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획의도1
글로벌 복합위기와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
지난 10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은 제10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최근 국내외 경제와 금융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다”며 “이번 복합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충격이 회복되지 못한 채, 미·중 패권경쟁의 장기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여파로 전 세계는 인플레이션의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정부는 중요 과제로 불확실성·변동성 증가가 단기 위기로 치닫지 않게 하기 위한 관리와 성장 잠재력을 뒷받침하고 생산성을 높일 구조적 접근을 꼽았다.
이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가전략연구센터에 경제안보TF를 구성하고 ‘한국형 경제안보’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번 특집에서는 국가전략연구센터에서 도출한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보고서: 이슈와 대응’ 전략보고서를 집필한 연구자의 원고를 통해 한국형 경제안보의 개념과 전략 과제를 살펴본다.
<특별좌담>에서는 첨단기술을 통한 우위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교란 문제를 큰 축으로 한국형 경제안보에 관한 기업·출연연·대학 층위별 전문가의 시각에서 경제안보의 현실을 돌아보고 돌파구를 찾아본다.
아울러 산업, 외교통상부터 에너지, 환경에 이르기까지 12개 분야의 국내외 현황과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밖에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을 통해 글로벌 복합위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노력을 살펴보았다. 「공급망 기본법」 제정 추진, 「공급망안정화기금」 신설 등 여러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는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의 출범 배경과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본다.
2021년 겨울호(통권 제31호)부터 2022년 여름호(통권 제33호)까지 미국, 중국, 유럽의 싱크탱크 현황과 활동 성과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의 ‘상생과 공동번영, 아세안 싱크탱크의 도약’을 마지막으로 <연속기획I: 세계의 싱크탱크와 소프트파워>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미·중 간의 갈등이 불거지며 중국의 대체·보완국으로서 아세안 시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 일찍부터 ‘아세안·동아시아경제연구소(ERIA)’를 통한 아세안의 경제정책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펼치고 있었으며, 중국은 ‘일대일로’전략을 통해 인프라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아세안 내에서 위상을 높이고 있다. 미국 또한 ‘인태전략’ 이라는 이름 하에 세력을 확장하는 가운데 아세안은 패권 경쟁의 각축장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 27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정부는 對아세안 외교의 신호탄을 쏘았다. 1월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캄보디아에서의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이번 호 <연속기획 I>에서는 개별국으로는 주목받지 못했던 아세안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중·일 그리고 미의 격전지이자, 글로벌 성장을 견인할 현장인 아세안의 중요성과 협력 필요성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그동안 정부와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저변확대 차원에서 추진해온 국제개발협력 사업 아세안 정책 역량 수준을 분석하고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협력·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책연구기관의 주요 연구성과와 사업을 소개한다.
2021년 겨울호(통권 제31호)와 2022년 봄호(통권 제32호), 2022년 여름호(통권 제33호)에 걸쳐 1999년 연구회 체제 출범부터 2022년까지 23년간의 역사를 통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활동과 성과를 함께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며 <연속기획 Ⅱ: 대한민국 국가정책연구의 역사를 만나다>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로벌 대전환기, 현재 우리가 당면한 복합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융·복합적 정책 대응’이 매우 필요하다.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정비전 달성을 위한 12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였다. 과거 단일 과제의 연구로 해결할 수 있었던 정책현안은 대내외 환경변화 속 복잡다난해지고 있다.
융복합 정책연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의 정책연구 역량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1999년 연구 자율성과 책임성에 대한 문제로 국책연구기관이 부처로부터 독립하며 경제·인문사회연구회라는 하나의 체제 안에서 균형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호 <연속기획 II>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한 대응방안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 구축, 중장기적 국가미래전략 수립,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 변화 등을 살펴본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육성·관리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현주소를 되짚고, 국책연구기관의 혁신 역량을 위해 앞으로의 과제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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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형 경제안보, 협력 위해 머리를 맞대다진행, 패널 진행 패널 문명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NRC 국가전략연구위원회 위원장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박기순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 前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갈등구도의 심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맞 물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경제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형국이다.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무기화되고 기술이 안보화 되는 시대를 맞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면밀하게 대응하고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주도적인 흐름을 이끌기 위한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자국 보호주의의 물결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경제안보의 리스크 요인을 짚고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특별 좌담을 마련했다. 왼쪽부터 문명재 박기순 연원호 김상배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의 필요성 대두 “과소 안보도 문제지만 과잉 안보도 문제역사적 맥락 바탕으로 대응전략 모색해야” 김상배 교수 “미·중 갈등과 지정학적 관계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 박기순 교수 “공급망 재편 우려 확산 속 경제안보 전략 중요성 대두” 연원호 팀장 문명재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이하 문명재)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미·중 갈등,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요인으로 경제 불안이 가속화되고 자국 이기주의가 심화되면서 경제안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국제 경제 질서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 수립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김상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이하 김상배) 최근 한 경제학자가 이런 얘길 했다. 경제와 안보가 만난 것이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이라 이 상황을 벗어나 예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사실 지난 30~40년이 예외적 상황이었고 역사적으로 경제와 안보는 따로 간 적이 없다. 소위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시기에는 국제사회에서 경쟁과 협력이 잘 이뤄져 왔다.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안보가 매우 소극적으로 다뤄진 측면이 있는데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현재 안보가 과도하게 부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국정 운영 측면에서 과소 안보도 문제지만 과잉 안보도 문제가 된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과잉 안보의 측면이 있는데 그런 맥락을 이해하고 우리의 대응전략을 모색해보자는 뜻에서 한국형 경제안보를 논하게 된 것 같다. 박기순 성균관대학교 중국대학원 교수(이하 박기순) 학계에선 경제안보 개념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제와 안보는 분리되어 다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미·중 갈등으로 인해 경제안보 개념이 우리에게 확 다가오게 됐다. 또 지정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에서 소재·부품을 들여와 제품을 만들어 중국에 파는 구조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 그런 와중에 일본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으로 무역 갈등을 빚었고 중국은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형 경제안보 개념이 부각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이하 연원호) 부국강병이란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찌 보면 경제안보는 전통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경제와 안보를 각각의 관점으로 바라봤고 미-소 냉전 이후 세계화되면서 경제 논리에 초점을 맞춰 발전하는 과정에서 안보가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최근 미·중 갈등, 자연재해, 전쟁 등의 상황이 공급망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첨단 기술 산업을 비롯해 우리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계획이나 전략에 관심을 갖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세계 각국이 처한 위치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해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 주목해 한국형 경제안보가 논의되고 있다고 본다. 경제안보 중심 대외정책 패러다임의 변화 “여러 이슈들이 복잡하게 맞물리는 양상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해야” 김상배 교수 “제조안보가 곧 경제안보 제조업 경쟁력이 경제안보의 지표” 박기순 교수 “국가의 미래 생존, 첨단기술 산업이 좌우할 것” 연원호 팀장 문명재 경제안보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그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것으로 봐야 할 텐데 기존의 경제안보와 최근에 강조되는 경제안보의 초점과 범위는 어떻게 다르다고 보나. 특히 지정학적인 요소와 경제안보는 어떻게 연계되어 있다고 봐야 하나. 김상배 과거에는 매우 간단한 시스템 위에서 이뤄지는 국제 정치와 경제활동을 바탕으로 경제와 안보를 논했다면 현재는 매우 복잡하고 초연결화된 시스템과 환경 속에서 경제와 안보를 논한다는 차이가 있다. 경제안보를 말할 때 경제의 개념이 모든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건 아니다. 신흥 안보 이슈를 살펴보면 미시적인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연결되고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 등 생각지 못한 품목에서 문제가 불거지다 보니 앞으로 ‘무엇이’ 터질 것이냐가 아니라 안보 위협의 요소들이 ‘어떻게’ 연계될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박기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경제안보는 제조안보를 일컫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현재 제조업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 데에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다. 중국은 현재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제조업이 강해야 하므로 중국은 제조업 비중을 일정 정도 가져가려 한다. 하지만 많은 국가들의 제조업 비중이 낮아지는 등 중국으로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의 경우도 산업공동화를 우려하는 상황이고 제조업 비중이 GDP(국내총생산)의 10%대에 그친다. 결국 제조업 경쟁력이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안정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이자 경제안보의 지표라 할 수 있다. 연원호 경제안보 관점에서 보자면 국가의 생존은 현재와 미래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현재는 에너지·식량·자원 등의 공급망 이슈와 연관이 있고 미래는 첨단기술 전략산업과 관련이 있다. 경제안보 문제의 근원에는 기술 산업이 있다고 본다. 미-소 냉전기에는 핵무기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등 군사용 기술이 개발되고 민간으로 전용되는 측면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의 기술처럼 민간에서 빠르게 개발되고 군용으로 전용되는 흐름을 보인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국가들이 민간기업에 대한 규제 혹은 수출 통제를 가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이 공급망과 관련하여 우려하는 제품도 보면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기술이 중요한 품목들이라는 점에서 첨단기술 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복합적 경제안보 위기와 전략적 우선순위 “범정부 차원의 대응과 거버넌스 체계 마련이 과제” 김상배 교수 “기술안보 관점에서 산업기술의 육성과 보호에 힘써야” 박기순 교수 “미래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해야” 연원호 팀장 문명재 새롭게 부각된 경제안보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나라 정부가 특히 관심을 두어야 할 산업 분야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나. 전략적 우선순위가 있다면 그 점도 함께 말씀해달라. 김상배 최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안보 관점에서 보면 그저 전쟁 이슈에 그치겠지만 만약 핵무기 사용으로 주변 지역이 방사능에 오염되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 우크라이나가 세계적인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식량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이슈가 에너지, 식량 등 다른 이슈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예기치 못한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도 범부처 차원의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기순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분야는 과학기술이다. 앞서 언급한 제조안보는 곧 기술안보를 의미한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의 기술 유출 문제가 빈번해지는 만큼 기술자산의 축적은 물론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에 힘써야 한다. 그동안 공급망을 둘러싼 문제들이 지나치게 단기적 관점에서 다뤄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기술 산업에 대한 논의를 더 많이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사실 우리가 반도체나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다기보다 기업들이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잘 뒷받침해주기만 하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 연원호 공급망 이슈들은 확실히 현재 우리의 취약한 부분을 잘 보여준다. 지금으로선 당장 취약 지점을 파악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과학기술 분야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경제안보와 관련해서는 이전 정부 때부터 초당적으로 잘 대처해오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 분야 75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고, 지난 8월에는 경제제안보와 직결된 핵심 산업 지원을 위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별법(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정부가 잘하고 있는 측면도 있지만 보다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범부처 차원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와 우리의 대응전략 “국제협력 이끌어내는 중견국 리더십 필요” 김상배 교수 “기술 격차 유지하며 시장을 지키는 기회로 삼아야” 박기순 교수 “미·중 상황 예의주시하며중국 리스크 적극 관리해야” 연원호 팀장 문명재 우리나라 입장에서 경제안보와 관련된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중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할 장애요인은 무엇이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대응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상배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상황이 아닐까.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게 큰 문제다. 아무래도 코로나19와 같은 상황이 그런 사례가 아닌가 싶다. 최대한 위기 상황을 예측해 조기에 위협을 차단하고 다양한 국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최선이다. 강대국 간의 관계를 조율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다른 국가들과 적극적인 연대에 나서는 중견국 리더십도 필요하다. 우리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새롭게 펼쳐지는 경제안보 환경에서는 국가들 간의 네트워크를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포지셔닝하느냐가 관건이다. 박기순 최상의 시나리오는 기술과 시장을 다 잡는 것,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 둘을 다 잃는 것이다. 결국 기술을 지키는 것이 시장을 지키는 길이다. 그동안 한국이 대중국 관계에서 강하게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기술적 격차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보면 우리와 기술 동맹을 강조하고 있지만 결국 본질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미국과 기술 동맹을 잘 추진하고 있지만 우리 역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면서 상대국의 움직임에 미리 대처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향후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우리는 첨단기술 육성과 보호에 집중함으로써 기술 격차를 벌리고 시장을 지키는 기회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연원호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국가 경쟁력을 잃고 기술확보도 못한 채 완전히 고립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기조로 보면 더 빠르게 결판을 내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양국이 더욱 첨예하게 부딪치는 가운데 우리가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이 벌어질 것이다. 미·중 관계는 향후 10년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특히 202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조치가 연달아 나올 수 있다. 또한 중국의 경우 상하이 락다운(봉쇄)과 같은 방역 정책을 비롯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우리 입장에서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이 리스크를 적극 관리할 필요가 있다. 경제안보 시대에 요구되는 국책연구기관의 과제 “메타적 관점에서 위기상황 직시하는 국책연구기관 역할 중요” 김상배 교수 “범기관 차원의 연구 프로젝트로 장기 미래전략 수립해야” 박기순 교수 “실제 입법과 정책에 반영되도록 활발한 융합연구 추진돼야” 연원호 팀장 문명재 경제안보와 관련된 문제를 관리·극복하는 과정에서 국책연구기관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그동안 정책연구에 관여한 경험을 토대로 향후 국책연구기관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 김상배 각 연구기관마다 해당 분야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제안보 이슈를 연구해주었으면 한다. 