 얻는다. 무엇보다 전시회는 학생들의 성과가 수업과 전공 안에 머물지 않고, 학내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개됨으로써 이들의 성취가 대외적으로 인정되고 확산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 전시회는 웹사이트로 제작되어 전시회 기간이 끝난 뒤에도 학생들의 성과를 기록하고 보관하는 아카이브 역할을 수행한다. 지금까지 진행한 모든 프로젝트 전시회는 전공 웹사이트(https://sites.google.com/view/dah-hally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지털인문예술전공은 여전히 신생 전공으로 부족한 점도 많다.먼저 학생 대부분이 문과 계열 학생으로 이과 계열 학생들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처음 전공을 출범시킬 때 디지털 인문학이 인문사회계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공계열 학생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되리라는 희망을 품었고, 공동 작업을 통해 시너지 효과가 나리라 기대했지만 아직은 실현되지 못한 것이다. 이 점은 기술이 사람의 삶을 개선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분야인 사회혁신디자인을 강화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한다. 그 일환으로 전공 내에 ‘UX 디자인’이라는 나노 디그리를 신설하여 올해 2학기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나노 디그리는 해당 분야 과목을 9~12학점 이수하면 인증해주는 제도이다. 앞으로 AI 디자인, 디지털 인문학, 문화콘텐츠 등의 나노 디그리를 신설하여 더 많은 학생들에게 다가갈 계획이다. 또한 다른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상호 학점 인정, 공동 교과목 운영, 공동 프로젝트 전시회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더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 간 네트워크형 전공을 운영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개별 대학의 디지털 인문학 자원은 풍부하지 않다. 네트워크형 디지털 인문학 전공 운영은 전국 대학에 흩어져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연결하여 전국의 학생들에게 디지털 인문학 교육 과정을 제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도가 될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은 또한 일반 시민 대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에도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김용수한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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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식 생태계 탐구
연구자 지혜를 모아 청년 정책의 방향을 찾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과학 정책연구 포럼 청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07년 88만원 세대에 대한 문제 제기부터 시작된 청년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 청년과 일자리, 주거, 사회이동, 세대불평등 등 사회경제적 상황, 90년대생과 관련된 문화와 가치지향, 이대남과 이대녀 등 젠더와의 상호작용 등 다양한 쟁점들로 확산되며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논의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그런데 청년에 대한 관심, 논의, 주장이 많은 것에 비해 청년들이 느끼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이나 개선은 진전이 별로 없다. 군불 지피기처럼 정치권에서 말만 무성하고, 지난 정부에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아직 본격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청년들 자신도 정치권은 물론 각종 정책들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국사회학회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KDI국제정책대학원과 함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과학 정책연구 포럼’(약칭 정책연구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책지식 생태계를 구성하는 연구자의 모임 정책연구포럼은 지난 연말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정책연구를 하는 전문가와 대학 중심의 학계 연구자들 간에 토론과 교류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정책연구자와 학술연구자가 함께 참여해서 발표와 토론을 본격화하자는 취지였다.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총 6회 예정으로 발표자와 토론자, 사회자, 그리고 일부 관계자만 현장으로 참석하고 나머지는 화상회의를 통해 참석하고 있다. 또한 실시간 화상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연구자를 위해 3회째인 8월 포럼부터는 녹화된 내용을 한국사회학회 유튜브 계정에서 공개하고 있다. 