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1
[특집] 기획의도1
글로벌 복합위기와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
지난 10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최근 국내외 경제와 금융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다”며 “이번 복합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충격이 회복되지 못한 채, 미·중 패권경쟁의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정부는 중요 과제로 불확실성·변동성 증가가 단기 위기로 치닫지 않게 하기 위한 관리와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고 생산성을 높일 구조적 접근을 꼽았다.
이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가전략연구센터에 경제안보TF를 구성하고 ‘한국형 경제안보’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번 특집에서는 국가전략연구센터에서 도출한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보고서: 이슈와 대응’ 전략보고서를 집필한 연구자의 원고를 통해 한국형 경제안보의 개념과 전략 과제를 살펴본다.
<특별좌담>에서는 첨단기술을 통한 우위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 문제를 큰 축으로 한국형 경제안보에 관한 기업·출연연·대학 층위별 전문가의 시각에서 경제안보의 현실을 돌아보고 돌파구를 찾아본다.
아울러 산업, 외교통상부터 에너지, 환경에 이르기까지 12개 분야의 국내외 현황과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밖에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을 통해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살펴보았다. 「공급망 기본법」 제정 추진, 「공급망안정화기금」 신설 등 여러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의 출범 배경과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본다.
2021년 겨울호(통권 제31호)부터 2022년 여름호(통권 제33호)까지 미국, 중국, 유럽의 싱크탱크 현황과 활동 성과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의 ‘상생과 공동번영, 아세안 싱크탱크의 도약’을 마지막으로 <연속기획I: 세계의 싱크탱크와 소프트파워>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미·중 간의 갈등이 불거지며 중국의 대체·보완국으로서 아세안 시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 일찍부터 ‘아세안·동아시아경제연구소(ERIA)’를 통한 아세안의 경제정책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펼치고 있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전략을 통해 인프라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아세안 내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미국 또한 ‘인태전략’ 이라는 이름 하에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아세안은 패권 경쟁의 각축장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27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정부는 對아세안 외교의 신호탄을 쏘았다. 1월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캄보디아에서의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호 <연속기획 I>에서는 개별국으로는 주목받지 못했던 아세안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중·일 그리고 미의 격전지이자, 글로벌 성장을 견인할 현장인 아세안의 중요성과 협력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그동안 정부와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저변확대 차원에서 추진해온 국제개발협력 사업 아세안 정책 역량 수준을 분석하고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협력·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책연구기관의 주요 연구성과와 사업을 소개한다.
2021년 겨울호(통권 제31호)와 2022년 봄호(통권 제32호), 2022년 여름호(통권 제33호)에 걸쳐 1999년 연구회 체제 출범부터 2022년까지 23년간의 역사를 통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활동과 성과를 함께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며 <연속기획 Ⅱ: 대한민국 국가정책연구의 역사를 만나다>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로벌 대전환기, 현재 우리가 당면한 복합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융·복합적 정책 대응’이 매우 필요하다.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정비전 달성을 위한 12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과거 단일 과제의 연구로 해결할 수 있었던 정책현안은 대내외 환경변화 속 복잡다난해지고 있다.
융복합 정책연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의 정책연구 역량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1999년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에 대한 문제로 국책연구기관이 부처로부터 독립하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라는 하나의 체제 안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호 <연속기획 II>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한 대응방안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 중장기적 국가미래전략 수립,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 변화 등을 살펴본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육성·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현주소를 되짚고, 국책연구기관의 혁신 역량을 위해 앞으로의 과제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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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아세안 싱크탱크와 ‘협력을 위한 열쇠’는 다양성과 신뢰성“글로벌 소프트파워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지식자원의 투자가 우선되어야”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계의 시선이 인도네시아를 향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을 소개하며 핵심 파트너인 아세안과 전략적·미래지향적 협력을 통해 한-아세안 상생연대를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對아세안 전략의 방향성을 논의할 때 복잡하리만큼 다양한 기구가 등장한다. 아세안의 정책지식 생태계를 살펴보고 다양한 국가, 기구와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답을 구하기 위해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났다. 박번순 연구위원은 산업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고려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정년퇴직 이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년 이상 동남아와 아시아 그리고 중국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교류·협력 방안을 깊이 고민해온 박번순 연구위원은 협력 파트너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아세안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인터뷰는 2022년 9월 28일(수)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실시되었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저서『아세안의 시간』을 보면, 20년 이상의 ‘동남아’와 ‘아세안’에 관한 연구 여정을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로 재임하시다가 퇴직하셨다고 들었는데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박번순 연구위원(이하 박번순) 1984년 산업연구원에 입사 후, 1989년부터 1년 정도 태국의 한 대학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태국이 연 13% 정도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일반 국민의 삶은 그렇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경제학자로 경제학 시장만을 이야기했다면, 이후 태국 학자들과 교류하며 실제로는 시스템, 정치, 제도가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태국에서 돌아와 개발도상국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동남아 연구를 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로 전직했고 퇴직 후 대학에 몸을 담게 되었다. 아시아가 세계화(Globalization)되고 중국의 부상으로 아시아와의 관계가 아주 밀접해지는 흐름 속에서 연구 영역이 확장되며 동아시아 전체 경제통합, 중국-아세안의 관계를 연구했다. 동남아 연구를 하면서 3가지 기본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첫째는 그들이 겪는 희로애락을 이해하며,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해 동정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동남아의 진면목을 보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남아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셋째, 연구는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내 연구가 훗날 누군가에게 참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현장을 중시하였다. 