이슈별로 위기의 성격이 조금씩 다른데 그에 적합한 거버넌스에 대해 적극 연구할 필요가 있다. 위기가 터지고 나면 이를 어떻게 원상태로 복원할 것이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특히 신흥 안보 이슈는 각 이슈들이 연계되면서 위기를 증폭시켜 가는 양상을 보이는 만큼 이를 포괄적인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하기에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같은 메타 연구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박기순 기술안보가 중요하다고 일관되게 말씀드리고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과학기술 분야와 경제산업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기관이 좀 더 늘어나고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제안보 시대에는 기관별 연구에 치중할 게 아니라 범기관적인 프로젝트를 만들어 한국의 장기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기회를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대만의 1인당 GDP가 거의 20년 만에 한국을 추월한다는 전망이 나오지 않았나. 이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친기업·친기술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인재 육성이나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외자 유치 등 다양한 방면에서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점이 많다. 연원호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은 정부에 정책을 컨설팅해주는 것이다. 정부가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나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제공해주는 것이 핵심 역할이 아닌가 싶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보자면 많은 이슈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는 만큼 보다 많은 연구기관이 함께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관 연구기관들과 경제안보 관련 전략보고서 작업에 참여했는데 의미 있는 첫발을 뗐다고 생각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후속 작업들이 활발히 이어지길 기대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결과가 보고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입법과 정책에 반영되는 방향으로 적극 활용됐으면 한다.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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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국가필수전략기술을 뒷받침할 통합적 정책 지원글로벌 기술패권을 주도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욱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7월,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을 최종 승인하고 공표한 데 이어 8월에는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과시켰다. 이와 같은 일련의 입법 활동을 통해 미국은 유일한 글로벌 패권국가, 즉 G1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냉전이 종식된 이후 미국은 평화로운 세계를 지향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무역기구(WTO)를 기반으로 무역자유화를 통한 글로벌 경제발전을 추구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공동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에 서명하였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은 상호 의존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 및 발전시켜 왔다고 보아야 한다. 요약하자면, 자유무역과 보편적 다자주의와 상호 호혜주의로 공동번영을 누릴 수 있을 듯했다. 신흥기술 개발을 향한 국가적 지원지난 8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및 전기차 지원법 대응 관련 업계 간담회가 열렸다 2015년 중국 정부의 ‘중국제조 2025’가 발표된다. ‘중국의 제조업은 크지만 강하지 못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중국은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를 위해 중국은 첨단 제조기술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대적인 R&D 투자를 단행하게 된다. 또한 ‘반도체 굴기’를 제시하고,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게 된다. 즉,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제조국가 그리고 기술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었다. 2018년, 미국이 중국에 대해 무역 제재를 단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양국 간의 갈등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곧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은 무역이 아니라 기술(Technology)이 그 핵심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게 되었고, 그 핵심은 반도체 그리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첨단 기술이 었다. 2021년 미국 상원은 이른바 「미국혁신 경쟁법(USICA)」을 통과시키고 반도체 제조와 신흥기술(Emerging Technology) 개발의 지원을 통해 미국의 기술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게 된다. 이후 미국 하원은 2022년 초 「미국 경쟁법(ACA) 2022」을 제출하여 반도체 제조기업뿐만 아니라 소재 및 장비 산업까지 지원의 범위를 확대하였고, 대만(Taiwan)과의 외교관계 및 대만의 평화/안정에 관한 하위법안을 포함하여 명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게 된다.자료: 트렌드포스 편향된 기술경쟁력, 아직은 먼 갈 길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설계 및 공정에서 기술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시스템 반도체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는 선진국 대비 기술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차량용 반도체 설계는 최고선진국 대비 59%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으며, 인공지능 반도체 소프트웨어 및 설계는 최고선진국 대비 56% 수준의 기술력에 그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소재, 부품 및 장비 분야의 기술력 역시 최고선진국 대비 60%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설계 및 공정과 비교했을 때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와 같은 측면은 반도체 시장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른바 펩리스(설계) 시장을 보면 퀄컴과 엔비디아 그리고 브로드컴 등의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미국 기업의 점유율이 약 65% 그리고 대만 기업의 점유율이 약 17%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한 파운드리(제조) 시장은 대만이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20년도 자료에 따르면, 대만의 TSMC가 54%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UMIC와의 점유율을 합하면 대만의 점유율이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갈 길은 아직 멀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슈퍼컴퓨터 총 성능은 일본 및 미국 대비 각각 3.6%와 3.0%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슈퍼컴퓨터 보유 대수 역시 일본 및 중국 대비 각각 10.3%와 1.33%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허등록 건수, 빅데이터 규모 및 인력 측면에서도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많은 발전이 필요하다.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뒷받침할 정책 방안 강구해야 정부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패권경쟁 양상을 모니터링하면서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법 제정 및 정책 지원을 강구해 왔다. 2021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반도체, 배터리 및 백신 분야 총 65개 항목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세액공제 제공을 추진해왔다. 또한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제적 가치, 기술적 중요성, 성장 잠재력 및 영향력 등을 고려하여 12개 분야 총 73개(2022년, 75개) 항목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였다. 같은 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국가필수전략기술 선정 및 육성·보호전략’을 의결하고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을 선정한 바 있다. 다만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상과 같은 부처별 법 제정 및 정책이 종합적인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시행될 필요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즉 범부처 차원의 통합법안 및 종합정책의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선진국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의 기술경쟁력은 아직까지 세계 최고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독자적인 노력만으로 첨단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미국과의 공동연구 펀딩 조성 그리고 EU의 ‘Horizon Europe’ 참여를 통한 전략적 기술제휴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송치웅과학기술정책연구원 아태첨단기술전략연구센터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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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산업 경제안보를 견인할 반도체 제조 역량지난 8월 9일(현지 시각),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초격차 확보 및 중국 굴기 견제를 목표로 국가적 역량을 총집약하기 위한 초강력 법안으로 평가되는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of 2022)」에 서명하였다. 동법을 통해 미국은 첨단 기술·산업의 안보화를 위한 내부 전열을 가다듬고 중국과의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을 위한 기나긴 여정을 시작했다. 바야흐로 산업정책의 무한 경쟁 시대이다. 미래 제조업의 경쟁우위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 역량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확보를 위해 전통적으로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에 회의적이던 미국, EU 등까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그간 국제분업의 효율성을 토대로 형성된 현재의 글로벌 산업 지형은 이제 큰 틀의 변화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 우리 미래 전략산업과 공급망이 있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인 산업 경제안보자료: 이준 외(2021), 원자료는 SIA(2021) 첨단 전략산업, 특히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거침없는 행보는 지극히 노골적이면서도 일관적이다. 그리고 이 행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위상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첨단(초미세) 반도체 제조 부문의 월등한 경쟁력을 토대로 글로벌 반도체 가치사슬에서 전략적으로 불가결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압도적인 공급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러한 제조 역량을 토대로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핵심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현재 7나노미터(nm)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제조가 가능한 유일한 국가로서 각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 기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높다. 그래서 미국은 우리에게 보다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화웨이, SMIC 등에 대한 제재부터 본격화된 주요 전략산업에 대한 미국의 중국 견제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동맹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첨단 전략산업에 대한 공급망 재편은 단·중기적으로 우리에게 기회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전략산업의 핵심적 포지션을 확보한 상황에서 우리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할 수 있으며, 대규모 수요가 예상되는 북미 배터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또한 첨단 기술·산업에 대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우리와 중국 간 초격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도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치밀한 방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의 보복이다.지난 8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산업 육성법에 서명하고, 366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과 높은 수준의 산업 분업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우리 산업·무역 구조를 고려할 때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는 최근의 흐름은 우리 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 요인이다. 특히, 특정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공급망 리스크 취약 품목이 상당 부분 중국발 중간재이며, 이들 품목이 단기간에 대체하거나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비금속광물, 정밀화학, 비철금속 등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예기치 못한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는 실재(實在)하는 위협 요인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우리 산업 공급망의 경제안보는 고차원의 방정식이다. 즉,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like-minded countries)들과 보조를 맞추면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전략적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하는 한편, 동시에 우리 산업 공급망 전반에 잠복되어 있는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자료 : 이준(2022),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대외여건 변화와 대응방안’을 토대로 재정리 가치를 높이는 고도의 산업 전략 필요 미·중 기술패권 경쟁, 디지털·그린 전환 등은 장기간 지속될 이슈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 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상당 기간 진행될 글로벌 산업 지형 재편 과정에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경제안보적 대응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 산업 전략이 이제는 필요하다. 전략의 목표는 명확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외부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산업을 운용하는 역량을 확보하고 동시에 미래 전략산업을 확보하기 위한 경로에서 가장 중요한 길목에 있는 산업과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팬데믹, 요소수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산업 공급망의 경제안보 이슈에 대해 충분히 경험했고 이 과정을 겪으면서 대응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확보했다. 그동안 축적한 대응 경험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 다가올 산업의 무한 경쟁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이준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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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곡물 수입국의 저소득층 식품 접근성유럽에는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이라는 농업과 관련된 국가 간 협약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 연원은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 전역이 황폐해졌고, 식량은 부족했기에, 유럽 지역 어느 곳에서도 곡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어려웠다. 극도로 심각했던 식량 부족에 대한 사회적 경험이 공동농업정책의 초기 높은 농산물 가격을 보장해 식량 증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경험했던 사회의 체계에는 식량 안보가 내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선진국이라 부르는 대부분의 나라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식량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식량 자급을 일정 수준 달성한 선진국들은 모든 사람에게 풍부하고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고, 저개발국이나 저소득층이 식품이나 영양이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식량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UN에서 지향하는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빈곤과 기아 퇴치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식량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가격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국산 ‘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6% 수준이고, 사료 등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를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곡물의 대외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현상이 최근 벌어진 일은 아니다. 2011년 식량자급률이 50% 밑으로 떨어졌고, 그 이후 50%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3∼4%p 추가로 떨어졌다. 사료 등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03년 30% 밑으로 떨어진 후 이젠 20% 선이 위협을 받고는 있지만, 과거의 추세가 유지되는 것이지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제 곡물 수송에 차질이 발생해 곡물값이 오르고, 러시아가 곡창지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또다시 곡물값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대외적인 영향에 의해 식량자급률이 낮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식량자급률 추이 국내의 식량 작물 생산은 최근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쌀은 2021년산 재고가 많고 2022년산도 풍작이 예상되어 심각한 가격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 곡물은 수입 가격이 상승하여 경제적 부담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곡물은 차질 없이 수입되고 있다. 지금이 식량 위기인지 아닌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국제곡물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1년 초부터 ‘주의’ 단계로 위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외국에서 곡물을 안정적으로 반입하기 곤란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위기 단계는 ‘경계’로 상향될 것이고, 그 정도가 심각해져 식량 수급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면 위기 단계는 ‘심각’으로 격상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1% 이하 국제 곡물은 남반구, 북반구에서 각각 겨울·봄 작기에 생산된다. 