첫 모임에서는 ‘청년의 삶의 질은 나아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청년들의 삶의 질과 함께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꿈의 문제를 포함해 청년들의 행복과 희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드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7월 20일(수)에 열린 두 번째 모임에서는 ‘청년, 여성, 그리고 안전’이라는 주제로 젊은 여성들이 느끼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젊은 남성들이 이에 공감하는 정도에 대해 경험적이고 이론적인 토론을 나눈 뒤,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8월 17일(수)에 열린 세 번째 모임의 주제는 ‘청년을 위한 일자리’였다. 보다 거시적인 고용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요구와 함께 지역 여성 일자리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어진 토론에서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이끌었던 이승윤 교수의 불안전 고용에 대한 또 다른 발제 수준의 토론과 그에 대한 열띤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9월 21일(수)의 주제는 최근까지 정치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대남 vs 이대녀’였다. 이날 포럼은 특히 이대남과 이대녀라는 집합적 개념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고 진행되었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일수록 오히려 경험적 자료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차분히 논의할 필요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10월에는 ‘플랫폼은 청년에게 재앙인가 축복인가?’라는 주제로 기획되었으며, 11월에는 ‘개천? 용? 청년세대의 사회이동성 논쟁’을 주제로 마지막 포럼이 진행될 예정이다. ‘플랫폼은 청년에게 재앙인가 축복인가?’를 주제로 열린 제5차 사회과학 정책연구포럼 청년 문제에 대한 상호 보완적 시각을 나누다 포럼의 기획의도 자체가 학술연구자들과 정책연구자들의 활발한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양측에서 각각 한 사람씩 주제 발표를 한 뒤, 또 다른 학계의 연구자가 정책연구자의 발표를, 정책연구원 소속의 연구자가 학술연구자의 발표에 대해 토론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포럼의 진행과정에서 정책연구자들이 최신의 경험적 자료와 정책적 안목으로 현실에 대한 정교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면, 실제 청년들과 밀접히 교류하며 심층적으로 청년 문제를 고민해 온 학술연구자들이 종합적 관점에서 날카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청년일자리에 대한 박명준 박사의 문제 제기는 학술연구자들보다 더 심층적이고 종합적이었고, 이승윤 교수의 정교한 분석에 기반한 논의는 정책 현안의 문제를 정확하게 꿰뚫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본 포럼이 대학교의 학술연구자들과 출연연구기관의 정책연구자들이 지닌 청년 문제에 대한 상호 보완적인 시각을 나누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청년을 주제로 한 정책포럼에 청년의 목소리가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포럼 기획을 총괄한 최슬기 교수는 포럼 시작부터 학회를 통해 참여할 대학원생을 모집하고 청년패널을 구성했다. 원래 10명 예정으로 모집하였으나 뜨거운 호응으로 총 22명의 패널이 참여 중이다. 청년패널 참여 학생들은 모임을 비대면으로 시청하면서 자신들의 의견이나 질문을 온라인 댓글로 올림으로써 논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포럼의 논의 성과를 출간하는 과정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사회학뿐만 아니라 사회복지 및 정책학 전공 청년 패널들이 자신들의 문제에 대한 솔직하고 열정적인 토론을 보태어 매번 두 시간을 꽉 채운 알찬 논의가이루어졌다. 포럼의 사회를 맡은 정인관 숭실대학교 교수는매번 모든 참가자로부터 충분한 발언을 이끌어내면서도 주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도록 뛰어난 진행을 해주었다. 남은 11월 포럼까지 총 6회에 걸쳐 진행된 포럼의 내용을 단행본으로 편집할 계획이다. 학술연구자와 정책연구자, 그리고 청년 학문후속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내용들이 국무조정실에 새롭게 자리를 잡은 청년정책에 많은 참고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올해 한국사회학회의 정책연구포럼의 경험은 세종으로 대거 이전해서 지리적으로 다소 멀어진 정책연구와 학술연구의 교류가 매우 생산적이고 서로 자극이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향후 여성이나 노인 등 다양한 정책 대상에 대한, 그리고 환경이나 인권 등 중요한 정책 영역에 대한 포럼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한 준한국사회학회장,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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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에서 정책으로