관찰을 하는 것이 단순한 통계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배낭을 메고 자주 동남아를 방문했다. 퇴직 직전 방학을 이용하여 40여 일 동안 터키(튀르키예)와 그리스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도 가능한 한 정부의 아세안 정책에도 기여하려 한다. 지난 정부 말 신남방추진위원회 민간위원회 활동을 한 2년 했고, 지금은 한-베트남 현인그룹 한국위원으로 있다. 내일도 베트남에서 있을 한-베 현인그룹회의에 참석해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 30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홍일표 보통 ‘아세안=동남아’를 혼용해서 쓰기도 하고, 지난 정부에선 ‘신남방 정책’도 있었는데 세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아세안의 ‘중요성’과 국제 상황 전반에 대해 ‘총론적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번순 동남아(Southeast Asia)라는 말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이 스리랑카에 동남아 사령부를 설치하면서 처음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동아시아에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를 제외한 인도차이나반도와 그 남부 해양부에 위치한 11개 국가를 말하고 있다. 1967년 5개 국가(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가 동남아 국가연합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군사 안보를 중심으로 논의했다. 이후 1992년 제4차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며 협력을 확대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불거지며 아세안 정상회의에 한·중·일이 초청되었는데, 그것이 아세안+3 정상회의이다. 아세안은 국제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개발도상국들이 결성한 국가연합으로 가장 성공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도 전략적,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국제화 과정에서 아세안에 진출했다. 외환위기를 아세안 주요국과 같이 겪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아세안의 인구는 6.7억 명 정도이고 GDP나 수출입 규모도 세계 5위 안에 드는 중요한 지역이다. 몇 년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의 마지막 연설에서 싱가포르 총리는 “언젠가 아세안이 한쪽을(미국과 중국) 선택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날이 빨리 오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아세안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상황에 있으며, 아세안 지도자들은 미·중관계 악화가 아세안에 중요한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미·중 간의 갈등이 중견국인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을 대체하고 보완하는 협력 파트너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높다. 그러므로 중견국인 우리가 아세안과 대외적으로 협력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세안의 여러 국가가 개발도상국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를 것이다. 개발도상국과의 협업 모델을 통해 세계 평화나 경제 발전, 사회적 진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세안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홍일표 아세안에 관한 자료를 보면 다양한 형태와 이름의 기구가 등장한다. 아세안, 아세안경제공동체, 아세안+3을 넘어 최근에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이는 주변 국가들의 복잡한 이해와 전략을 반증하는 것 같은데 ‘제도’와 ‘기구’ 차원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박번순 지금 아시아 지역에서는 수많은 국제기구 혹은 조직이 거론되고 작동하지만 동아시아에 등장한 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 그리고 아세안 지역포럼(ARF; ASEAN Regional Forum)은 모두 아세안이 중심이 된 조직이다. 아세안+3은 아세안과 한·중·일의 협의체로 주로 경제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ARF는 1990년대 초에 발족한 아세안 주도의 안보대화 포럼이다. 일본 외에도 미국, 러시아, 인도, 캐나다 등 주요 역외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동아시아의 안보 전략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우리와 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조직이기도 하다. EAS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세안 13개국 외에 호주, 뉴질랜드, 인도, 미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새로운 EAS가 출범하게 되며 정체성이 취약한 조직이 되었다.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은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서 경제통합을 지향했다. 오바마 정부의 클린턴 국무장관은 피벗 아시아(Pivot Asia) 정책을 주장하며 아시아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고 한·중·일 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포함한 아세안+6가 등장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은 아세안+6의 FTA로 15개국이 참여한 협정이다. RCEP이 아시아대양주의 경제통합체라면 CPTPP는 미국 등 미주국가가 참여한 것이다. 원래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TPP에 트럼프 정부가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창설한 임시조직이 바로 CPTPP이다. 최근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새로운 지역 전략으로써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원칙만 제시된 상태다. 홍일표 ‘아세안의 싱크탱크’들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만한 싱크탱크들로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그리고 ‘아세안 싱크탱크’들의 특징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왼쪽)과 홍일표 사무총장(오른쪽) 박번순 큰 틀에서 볼 때 현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은 베트남 사회과학원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953년 설립된 베트남 사회과학원은 산하에 2천여 명의 인력과 30여 개의 연구소를 두고 베트남 공산당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하여 인종·종족 문제까지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의 사회과학원을 동남아 싱크탱크의 대표적인 형태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대부분 국가의 싱크탱크에서는 전략 문제를 주로 다루지만 연구소에 따라 전략 및 국제관계, 심지어는 경제통상문제까지 한 조직에서 다루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높은 수준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또 일부는 거의 이름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는 1971년 설립된 독립적 비영리조직으로서 정부 주도의 설립 기관은 아니지만 경제, 국제관계, 정치사회변화, 재난관리 등 인도네시아의 발전을 위한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경제사회 분야의 원로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인도네시아의 국제관계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1983년에 설립한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ISIS; Institute of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가 대외정책 및 안보, 경제통상, 지역통합, 사회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한때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지식인인 누르딘 소피(Noordin Sopiee) 박사가 ISIS를 장기간 이끌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영향력은 다소 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설립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 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가 있다. 이 연구원은 초대대통령 유소프 이삭(Yusof Ishak)을 기리기 위해 ‘유소프이삭연구원’이라고도 불린다. 국내보다 국제, 특히 아세안과 아시아 지역의 변화 상황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전통적으로 동남아 지역경제, 동남아 지역사회문화, 동남아 지역 전략 및 정치를 중요 축으로 연구하고 있다. 오래전 ISEAS에서 방문학자로 있으며 느낀 재미있는 사실은 ISEAS의 연구 고객이 반드시 싱가포르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ISEAS의 연구 활동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동남아 정보의 수집(도서관), 동남아에 대한 연구, 그리고 지식의 보급(출판)이다. ISEAS는 실제로 연구진의 수는 적지만, 전 세계적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하면서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끌고 간다. 