국지적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다른 지역, 다른 작기의 생산이 원활하다면 그 영향은 관리될 수 있다. 다만, 기후위기가 현실이 되어 전 지구적인 곡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곡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곡물 부족에 대응해서 쌀은 3개월분 소비량인 90만 톤을 비축하고, 국제 곡물도 약 3개월분을 국내에 비축하는 계획을 수립·추진하고 있다. 일시적인 공급 차질에는 어느 정도 대응할 수는 있을 것이나, 생산 차질이 수년간 지속된다면 현재의 곡물 비축정책으로는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해외에서 곡물을 수입하는 것이 원활치 못할 때 국내 농지에서 우리 모든 국민이 먹을 수 있을 만큼의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곡물을 사료로 쓰기는 어려울 것이다. 쌀은 현재 소비량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다소 생산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위기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밀은 현재 식용 소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관심 작물 중 하나이다. 그런데 밀은 쌀을 수확한 논에 겨울철 이모작이 가능하며, 종자만 충분하다면 국내 생산으로도 소비의 상당 부분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밀 자급률이 낮은 것은 우리가 생산을 못 해서가 아니라 생산비용이 높아서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서인 것이다. 농산물의 생산 기반인 우량 농지를 적정 수준 유지할 수 있다면 기후위기 등의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도 상당한 정도로 식량 위기를 관리할 수 있다.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을 보장해야 현재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식량 안보의 현안은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해서 식품 물가가 오르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나, 약 80% 곡물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에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많지 않다. 해외 곡물 시장에 직접 참여하여 가격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해외 농업 개발을 통해 농업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대부분 단기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정책 수단이다. 또한 생산비 상승 상황에서 기업이 식품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식품 물가만 별도로 관리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소득 수준에 따라 식품 물가상승이 야기하는 가계의 압박 수준이 상이하다는 것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 소득이 낮을수록 식품 가격 상승에 의한 고통이 과중할 수밖에 없다. 평상시에도 소득 하위 계층은 식품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섭취하는 비중이 낮은 현실인데, 식품 가격이 상승하면 식품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하게 저하될 수 있다. 정부의 서로 다른 부처에서 다양한 식품 접근성 제고 정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그 전반을 조정하거나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정부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상승하는 식품 가격 전반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저소득층의 식품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국승용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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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가시성 확보를 위한 국가 물류 플랫폼최근의 물가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심리의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적 요인과 함께 항만물동량 적체 등 물류 병목현상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물동량 적체가 발생한 원인은 다르지만 양국의 항만을 통해 수출입되는 물동량 처리가 지연되면서 외항선박, 컨테이너 등 글로벌 물류 자원의 회전율이 저하되고, 물류 자원의 수급 불균형을 유발해 물류비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물류 부문에서 경제안보의 위협 요소는 우리 경제활동과 연관된 물동량이 적정시간에 적정가격으로 적정장소에 도달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완전 단절(폐쇄), 부분 가동, 그리고 지연배송, 운임상승 등 비정상 가동의 형태로 발생한다.물류산업은 모든 산업 및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기반 산업으로 위협 요소의 파급효과가 물류산업을 넘어 전 산업, 국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정치적 이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정 시간 후에 복구되거나 대체항로를 이용한 긴급 수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연배송, 운임상승으로 인해 화주 및 물류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물류 네트워크 자원 부족, 물가상승 등 경제 전반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물류 경제안보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부산항 컨테이너크레인 붕괴는 약 20%의 처리능력 손실로 인해 지연배송, 운임상승을 유발하였고,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사건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서유럽 항공네트워크 완전 단절을 유발한 사례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체코, 슬로바키아 등의 국경 폐쇄 역시 물류 네트워크를 완전 단절시켜, 동유럽의 생산공장 가동중단, 중국발 부품 수급 문제로 현대자동차도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등 광범위한 피해를 낳았다. 2021년 국내 요소수 부족 사태는 물류 부문 경제안보 위협 요소 관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유 등 핵심 자원 중심의 자원 관리체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여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를 간과한 결과, 경유차 기반의 국내 육상 물류 네트워크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등 화물운송을 동반하는 국가 경제 전 분야로 피해가 확산하였다. 이처럼 물류 부문 경제안보 위협 요소는 물류인프라 및 운송 수단, 운영자원, 운영시스템 등 물류 자원을 대상으로 물류 네트워크 전 범위에 걸쳐 어떤 지점 또는 구간에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발생원인 또한 기상현상, 감염병, 전쟁, 지정학적 갈등 등 다양하고 공급망의 전후방을 넘어 경제 전반에 다차원적으로 영향을 미쳐 통제가 어렵고, 사전대응 체계를 통해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 장애를 주는 위협 요소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은 신속하게 발생 상황을 감지하고,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다차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여 국가적 관점에서의 물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모니터링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폭넓은 국가 물류 플랫폼 구축해야 현재 EU에서 추진 중인 GAIA-X, FENIX 네트워크 등 기업, 정부, 관련 단체가 참여한 개방형 데이터 생태계 모델이 (가칭)한국형 국가 물류 스마트모니터링 플랫폼(이하 국가 물류 플랫폼) 구축을 위한 참조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FENIX(FEderated Network of Information eXchange in LogistiX) 네트워크는 유럽 전역에 대한 수송·물류 연합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물류와 관련된 정보와 서비스의 공유를 촉진하는 정보공유 생태계로, 다수의 기업 및 플랫폼을 연결하는 다차원 플랫폼 구조를 통해 유럽 물류망에 대한 소통 및 가시성 확보를 도모한다. 자료: 한국교통연구원(KOTI),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공동 작성 연속적이고 다층적 구조를 보이는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가시성 확보를 위해, 국가 물류 플랫폼은 물류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는 물류기업, 화주기업, 정부 및 관련 단체의 현지 조직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 및 정보의 폭넓은 공유체계, 즉 가시성, 대응성, 사용자 편의성을 갖춘 민관 연합·통합 정보공유 플랫폼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가시성 확보를 위해 물류 데이터에 한정하지 않고, 산업, 기후, 국제경제, 정치, 사회 동향 등 잠재적으로 물동량 및 물류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및 해외 각 지역을 하나의 독자적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한편 각 지역 플랫폼을 연결하는 다차원 구조의 통합 플랫폼을 갖갖추어야 한다. 대응성 확보 관점에서 네트워크 위기 상황에 대해 위협요소의 발생지점(요소)을 신속히 포착하기 위한 탐지기능, 위협의 성격 및 원인 분석을 통한 전후방 연쇄효과 예측/분석기능, 위협의 성격 및 확산 범위에 대한 시뮬레이션 및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대안도출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사용자 편의성은 정보의 제공 관점에서는 개방형 구조를 정보의 활용 관점에서는 민간정보에 대한 보안 확보를 위해 권한관리형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특히 정부부처의 정보 활용은 분석 및 예측, 대안도출 결과 중심으로 한정하여 민간의 정보 노출 우려를 철저하게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정보교환 및 연동을 위한 표준체계 구축, 플랫폼의 개발 및 운영비용 지원, 참여기업 및 단체의 플랫폼 연동 기능 구현 비용 지원, 데이터 분석인력 육성 지원 등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운영은 철저하게 민간주도형으로써 민간협회 중심의 상설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관리 기본법(가칭) 등 관련법을 통해 국가 물류 플랫폼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련 조직 구성, 플랫폼 개발/운영 예산 확보의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 공공기관을 비롯한 민간기업의 정보 제공 의무 부여의 근거, 정보제공자(민간기업)에 대한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서상범한국교통연구원 우수물류기업·스마트물류시설인증센터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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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입법 통한 경제안보 컨트롤 타워 마련선진국 간 기술 결속을 강화하고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여 국익을 추구하는 방식으로의 경제안보 체계 변화 및 기술 패권의 경쟁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이나 공급망 확보 등에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핵심 광물이나 소재 분야 등 국내 공급망 기반이 취약한 분야에서 대외적인 경제안보 위협 발생은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및 수출에 대한 리스크로 작동한 사례가 있었으며, 향후에도 산업경쟁력 확보 측면이나 통상, 에너지, 국방, 첨단기술 등 국가의 안보와 직결되는 위협적 요소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전적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입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입법적 대응의 한계 우리나라는 2021년 12월 22일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하여 ‘국가 필수전략기술 선정 및 육성 보호 전략’을 밝힌 데 이어, 2022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산업경쟁력과 공급망 강화를 위한 신산업통상전략’을 발표하는 등 우리나라 산업의 여건과 국익의 관점, 주요국과의 통상 전략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부처별 다양한 법적 근거를 통하여 그간 성장동력 발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의 이슈에 대응하여 9개 내외 기술 체계를 폭넓게 운영하며 R&D 우대, 세액공제, 기술보호 등을 지원 중이다. 그러나 지원 대상 기술이 5천 개가 넘어, 국가 차원에서 지원에 집중할 전략기술 선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은 정책의 효율적 추진에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경제안보에 관한 사항은 국가 간 정치, 외교, 경제, 국방 등 다방면의 많은 요소가 결합되어 입법적 대응만으로는 효과적인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국의 경제안보 정책 및 법제는 계속 변화하고 있고, 국제 조약 체결이나 분야별 가이드라인의 발표 등의 국내 수용 필요에 따라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 역시 지속적인 정비의 이슈가 발생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의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 통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입법 범위 설정 이미 국내에서는 경제안보 관련한 많은 법률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국가핵심기술 관련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에 대해서는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존재한다.지난 2017년 12월 미국은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경제안보의 개념을 제시했다. 사진은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18년 1월 워싱턴DC 존스 홉킨스대학교에서 전략보고서를 공개하는 모습 “분야별 개별법률에서의 안보 개념의 통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제안보의 입법적 범위를 설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새로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인 법률로 대통령이 의장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중심으로 장관급 ‘국가 필수전략기술 특별위원회’ 및 기술 분야별 ‘민·관 합동 협의회’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가칭)국가 필수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법률(안)」이나 범정부 공급망 대응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가칭)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안)」을 들 수 있다. 그 밖에도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안(황운하 의원 등)」, 「국가사이버안보법안(김병기 의원 등)」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경제안보에 관한 많은 법률의 제·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 경제안보의 입법적 범위 설정은 필요할 것인데, 기존 산업안보, 산업보안의 개념kr에서 확대된 것으로 해석하여 식량안보, 사이버안보, 에너지안보, 기술안보 등 분야별 개별법률에서의 안보 개념의 통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경제안보의 입법적 범위를 설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7년 12월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경제적 번영과 성장이 국가안보와 직결 된다”고 하면서 경제안보의 개념을 제시하였고, 2018년 2월에는 미국무역대표부에서 통상정책의 추진에서 국가안보를 연계하면서 국가안보를 국제통상에 반영하였으므로, 우리나라에서도 경제성장 및 통상 관련 분야와 연계되는 개념으로 경제안보의 개념화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민간 참여의 협력형 거버넌스 구축 경제안보와 관련하여 여러 분야의 입법 내용을 고려한 체계적 법제 정비 역시 필요하다. 첫째, 중복 입법을 지양하고 유사 입법 시 법률 간 적용 우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경제안보 관련 현행 법제를 통해 설치·운영되고 있는 경제안보 관련 거버넌스 간의 협력이나 제도 간 정합성, 예산지원의 우선순위 등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특정부처의 기술관리 체계 중심에서 다부처 협력형 거버넌스로 변화할 필요가 있으며, 글로벌 공급망 확보 문제(기업차원에서 협력국가, 협력기업 선택), 기술 개발 및 정보력 확보 문제, 기술 인력 유출방지 및 고도화 문제 등은 민간 주도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므로 민간의 참여가 가능한 구조로 설정해야 한다.한정미한국법제연구원 미래법제사업본부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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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위기관리체계 제도화과거에는 오일쇼크, 마늘파동 등 공급망과 관련된 위기가 지정학적 갈등이나 양자 간 통상 문제 등으로 인해 간헐적으로 발생하였으나, 무역자유화의 진전으로 국제사회가 글로벌 가치사슬(GVC)로 긴밀히 연결되었고, 최근 공급망 위험은 점차 다양화·복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공급망 충격이 반도체, 유연탄, 요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고, 특정 품목에서 발생한 개별적 교란이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는 경우에는 국가적 위기로 확대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의 출범 2021년 11월 요소수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기획재정부를 총괄부처로 하여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범정부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이슈에 대응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급 점검 및 핵심품목 지정·관리를 위해 「경제안보 핵심품목 TF」를 출범하였다. 「경제안보 핵심품목 TF」는 글로벌 현안 및 조기경보시스템(EWS)의 점검, 품목별 수급안정화 방안 마련 및 경제안보 핵심품목 점검·개편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고, 금년 3월 TF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담 조직으로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이 출범하였다.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은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1과(총괄기획과) 및 1팀(공급망관리제도화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외교부·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파견받은 인원을 합하여 총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은 경제안보 핵심품목 TF 운영을 통한 공급망 현황 점검 및 리스크 대응뿐만 아니라 「공급망 기본법」의 제정 및 공급망안정화기금의 신설 등 공급망 안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공급망 기본법」 제정 추진 「공급망 기본법」은 민간의 공급망 안정화 노력을 지원하는 일반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공급망 위험의 점검 및 대응을 위한 정부내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의 공급망 안정화 지원 관련 법률 현황을 살펴보면, 소재부품장비산업법 등 개별 분야 특별법에서 재정·금융 등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지원 규모나 방식·시기 등의 측면에서 기업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미진할 우려가 있고, 기존의 첨단산업 원자재·중간재뿐만 아니라 식량·범용재·물류 등 경제 전반 및 민생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지원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석유사업법 등 일부 공급망 관련 법률에서 비상시의 수급 조정 등 위기대응을 위한 규정이 존재하나, 공급망 전반의 위험점검 및 대응을 위한 정부내 시스템은 미흡한 실정이다. 따라서, 개별 분야 특별법 및 일반적 재정사업 지원 등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다양한 지원 수요에 대한 일반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위험파악·위험예방·위기대응 등 위험주기별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기능 및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급망 기본법」 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급망 기본법」은 공급망의 안정화를 위한 기본법의기능을 수행한다. 