국정과제 기여를 위한 연구수행 체계와 성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 연계 발전 방향」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설립목적 중 하나는 국가연구체제 의 구축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만큼 연구결과가 국가정책에 큰 기여를 한다는 것은 기관과 개인 연구자에게 핵심 성과이자 영광이다. 국토연구원은 국정과제 및 긴급 현안 대응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가정책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기관과 개인 연구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한 국토연구원의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국정과제 지원을 최우선목표로 정부의 국가정책 수행 목표는 국정과제에 모두 압축되어 있다. 즉 국가정책 기여를 위해서는 국정과제와 직결된 실효성 높은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연구·사업기획 및 수행 단계마다 정부 국정과제 지원을 최우선목표로 설정하였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과제 수행, 발간물(이슈리포트) 발간, 공론화를 위한 장 마련(세미나, 토론회)등의 수단을 적극 활용 및 지원하였다.우선 기관 경영의 최우선 전략인 연구·사업목표 설정 단계에서부터 정부 국정과제 지원을 핵심으로 반영하였다. 그 결과 기관의 연구·사업목표를 추진하는 것이 기관과 연관된 4대 국정목표 및 13대 국정과제를 핵심 지원할 수 있는 유기성을 담보하였다. 연구과제 발굴·선정 단계에서는 정책연구기획TF, 정책연구협의회 등을 통해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수요를 파악한 후 연구과제 선정 시 ‘국정과제 부합성’을 평가하여 국정과제에 부합하는 과제를 최우선으로 선정했다. 연구수행 단계에서는 기본 및 일반과제에 정부부처 공무원의 자문과 연구심의위원 참석을 필수화하여 국정과제 지원을 위한 연구성과 도출을 강화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종료 후 확산 단계에서 세미나·토론회 개최, 이슈리포트 및 워킹페이퍼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연구결과를 정책화 및 공론화하고 그 성과를 평가하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환류체계(정책영향력평가)를 구축하였다. 이와 같은 체계를 통해서 국토연구원은 2021년에 국토 분야 13대 핵심 국정과제를 지원하는 연구·사업을 190건 이상 수행했다. 국정과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수행을 통해서 지난 정부 국정목표인 ‘더불어 잘 사는 경제’ 51건,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44건,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77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14건 등 총 186건의 주요 성과를 도출하였다. 성과 유형별로는 법/제도 제·개정이 32건, 정책지원 135건, 민생지원 9건, 시범사업 10건이다. 국정목표별 주요연구 성과 국정목표별 주요연구 성과 - 국정목표, 법/제도 제·개정, 정책지원, 민생지원, 시범사업, 합계로 구성 국정목표* 법/제도 제·개정 정책지원 민생지원 시범사업 합계 더불어 잘 사는 경제 5 38 3 5 51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7 35 1 1 44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20 48 5 4 77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 14 - - 14 합 계 32 135 9 10 186 *2021년 연구기관 평가에 활용된 국정목표이므로 문재인 정부의 국정목표에 해당 대표 우수사례:「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 연계 발전 방향」 여러 연구·사업 중에서 수시과제로 수행한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초광역 연계 발전 방향’ 연구는 국가정책 기여에 탁월한 성과를 달성했다. 발굴 과정에서 ‘국정목표 4.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에 부합하는 핵심과제로 선정을 하였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초광역 정책들의 한계와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초광역 협력방안에 대해 실효성 높은 정책대안을 제시했고, 이는 대통령 보고 및 관계부처 합동 「초광역협력 지원전략(안)」에 반영되어 정책화되었다. 초광역권 기본방향으로 지역주도와 중앙정부의 역할을 정립하였다. 초광역협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국가적인 초광역권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다. 제안했던 초광역권 관장기구는 ‘범정부 초광역 지원협의회’로 실현되었다. 그 외 초광역권 광역교통망 확충, 초광역권 중추거점 기능 강화, 초광역권 산업 다양성 확대 등이 반영되었다. 추가로 초광역권 발전계획 수립을 위한 「국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을 상정하였다. 이러한 많은 정책실현 창출 성과는 정책화 추진과정에 쏟은 많은 노력이 있다. 초광역권 정책수립 지원을 위해 국회 정책토론회 1건, 정부 위원회 5건, 중앙정부 정책토론회 및 회의안건 10건, 지방정부 정책토론회 4건, 학술단체 및 국제기구 2건, 성과공론화 및 대국민홍보 등 국민소통 7건 이상 총 29회의 활동을 수행하였다. 즉 연구 수행 시 중앙 및 지방 정부, 국회, 학계, 산업계, 국민 등 다양한 정책수요자와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적극적으로 소통한 결과이다.