따라서 동남아를 연구하는 많은 방문학자가 거쳐 가면서 토론의 장이 열리고 있다. 당연히 ISEAS의 출판물들은 ISEAS의 연구진이 편집자로 참여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부 필자들의 연구 결과를 출판하고 있다. ISEAS는 세계 유수의 기관, 예컨대 세계은행, OECD 등과도 ‘싱가포르 렉처’라는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싱가포르를 넘어 전 세계의 정책 지식을 환류하는 활동을 한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국빈들이 주로 강연에 참여하는데, 우리나라의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넬슨 만델라, 일본 총리 등 싱가포르에 오는 정상들이 참여하였다. 또 ASEAN-ISIS라는 아세안 각국의 전략문제연구소들의 네트워크가 있다. 물론 ASEAN-ISIS가 독자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 부문의 전문가, 지식인들의 교류, 즉 트랙 2 외교를 통해서 정부 간 공식외교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홍일표 일본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아세안 지역에 ‘지적 투자’를 해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비교하여 한국은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노력과 전략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박번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경제정책 분야의 일본의 개입과 활동이다. 태국개발연구원(TDRI; Thailand Development Research Institute)이 1984년에 설립될 당시 미쓰이상사,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이 대거 출연금을 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세안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저로서는 일본의 아세안에 대한 지식사회 영향력에 대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일본의 아세안 싱크탱크 분야에서 획기적 개입은 ‘아세안 및 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Economic Research Institute for ASEAN and East Asia)’의 창설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아세안의 역내 경제통합과 정책 조화와 관련된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2006년 4월 일본의 경제산업성 장관인 니카이(Toshihiro Nikai)가 역내의 발전격차를 해소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ERIA 창설을 주장하면서 10년 동안 100억 엔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마디로 아세안의 경제통합 과정에서 필요한 역내 국가 간 정책연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이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이후 ERIA는 일본 학자들을 중심으로 아세안의 다양한 개발 문제, 장기비전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개발계획을 수립할 역량이 부족한 아세안의 입장에서는 ERIA는 긍정적으로 보이고 실제로 아세안의 미래 계획은 ERIA가 만든 계획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중국이 거대한 하드파워를 앞세워 아세안에 영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소프트파워로 대응하는 것이고 당연히 일본의 국익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사실 ERIA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나 다름이 없어 우리가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 우리의 일종의 제2의 ERIA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큰 의미가 없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고 이미 ERIA가 축적한 지식정보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회문화 영역의 ERIA인 사회문화연구소를 설립하자는 견해도 있지만, 사회문화의 역내 협력에 대한 수요가 경제 분야만큼 크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한국이 KDI와 같은 미얀마에 MDI 연구소 설립을 지원하며 건물도 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곧 발족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군부의 쿠데타로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홍일표 지적 교류와 협력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지식 생태계 차원에서도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연구 기반, 연구자, 연구역량, 연구 분야 등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어떤 부분의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박번순 아세안의 한국에 대한 시각은 이중적이다. 일반 국민은 K-컬처를 즐기며 한국에 좋은 시각을 갖고 있지만, 아세안 지식인들의 인식과 신뢰도는 매우 낮다. ‘한류’는 문화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는 의미가 있다. 동남아의 정치 지도자나 리더의 시각에서 볼 때, 동남아 사람들이 한류를 즐기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는 아세안에 대한 우리의 지식생태계를 고도화하여 아세안의 정책 결정자 그룹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경제적 이익 중심의 접근 방식에 있다. 심지어 신남방정책이 평화와 사람을 강조했음에도 아세안에서는 이를 전략이라기보다는 경제적 목적을 가진 정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아세안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세안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학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을 비롯하여 서울대학교, 서강대학교 그리고 지방의 유수한 대학에서 아세안 연구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아세안 협력이나 기업의 진출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구 재원의 부족 때문에 기초연구보다는 외부 발주용 프로젝트성 연구, 즉 진출 전략과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세안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의 양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지식의 축적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열악하다. 대학에서 연구소는 만들지만, 아세안에 대한 강의는 별로 개설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설령 우수한 자원이 아세안학을 공부하고 싶어도 불안한 미래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아세안 연구는 몇 가지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연구 영역을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사회문화 심지어는 종교와 민족 간의 갈등 문제까지 확대해야 한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아세안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둘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기관 평가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평가는 주로 우리나라 정책에 얼마나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기초연구에 정책의 적용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평가를 세분화하여 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책연구와 기초연구로 구분하여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셋째는 공동협업 연구의 확대이다. 저도 신남방정책 평가라는 공동연구에 참여했지만, 원칙적으로 경제·인문사회 연구회의 협동연구는 소관 연구기관과의 협동연구이다. 종합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이 범위를 넓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직을 보면 전공과 관계 없는 영역을 연구하거나 정부의 정책지원을 위한 단기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다 보니 전문성 축적이 어렵다. 3~4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대학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문제이다. 대전환기에 어떻게 보면 정책연구는 사양산업일 수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개인의 네트워크 개발과 연구자의 역량강화에 힘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홍일표 국내에서는 아세안 또는 아세안 싱크탱크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아세안에 대한 연구가 아직 취약한 것 같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위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복잡한 이야기를 잘 요약해주셔서 감사드린다.<인터뷰> 박번순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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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아세안 중심성’ 확보를 지원하는 아세안의 싱크탱크미·중 경쟁 심화에 따라 가속화되는 강대국 정치의 중심에 놓인 대표적인 지역은 동남아시아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생존 전략으로 되도록 많은 주요국을 아세안 주도의 다양한 협의체와 양자 협력 네트워크에 끌어들여 자율적 공간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아세안 중심성 확보에 노력해왔다. 