기본법은 공급망 안정화와 관련한 지원체계 및 비상대응체계 등 일반적이고 공통된 사항을 규정하고, 소재부품장비산업법·해운법 등 공급망 관련 개별법의 제정 및 개정 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기존에 개별적으로 관리되던 공급망 관련 법률이 일관성을 가지고 상호보완적으로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공급망 안정화 관련 경제 6단체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방기선 차관 둘째, 공급망과 관련된 추진체계로써 국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할 ‘공급망 안정화 위원회’를 신설하여 개별 부처에서 수행하고 있는 공급망 관련 정책 및 계획을 유기적으로 연계한다. 위원회를 축으로 기획재정부와 개별부처 간 역할을 분담하여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범정부적 협력을 추구한다. 구체적으로 기획재정부는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 경제안보 품목·서비스의 지정 및 지원 체계, 공급망 안정화 기금 등 종합적 지원체계를 마련하여 공급망 경제정책의 총괄 및 조정 기능을 수행한다. 개별 부처는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에 따라 소관 분야별로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경제안보 품목·서비스 지정 및 공급망 안정화 선도 사업자 지원 등 실제 안정화 조치를 실행한다. 셋째, 위험파악, 위험예방, 위기대응 등 공급망 위험의 효과적 예방 및 대응을 위해 위험주기별 정부내 시스템을 구축한다. 우선, 위험파악을 위해 각 부처별로 조기경보시스템(EWS)을 운영하여 관할 품목 또는 서비스의 위험요인을 조기에 포착한다. 다음으로, 위험 예방을 위해 국민경제에 필수적인 품목·서비스를 경제안보 품목·서비스로 지정하고,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하는 민간기업을 공급망 안정화 선도 사업자로 인정하여 재정·세제 등의 지원을 실시한다. 특히, 공급망 안정화 선도 사업자를 포함하여 지원 필요성을 인정받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금융지원을 실시하기 위해 「공급망안정화기금」을 신설한다. 기금은 민간기업의 수입다변화, 국내외 생산기반 조성 등을 위한 자금의 대출, 자산의 매수, 채무 보증, 출자자금 등 다각화된 금융 지원을 실시하고, 기금 지원사업에 대해서는 정책·상업금융기관과 협력 지원을 추진하여 대규모 사업 등에 대한 재원확보 등을 통해 지원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마지막으로, 위기 대응을 위해 위기품목의 지정 및 범정부 위기 대응체계를 가동하여 안정화 조치를 신속하게 실시한다. 「공급망 기본법」의 제정을 통해 우리 기업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선제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강종석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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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 마련을 위한 ‘NRC경제안보TF’ 출범2022년 현재, 우리는 전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중 간의 무역분쟁과 ‘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지역 블록화가 확대 지속되어가고 있다. 수십 년간 세계 경제를 지탱해 온 국제분업의 위기가 온 것이다. 공급 위기 속에서 생산자는 재화를 생산하면서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2021년 기준 약 69%)가 매우 높은 국가로, 정부는 최근 ‘경제안보’와 관련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는 국가 싱크탱크의 중추로서 2022년, 대내외 환경 변화 속 국가이익을 위해 응전(應戰)하는 새로운 추진체계를 준비하였다. 추진체계로써 국가전략연구센터로 개편(2022.2.)하였고, 국가전략연구위원회·TF 등 국가전략연구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다. 실행으로 「윤석열정부 120대 국정과제」를 반영한 10대 국가전략과제(①경제안보, ②미래 종합전략, ③규제개혁, ④인구구조, ⑤그린전환 ⑥디지털 전환, ⑦격차해소, ⑧대외전략, ⑨국민통합과 거버넌스, ⑩균형발전과 지방분권)를 선정하였으며, 국가전략협동연구로 추진하는 등 정부 정책지원을 위한 해법을 모색 중이다. 경제안보는 시급한 현안이면서 국익을 위한 전략이 더욱 필요한 부문이다. 연구회는 3월, ‘우크라이나 사태 진단과 전망’ 세미나에서 향후 시나리오에 따른 세계 주요국의 입장과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였다. 그리고 지난 5월, ‘미국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재편과 방향’ 세미나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배터리·광물·의약품 등 4대 핵심 품목 분야에서 미국 정부의 외교·무역 방향을 논의하였다. 6월에는 ‘한국형 경제안보 개념과 이슈’ 세미나를 개최하여 우리나라 입장에서 안보적인 현황으로 귀결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진단하였다. 국가전략연구센터는 2022년 6월, 소관 연구기관 전문가·외부 전문가로 NRC경제안보TF(이하 ‘TF’)를 구성하였으며, 이후 5차례의 회의를 거쳐 10월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보고서: 이슈와 대응」 전략보고서를 발간하였다. TF 출범의 중요한 의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하여 경제안보 범주를 설정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안보 관련 문제를 ‘부문(Sector)-이슈 연계(Flow)-국가안보(Background)’라는 상호작용 메커니즘 개념 틀을 구상하여 세부 주제별로 현황 및 이슈, 대응체계 진단, 대응 및 전략을 정부에 제안하였다. 특히 TF는 한국형 경제안보의 현안을 진단하여 다가올 미래 리스크를 파악하고, 예상 시나리오·제도 및 거버넌스, 경제안보 관련 법제 준비과정에서 누락된 물류 분야를 국가전략 협동연구과제로 포함하였다. 이번 TF 운영을 통해 TF 구성부터 의제 발굴, 국가전략협동연구 수행에 이르기까지 초기 계획된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이후 연구 성과가 정부와 국민에 실제 도움으로 귀결되기를 바란다.노용식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전략연구부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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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정보의 첨병,『글로벌 이슈 브리프』“한 부문의 충격이 경제·사회·안보 등 여러 부문으로 파급되는 복합위기에 대응은 전방위적이어야 한다” GIB는 경제·산업·기술, 사회·교육·노동, 국토·환경·에너지 등 인프라, 행정·거버넌스, 외교·안보 등 다섯 분과별로 각각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핵심 사안에 대한 특집을 구성하여 매월 발간하고 있다. 7월 창간호에서는 “글로벌 복합 위기와 세계 경제”라는 주제로 편집위원들이 각 영역별로 중요한 사안들을 개관하였다. 8월호에서는 “최근 국제관계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을 9월호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GIB는 인문·사회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학제적 특장을 살려야 하며, 신속한 정보가 정책담당자들에게 곧바로 전달되어 정책 기획에 기여함을 발간 목표로 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8월 창간한 『글로벌 이슈 브리프』(Global Issue Brief, 이하 GIB)는 지구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사안으로서 국가 발전에 긴요하다고 판단되는 현안 과제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을 일차적인 목적으로 한다. GIB에서 다루는 사안들은 글로벌 현안이면서, 이들 사안에 대한 대응은 우리의 국가적 과제이기도 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중요한 점은, 최근의 대외 충격의 영향은 한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부문의 충격이 경제·사회·안보 등 여러 부문으로 파급되는 복합위기 시대에는 이에 대한 대응도 전방위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GIB는 긴요한 사안들을 국내에 신속하게 소개·전달하여 전방위적 대응에 기여하는 정보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는 편집위원들과 귀중한 원고를 제공하는 필자들께 감사드리고, 독자 여러분의 기탄없는 질정을 기대한다.서중해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GIB 편집위원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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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아세안 싱크탱크와 ‘협력을 위한 열쇠’는 다양성과 신뢰성“글로벌 소프트파워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지식자원의 투자가 우선되어야”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세계의 시선이 인도네시아를 향하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의 비전을 소개하며 핵심 파트너인 아세안과 전략적·미래지향적 협력을 통해 한-아세안 상생연대를 강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對아세안 전략의 방향성을 논의할 때 복잡하리만큼 다양한 기구가 등장한다. 아세안의 정책지식 생태계를 살펴보고 다양한 국가, 기구와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 답을 구하기 위해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났다. 박번순 연구위원은 산업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를 거쳐 고려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정년퇴직 이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해오고 있다. 20년 이상 동남아와 아시아 그리고 중국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교류·협력 방안을 깊이 고민해온 박번순 연구위원은 협력 파트너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아세안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번 인터뷰는 2022년 9월 28일(수)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실시되었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저서『아세안의 시간』을 보면, 20년 이상의 ‘동남아’와 ‘아세안’에 관한 연구 여정을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 고려대학교 경제통계학부 교수로 재임하시다가 퇴직하셨다고 들었는데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박번순 연구위원(이하 박번순) 1984년 산업연구원에 입사 후, 1989년부터 1년 정도 태국의 한 대학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태국이 연 13% 정도의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일반 국민의 삶은 그렇지 못했다. 그전까지는 경제학자로 경제학 시장만을 이야기했다면, 이후 태국 학자들과 교류하며 실제로는 시스템, 정치, 제도가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태국에서 돌아와 개발도상국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동남아 연구를 하기 위해 삼성경제연구소로 전직했고 퇴직 후 대학에 몸을 담게 되었다. 아시아가 세계화(Globalization)되고 중국의 부상으로 아시아와의 관계가 아주 밀접해지는 흐름 속에서 연구 영역이 확장되며 동아시아 전체 경제통합, 중국-아세안의 관계를 연구했다. 동남아 연구를 하면서 3가지 기본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첫째는 그들이 겪는 희로애락을 이해하며,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해 동정하고 공감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동남아의 진면목을 보고,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동남아의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셋째, 연구는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내 연구가 훗날 누군가에게 참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현장을 중시하였다. 관찰을 하는 것이 단순한 통계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배낭을 메고 자주 동남아를 방문했다. 퇴직 직전 방학을 이용하여 40여 일 동안 터키(튀르키예)와 그리스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지금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도 가능한 한 정부의 아세안 정책에도 기여하려 한다. 지난 정부 말 신남방추진위원회 민간위원회 활동을 한 2년 했고, 지금은 한-베트남 현인그룹 한국위원으로 있다. 내일도 베트남에서 있을 한-베 현인그룹회의에 참석해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 30년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홍일표 보통 ‘아세안=동남아’를 혼용해서 쓰기도 하고, 지난 정부에선 ‘신남방 정책’도 있었는데 세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아세안의 ‘중요성’과 국제 상황 전반에 대해 ‘총론적 설명’을 부탁드린다. 박번순 동남아(Southeast Asia)라는 말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이 스리랑카에 동남아 사령부를 설치하면서 처음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동아시아에서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를 제외한 인도차이나반도와 그 남부 해양부에 위치한 11개 국가를 말하고 있다. 1967년 5개 국가(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가 동남아 국가연합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군사 안보를 중심으로 논의했다. 이후 1992년 제4차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며 협력을 확대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불거지며 아세안 정상회의에 한·중·일이 초청되었는데, 그것이 아세안+3 정상회의이다. 아세안은 국제정치경제 질서 속에서 개발도상국들이 결성한 국가연합으로 가장 성공적인 조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도 전략적,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국제화 과정에서 아세안에 진출했다. 외환위기를 아세안 주요국과 같이 겪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아세안의 인구는 6.7억 명 정도이고 GDP나 수출입 규모도 세계 5위 안에 드는 중요한 지역이다. 몇 년 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의 마지막 연설에서 싱가포르 총리는 “언젠가 아세안이 한쪽을(미국과 중국) 선택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날이 빨리 오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아세안의 위상이 국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할 상황에 있으며, 아세안 지도자들은 미·중관계 악화가 아세안에 중요한 도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미·중 간의 갈등이 중견국인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을 대체하고 보완하는 협력 파트너로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높다. 그러므로 중견국인 우리가 아세안과 대외적으로 협력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아세안의 여러 국가가 개발도상국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의 성장 속도는 더 빠를 것이다. 개발도상국과의 협업 모델을 통해 세계 평화나 경제 발전, 사회적 진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세안은 중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홍일표 아세안에 관한 자료를 보면 다양한 형태와 이름의 기구가 등장한다. 아세안, 아세안경제공동체, 아세안+3을 넘어 최근에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이는 주변 국가들의 복잡한 이해와 전략을 반증하는 것 같은데 ‘제도’와 ‘기구’ 차원에서 아세안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박번순 지금 아시아 지역에서는 수많은 국제기구 혹은 조직이 거론되고 작동하지만 동아시아에 등장한 아세안+3,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 그리고 아세안 지역포럼(ARF; ASEAN Regional Forum)은 모두 아세안이 중심이 된 조직이다. 아세안+3은 아세안과 한·중·일의 협의체로 주로 경제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ARF는 1990년대 초에 발족한 아세안 주도의 안보대화 포럼이다. 일본 외에도 미국, 러시아, 인도, 캐나다 등 주요 역외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동아시아의 안보 전략 문제를 논하는 자리에서 우리와 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유일한 조직이기도 하다. EAS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세안 13개국 외에 호주, 뉴질랜드, 인도, 미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새로운 EAS가 출범하게 되며 정체성이 취약한 조직이 되었다.한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은 일종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서 경제통합을 지향했다. 오바마 정부의 클린턴 국무장관은 피벗 아시아(Pivot Asia) 정책을 주장하며 아시아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였고 한·중·일 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포함한 아세안+6가 등장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은 아세안+6의 FTA로 15개국이 참여한 협정이다. RCEP이 아시아대양주의 경제통합체라면 CPTPP는 미국 등 미주국가가 참여한 것이다. 원래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TPP에 트럼프 정부가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창설한 임시조직이 바로 CPTPP이다. 최근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IPEF(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새로운 지역 전략으로써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원칙만 제시된 상태다. 홍일표 ‘아세안의 싱크탱크’들 가운데 우리가 주목할 만한 싱크탱크들로는 어떤 곳들이 있는지, 그리고 ‘아세안 싱크탱크’들의 특징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박번순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왼쪽)과 홍일표 사무총장(오른쪽) 박번순 큰 틀에서 볼 때 현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은 베트남 사회과학원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1953년 설립된 베트남 사회과학원은 산하에 2천여 명의 인력과 30여 개의 연구소를 두고 베트남 공산당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경제·문화를 비롯하여 인종·종족 문제까지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베트남의 사회과학원을 동남아 싱크탱크의 대표적인 형태라고 말하긴 곤란하다. 대부분 국가의 싱크탱크에서는 전략 문제를 주로 다루지만 연구소에 따라 전략 및 국제관계, 심지어는 경제통상문제까지 한 조직에서 다루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높은 수준의 기능을 하고 있지만, 또 일부는 거의 이름만 있는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의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CSIS; 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는 1971년 설립된 독립적 비영리조직으로서 정부 주도의 설립 기관은 아니지만 경제, 국제관계, 정치사회변화, 재난관리 등 인도네시아의 발전을 위한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경제사회 분야의 원로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어 인도네시아의 국제관계 문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도 1983년에 설립한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ISIS; Institute of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가 대외정책 및 안보, 경제통상, 지역통합, 사회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한때 말레이시아의 유명한 지식인인 누르딘 소피(Noordin Sopiee) 박사가 ISIS를 장기간 이끌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영향력은 다소 줄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싱가포르 정부 주도로 설립된 싱가포르 동남아연구소(ISEAS; Institute of Southeast Asian Studies)가 있다. 이 연구원은 초대대통령 유소프 이삭(Yusof Ishak)을 기리기 위해 ‘유소프이삭연구원’이라고도 불린다. 국내보다 국제, 특히 아세안과 아시아 지역의 변화 상황을 중심으로 연구하며 전통적으로 동남아 지역경제, 동남아 지역사회문화, 동남아 지역 전략 및 정치를 중요 축으로 연구하고 있다. 오래전 ISEAS에서 방문학자로 있으며 느낀 재미있는 사실은 ISEAS의 연구 고객이 반드시 싱가포르 정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ISEAS의 연구 활동은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동남아 정보의 수집(도서관), 동남아에 대한 연구, 그리고 지식의 보급(출판)이다. ISEAS는 실제로 연구진의 수는 적지만, 전 세계적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하면서 세미나와 콘퍼런스를 끌고 간다. 따라서 동남아를 연구하는 많은 방문학자가 거쳐 가면서 토론의 장이 열리고 있다. 