이정찬국토연구원 연구기획·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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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지상중계
2022 한국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
대전환기 정책의 재구성: 회복을 넘어 미래로 “혁신과 전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한국정책학회,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정책학회가 주관한 한국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가 9월 23일(금)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된 이번 학회에서는 30여 개의 다양한 세션들이 마련되었으며, 창립 30주년 기념기획으로 마련된 “재발견 시리즈”에서는 춘계학술대회 때의 ‘성장’과 하계학술대회 때의 ‘분배’에 이어 ‘가치’에 초점을 두어 논의하였다. 한국정책학회가이번에 처음 실시한 한국ESG혁신정책대상은 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며 그 성과를 함께 축하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인상적이었던 세션 중 하나는 정책연구의 현장을 되돌아보고 우수한 정책연구를 널리 알리기 위해 구성된 우수협동연구 세션과 라운드테이블이었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우수정책연구축사 중인 최민호 세종특별자치시장 현재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소속된 학자들에 의해 우수한 정책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연구들을 서로 소개하고 이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번 한국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 세션을 통해 소통의 기회가 마련되어 참여자들 간 서로 의견을 나누고 향후 연구 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다.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두 개의 세션을 통해서 총 네 개의 우수연구가 소개되었다. 첫 번째 연구는 이재영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수행한 ‘지속가능한 북한발전모델 구축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이었다. 연구를 통해 북한의 대외환경 및 내부조건을 심도 있게 분석하였으며, 지속가능성을 핵심가치로 고려하는 가운데 단기와 중기, 장기적 시각에 따른 국제협력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발표를 들으며 북한이 지속가능발전과 관련한 보고서를 UN에 제출한 사실 등 그간 잘 몰랐던 북한의 동향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두 번째 연구는 조은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수행한 ‘중국 동북3성과의 보건의료 협력방안’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의료·보건 시장이 더욱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분야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더욱 촉진하기 위한 협력방안을 면밀하게 도출하였다. 특히 동북3성과의 협력이 갖는 비교우위와 애로 사항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입체적으로 분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연구는 이인복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수행한 ‘공공외교 및 공공원조를 통해 보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발전 전략’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그 효과성에 대한 실증분석을 심도 있게 실시하였다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투명성과 합목적성, 효과성, 정책제언 등 네 가지 관점에서 현재 우리의 전략이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진단하였으며, 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설문실험방법에 기반하여 국가별, 응답자 특성별로 한국 선호도를 결정하는 요인들에 대한 정교한 분석을 통해 관련 전략수립에 실제적 함의를 제공했다. 네 번째 연구는 방설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신남방 ODA 전략프로그램 발굴과 제도개선 방안’이었다. 신남방 ODA의 차별적 개발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그 효과적 추진을 위한 사업수행체계의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데에 연구의 목적을 두었다. 그간 신남방 ODA의 한계를 진단하는 한편, 공간정보 분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략의 공간화를 통한 입체적인 연계효과를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전략프로그램 재편을 제시한 것이 인상 깊었다. 융복합 지역개발 프로그램, 중점협력 주제별 프로그램, 아세안 이니셔티브 대응형 프로그램 등 세 가지 유형의 전략프로그램을 제시하고, 각 유형별 구체적인 시범사업까지 제안한 점도 본 연구의 실제적 함의를 더욱 높여주었다.제3분과 정책연구 활성화 위한 라운드테이블 정책연구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논의하는 라운드테이블은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발제로 시작되었다. 홍일표 사무총장은 발제를 통해 현재 상태가 대전환의 시대이면서도 대경합의 시대임을 강조하면서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크게 세 가지 화두로 정리하였다. 중장기 국가전략연구를 어떻게 더 강화할 것인가, 정책연구 생태계를 어떻게 더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가, 국책연구기관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부합하는 제도의 개선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등 각 화두에 대해서 현재 수행되고 있는 다양한 노력들을 설명했다. 라운드테이블에 토론으로 참여한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 송민섭 국무조정실 국장, 이창흠 환경부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 박형준 성균관대학교 교수, 그리고 좌장을 맡은 나태준 한국정책학회 회장 모두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각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향후 어떻게 이를 극복하는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그 실제적 영향력과 기여도를 더욱 키워나갈 것인지를 논의하였다. 이번 한국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를 통해 마련된 이러한 정책연구의 활성화와 우수연구의 확산을 위한 장이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어 더욱 많은 학자들과 실무자들 간에 활발한 토론을 가져오기를, 궁극적으로 관련 정책들의 질과 효과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조윤직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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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지상중계