아세안은 집단적·국가적 차원을 넘어 아세안 내 싱크탱크를 통해 공식 대화·협력 채널을 보완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정책 제안을 한다. 아세안 내 외교안보 싱크탱크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뉘는데, (1) 아세안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네트워크인 아세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네트워크(이하, ‘아세안 ISIS’), (2) 아세안 개별 국가의 정부 지원 및 민간 싱크탱크 등이 대표적이다. 아세안 외교안보(ISIS) 싱크탱크 네트워크 아세안의 싱크탱크는 다른 서방의 싱크탱크와 달리 대체로 각 국가의 정치 엘리트 및 국가 기관과 공식적·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과 후원을 받아 설립·유지된다. 특히 1967년 아세안 출범 이후 1970~80년대에 걸쳐 아세안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천천히 진행되면서 지역적 차원의 정책분석 수요가 증가하였다. 당시 아세안 협의체를 운영하는 아세안 사무국은 정책연구와 자문기능을 수행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세안 내 정책연구와 자문기능 역할을 수행할 싱크탱크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세안의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로 이루어진 아세안 ISIS 네트워크가 비정부기구로서 출범하였다. 1988년 결성된 아세안 ISIS는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필리핀 전략개발연구소, 싱가포르 국제문제연구소, 태국 안보국제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초기 창립 회원으로 시작하였다. 1990년대 이후 아세안 회원국 확대에 함께 아세안 ISIS도 베트남 국제관계연구소(현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캄보디아 협력평화연구소, 브루나이 정책전략연구소, 라오스 국제관계연구소를 새로운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아세안 ISIS는 전문가 간의 협력을 장려하고 동남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정보 교류와 정책 논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 간 공식적인 트랙 1 외교를 보완하는 트랙 2 외교의 플랫폼 역할도 해왔다. 아세안 ISIS는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해 정책 논의를 하고 아세안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공공외교 역할도 수행한다. 아세안 ISIS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인도, 유럽 등 여러 주요국의 싱크탱크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요한 지역 이슈에 대해 정책적 논의를 수행한다. 아세안 ISIS는 199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고위관리회의와 별도로 열린 아세안 ISIS의 기관장과 아세안 고위관리들 간의 회의에서 정책결정을 위한 귀중한 기제로 아세안 회원국들로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 아세안의 외교안보 주요 싱크탱크 아세안의 외;교안보 주요 싱크탱크에 관한 표로 아세안/국가차원, 연구기관명, 아세상 싱크탱크(ISIS)네트워크로 구성 아세안/국가 차원 연구기관명 아세안 싱크탱크(ISIS) 네트워크 브루나이 브루나이 정책전략연구소(Brunei Darussalam Institute of Policy and Strategic Studies, BDIPSS) 캄보디아 캄보디아 평화협력연구소 (Cambodian Institute for Cooperation & Peace, CICP)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라오스 국제문제연구소 (Institute of Foreign Affairs, IFA) 말레이시아 전략문제연구소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미얀마 미얀마 전략국제문제연구소 (Myanmar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MISIS) 필리핀 진보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협력 재단 (Asia Pacific Pathways to Progress Foundation, APPPF 싱가포르 싱가포르국제문제연구소 (Singapore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SIIA) 태국 안보국제문제연구소 (The Institute of Security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베트남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Diplomatic Academy of Vietnamy, DAV) 지역 외교안보 주요 현안 논의 주도 아세안의 싱크탱크는 동남아시아가 직면한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고, 필요 시 역외 국가 싱크탱크와 협력을 통해 관련 논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대표 싱크탱크인 ISEAS(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는 2019년 이래 매년 동남아시아 내 전문가, 정부관료, 사업가 등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미·중 경쟁과 지역 이슈에 대한 아세안의 인식과 대응 전략을 대외적으로 발송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연구물 발간과 워크숍 및 세미나 개최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 외교아카데미는 2009년 이래 정기적으로 남중국해 국제회의 개최를 통해 아세안 내 주요 전문가 및 관료뿐만 아니라 역외 주요국 전문가와의 트랙 1.5 차원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한 이슈를 논의하고 베트남의 정책적 입장을 전달하며 정책적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 한-아세안 외교안보 싱크탱크 협력 한국과 아세안 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협력은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와 아세안 ISIS 싱크탱크 간 전략대화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는 한-아세안 간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정책 네트워크 및 전문가 차원의 정책대화 채널을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한-아세안 관계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미·중 경쟁으로 야기되는 도전들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 및 정책적 아이디어 발굴의 중요한 대화 플랫폼으로써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10월 출범 당시 국립외교원과 아세안 싱크탱크는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한-아세안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정책제언을 싱크탱크 전략대화 의장성명 형식의 문서를 채택·발표한 바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한-아세안 파트너십의 새로운 비전 모색’과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파트너십: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전략대화가 개최되었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 발돋움’을 외교정책의 목표로 강조한 만큼 급변하는 인도태평양 정세 속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어떻게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정책적 구상들이 2022년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에서 제시되기를 희망한다.조원득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연구교수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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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경제발전을 설계하는 아세안 싱크탱크의 분석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의 산업구조 개편으로 아세안 국가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팬데믹 상황 이후, 인건비 상승과 더불어 산업 구조의 변화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개편에 따라 중국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제조업 기업들 중 상당 기업이 아세안 국가로 넘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아세안에 대한 투자의 전진기지로 인도네시아를 활용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내 총생산(GDP)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의 해외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금융투자보다 제조업 분야로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살펴볼 때 제조업 산업이 빠르게 아세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투자부(BKPM)에서 발간하는 자료를 보더라도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약 198달러로 1년 전보다 35.5% 증가한 수준이며 특히, 제조업 분야의 경우 약 109억 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의 55%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시행한 까닭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업환경이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산업구조가 중국 등에서 아세안 국가로 전이되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지역은 세계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 호주 등의 국가들은 이미 아세안 지역에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민간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 정부의 아세안 지역에 대한 뚜렷한 정책 방향이 아직 보이지는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아세안에 정책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아시아의 OECD를 목표로 출범한 ERIAERIA는 2007년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사진은 지난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모습 아세안은 2015년 12월 EU 수준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ASEAN Economic Community)를 출범하였고 해마다 아세안과 동아시아 3국(한국, 일본, 중국)은 경제장관회의와 정상회담을 가지고 있다. 