당연히 ISEAS의 출판물들은 ISEAS의 연구진이 편집자로 참여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외부 필자들의 연구 결과를 출판하고 있다. ISEAS는 세계 유수의 기관, 예컨대 세계은행, OECD 등과도 ‘싱가포르 렉처’라는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싱가포르를 넘어 전 세계의 정책 지식을 환류하는 활동을 한다.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국빈들이 주로 강연에 참여하는데, 우리나라의 김대중,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넬슨 만델라, 일본 총리 등 싱가포르에 오는 정상들이 참여하였다. 또 ASEAN-ISIS라는 아세안 각국의 전략문제연구소들의 네트워크가 있다. 물론 ASEAN-ISIS가 독자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 부문의 전문가, 지식인들의 교류, 즉 트랙 2 외교를 통해서 정부 간 공식외교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홍일표 일본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아세안 지역에 ‘지적 투자’를 해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비교하여 한국은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아세안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노력과 전략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박번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경제정책 분야의 일본의 개입과 활동이다. 태국개발연구원(TDRI; Thailand Development Research Institute)이 1984년에 설립될 당시 미쓰이상사,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이 대거 출연금을 냈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세안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저로서는 일본의 아세안에 대한 지식사회 영향력에 대해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좌절을 느끼기도 한다. 일본의 아세안 싱크탱크 분야에서 획기적 개입은 ‘아세안 및 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Economic Research Institute for ASEAN and East Asia)’의 창설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 아세안의 역내 경제통합과 정책 조화와 관련된 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2006년 4월 일본의 경제산업성 장관인 니카이(Toshihiro Nikai)가 역내의 발전격차를 해소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ERIA 창설을 주장하면서 10년 동안 100억 엔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마디로 아세안의 경제통합 과정에서 필요한 역내 국가 간 정책연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이 자금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이후 ERIA는 일본 학자들을 중심으로 아세안의 다양한 개발 문제, 장기비전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개발계획을 수립할 역량이 부족한 아세안의 입장에서는 ERIA는 긍정적으로 보이고 실제로 아세안의 미래 계획은 ERIA가 만든 계획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중국이 거대한 하드파워를 앞세워 아세안에 영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본은 소프트파워로 대응하는 것이고 당연히 일본의 국익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사실 ERIA는 일본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나 다름이 없어 우리가 개입할 여지는 별로 없다. 우리의 일종의 제2의 ERIA를 설립하자는 주장도 큰 의미가 없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것이고 이미 ERIA가 축적한 지식정보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회문화 영역의 ERIA인 사회문화연구소를 설립하자는 견해도 있지만, 사회문화의 역내 협력에 대한 수요가 경제 분야만큼 크지 않은 상태에서 비용 대비 편익이 크지 않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는 한국이 KDI와 같은 미얀마에 MDI 연구소 설립을 지원하며 건물도 완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곧 발족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군부의 쿠데타로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홍일표 지적 교류와 협력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책지식 생태계 차원에서도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플랫폼들에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연구 기반, 연구자, 연구역량, 연구 분야 등에서 한계가 지적되고 있는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어떤 부분의 개선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박번순 아세안의 한국에 대한 시각은 이중적이다. 일반 국민은 K-컬처를 즐기며 한국에 좋은 시각을 갖고 있지만, 아세안 지식인들의 인식과 신뢰도는 매우 낮다. ‘한류’는 문화가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른다는 의미가 있다. 동남아의 정치 지도자나 리더의 시각에서 볼 때, 동남아 사람들이 한류를 즐기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간극을 메꾸기 위해서는 아세안에 대한 우리의 지식생태계를 고도화하여 아세안의 정책 결정자 그룹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경제적 이익 중심의 접근 방식에 있다. 심지어 신남방정책이 평화와 사람을 강조했음에도 아세안에서는 이를 전략이라기보다는 경제적 목적을 가진 정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아세안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세안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학계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을 비롯하여 서울대학교, 서강대학교 그리고 지방의 유수한 대학에서 아세안 연구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아세안 협력이나 기업의 진출에 비해 여전히 부족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연구 재원의 부족 때문에 기초연구보다는 외부 발주용 프로젝트성 연구, 즉 진출 전략과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세안의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우수한 인력의 양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지식의 축적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열악하다. 대학에서 연구소는 만들지만, 아세안에 대한 강의는 별로 개설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설령 우수한 자원이 아세안학을 공부하고 싶어도 불안한 미래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 온 것은 사실이나, 아세안 연구는 몇 가지 측면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연구 영역을 경제뿐만 아니라 국제관계, 사회문화 심지어는 종교와 민족 간의 갈등 문제까지 확대해야 한다.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아세안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둘째,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연구기관 평가지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평가는 주로 우리나라 정책에 얼마나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기초연구에 정책의 적용 가능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평가를 세분화하여 정부가 필요로 하는 정책연구와 기초연구로 구분하여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셋째는 공동협업 연구의 확대이다. 저도 신남방정책 평가라는 공동연구에 참여했지만, 원칙적으로 경제·인문사회 연구회의 협동연구는 소관 연구기관과의 협동연구이다. 종합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이 범위를 넓혀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들의 연구직을 보면 전공과 관계 없는 영역을 연구하거나 정부의 정책지원을 위한 단기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다 보니 전문성 축적이 어렵다. 3~4년 정도 경력이 쌓이면 대학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문제이다. 대전환기에 어떻게 보면 정책연구는 사양산업일 수도 있다. 국책연구기관이 개인의 네트워크 개발과 연구자의 역량강화에 힘을 써야 하는 이유이다. 홍일표 국내에서는 아세안 또는 아세안 싱크탱크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아세안에 대한 연구가 아직 취약한 것 같다. 아세안과의 협력을 위해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 복잡한 이야기를 잘 요약해주셔서 감사드린다.<인터뷰> 박번순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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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아세안 중심성’ 확보를 지원하는 아세안의 싱크탱크미·중 경쟁 심화에 따라 가속화되는 강대국 정치의 중심에 놓인 대표적인 지역은 동남아시아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강대국과의 관계 속에서 생존 전략으로 되도록 많은 주요국을 아세안 주도의 다양한 협의체와 양자 협력 네트워크에 끌어들여 자율적 공간을 끊임없이 모색하면서 아세안 중심성 확보에 노력해왔다. 아세안은 집단적·국가적 차원을 넘어 아세안 내 싱크탱크를 통해 공식 대화·협력 채널을 보완하고 주요 현안에 대한 학문적 논의와 정책 제안을 한다. 아세안 내 외교안보 싱크탱크는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나뉘는데, (1) 아세안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네트워크인 아세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네트워크(이하, ‘아세안 ISIS’), (2) 아세안 개별 국가의 정부 지원 및 민간 싱크탱크 등이 대표적이다. 아세안 외교안보(ISIS) 싱크탱크 네트워크 아세안의 싱크탱크는 다른 서방의 싱크탱크와 달리 대체로 각 국가의 정치 엘리트 및 국가 기관과 공식적·비공식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과 후원을 받아 설립·유지된다. 특히 1967년 아세안 출범 이후 1970~80년대에 걸쳐 아세안 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천천히 진행되면서 지역적 차원의 정책분석 수요가 증가하였다. 당시 아세안 협의체를 운영하는 아세안 사무국은 정책연구와 자문기능을 수행할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아세안 내 정책연구와 자문기능 역할을 수행할 싱크탱크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세안의 주요 외교안보 싱크탱크로 이루어진 아세안 ISIS 네트워크가 비정부기구로서 출범하였다. 1988년 결성된 아세안 ISIS는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말레이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필리핀 전략개발연구소, 싱가포르 국제문제연구소, 태국 안보국제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초기 창립 회원으로 시작하였다. 1990년대 이후 아세안 회원국 확대에 함께 아세안 ISIS도 베트남 국제관계연구소(현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캄보디아 협력평화연구소, 브루나이 정책전략연구소, 라오스 국제관계연구소를 새로운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아세안 ISIS는 전문가 간의 협력을 장려하고 동남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정보 교류와 정책 논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 간 공식적인 트랙 1 외교를 보완하는 트랙 2 외교의 플랫폼 역할도 해왔다. 아세안 ISIS는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해 정책 논의를 하고 아세안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공공외교 역할도 수행한다. 아세안 ISIS는 중국, 일본, 한국, 대만, 인도, 유럽 등 여러 주요국의 싱크탱크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요한 지역 이슈에 대해 정책적 논의를 수행한다. 아세안 ISIS는 1993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 고위관리회의와 별도로 열린 아세안 ISIS의 기관장과 아세안 고위관리들 간의 회의에서 정책결정을 위한 귀중한 기제로 아세안 회원국들로부터 인정받은 바 있다. 아세안의 외교안보 주요 싱크탱크 아세안의 외;교안보 주요 싱크탱크에 관한 표로 아세안/국가차원, 연구기관명, 아세상 싱크탱크(ISIS)네트워크로 구성 아세안/국가 차원 연구기관명 아세안 싱크탱크(ISIS) 네트워크 브루나이 브루나이 정책전략연구소(Brunei Darussalam Institute of Policy and Strategic Studies, BDIPSS) 캄보디아 캄보디아 평화협력연구소 (Cambodian Institute for Cooperation & Peace, CICP) 인도네시아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entre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CSIS) 라오스 국제문제연구소 (Institute of Foreign Affairs, IFA) 말레이시아 전략문제연구소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미얀마 미얀마 전략국제문제연구소 (Myanmar Institute of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MISIS) 필리핀 진보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협력 재단 (Asia Pacific Pathways to Progress Foundation, APPPF 싱가포르 싱가포르국제문제연구소 (Singapore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SIIA) 태국 안보국제문제연구소 (The Institute of Security and International Studies, ISIS) 베트남 베트남 외교아카데미 (Diplomatic Academy of Vietnamy, DAV) 지역 외교안보 주요 현안 논의 주도 아세안의 싱크탱크는 동남아시아가 직면한 외교안보 문제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고, 필요 시 역외 국가 싱크탱크와 협력을 통해 관련 논의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대표 싱크탱크인 ISEAS(Institute of South East Asian Studies)는 2019년 이래 매년 동남아시아 내 전문가, 정부관료, 사업가 등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미·중 경쟁과 지역 이슈에 대한 아세안의 인식과 대응 전략을 대외적으로 발송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연구물 발간과 워크숍 및 세미나 개최를 통해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베트남 외교아카데미는 2009년 이래 정기적으로 남중국해 국제회의 개최를 통해 아세안 내 주요 전문가 및 관료뿐만 아니라 역외 주요국 전문가와의 트랙 1.5 차원에서 남중국해와 관련한 이슈를 논의하고 베트남의 정책적 입장을 전달하며 정책적 구상을 모색하고 있다. 한-아세안 외교안보 싱크탱크 협력 한국과 아세안 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 협력은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와 아세안 ISIS 싱크탱크 간 전략대화를 출범시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는 한-아세안 간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정책 네트워크 및 전문가 차원의 정책대화 채널을 구축하여, 지속가능한 한-아세안 관계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적 제언을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미·중 경쟁으로 야기되는 도전들과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대응 및 정책적 아이디어 발굴의 중요한 대화 플랫폼으로써 자리 잡고 있다. 2019년 10월 출범 당시 국립외교원과 아세안 싱크탱크는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관계의 미래’를 주제로 한-아세안 협력 강화를 위한 공동정책제언을 싱크탱크 전략대화 의장성명 형식의 문서를 채택·발표한 바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한-아세안 파트너십의 새로운 비전 모색’과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 파트너십: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전략대화가 개최되었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 발돋움’을 외교정책의 목표로 강조한 만큼 급변하는 인도태평양 정세 속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어떻게 협력을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정책적 구상들이 2022년 한-아세안 싱크탱크 전략대화에서 제시되기를 희망한다.조원득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연구교수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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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경제발전을 설계하는 아세안 싱크탱크의 분석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중국의 산업구조 개편으로 아세안 국가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팬데믹 상황 이후, 인건비 상승과 더불어 산업 구조의 변화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개편에 따라 중국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제조업 기업들 중 상당 기업이 아세안 국가로 넘어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경우 아세안에 대한 투자의 전진기지로 인도네시아를 활용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내 총생산(GDP)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의 해외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직접적인 금융투자보다 제조업 분야로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상을 살펴볼 때 제조업 산업이 빠르게 아세안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투자부(BKPM)에서 발간하는 자료를 보더라도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약 198달러로 1년 전보다 35.5% 증가한 수준이며 특히, 제조업 분야의 경우 약 109억 달러로 전체 외국인 투자의 55%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코로나19에 대한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시행한 까닭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업환경이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산업구조가 중국 등에서 아세안 국가로 전이되는 데 일조했다고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지역은 세계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일본, 호주 등의 국가들은 이미 아세안 지역에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민간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 정부의 아세안 지역에 대한 뚜렷한 정책 방향이 아직 보이지는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아세안에 정책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비교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아시아의 OECD를 목표로 출범한 ERIAERIA는 2007년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사진은 지난 8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모습 아세안은 2015년 12월 EU 수준의 경제통합을 목표로 아세안경제공동체(AEC; ASEAN Economic Community)를 출범하였고 해마다 아세안과 동아시아 3국(한국, 일본, 중국)은 경제장관회의와 정상회담을 가지고 있다. 이들 회의에서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Economic Research Institute for ASEAN and East Asia)는 한해의 지역 경제를 분석 및 전망하고 공동으로 추진할 정책을 기획하는 설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아세안 회원국의 경제정책 수립도 지원하는 국제기구로 발전하고 있다. 2006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일본 경제장관회의에서 일본은 아시아의 경제발전과 협력을 연구하고 기획하는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설립을 추진하여 2007년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에서 공식적으로 ERIA를 출범하였다. 일본 정부는 매년 200만 불 이상의 예산에 전적으로 지원하고 원장을 비롯한 주요 보직을 일본인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농업, 산업, 보건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하며 아세안 사무국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현지 전문가도 고용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ERIA는 아세안 역내외 정부회의에 참석하여 연구결과를 발표할 뿐만 아니라 아세안의 여러 기구에 참여하여 아세안을 위한 어젠다를 기획하고 있다. 