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글로벌 복합위기와 한국형 경제안보 전략 - 물류(교통)

가시성 확보를 위한 국가 물류 플랫폼

서상범한국교통연구원  우수물류기업·스마트물류시설인증센터장 2022 가을호

최근의 물가상승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는 코로나19 이후 소비심리의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 거시적 요인과 함께 항만물동량 적체 등 물류 병목현상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물동량 적체가 발생한 원인은 다르지만 양국의 항만을 통해 수출입되는 물동량 처리가 지연되면서 외항선박, 컨테이너 등 글로벌 물류 자원의 회전율이 저하되고, 물류 자원의 수급 불균형을 유발해 물류비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물류 부문에서 경제안보의 위협 요소는 우리 경제활동과 연관된 물동량이 적정시간에 적정가격으로 적정장소에 도달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완전 단절(폐쇄), 부분 가동, 그리고 지연배송, 운임상승 등 비정상 가동의 형태로 발생한다.물류산업은 모든 산업 및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기반 산업으로 위협 요소의 파급효과가 물류산업을 넘어 전 산업, 국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는 특성을 나타낸다. 정치적 이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정 시간 후에 복구되거나 대체항로를 이용한 긴급 수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연배송, 운임상승으로 인해 화주 및 물류기업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고, 물류 네트워크 자원 부족, 물가상승 등 경제 전반에 위협이 되고 있다.

예측 불가능한 물류 경제안보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한 부산항 컨테이너크레인 붕괴는 약 20%의 처리능력 손실로 인해 지연배송, 운임상승을 유발하였고,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사건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서유럽 항공네트워크 완전 단절을 유발한 사례이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체코, 슬로바키아 등의 국경 폐쇄 역시 물류 네트워크를 완전 단절시켜, 동유럽의 생산공장 가동중단, 중국발 부품 수급 문제로 현대자동차도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등 광범위한 피해를 낳았다. 2021년 국내 요소수 부족 사태는 물류 부문 경제안보 위협 요소 관리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원유 등 핵심 자원 중심의 자원 관리체계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여 중국의 요소 수출 규제를 간과한 결과, 경유차 기반의 국내 육상 물류 네트워크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등 화물운송을 동반하는 국가 경제 전 분야로 피해가 확산하였다.
이처럼 물류 부문 경제안보 위협 요소는 물류인프라 및 운송 수단, 운영자원, 운영시스템 등 물류 자원을 대상으로 물류 네트워크 전 범위에 걸쳐 어떤 지점 또는 구간에서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어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발생원인 또한 기상현상, 감염병, 전쟁, 지정학적 갈등 등 다양하고 공급망의 전후방을 넘어 경제 전반에 다차원적으로 영향을 미쳐 통제가 어렵고, 사전대응 체계를 통해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 장애를 주는 위협 요소에 대한 대응체계 구축은 신속하게 발생 상황을 감지하고,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다차원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여 국가적 관점에서의 물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모니터링 플랫폼 구축이 시급하다.

폭넓은 국가 물류 플랫폼 구축해야

현재 EU에서 추진 중인 GAIA-X, FENIX 네트워크 등 기업, 정부, 관련 단체가 참여한 개방형 데이터 생태계 모델이 (가칭)한국형 국가 물류 스마트모니터링 플랫폼(이하 국가 물류 플랫폼) 구축을 위한 참조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FENIX(FEderated Network of Information eXchange in LogistiX) 네트워크는 유럽 전역에 대한 수송·물류 연합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물류와 관련된 정보와 서비스의 공유를 촉진하는 정보공유 생태계로, 다수의 기업 및 플랫폼을 연결하는 다차원 플랫폼 구조를 통해 유럽 물류망에 대한 소통 및 가시성 확보를 도모한다.

자료: 한국교통연구원(KOTI),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공동 작성

연속적이고 다층적 구조를 보이는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에 대한 가시성 확보를 위해, 국가 물류 플랫폼은 물류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하는 물류기업, 화주기업, 정부 및 관련 단체의 현지 조직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 및 정보의 폭넓은 공유체계, 즉 가시성, 대응성, 사용자 편의성을 갖춘 민관 연합·통합 정보공유 플랫폼 구조를 갖추어야 한다.
가시성 확보를 위해 물류 데이터에 한정하지 않고, 산업, 기후, 국제경제, 정치, 사회 동향 등 잠재적으로 물동량 및 물류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공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및 해외 각 지역을 하나의 독자적 플랫폼으로 구축하는 한편 각 지역 플랫폼을 연결하는 다차원 구조의 통합 플랫폼을 갖갖추어야 한다. 대응성 확보 관점에서 네트워크 위기 상황에 대해 위협요소의 발생지점(요소)을 신속히 포착하기 위한 탐지기능, 위협의 성격 및 원인 분석을 통한 전후방 연쇄효과 예측/분석기능, 위협의 성격 및 확산 범위에 대한 시뮬레이션 및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대안도출기능을 갖추어야 한다. 사용자 편의성은 정보의 제공 관점에서는 개방형 구조를 정보의 활용 관점에서는 민간정보에 대한 보안 확보를 위해 권한관리형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특히 정부부처의 정보 활용은 분석 및 예측, 대안도출 결과 중심으로 한정하여 민간의 정보 노출 우려를 철저하게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정보교환 및 연동을 위한 표준체계 구축, 플랫폼의 개발 및 운영비용 지원, 참여기업 및 단체의 플랫폼 연동 기능 구현 비용 지원, 데이터 분석인력 육성 지원 등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고, 운영은 철저하게 민간주도형으로써 민간협회 중심의 상설 운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급망 관리 기본법(가칭) 등 관련법을 통해 국가 물류 플랫폼 개발 및 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련 조직 구성, 플랫폼 개발/운영 예산 확보의 근거를 마련하고, 정부, 공공기관을 비롯한 민간기업의 정보 제공 의무 부여의 근거, 정보제공자(민간기업)에 대한 지원 및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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