국제심포지움 : 한·일관계, 미래 협력을 논하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정해구)가 주최하고 대외경제정책연구원(원장 김흥종)과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소장 김현철)가 주관한 “한·일 관계, 미래 협력을 논하다” 주제의 국제심포지움이 9월 1일(목) 서울 양재동 엘타워 멜론홀(5층)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이 세미나는 한·일 양국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외교안보, 경제·산업 등 제반 측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양국관계를 조망하고 미래협력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필요성에서 기획되었다. 기조연설에서 최상용 전 주일대사는 한·일 두 정상이 인내를 갖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에 담긴 미래지향적 협력 정신을 견지하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언하였다. 오코노기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학교 명예교수는 한·일 양국 간 ‘역사 마찰’은 역사에 대한 ‘집합적 기억’이 세대를 초월하여 전승된 결과지만, 일본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한국과 일본의 상호 ‘대등성’ 인정 움직임이나 한국 신정부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 의지는 양국간 역사 마찰을 극복하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명하였다. 세션은 인도·태평양 다자협력, 저탄소공동체 구축을 위한 동아시아협력, 사회문화·지자체 협력 등 3개로 구성되어 진행되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외교, 경제, 공급망 분야에서의 한·일 협력 강조 첫 번째 세션인 ‘인도·태평양 다자협력’에서 메리 E. 러블리(Mary E. LOVELY)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중 무역마찰은 기술 패권의 경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 세계무역기구(WTO)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등 기존의 자유무역체제는 대응능력을 상실하였다며 한·일 양국은 자유무역질서 유지와 공급망 강화 측면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이어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 정부가 인도 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P), 경제프레임워크(QUAD) 워킹그룹, 공급망장관급회의 등 미국 주도의 경제안보 관련 다자협의체에 적극 참여하고, 그 틀 내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짐보켄(神保謙) 게이오대학교 교수 역시 일본의 인도태평양구상, QUAD, IPEF, 미·일·호주 3자 파트너십 등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의 다자협력체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협력체를 통한 협력 분야 확대와 강화를 기대하였다. 마지막이자 네 번째 발표자로 나선 람펑얼(Lam Peng Er) 싱가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한국센터장은 CHIP4, CPTPP 등 다자간 협력체제를 활용한 한·일협력과 메콩지역정책대화(Policy Dialogue on Mekong Region) 등 동남아시아에서의 한·일협력은 아직 정상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 후, 오히려 “한·일 양국 간 문제의 핵심은 마음의 문제”이고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상호신뢰가 급선무라며, 동남아시아에서의 한·일협력은 학자와 시민사회를 망라한 협력체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개회사 중인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저탄소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협력 두 번째 ‘저탄소공동체 구축을 위한 동아시아협력’ 세션에서 사토츠토무(佐藤勉) 일본 금융청 자문관은 일본의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가 중요하다며 이것을 뒷받침하기 위해 무엇보다 지속가능 금융(Sustainable finance) 시스템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이와 관련해 일본 금융청·경제산업성·환경성이 2021년에 공동으로 마련한 ‘기후이행금융(Climate transition finance) 기본지침’을 소개하였다. 이어서 현석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는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한·일 간 협력’을 주제로, 기후변화 대응은 개별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으므로 한·일 양국의 녹색금융 전문가들이 모여 기후변화대응 금융 비교연구, 녹색금융을 위한 아시아표준개발 등 아시아의 녹색사회 실현을 위한 공동 협력의 촉진을 주장하였다. 세 번째 발표자인 엘리자베스 서본(Elizabeth Thurbon)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교수는 동아시아지역의 에너지전환 정책과 관련하여 발전주의적 환경주의(Developmental environmentalism) 관점에서 한국의 녹색성장 전략은 기술·산업구조 전환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한 후, 한국과 일본의 경우 에너지전환에서 녹색수소의 잠재력이 매우 큰 데다 양국 정부가 수소에너지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어 이 분야에서 매우 효율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국제심포지움 단체사진 정치·외교관계의 안정화도 중요 마지막 세션인 ‘한·일 간 사회문화·지자체 협력’에서 마치다 도요지(町田豊治) 일본자치체국제화협회(CLAIR) 서울사무소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하에서 한·일 지자체 교류 지원 사업 등을 소개하고, 지자체 차원의 교류 활성화가 국가 차원의 관계 개선으로 열매 맺기를 기대하였다. 조아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한·일 양국 간 관광 교류 격감 현황을 소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양국 국민 관광행태(Travel behavior) 변화, 원격근무 및 워케이션(Work+vacation) 등 생활양식의 변화, 관광산업의 디지털화, 고령화 진전 등을 반영하여 양국간 관광 트렌드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어서 고하리 스스무(小針進) 시즈오카현립대학교 교수는 최근 한·일 양국 국민의 상대 국가에 대한 인식, 즉 국민감정 악화가 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고 정치와 문화는 서로 분리할 수 없는 사안임을 지적하며, 양국의 정치·외교관계가 안정되지 못하면 기존에 쌓아왔던 것도 무너지고 다른 교류도 침체되기 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김규판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