경제장관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EAS 정상회의 등이 이에 속하며 연구 분야도 기존 4개 분야에서 노동, 중소기업, 금융, 여성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7년에는 아세안 설립 50주년을 테마로 ‘ASEAN@50’이라는 5대 분야별 시리즈물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EAS는 2005년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호주·뉴질랜드·인도 6개국이 참여하는 동아시아 정상회의체로 출범한 이후 2011년에 미국과 러시아가 추가로 참여하여 현재의 형태로 발전하였다. EAS 참여 국가를 중심으로 각 국의 연구기관, 대학과 연구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아시아의 OECD로 발전하고 있다. 개별 국의 정책 연구를 개발 협력사업으로 아세안은 풍부한 자원과 인구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낙후한 인프라와 인적 자본으로 경제발전은 정체되었다. ERIA는 아세안 후발 가입국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의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해주었고 기초 자료 조사를 위한 기반도 조성해주었다. 이러한 정책 연구의 결과는 세계은행(World Bank)과 아시아개발은행(Asia Development Bank) 등 국제기구와 함께 이들 국가의 부족한 에너지 인프라를 지원하는 개발협력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비록 ERIA는 일본 정부의 자금과 경영지원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현지 정부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기초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아세안의 관계는 가까웠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공급망 단절이 발생하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아세안으로부터 한국의 사업참여와 지원을 확대해달라는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첫 시험대를 아세안에서 맞이하고 있다. 정책적인 협력사업은 한순간에 그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석의 결과들과 기초자료들이 축척되면 될수록 그 효과성은 견고하고 오래동안 지속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민간 기업들의 경우 단기간의 영업이익을 위해 지역을 옮겨 다니며 이익이 높게 실현되는 곳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책적인 것은 당장의 이익이 아니더라도 중장기적 전략이나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협력사업이다. 한국의 싱크탱크가 단기간에 ERIA와 같은 역할과 위상을 쌓기는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인 경쟁을 준비하기 위해 새로운 차원의 분발이 필요할 것이다.신윤성산업연구원 해외산업실 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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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글로벌 각축장으로 진화 중인 아세안 시장최근 아세안(ASEAN) 시장은 포스트차이나 시대의 대안으로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아세안 최대 시장인 인도네시아, IT기업 투자처로 주목받는 베트남, 높은 성장성이 예상되는 필리핀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들로 구성된 아세안 지역은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세계 경제 양극화 시대에서 몇 안 되는 수혜 지역이다. 중국은 경제적으로는 미국과의 무역 마찰, 패권 경쟁으로 미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의 확보가 필요하며,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 유럽과의 해상 교역을 유지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이 중요하다. 미국 또한 중국의 저가 상품들을 대체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이 필요하며,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세안 지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아세안 FDI의 글로벌 비중, 2배 확대자료 : ASEAN Investment Report(2021) 경제 및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 중국은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놓칠 수 없는 성장 지역으로 변화되고 있다. 아세안으로 투자된 해외직접투자(FDI) 금액은 급격하게 증대되고 있다. 2016년 아세안 지역으로의 해외직접투자는 1,160억불이었으나, 2018년 미·중 무역전쟁 발발 후 1년 뒤인 2019년에는 1,820억불로, 약 57%나 증가하였다. 아울러 전 세계 FDI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6%에서 2019년 12%로 약 2배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세안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지대하다. 미국은 2010년 세계 최초로 아세안에 대표부를 창설하면서 정치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40억달러 규모의 공적개발자금을 조성하고 동남아 청년 지도자 이니셔티브(Young Southeast Asian Leaders Initiative) 창설, 미국-아세안 정상회의를 개최 등 미국의 아세안 개발 지원은 물론 우호세력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중국의 아세안 진출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유럽-중앙아시아-중국을 잇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중국은 막대한 정책 및 금융 자원을 아세안 국가에 투자하였다. 대규모 인프라 공사 추진과 자원 확보를 위한 산업단지, 송유관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이 잘 진행되었다고 판단 내리기는 어렵다.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사업으로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고 있다. 일본 역시 역사적으로 아세안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본기업들이 진출하였으며 특히 현지 기업 환경에 맞춘 산업 정책을 바탕으로 일본은 아세안 국가 자동차 시장의 거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4차 산업 육성을 위해 발표한 ‘Making Indonesia 4.0’은 일본 공공 연구기관의 재정적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가 전략을 수립하여 인도네시아 정부에 전달한 전략이다. 아세안 진출을 위한 정책적 지원 필요 우리나라도 공공 연구기관이 아세안 국가에 필요한 산업 정책을 수립하여 전달하고, 이를 아세안 국가들이 정책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설명 및 설득해야 한다. 물론 최근 인프라 투자와 관련해서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수출입은행 등 다양한 정부 기관들이 경제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EIPP)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정책에 관해서는 아직 우리나라 정부의 해외 산업 정책 수립 역량이 앞서 언급한 미국, 일본, 중국보다 한 수 아니 몇 수 아래로 판단된다. 그나마 우리나라도 2018년 인도네시아 산업부와 한국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MOU의 후속 조치로 진행되고 있는 한-인니 산업 정책 공동연구를 통해 체계적으로 인니 산업 정책을 지원해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질적으로 동 정책연구를 통해 현대차와 포스코 등 현지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의 정책적인 애로 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기업들이 실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동 연구는 특정 일부 산업 정책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호혜적인 한-인니 정책 공동 연구센터 필요 한-인니 정책 공동연구 센터를 현지에 만들어 한국이 과거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경험을 제대로 전수해 줄 수 있는 조직 및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 경제 사회 전반의 발전 경험을 전파하고, 산업연구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산업정책 성공사례를 연구 전파하고,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전 세계 최고의 교통지옥인 자카르타의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정책 및 대안을 연구 제시하여, 우리나라 기업 또는 기술을 진출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경제발전에서 필수적인 교육, 물류, 국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발전 경험을 전달하는 체계를 만들어 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우리나라 기업 진출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여 경제적 이익까지 창출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현지에 정책 공동연구센터를 수립하며 정책 수요 파악과 더불어, 현지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대규모 정책연구일 경우에는 한국의 각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도네시아와 정책적 협력을 확대하여 국위 선양과 더불어 우리나라 발전 경험의 노하우 전수, 이를 통한 경제적 이익까지 도모하는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아세안 전체 국가에 대해 정책을 지원하는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래 아세안의 중요성을 생각할 때 하루라도 빨리 이러한 정책연구 체계를 완성하여, 한국이 아세안 국가에서 경제적 정치적 교류 관계를 확대하고, 한국과 아세안이 서로 상생하는 정책을 제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최부식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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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세계 경제번영을 위한 무역 싱크탱크 연합 ‘GTIPA’Global Trade & Innovation Policy Alliance(이하 GTIPA)는 자유로운 국제무역과 혁신을 통하여 세계 경제 번영을 공유하는 전 세계 싱크탱크 네트워크이다. 6개 대륙의 26개국 42개 싱크탱크가 참여하는 연합은 정책당국자의 증거 기반 정책 입안을 촉진하고 이를 위한 무역, 혁신 정책 분야의 연구 결과와 다양한 이벤트를 공유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혁신정책 분야의 글로벌 선도 싱크탱크인 미국 ITIF (Information Technology Innovation Foundation)가 주도하여 설립된 해당 네트워크에 2018년부터 한국의 싱크탱크로서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의 산업·혁신 연구, 정책 동향을 공유하고 연구 활동 및 회원 기관과의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경제 번영을 위한 GTIPA 원칙과 활동 GTIPA는 세계 경제번영을 위한 다음과 같은 10가지의 정책 원칙을 제안한다. ① 혁신, ② 무역과 투자 확대, ③ 핵심 강점의 활용, ④ 보호무역주의 장벽 제거, ⑤ 생산성 향상, ⑥ 경쟁 촉진, ⑦ IP를 포함 기반 강화, ⑧ 국가 전략 설정, ⑨ 일자리 자체가 아닌 일자리 증가 여건 조성에 집중, ⑩ 글로벌 경제정책 협력 등이 그 원칙에 해당한다. 언급한 원칙을 기반으로 디지털 무역, 혁신, 경제 개발, IP 정책 분야의 다양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대표적 연구인 「GTIPA Perspectives: Covid-19 Impacts on Public Health and The Economy of GTIPA Member Nations」 보고서는 GTIPA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20여 개국 이상의 코로나19 충격과 경제 상황 및 대응을 빠르게 공유하고 대응을 모색하였다. GTIPA는 회원 기관 및 전 세계 전문가들과 함께, 무역, 세계화 및 혁신 정책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연례 회담을 지속하고 있다. 회원 기관의 국가를 매년 순회하며 개최되는 연례 회담은 2017년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밀라노(2018), 멕시코 멕시코시티(2019) 그리고 미국 워싱턴DC(2021)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2022년 GTIPA 서울 회담(Seoul Summit) 금년 10월 26~28일, 3일간 2022년 GTIPA 회담이 서울에서 개최된다. 2020년 이례적인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 취소된 GTIPA 서울 개최를 산업연구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혁신경제연구단과 GTIPA가 협동연구사업을 통하여 재추진하였다. 이번 GTIPA 서울 회담에서는 새로운 갈림길 속에 산업·혁신정책과 대응 과제를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심도 있게 토론한다. 또한 협동연구사업에서 추진되고 있는 GTIPA 각국의 해외전문가 시각에서 제안된 한국과 전세계 국가의 경제·산업 협력 방향에 관한 연구 결과를 공유한다. 이번 GTIPA 서울 회담을 통하여 신정부의 ‘글로벌 중추국가’ 국정과제 달성을 위한 전 세계 국가와의 협력 방안 및 세부 추진 과제를 도출하고, 코로나19 이후 경제 극복을 위한 방안을 공유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여러 싱크탱크가 참여하는 행사의 한국 주최를 통하여 전 세계 싱크탱크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통한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조재한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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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지식공유를 통한 싱크탱크 파트너십경제발전경험 공유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 이하 KSP)은 지난 70년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경제발전을 지원하고, 나아가 경제협력 기회를 모색하고자 추진하는 지식공유사업이다.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총 87개국을 대상으로 1,300여 개 주제에 관해 정책자문을 제공하였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19개국 협력국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488건의 자문을 완료하였다. 베트남 DSI와 미얀마 MDI 아시아 지역 최다 KSP 시행국가는 베트남으로 2004년 사업 개시 이래 41개의 사업 104건의 자문을 완료하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베트남 개발전략연구소(Development Strategy Institute, DSI)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DSI는 베트남 총괄부처인 기획투자부 산하의 싱크탱크로, 개방경제체제 하의 중장기 경제·사회 발전전략을 위한 포괄적인 지식공유사업을 함께 수행하였다. 정책자문사업에서 제시된 정책 제언들이 베트남 정부의 발전 방향과 상당 부분 일치하여 인력 양성, 공항 및 항만 현대화 전략, 기타 거시경제 발전 방안 등의 다양한 내용이 베트남 “2011~2020 경제 사회발전전략”에 반영되었다. 이후 KDI와 DSI는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국토개발계획, 기후변화, 고체폐기물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협력을 지속하였다. DSI가 KDI와의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베트남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시의성 높은 경제·사회 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담당하였기에, 베트남 KSP가 진정한 의미의 지식공유 사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2012년 5월 미얀마 떼인 세인(Thein Shein) 전 대통령은 한-미얀마 정상회의에서 한국 경제발전에 핵심역할을 담당한 KDI의 성공경험을 벤치마킹하여, 미얀마 경제·사회 개발을 주도할 정부출연정책연구기관의 설립을 요청하였다. 한국 기획재정부는 KSP를 통해 KDI의 설립배경 및 운영 노하우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본 사업 추진에 앞서 2013년 미얀마 KSP 사업을 실시하였다. KSP 정책자문사업 실시 이후 KOICA의 후속사업으로 연계하여, KDI는 건축 및 기자재 과업을 제외한 MDI 설립사업과업체의 총괄기관으로서 사업에 참여하였다. 이후 KDI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MDI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분야별 세부 연구주제 공동연구, 학위 과정 및 초청 연수를 추진하였다. 미얀마 KSP 및 MDI 건립 사업은 협력국이 자발적·주도적으로 경제·사회 발전 전략을 구상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주는 협력 모델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지난 2018/19 KSP(‘몽골 경제개발계획 및 인프라 자금 조달 강화 방안’) 사업 이후 경제개발부가 몽골개발연구원(MondI) 설립을 추진하는 등, 아시아 지역 경제개발 싱크탱크 설립을 위한 지식공유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아세안 공동번영을 위한 싱크탱크의 역할 KDI는 2022년 9월 27일(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팬데믹에서 회복으로의 길: 아시아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KSP 지역별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세미나에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 협력국가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동남아국가연합(ASEAN), 메콩강위원회(MRC)등 다자개발은행 및 협의체 관계자들이 참석하였다. 회의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아의 공동회복을 위한 지식공유와 KSP의 역할을 제시하는 한편, 디지털 경제로의 도약을 위한 KSP 사례를 소개하고 향후 협력 분야를 발굴하였다. 디지털 경제 활성화는 한국과 아세안 국가가 공동으로 당면한 정책과제로, 앞으로 양 지역 간 싱크탱크의 공동 연구와 지식공유를 통한 협력이 긴요할 것으로 보인다.김정욱한국개발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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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캄보디아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위한 역량배양 사업2017년 미얀마에서 개최된 AICHR(ASEAN Intergovernmental Commission on Human Rights) 워크숍에서 캄보디아는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수립 지원을 위한 역량배양 사업과 관련한 사전타당성조사를 요청하였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사전타당성조사 실시와 더불어 2018년 사업 대상국으로 선정되었다. 국립공원 종합계획의 수립 주체는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으로 관계자를 통해 2018년 7월 캄보디아에서 최초 워크숍을 개최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한국환경연구원은 종합계획을 대신 수립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보다 캄보디아 왕실학술원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여 종합계획 수립 관련 경험을 취득하는 것에 집중하였다. 주민의 생활권과 가치 보전을 염두에 둬야 2018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된 국립공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워크숍은 계획 대상 공원에 대한 소개, 계획 과정 소개, 대상공원 방문으로 구성되었다. Techo Sen Russey Treb 공원에서 124개의 과거 유적지를 발견하는 등 역사·문화적 중요성이 큰 곳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생활권도 보장해야 하지만 해당 공원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보전과 활용을 위한 계획수립이 필요하였다. 종합계획은 비전, 계획목표, 실행계획, 실행계획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구성되고, Techo Sen Russey Treb 공원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우선적으로 개발하여야 했다. 이후 Techo Sen Russey Treb 공원을 직접 방문하여 문화유산지구, 불법 벌목 현장, 주민거주지역, 공원 내 목장 방문 등 주요한 지역을 방문하여 공원 현황을 직접 관찰하였다. 미래 국가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첫걸음제1차 캄보디아 SEA 역량배양 워크숍 단체사진 2019년 1월, 일주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왕립학술원 관계자를 대전으로 초청하여 본격적인 계획수립 지원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1차 워크숍을 통해 비전 수립, 계획목표 설정, 계획목표 실천을 위한 실행방안에 대한 교육을 시행하였다.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에서 해당 내용을 준비하였으며, 한국환경연구원은 교육 내용을 바탕으로 더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웠다. 2019년 11월에는 Techo Sen Russey Treb 공원 종합계획 수립을 위한 역량배양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제2차 워크숍을 통해 도출된 실행계획과 구체적인 방법론을 바탕으로 계획기간 타임 프레임별 수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개발하였다. 