이들 회의에서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Economic Research Institute for ASEAN and East Asia)는 한해의 지역 경제를 분석 및 전망하고 공동으로 추진할 정책을 기획하는 설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세안 회원국의 경제정책 수립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발전하고 있다. 2006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일본 경제장관회의에서 일본은 아시아의 경제발전과 협력을 연구하고 기획하는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설립을 추진하여 2007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에서 공식적으로 ERIA를 출범하였다. 일본 정부는 매년 200만 불 이상의 예산에 전적으로 지원하고 원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을 일본인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농업, 산업, 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며 아세안 사무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현지 전문가도 고용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ERIA는 아세안 역내외 정부회의에 참석하여 연구결과를 발표할 뿐만 아니라 아세안의 여러 기구에 참여하여 아세안을 위한 어젠다를 기획하고 있다. 경제장관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EAS 정상회의 등이 이에 속하며 연구 분야도 기존 4개 분야에서 노동, 중소기업, 금융, 여성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7년에는 아세안 설립 50주년을 테마로 ‘ASEAN@50’이라는 5대 분야별 시리즈물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EAS는 2005년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인도 6개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체로 출범한 이후 2011년에 미국과 러시아가 추가로 참여하여 현재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EAS 참여 국가를 중심으로 각 국의 연구기관, 대학과 연구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아시아의 OECD로 발전하고 있다. 개별 국의 정책 연구를 개발 협력사업으로 아세안은 풍부한 자원과 인구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낙후한 인프라와 인적 자본으로 경제발전은 정체되었다. ERIA는 아세안 후발 가입국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의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해주었고 기초 자료 조사를 위한 기반도 조성해주었다. 이러한 정책 연구의 결과는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 등 국제기구와 함께 이들 국가의 부족한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는 개발협력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비록 ERIA는 일본 정부의 자금과 경영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현지 정부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초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의 관계는 가까웠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단절이 발생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아세안으로부터 한국의 사업참여와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첫 시험대를 아세안에서 맞이하고 있다. 정책적인 협력사업은 한순간에 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석의 결과들과 기초자료들이 축척되면 될수록 그 효과성은 견고하고 오래동안 지속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민간 기업들의 경우 단기간의 영업이익을 위해 지역을 옮겨 다니며 이익이 높게 실현되는 곳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적인 것은 당장의 이익이 아니더라도 중장기적 전략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협력사업이다. 한국의 싱크탱크가 단기간에 ERIA와 같은 역할과 위상을 쌓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인 경쟁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분발이 필요할 것이다.신윤성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 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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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글로벌 각축장으로 진화 중인 아세안 시장최근 아세안(ASEAN) 시장은 포스트차이나 시대의 대안으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IT기업 투자처로 주목받는 베트남,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필리핀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들로 구성된 아세안 지역은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양극화 시대에서 몇 안 되는 수혜 지역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 패권 경쟁으로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의 확보가 필요하며,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 유럽과의 해상 교역을 유지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이 중요하다. 미국 또한 중국의 저가 상품들을 대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이 필요하며,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아세안 FDI의 글로벌 비중, 2배 확대자료 : ASEAN Investment Report(2021) 경제 및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놓칠 수 없는 성장 지역으로 변화되고 있다. 아세안으로 투자된 해외직접투자(FDI) 금액은 급격하게 증대되고 있다. 2016년 아세안 지역으로의 해외직접투자는 1,160억불이었으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1년 뒤인 2019년에는 1,820억불로, 약 57%나 증가하였다. 아울러 전 세계 FDI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6%에서 2019년 12%로 약 2배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세안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지대하다. 미국은 2010년 세계 최초로 아세안에 대표부를 창설하면서 정치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0억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자금을 조성하고 동남아 청년 지도자 이니셔티브(Young Southeast Asian Leaders Initiative) 창설, 미국-아세안 정상회의를 개최 등 미국의 아세안 개발 지원은 물론 우호세력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아세안 진출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유럽-중앙아시아-중국을 잇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중국은 막대한 정책 및 금융 자원을 아세안 국가에 투자하였다. 대규모 인프라 공사 추진과 자원 확보를 위한 산업단지, 송유관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이 잘 진행되었다고 판단 내리기는 어렵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일본 역시 역사적으로 아세안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본기업들이 진출하였으며 특히 현지 기업 환경에 맞춘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일본은 아세안 국가 자동차 시장의 거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4차 산업 육성을 위해 발표한 ‘Making Indonesia 4.0’은 일본 공공 연구기관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가 전략을 수립하여 인도네시아 정부에 전달한 전략이다. 아세안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우리나라도 공공 연구기관이 아세안 국가에 필요한 산업 정책을 수립하여 전달하고, 이를 아세안 국가들이 정책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설명 및 설득해야 한다. 