이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은 스스로 국립공원 종합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코로나 시국으로 수립된 계획의 실행과 관련된 협력은 이루어지지 못한 실정이지만, 캄보디아 왕실학술원은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캄보디아가 미래에 국가종합계획을 스스로 수립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이상윤한국환경연구원 자원에너지평가실 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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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인태지역의 핵심 파트너가 될 인도의 싱크탱크“인간은 사고(思考)의 산물이다. 뭐든지 생각하는 대로 된다.”라는 간디의 명언처럼 인도에는 생각하는 대로 되고 싶은 싱크탱크들이 사람만큼이나 많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싱크탱크와 시민사회 프로그램(TTCSP: Think Tanks and Civil Societies Program)’이 2020년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세계 11,175개 싱크탱크 중 612개가 인도에 있다. 개수로는 인도는 이미 미국(2,203개), 중국(1,413개) 다음인 G3이다. 인도에 싱크탱크가 이렇게 많은 것은 인구도 많지만 다종교, 다민족, 다계층 사회에서 싱크탱크가 정부나 시민 사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렇게 수많은 인도의 싱크탱크를 칼로 무 자르듯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대표적인 특징을 꼽자면 비영리 민간 독립(non profit, private and independent) 싱크탱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큰 싱크탱크일수록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인도 최대 재벌 릴라이언스의 싱크탱크 2020 TTCSP 글로벌 8위, 인도 1위인 ORF(Observe Research Foundation)는 인도 최대 재벌인 릴라이언스(Reliance) 그룹의 창업자인 뒤루바이 암바니(Dhirubhai Ambani)가 1990년 설립했다. 개혁개방 당시에는 국내경제 문제를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국제관계, 안보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레이시나 회담(Raisina Dialogue), 샹그릴라 국제회의(Shangri-La Dialgue), G20 행사 등 정부 및 국제기구와 중요한 국제회의도 주도하고 있다. 지금은 정부, 국제기관 등 재정지원 기관이 보다 다양해졌지만, 여전히 재정의 상당 부분은 릴라이언스로부터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기준 인도 3위의 싱크탱크는 1981년 설립된 ICIER(Indian Council for Research on International Economic Research)로 역시 대형 은행, 석유화학, 이륜차, 철강, IT, 제약 기업들은 물론 인도 정부와 외국 공공기관, 국제기구 등의 재정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싱크탱크는 학계, 다른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 전직 정부 및 중앙은행, 언론계 주요 인사 등으로 이사회를 구성,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인도 싱크탱크 대부분은 비영리 민간 독립기관으로, 개인 독지가나 여러 명의 전문가 혹은 학자들에 의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인도 정부 주도의 대표 싱크탱크로는 IDSA(Institute for Defense Studies and Analyses), ICWA(Indian Council of World Affairs) 등이 있다. KIEP 인도 현지사무소 개설 1인당 GDP가 2,300달러에 불과한 인도에서 대부분의 싱크탱크가 민간에 의해 설립되고, 민간의 재원으로 운영되면서도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아함을 풀어줄 열쇠는 꽤나 많을 것이다. 개선되고는 있지만 독립 이후 지금까지 재정적자인 인도 정부가 대형 싱크탱크를 설립·운영하는 것은 결코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와 함께 어쩌면 간디의 명언처럼 삶이 고달플수록 이상을 꿈꾸며 희망의 사다리를 만드는 싱크탱크의 필요성이 더 간절하지 않았을까. 이를 사회적 책임으로 먼저 인식한 인도의 재벌 타타, 릴라이언스 등의 설립자들이 그랬고, 지금은 신기술 분야의 인포시스(Infosys), 글로벌 빅테크 인도 기업인들이 그 뒤를 이어가며 싱크탱크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빠르게 커져 수년 이내에 G3의 경제 규모가 될 인도의 수도인 델리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사무소를 개설한다. 1990년 미국 KEI(Korea Economic Institute), 1995년 중국 북경사무소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세 번째 해외 거점이다. 인도태평양 시대 핵심 파트너인 인도는 물론 인근 남아시아 지역 및 국가를 대상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현지 연락사무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조충제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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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1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위상을 세계로2021년 10월, 미국과 무역 경쟁을 벌이던 중국은 미국 편에 선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중단해 버린다. 이후 석탄 부족과 전력난으로 인하여 요소를 포함한 화학 비료 수출 제한 조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100% 수입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의 요소에 대한 공급망이 붕괴되었다. 대한민국의 화물차로 운송되는 유통·물류 대란은 물론 경유차들은 길 위에 멈추게 되었으며 더 나이가 구급차, 소방차 등도 멈추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정부 간의 협상으로 공급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차이나의 투자처 대안으로 아세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세안 지역의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에게는 현지 진출과 관련한 많은 고민이 요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책지원 종합연구 플랫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의 소관 연구기관들은 일찍부터 ODA 사업을 시작하였다. 특히 ODA사업의 대표주자인 지식공유사업(KSP) 등을 포함, 수원국과 교류하여 ODA 사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개별부처로부터 수탁을 받아 간접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2019년, 연구회는 연구기관에서 직접 수행하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국제개발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종합 연구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연구회의 ‘종합 연구플랫폼은 26개 소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동연구 체계를 활용하여 원스톱 정책지원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지원 개발협력사업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종합 연구플랫폼’을 활용한 대표적 사업으로는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과 ‘한국-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이 있다.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사업은 산업연구원을 주관으로 8개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으며, ‘한-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은 한국법제연구원을 주관으로 5개 연구기관과 협업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한-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과 ‘한-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2018년 9월, 대한민국-인도네시아 양국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연구회는 인니 산업부와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MOU를 체결하였다. 이를 계기로 연구회는 “Making Indonesia 4.0” 기조로 인도네시아 제조업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 실행방안을 만들어 주는 5년 계획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농림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컨설팅해주는 것으로 “자동차, 전자, 화학, 식음료, 섬유”의 5대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와의 협력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2019년 9월 캄보디아와 대한민국 정상회담 이후 연구회와 캄보디아 왕립학술원은 공동 세미나 등을 통한 학술기관 간 협력사항을 규정한 ‘한국-캄보디아 학술 협력 MOU’를 체결하였다. 2022년부터 5개년 간 대한민국 발전경험과 정부출연연의 전문성을 캄보디아 왕립학술원과 공유하고 정책연구역량을 강화해주는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는 고등 인적자원의 상당한 손실을 초래한 킬링필드라는 역사적 아픔을 극복하고 캄보디아의 자생적인 정책연구 생태계를 구축하여 싱크탱크에서 수립한 정책이 정부정책에 반영되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캄보디아 내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융·복합적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 제안, 대한민국 출연연과 공동연구 추진, 선진 연구방법 전수 등을 통한 역량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전 세계로 대한민국의 위상 드높이다 대한민국과 경쟁하는 주변국들은 이미 아시아 신흥시장(아세안, 인도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06년부터 경제산업성(METI) 주도로 ERIA를 조직, 100억엔 이상을 투자하여 아세안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아세안 내에서의 정책을 선점하고 있다. ERIA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아세안의 경제 통합과 경제발전, 격차완화, 지속가능 발전 등을 다루는데, 주요 결론이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도출하고 있어 실제 우리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세안과 정책협력을 위한 대한민국 출연연구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해외투자는 ‘현지화’라는 이름 하에 현지 국가의 제도와 규제를 따르는 동안 이에 부딪혀 불안한 투자환경 속에 있었다. 이러한 난관을 대한민국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해당국의 정책을 조정하여 안정적인 해외 진출을 도와야 할 것이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실천”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을 위한 방향이기도 하다. 정책연구 모델로 선점한 전기 자동차 시장 인도네시아의 전기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는 현대자동차이다. 어떻게 일본 중심의 자동차 시장구조에서 가능했던 것일까? 인도네시아는 앞서 언급한 대로 농림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 전략을 바꾸고 싶었고, 제조산업의 후방효과가 높은 자동차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했다. 이에 새로운 산업전략이 필요했던 한국과 일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본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의 전환을 제시했을 때,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 정책연구를 통해 전기차 글로벌 가치사슬 (GVC; Global Value Chain)의 효과를 설명했다. 니켈, 망간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매장량 1위라는 조건과 인도네시아 내에서 포스코와 함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자동차 부품소재 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용 강판 등 다양한 산업에 후방효과가 가능하고 이것을 시작으로 제조업으로 전환이 가능함을 정책연구를 통해 전달하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GVC 산업전략 채택으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유치, 자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 주도의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인 전기차 분야를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연구 모델을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 국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등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을 넘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목표를 함께해야 할 것이다.유영민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제협력부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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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정책지식 생태계의 역량을 모아 새로운 문명의 선도국이 되다“세상을 움직이는 ‘생각의 힘’,국가 싱크탱크의 통합 시스템으로부터” 기후변화, 식량위기, 핵 전쟁 등 미래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국가 정책역량은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이러한 문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데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은 연구역량 결집을 위해 정책연구협업플랫폼 운영을 포함한 융복합 협동연구 추진 등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 지자체 그리고 민간 싱크탱크를 경험하며 정책지식 생태계의 네트워크 간의 협력을 강조해온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을 만났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데이터 통합을 통한 국회와 국책연구기관, 부처 간의 협력으로 정책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꾸준히 고민해왔다. ‘정책지식 생태계의 한 축’인 국회의 입장에서 국가의 정책 연구역량을 키우기 위한 국가적 과제를 들어본다. 이번 인터뷰는 9월 28일(수)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사무총장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그간 국가 발전방향과 중장기 전략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으로부터 나온 국정운영에 관한 고민이 녹아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국정운영과 관련하여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또 어떤 것을 주로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이하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하며 국가 전체를 볼 수 있었고, 이후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를 통해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의 미래를 연구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국회에 있으면서 입법부의 입장에서 국가 전체를 다시 보는 기회를 갖고 있다. 한 국가의 흥망 혹은 조직, 회사, 개인의 흥망을 결정하는 핵심 DNA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저는 ‘생각의 힘’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전, 정책, 사람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비전을 구체화하여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갖추는 것이 국가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과연 비전과 정책을 누가 만드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까지 미국을 모방하는 모방 국가의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첫째, 인간의 이상으로부터 비전을 꿈꿔야 한다. 먼저 꿈이 있어야 하고, 꿈과 이론이 결합되어 비전이 생긴다. 둘째, 정책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성·효율성·타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셋째, 비전과 정책을 움직이는 동력인 사람이 필요하다. 혼자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1년 동안 국가 지식재산을 위한 R&D에 사용되는 예산은 약 30조원 정도 된다. 국회와 국가의 싱크탱크가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생각의 힘’이 작용할 수 있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보고 유명한 질문을 남겼다. “다수는 진리인가?” 배심원의 다수결에 따라 사형 선고를 받은 스승을 보고 플라톤은 7년동안 해외를 떠돌다 그리스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당시 중동의 문명이 그리스보다 훨씬 발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를 통한 ‘생각하는 힘’이 있던 그리스가 중동 지역의 문명을 빨아들였다. 그리스에서 싹튼 ‘생각의 힘’은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 이탈리아의 대학을 거쳐 오늘날 유럽의 ‘생각의 힘’이 되었다. 9세기 바그다드에 설립된 지혜의 집은 이슬람 황금 문화기에 지혜의 보고와 번역 운동의 중심기관으로서 생각의 힘의 중심이 되었다. 이후 14세기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되며 이탈리아 학생들은 조합을 만들고 교수를 채용해 월급을 주었다. 이것이 오늘날 옥스퍼드 등 명문 대학으로 이어졌다. 20세기에 들어서 생각의 힘은 뉴미디어로 모였다. 대학과 공중 매체인 뉴욕 타임스, BBC 이 두 가지로 이어져 오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가 추가되며 지식이 이동하였다.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 생각의 힘이 생겨났을 때는 더 많은 자원과 돈이 있으면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SNS를 통해 무한정 지식이 공급되는 현재 시대에는 공동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일표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의 경영자로서의 경험과 평가가 궁금하다. 또한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Statesman)’로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국가를 위한 역할과 역량을 고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가 일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이광재 어떤 기관이든 단독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기는 어렵다. 싱크탱크의 지적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국회·민간·언론과 연대해야 한다. 여시재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점은 어떤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5개의 세트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5개의 세트란 이론적 기반에 있는 연구자, 공직 경험이 있는 사람, 기업에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 외국 경쟁 상대의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언론사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학자 기반의 연구는 현실적인 정책이 되기가 어려운 연구가 많다. 또 기업에 있는 사람이 와야 효율성을 생각할 수 있고, 경쟁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보다 나은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연구 보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로 쓰여 있다.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유통 가능한 문서가 되기 위해서 저널리즘적인 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5개가 세트가 되지 않으면 용역 발주를 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웬만한 수준의 연구는 이미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이전의 연구보다 플러스알파를 낼 수 있는가가 모든 연구 용역의 핵심이 된다. 그러나, 연구 용역의 발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기존에 있는 연구를 반복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국가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 정책연구가 부처 공무원의 현재 요구에 따라 쓰이기 때문이다. 부처의 정책적 방향을 써주는 형식에 그치는 연구는 진정한 연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처의 중복 사업 문제처럼 연구 분야의 중복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회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연구조정 회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조정 회의는 연구기관에서 정한 연간 계획을 바탕으로 연구 문제와 연구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 미·중 관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진정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았다. 일본의 ‘원 플러스 원’ 전략처럼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보는 진보 골대, 보수는 보수 골대에 공을 넣는 실정이다. 목표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골이라고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위한 목표와 비전의 합의가 필요하다. 일류 정치는 일류 국가를 만드는 핵심이다. 그리고 일류 정치가 국민의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가 된다. 국회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여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정파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이 교류되며, 여러 생각이 모이기 곳이기 때문에 새로움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진나라는 농경사회와 유목사회가 모였고, 그리스는 해상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중동의 이기와 결합하면서 일어났다. 네덜란드는 경상도만 한 면적에서 150년 동안 1등을 했고 영국의 산업혁명은 잉글랜드가 아닌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났으며, 미국도 변방의 국가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 결국 메인스트림(Mainstream)과 변방, 이 두 가지를 결합하는 데에서 세계적인 에너지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국회가 ‘결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국회에서 연구 집단과 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홍일표 다양한 분야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그에 기반한 ‘전략’과 ‘방략’을 내놓으려 하셨고, 국책연구기관에게는 단기적 연구에 치중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긴 호흡과 먼 시야’의 국가전략, 미래전략 연구를 충실히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시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과학기술연구회) 및 그 소속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역량, 발전방안에 대한 견해 부탁드린다. 이광재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왼쪽)과 홍일표 사무총장(오른쪽) 국책연구기관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출연금과 수탁과제에 대한 수입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국무총리 산하에 있지만, 여전히 자체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에서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없다. 부처가 원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수탁과제에 대한 용역비를 벌어오는 현재의 구조는 미래 지향적인 생명력이 타오르는 조직이 될 수 없다. 한 예로 산업정책 분야를 살펴보면, 산업연구원이 산업정책을 연구하지만 산업연구원 원장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이 된 경우는 없다. 국회와 정부부처의 공무원, 국책연구기관이 상호 밀접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 부처의 공무원이 국책연구기관으로, 연구기관은 행정기관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연구를 현장에 적용하고,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으로, 그다음에 행정부 차관으로, 다시 연구기관의 원장으로, 성과에 따라 장관이 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국책연구기관과 인사혁신처의 협업을 통해 공무원의 해외연수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지식을 얻으려면 어느 국가에 가서 어떤 교수와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국책연구기관의 프로젝트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기술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국가적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의 해외연수는 개인의 자산은 늘어나지만, 국가적 자산이 늘어나기는 어렵다. 이론 없이는 정책이 빈곤해진다. 현실성을 반영한 정확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학계·재계·공무원 조직의 유기성이 없다. 서로 칸막이를 치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깨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전체의 ‘생각의 힘’을 키우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홍일표 제안하신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국가전략·정책 빅데이터 협의회’ 사업을 보면 국책연구기관과 국회 협력을 넘어 정부 기관과 민간의 협력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와 ‘강도’의 획기적 진전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협력 사업을 제안하신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연구회 및 국책연구기관에 더욱 기대·제안하실 생각이신지 궁금하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이광재 데이터 증거 기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통합해야 한다. 국회는 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국회미래연구원을 가지고 있고 300명의 국회의원이 1년 동안 약 1,500개의 세미나와 의정 활동을 펼친다. 국회 외에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국책연구기관이 1년에 1조 원 규모의 연구를 진행하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는 1년에 약 1억 5천만 건의 논문이 등록된다. 이밖에 한국은행에서 경제통계를 가지고 있고 통계청과 한국재정정보원에서 통계와 국가 예산을 갖고 있다. 국회를 포함한 이 기관들이 지식을 모아 온라인을 통한 액세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브루킹스 연구소처럼 로봇 엔진이 검색하는 세계적인 석학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보육 교육을 강화할 것인지, 난임부부를 위한 의료비를 지원할 것인지 등 수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다른 예로 물 부족 문제해결을 위해서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방법과 공기 중 산소와 수소를 결합하는 방법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때 우리는 로봇 엔진을 통한 세계 석학들의 트래킹(Tracking)이 가능하다. 세계 석학의 리스트 중 검색된 결과로 세계적인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의 지식을 엿볼 수 있다. 인구소멸 문제나 물 부족 문제에 대해 세계 석학들이 이번 주에 나눈 이야기가 지속해서 업데이트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출된 결과만 공유해도 굉장한 힘이 된다. 여시재에서 연구 용역을 하면서 느낀 점이 다른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검색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기계가 대신 검색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각자의 데이터를 갖고 공동 주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오는 11월에 '미·중 경쟁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각 기관이 분석한 데이터 내용을 공유하는 세미나가 진행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각 기관의 발제 내용과 통찰이 AI로 분석되어 최종 솔루션으로 도출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데이터 증거 기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한 기본은 시스템 구축이다.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범국가적 비전과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홍일표 대한민국의 ‘미래’와 ‘대전환’을 위해 현재의 연구회 체제와 국책연구기관들이 어떤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 밖에 ‘국내 정책지식 생태계와의 연계’, ‘글로벌 정책지식 생태계와의 협력’과 관련해서도 아직은 부분적이나 제한적인 수준의 진전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책지식 생태계의 활성화 방향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이광재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 핵심 요소로 여러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 경쟁과 기후 위기, 미·중 패권 전쟁과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이다. 그다음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수명 100세 시대 인간의 등장’인데, 수명 100세 시대의 인간은 사회복지 시스템의 틀 자체를 완전히 깨버렸다. 인류가 70세, 80세에 사망한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에 100살까지 사는 인류가 등장한 것이다. 25살부터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정년퇴직까지 35년 동안 출산과 양육·생계를 유지하며 모은 돈으로 나머지 40년을 지탱하기는 매우 어렵다. 게다가 국가 잠재성장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고, 계층 이동성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 속에 취업 문제까지 겹쳐 젊은이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연구기관은 저출산, 노동 생산성과 잠재 성장률 등 복합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민간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암기하는 대한민국이 아닌 질문하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프리즘식’ 운영을 해야 한다. 10가지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전 기관들이 모여 경진대회를 열거나, 전 세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경진대회를 열어 연구 아이디어를 모으는 방법도 있다. 최고의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가 더 좋은 솔루션을 내는지 싱크탱크들끼리 경쟁을 한다면 국가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빨아들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공직자가 봤을 때도 감탄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다. 정책적 효과를 고려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야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표지 갈이’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원대한 꿈을 가져야 국가를 통합하는 힘이 생긴다. 우리나라도 문명을 창조하는 세계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 동서양을 융합한 22세기 문명의 주인공이 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100년 전, 동양과 서양을 결합하는 자가 세계 문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기독교와 천주교, 유교, 불교가 모인 나라다. ‘오징어게임’, ‘BTS’를 보면 동양과 서양을 결합하는 에너지를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2세기는 동양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인구가 4억 명이고, 유럽이 6억 6천 명인데 동양의 인구는 40억 명이 넘는다. 미국 실리콘 밸리를 보면 인도, 중국, 한국 사람을 빼면 실리콘 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의 중심이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몇 십 년은 지식의 80%를 가진 미국이 여전히 초강자의 자리에 위치할 것이다. 새로운 22세기 문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지식을 모아야 한다. EBS에서 ‘위대한 수업’을 제작할 때 예산을 두고 국회에서 반대가 많았다. 그런데 요새 기재부에 가면 제일 잘한 사업으로 ‘위대한 수업’을 꼽는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제한 지식을 공급해주는 이 시스템에 150억 원을 들이고 있다. 세계 석학들로 이루어진 온라인 학교와 네트워킹을 구축했는데, 이 150억 원이 많다고 할 수 있을까? 은행은 세계 금융 문제에 관한 전문가 석학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돈을 후원하고,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위한 교육과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지식의 최전선을 빨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우리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세계지식포럼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연구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조 원을 들여 전 세계 최전선에 있는 지식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온라인상에 모아놓는다면, 전 세계가 이 정보를 우리나라에서 얻어갈 것이다. 이것이 플랫폼 국가가 되는 길이다. 홍일표 오늘 사무총장님의 제언을 통해 데이터 통합 시스템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국회와 국책연구기관이 나가야 할 길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이 국가의 싱크탱크로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인터뷰> 이광재국회사무총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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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 2 지원·육성의 기능을 넘어 국가 전략을 위한 혁신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국가비전과 목표, 국가이익을 위한 중장기적 국가미래전략을 수립·제시함으로써 국내외 복합적인 정책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 시점이다. 또한 연구기관이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육성하는 기능의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의사결정 체계로 설치된 기구 정부는 1999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관장 자율적 책임경영 하에 산·학·연과의 협력의 틀을 마련하고자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연구회 체제를 도입하였다. 그리고 개별 연구기관의 인사, 예산 등에 대해서는 기관장에게 자율·책임 경영권을 주되 개별 이사회를 통합한 연합 이사회 운영을 통해 연구기관의 임원 선임, 기관장 경영목표 승인, 연구 및 경영실적 평가, 기능조정 및 정비 등의 주요 사항 등을 결정하도록 연구회의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하였다. 연합 이사회는 소관 연구기관의 유관 정부부처 차관인 당연직 이사와 민간에서 선임된 이사로 구성되어,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정부 정책 지원기능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그 방향에 대해 협의하고 의견을 조율하여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사회가 최상위 단위의 의사결정 기구라면 이사회에서 주요 사항들을 의결하기까지 이에 앞서 중요한 자문역할을 수행하도록 설치한 것이 기획평가위원회와 경영협의회이다.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 중장기방향 설정, 기관 운영 및 의사결정에 대한 자문 등을 지원하는 것이 이 기구들의 주된 설치 목적이다. 기획평가위원회는 심의가 필요한 안건이 있을 때 상시 개최되며, 경영협의회는 연 2회 개최하여 기관장과 이사들 간 중요 현안에 대해 공유하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가진다. 이 기구들은 연구회가 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면서 가장 중요한 지원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이며, 운영의 전문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산·학·연 등의 전문가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의사결정 체계를 넘어 공동 목표를 향해 연구회는 연간 사업계획 승인 및 변경, 예산 승인·배분, 기관 평가 등 정부의 예산심의 시기·절차, 기관 운영 등에 필요한 연간 사이클에 맞추어 현안 및 단기 중심 그리고 경영관리를 중심으로 그 기능을 수행해왔다. 하지만 연구회 체제 자체에 대한 비판과 다양한 논의 속에서 2009년 미래전략연구센터가 설립되었다. 개별분야의 연구에서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융·복합 협동연구를 기획하고 국가정책 어젠다를 발굴하는 기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8년 상근이사장 체제의 도입을 기점으로 연구회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시작하였고 어젠다 발굴 및 주도에서 더 나아가 국가의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는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위한 추진체계로 정책연구 플랫폼을 구축하였다. 국책연구기관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축적된 지식 및 전문적 역량을 집적, 연구 및 경영 전 분야에서 개별 연구기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융·복합적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여 연구회 체제의 강점을 극대화하고자 하였다. 기획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주요 기능 기획평가위원회의 구성 및 주요 기능 - 기획총괄전문위원, 사업계획 및 예산전문 위원회, 국제협력전문위원회 구성 구분 주요기능 기획총괄전문위원회 총괄조정분과 • 해당 연구 분야의 장기발전방향 업무 • 연구기관 간의 기능조정 및 정비 업무 •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업무 전략기획분과 • 경제·인문사회분야 연구기획 업무 • 연구회 기획 협동연구사업 업무 사업계획 및 예산전문 위원회 경제산업통상분과 • 연구기관 사업계획 및 예산 관련 업무 • 연구회 및 연구기관의 협동연구사업 계획 및 예산 관련 업무 • 기관장 경영목표 승인 업무 국토환경분과 복지노동여성분과 미래준비분과 공공정책분과 국제협력 전문위원회 - • 국제협력 기획 및 장기발전 방향 설정 • 국가적 이슈 해결을 위한 해외기관과의 공동연구 추진 업무 • 연구회 및 연구기관의 국제화업무 추진 내용 점검 함께 기획하는 국가 중장기 방향 현재의 의사결정 체계는 개별단위의 연구과제, 단기 현안, 정부 시책에 따른 경영관리 중심의 자문 및 결정이 주를 이루어지고 있으며 종합적인 시각에서의 접근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어 운영의 개선이 필요하다. 기획평가위원회 위원들의 다양한 전문분야 구성과 함께 활용도를 제고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정책연구 플랫폼 등에 대한 상시 참여를 통해 초기단계에서부터 함께 기획에 참여하고 종합적으로 자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이다. 부처 차관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사회의 경우, 구성 특성상 부처 중심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측면이 있다. 이사회의 의결권이 보다 자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국책연구기관이 자율과 책임의 경영하에 중장기적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정책연구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연구의 자율성, 독립성, 지속성 및 다양성 등을 확보함과 동시에 지속적인 관심과 합리적 의사결정이 수반된다면 시스템 마련을 위한 추진동력을 갖출 수 있다. 이 밖에 국책연구기관 연구자들의 연구몰입 환경조성을 위해 추진 중인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행정 혁신방안’ 및 ‘연구·행정 효율화 사업’ 등의 다양한 제도개선 과제 또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기관이 기대하는 그리고 연구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역량을 강화해가고 있는 연구회의 역할은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육성이다. 하지만 연구회는 태생적으로 연구기관이 자율과 책임경영 하에 그 설립목적인 국가정책 지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서로 태어난 연도도 다르고 환경도 달랐던 연구기관들이 연구회라는 하나의 체제 안에서 동일한 제도하에 조화롭게 공존하기 위한 연구회의 임무와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 안에서 균형을 찾기 위한 연구회 주요 의사결정 체계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한영민경제·인문사회연구회 경영지원본부장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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