물론 최근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양한 정부 기관들이 경제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EIPP)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정책에 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 정부의 해외 산업 정책 수립 역량이 앞서 언급한 미국, 일본, 중국보다 한 수 아니 몇 수 아래로 판단된다. 그나마 우리나라도 2018년 인도네시아 산업부와 한국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MOU의 후속 조치로 진행되고 있는 한-인니 산업 정책 공동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인니 산업 정책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질적으로 동 정책연구를 통해 현대차와 포스코 등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정책적인 애로 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기업들이 실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동 연구는 특정 일부 산업 정책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호혜적인 한-인니 정책 공동 연구센터 필요 한-인니 정책 공동연구 센터를 현지에 만들어 한국이 과거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경험을 제대로 전수해 줄 수 있는 조직 및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사회 전반의 발전 경험을 전파하고, 산업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성공사례를 연구 전파하고,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전 세계 최고의 교통지옥인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및 대안을 연구 제시하여, 우리나라 기업 또는 기술을 진출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제발전에서 필수적인 교육, 물류, 국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을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어 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기업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여 경제적 이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지에 정책 공동연구센터를 수립하며 정책 수요 파악과 더불어, 현지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대규모 정책연구일 경우에는 한국의 각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정책적 협력을 확대하여 국위 선양과 더불어 우리나라 발전 경험의 노하우 전수,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까지 도모하는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아세안 전체 국가에 대해 정책을 지원하는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래 아세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하루라도 빨리 이러한 정책연구 체계를 완성하여, 한국이 아세안 국가에서 경제적 정치적 교류 관계를 확대하고,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 상생하는 정책을 제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최부식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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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세계 경제번영을 위한 무역 싱크탱크 연합 ‘GTIPA’Global Trade & Innovation Policy Alliance(이하 GTIPA)는 자유로운 국제무역과 혁신을 통하여 세계 경제 번영을 공유하는 전 세계 싱크탱크 네트워크이다. 6개 대륙의 26개국 42개 싱크탱크가 참여하는 연합은 정책당국자의 증거 기반 정책 입안을 촉진하고 이를 위한 무역, 혁신 정책 분야의 연구 결과와 다양한 이벤트를 공유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혁신정책 분야의 글로벌 선도 싱크탱크인 미국 ITIF (Information Technology Innovation Foundation)가 주도하여 설립된 해당 네트워크에 2018년부터 한국의 싱크탱크로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의 산업·혁신 연구, 정책 동향을 공유하고 연구 활동 및 회원 기관과의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경제 번영을 위한 GTIPA 원칙과 활동 GTIPA는 세계 경제번영을 위한 다음과 같은 10가지의 정책 원칙을 제안한다. ① 혁신, ② 무역과 투자 확대, ③ 핵심 강점의 활용, ④ 보호무역주의 장벽 제거, ⑤ 생산성 향상, ⑥ 경쟁 촉진, ⑦ IP를 포함 기반 강화, ⑧ 국가 전략 설정, ⑨ 일자리 자체가 아닌 일자리 증가 여건 조성에 집중, ⑩ 글로벌 경제정책 협력 등이 그 원칙에 해당한다. 언급한 원칙을 기반으로 디지털 무역, 혁신, 경제 개발, IP 정책 분야의 다양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 연구인 「GTIPA Perspectives: Covid-19 Impacts on Public Health and The Economy of GTIPA Member Nations」 보고서는 GTIPA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20여 개국 이상의 코로나19 충격과 경제 상황 및 대응을 빠르게 공유하고 대응을 모색하였다. GTIPA는 회원 기관 및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무역, 세계화 및 혁신 정책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연례 회담을 지속하고 있다. 회원 기관의 국가를 매년 순회하며 개최되는 연례 회담은 2017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밀라노(2018), 멕시코 멕시코시티(2019) 그리고 미국 워싱턴DC(2021)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022년 GTIPA 서울 회담(Seoul Summit) 금년 10월 26~28일, 3일간 2022년 GTIPA 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된다. 2020년 이례적인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취소된 GTIPA 서울 개최를 산업연구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혁신경제연구단과 GTIPA가 협동연구사업을 통하여 재추진하였다. 이번 GTIPA 서울 회담에서는 새로운 갈림길 속에 산업·혁신정책과 대응 과제를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심도 있게 토론한다. 또한 협동연구사업에서 추진되고 있는 GTIPA 각국의 해외전문가 시각에서 제안된 한국과 전세계 국가의 경제·산업 협력 방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이번 GTIPA 서울 회담을 통하여 신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전 세계 국가와의 협력 방안 및 세부 추진 과제를 도출하고, 코로나19 이후 경제 극복을 위한 방안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여러 싱크탱크가 참여하는 행사의 한국 주최를 통하여 전 세계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통한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조재한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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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지식공유를 통한 싱크탱크 파트너십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이하 KSP)은 지난 70년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나아가 경제협력 기회를 모색하고자 추진하는 지식공유사업이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총 87개국을 대상으로 1,300여 개 주제에 관해 정책자문을 제공하였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19개국 협력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488건의 자문을 완료하였다. 베트남 DSI와 미얀마 MDI 아시아 지역 최다 KSP 시행국가는 베트남으로 2004년 사업 개시 이래 41개의 사업 104건의 자문을 완료하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베트남 개발전략연구소(Development Strategy Institute, DSI)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DSI는 베트남 총괄부처인 기획투자부 산하의 싱크탱크로, 개방경제체제 하의 중장기 경제·사회 발전전략을 위한 포괄적인 지식공유사업을 함께 수행하였다. 정책자문사업에서 제시된 정책 제언들이 베트남 정부의 발전 방향과 상당 부분 일치하여 인력 양성, 공항 및 항만 현대화 전략, 기타 거시경제 발전 방안 등의 다양한 내용이 베트남 “2011~2020 경제 사회발전전략”에 반영되었다. 이후 KDI와 DSI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국토개발계획, 기후변화, 고체폐기물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였다. DSI가 KDI와의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베트남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시의성 높은 경제·사회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하였기에, 베트남 KSP가 진정한 의미의 지식공유 사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2년 5월 미얀마 떼인 세인(Thein Shein) 전 대통령은 한-미얀마 정상회의에서 한국 경제발전에 핵심역할을 담당한 KDI의 성공경험을 벤치마킹하여, 미얀마 경제·사회 개발을 주도할 정부출연정책연구기관의 설립을 요청하였다. 한국 기획재정부는 KSP를 통해 KDI의 설립배경 및 운영 노하우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본 사업 추진에 앞서 2013년 미얀마 KSP 사업을 실시하였다. KSP 정책자문사업 실시 이후 KOICA의 후속사업으로 연계하여, KDI는 건축 및 기자재 과업을 제외한 MDI 설립사업과업체의 총괄기관으로서 사업에 참여하였다. 이후 KDI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MDI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분야별 세부 연구주제 공동연구, 학위 과정 및 초청 연수를 추진하였다. 미얀마 KSP 및 MDI 건립 사업은 협력국이 자발적·주도적으로 경제·사회 발전 전략을 구상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주는 협력 모델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2018/19 KSP(‘몽골 경제개발계획 및 인프라 자금 조달 강화 방안’) 사업 이후 경제개발부가 몽골개발연구원(MondI) 설립을 추진하는 등, 아시아 지역 경제개발 싱크탱크 설립을 위한 지식공유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아세안 공동번영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 KDI는 2022년 9월 27일(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팬데믹에서 회복으로의 길: 아시아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KSP 지역별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 협력국가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동남아국가연합(ASEAN), 메콩강위원회(MRC)등 다자개발은행 및 협의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회의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의 공동회복을 위한 지식공유와 KSP의 역할을 제시하는 한편, 디지털 경제로의 도약을 위한 KSP 사례를 소개하고 향후 협력 분야를 발굴하였다. 디지털 경제 활성화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가 공동으로 당면한 정책과제로, 앞으로 양 지역 간 싱크탱크의 공동 연구와 지식공유를 통한 협력이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김정욱한국개발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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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캄보디아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위한 역량배양 사업2017년 미얀마에서 개최된 AICHR(ASEAN Intergovernmental Commission on Human Rights) 워크숍에서 캄보디아는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수립 지원을 위한 역량배양 사업과 관련한 사전타당성조사를 요청하였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사전타당성조사 실시와 더불어 2018년 사업 대상국으로 선정되었다. 국립공원 종합계획의 수립 주체는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으로 관계자를 통해 2018년 7월 캄보디아에서 최초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종합계획을 대신 수립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보다 캄보디아 왕실학술원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여 종합계획 수립 관련 경험을 취득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주민의 생활권과 가치 보전을 염두에 둬야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국립공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워크숍은 계획 대상 공원에 대한 소개, 계획 과정 소개, 대상공원 방문으로 구성되었다. Techo Sen Russey Treb 공원에서 124개의 과거 유적지를 발견하는 등 역사·문화적 중요성이 큰 곳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생활권도 보장해야 하지만 해당 공원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보전과 활용을 위한 계획수립이 필요하였다. 종합계획은 비전, 계획목표, 실행계획, 실행계획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구성되고, Techo Sen Russey Treb 공원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우선적으로 개발하여야 했다. 이후 Techo Sen Russey Treb 공원을 직접 방문하여 문화유산지구, 불법 벌목 현장, 주민거주지역, 공원 내 목장 방문 등 주요한 지역을 방문하여 공원 현황을 직접 관찰하였다. 미래 국가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첫걸음제1차 캄보디아 SEA 역량배양 워크숍 단체사진 2019년 1월, 일주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왕립학술원 관계자를 대전으로 초청하여 본격적인 계획수립 지원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1차 워크숍을 통해 비전 수립, 계획목표 설정, 계획목표 실천을 위한 실행방안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였다.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에서 해당 내용을 준비하였으며, 한국환경연구원은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더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웠다. 2019년 11월에는 Techo Sen Russey Treb 공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역량배양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제2차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실행계획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계획기간 타임 프레임별 수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개발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은 스스로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코로나 시국으로 수립된 계획의 실행과 관련된 협력은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지만,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캄보디아가 미래에 국가종합계획을 스스로 수립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상윤한국환경연구원 자원에너지평가실 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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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인태지역의 핵심 파트너가 될 인도의 싱크탱크“인간은 사고(思考)의 산물이다. 뭐든지 생각하는 대로 된다.”라는 간디의 명언처럼 인도에는 생각하는 대로 되고 싶은 싱크탱크들이 사람만큼이나 많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 Think Tanks and Civil Societies Program)’이 2020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11,175개 싱크탱크 중 612개가 인도에 있다. 개수로는 인도는 이미 미국(2,203개), 중국(1,413개) 다음인 G3이다. 인도에 싱크탱크가 이렇게 많은 것은 인구도 많지만 다종교, 다민족, 다계층 사회에서 싱크탱크가 정부나 시민 사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렇게 수많은 인도의 싱크탱크를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대표적인 특징을 꼽자면 비영리 민간 독립(non profit, private and independent) 싱크탱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일수록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인도 최대 재벌 릴라이언스의 싱크탱크 2020 TTCSP 글로벌 8위, 인도 1위인 ORF(Observe Research Foundation)는 인도 최대 재벌인 릴라이언스(Reliance) 그룹의 창업자인 뒤루바이 암바니(Dhirubhai Ambani)가 1990년 설립했다. 개혁개방 당시에는 국내경제 문제를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국제관계,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레이시나 회담(Raisina Dialogue), 샹그릴라 국제회의(Shangri-La Dialgue), G20 행사 등 정부 및 국제기구와 중요한 국제회의도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 국제기관 등 재정지원 기관이 보다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재정의 상당 부분은 릴라이언스로부터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기준 인도 3위의 싱크탱크는 1981년 설립된 ICIER(Indian Council for Research on International Economic Research)로 역시 대형 은행, 석유화학, 이륜차, 철강, IT, 제약 기업들은 물론 인도 정부와 외국 공공기관, 국제기구 등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싱크탱크는 학계, 다른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 전직 정부 및 중앙은행, 언론계 주요 인사 등으로 이사회를 구성,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도 싱크탱크 대부분은 비영리 민간 독립기관으로, 개인 독지가나 여러 명의 전문가 혹은 학자들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인도 정부 주도의 대표 싱크탱크로는 IDSA(Institute for Defense Studies and Analyses), ICWA(Indian Council of World Affairs) 등이 있다. KIEP 인도 현지사무소 개설 1인당 GDP가 2,300달러에 불과한 인도에서 대부분의 싱크탱크가 민간에 의해 설립되고, 민간의 재원으로 운영되면서도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아함을 풀어줄 열쇠는 꽤나 많을 것이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독립 이후 지금까지 재정적자인 인도 정부가 대형 싱크탱크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와 함께 어쩌면 간디의 명언처럼 삶이 고달플수록 이상을 꿈꾸며 희망의 사다리를 만드는 싱크탱크의 필요성이 더 간절하지 않았을까. 이를 사회적 책임으로 먼저 인식한 인도의 재벌 타타, 릴라이언스 등의 설립자들이 그랬고, 지금은 신기술 분야의 인포시스(Infosys), 글로벌 빅테크 인도 기업인들이 그 뒤를 이어가며 싱크탱크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빠르게 커져 수년 이내에 G3의 경제 규모가 될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사무소를 개설한다. 1990년 미국 KEI(Korea Economic Institute), 1995년 중국 북경사무소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세 번째 해외 거점이다. 인도태평양 시대 핵심 파트너인 인도는 물론 인근 남아시아 지역 및 국가를 대상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현지 연락사무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조충제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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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위상을 세계로2021년 10월, 미국과 무역 경쟁을 벌이던 중국은 미국 편에 선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중단해 버린다. 이후 석탄 부족과 전력난으로 인하여 요소를 포함한 화학 비료 수출 제한 조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100% 수입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의 요소에 대한 공급망이 붕괴되었다. 대한민국의 화물차로 운송되는 유통·물류 대란은 물론 경유차들은 길 위에 멈추게 되었으며 더 나이가 구급차, 소방차 등도 멈추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정부 간의 협상으로 공급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차이나의 투자처 대안으로 아세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세안 지역의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에게는 현지 진출과 관련한 많은 고민이 요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책지원 종합연구 플랫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의 소관 연구기관들은 일찍부터 ODA 사업을 시작하였다. 특히 ODA사업의 대표주자인 지식공유사업(KSP) 등을 포함, 수원국과 교류하여 ODA 사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개별부처로부터 수탁을 받아 간접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2019년, 연구회는 연구기관에서 직접 수행하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국제개발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종합 연구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연구회의 ‘종합 연구플랫폼은 26개 소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동연구 체계를 활용하여 원스톱 정책지원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지원 개발협력사업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종합 연구플랫폼’을 활용한 대표적 사업으로는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과 ‘한국-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이 있다.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사업은 산업연구원을 주관으로 8개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으며, ‘한-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은 한국법제연구원을 주관으로 5개 연구기관과 협업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한-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과 ‘한-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2018년 9월, 대한민국-인도네시아 양국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연구회는 인니 산업부와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MOU를 체결하였다. 이를 계기로 연구회는 “Making Indonesia 4.0” 기조로 인도네시아 제조업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 실행방안을 만들어 주는 5년 계획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농림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컨설팅해주는 것으로 “자동차, 전자, 화학, 식음료, 섬유”의 5대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와의 협력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2019년 9월 캄보디아와 대한민국 정상회담 이후 연구회와 캄보디아 왕립학술원은 공동 세미나 등을 통한 학술기관 간 협력사항을 규정한 ‘한국-캄보디아 학술 협력 MOU’를 체결하였다. 2022년부터 5개년 간 대한민국 발전경험과 정부출연연의 전문성을 캄보디아 왕립학술원과 공유하고 정책연구역량을 강화해주는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는 고등 인적자원의 상당한 손실을 초래한 킬링필드라는 역사적 아픔을 극복하고 캄보디아의 자생적인 정책연구 생태계를 구축하여 싱크탱크에서 수립한 정책이 정부정책에 반영되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캄보디아 내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융·복합적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 제안, 대한민국 출연연과 공동연구 추진, 선진 연구방법 전수 등을 통한 역량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전 세계로 대한민국의 위상 드높이다 대한민국과 경쟁하는 주변국들은 이미 아시아 신흥시장(아세안, 인도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06년부터 경제산업성(METI) 주도로 ERIA를 조직, 100억엔 이상을 투자하여 아세안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아세안 내에서의 정책을 선점하고 있다. ERIA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아세안의 경제 통합과 경제발전, 격차완화, 지속가능 발전 등을 다루는데, 주요 결론이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도출하고 있어 실제 우리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세안과 정책협력을 위한 대한민국 출연연구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해외투자는 ‘현지화’라는 이름 하에 현지 국가의 제도와 규제를 따르는 동안 이에 부딪혀 불안한 투자환경 속에 있었다. 이러한 난관을 대한민국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해당국의 정책을 조정하여 안정적인 해외 진출을 도와야 할 것이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실천”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을 위한 방향이기도 하다. 정책연구 모델로 선점한 전기 자동차 시장 인도네시아의 전기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는 현대자동차이다. 어떻게 일본 중심의 자동차 시장구조에서 가능했던 것일까? 인도네시아는 앞서 언급한 대로 농림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 전략을 바꾸고 싶었고, 제조산업의 후방효과가 높은 자동차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했다. 이에 새로운 산업전략이 필요했던 한국과 일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본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의 전환을 제시했을 때,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 정책연구를 통해 전기차 글로벌 가치사슬 (GVC; Global Value Chain)의 효과를 설명했다. 니켈, 망간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매장량 1위라는 조건과 인도네시아 내에서 포스코와 함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자동차 부품소재 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용 강판 등 다양한 산업에 후방효과가 가능하고 이것을 시작으로 제조업으로 전환이 가능함을 정책연구를 통해 전달하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GVC 산업전략 채택으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유치, 자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 주도의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인 전기차 분야를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연구 모델을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 국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등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을 넘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목표를 함께해야 할 것이다.유영민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제협력부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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