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2   2022년의 연구회 체제: 현황과 과제

정책지식 생태계의 역량을 모아 새로운 문명의 선도국이 되다

<인터뷰> 이광재국회사무총장    2022 가을호

“세상을 움직이는 ‘생각의 힘’,국가 싱크탱크의 통합 시스템으로부터”

기후변화, 식량위기, 핵 전쟁 등 미래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국가 정책역량은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이러한 문제 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강화하는 데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연구기관은 연구역량 결집을 위해 정책연구협업플랫폼 운영을 포함한 융복합 협동연구 추진 등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 지자체 그리고 민간 싱크탱크를 경험하며 정책지식 생태계의 네트워크 간의 협력을 강조해온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을 만났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은 데이터 통합을 통한 국회와 국책연구기관, 부처 간의 협력으로 정책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꾸준히 고민해왔다. ‘정책지식 생태계의 한 축’인 국회의 입장에서 국가의 정책 연구역량을 키우기 위한 국가적 과제를 들어본다. 이번 인터뷰는 9월 28일(수) 여의도 국회의사당 국회사무총장실에서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홍일표 사무총장(이하 홍일표)

그간 국가 발전방향과 중장기 전략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자주 언급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경험으로부터 나온 국정운영에 관한 고민이 녹아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국정운영과 관련하여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또 어떤 것을 주로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 부탁드린다.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이하 이광재)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하며 국가 전체를 볼 수 있었고, 이후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를 통해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의 미래를 연구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국회에 있으면서 입법부의 입장에서 국가 전체를 다시 보는 기회를 갖고 있다. 한 국가의 흥망 혹은 조직, 회사, 개인의 흥망을 결정하는 핵심 DNA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한다. 저는 ‘생각의 힘’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핵심적인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비전, 정책, 사람 이 세 가지가 갖춰져야 한다. 비전을 구체화하여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갖추는 것이 국가 발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는 과연 비전과 정책을 누가 만드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이제까지 미국을 모방하는 모방 국가의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첫째, 인간의 이상으로부터 비전을 꿈꿔야 한다. 먼저 꿈이 있어야 하고, 꿈과 이론이 결합되어 비전이 생긴다. 둘째, 정책을 정교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경제성·효율성·타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셋째, 비전과 정책을 움직이는 동력인 사람이 필요하다. 혼자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1년 동안 국가 지식재산을 위한 R&D에 사용되는 예산은 약 30조원 정도 된다. 국회와 국가의 싱크탱크가 통합적으로 작용하는 국가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생각의 힘’이 작용할 수 있다.
플라톤은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보고 유명한 질문을 남겼다. “다수는 진리인가?” 배심원의 다수결에 따라 사형 선고를 받은 스승을 보고 플라톤은 7년동안 해외를 떠돌다 그리스 아카데미를 만들었다. 당시 중동의 문명이 그리스보다 훨씬 발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를 통한 ‘생각하는 힘’이 있던 그리스가 중동 지역의 문명을 빨아들였다. 그리스에서 싹튼 ‘생각의 힘’은 바그다드의 지혜의 집, 이탈리아의 대학을 거쳐 오늘날 유럽의 ‘생각의 힘’이 되었다. 9세기 바그다드에 설립된 지혜의 집은 이슬람 황금 문화기에 지혜의 보고와 번역 운동의 중심기관으로서 생각의 힘의 중심이 되었다. 이후 14세기 르네상스 운동이 시작되며 이탈리아 학생들은 조합을 만들고 교수를 채용해 월급을 주었다. 이것이 오늘날 옥스퍼드 등 명문 대학으로 이어졌다. 20세기에 들어서 생각의 힘은 뉴미디어로 모였다. 대학과 공중 매체인 뉴욕 타임스, BBC 이 두 가지로 이어져 오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재단과 같은 싱크탱크가 추가되며 지식이 이동하였다. 과거 한정된 공간에서 생각의 힘이 생겨났을 때는 더 많은 자원과 돈이 있으면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SNS를 통해 무한정 지식이 공급되는 현재 시대에는 공동 연구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일표

‘민간 싱크탱크 여시재’의 경영자로서의 경험과 평가가 궁금하다. 또한 ‘정치꾼’이 아닌 ‘정치가(Statesman)’로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국가를 위한 역할과 역량을 고민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가 일류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계신 부분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린다.

이광재

어떤 기관이든 단독으로 ‘생각의 힘’을 키우기는 어렵다. 싱크탱크의 지적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국회·민간·언론과 연대해야 한다. 여시재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느낀 점은 어떤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5개의 세트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5개의 세트란 이론적 기반에 있는 연구자, 공직 경험이 있는 사람, 기업에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 외국 경쟁 상대의 사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마지막으로 언론사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학자 기반의 연구는 현실적인 정책이 되기가 어려운 연구가 많다. 또 기업에 있는 사람이 와야 효율성을 생각할 수 있고, 경쟁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해야 보다 나은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연구 보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로 쓰여 있다.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유통 가능한 문서가 되기 위해서 저널리즘적인 글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5개가 세트가 되지 않으면 용역 발주를 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면서 웬만한 수준의 연구는 이미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이전의 연구보다 플러스알파를 낼 수 있는가가 모든 연구 용역의 핵심이 된다. 그러나, 연구 용역의 발주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채 기존에 있는 연구를 반복하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국가와 국가의 미래를 위해 추진되어야 하는 국가 정책연구가 부처 공무원의 현재 요구에 따라 쓰이기 때문이다. 부처의 정책적 방향을 써주는 형식에 그치는 연구는 진정한 연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처의 중복 사업 문제처럼 연구 분야의 중복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국회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연구조정 회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조정 회의는 연구기관에서 정한 연간 계획을 바탕으로 연구 문제와 연구 목표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필요하다. 미·중 관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진정한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았다. 일본의 ‘원 플러스 원’ 전략처럼 신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보는 진보 골대, 보수는 보수 골대에 공을 넣는 실정이다. 목표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골이라고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반도를 위한 목표와 비전의 합의가 필요하다.
일류 정치는 일류 국가를 만드는 핵심이다. 그리고 일류 정치가 국민의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 가장 기초가 된다. 국회는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여야 등 다양한 사람들의 정파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생각이 교류되며, 여러 생각이 모이기 곳이기 때문에 새로움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진나라는 농경사회와 유목사회가 모였고, 그리스는 해상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중동의 이기와 결합하면서 일어났다. 네덜란드는 경상도만 한 면적에서 150년 동안 1등을 했고 영국의 산업혁명은 잉글랜드가 아닌 스코틀랜드에서 일어났으며, 미국도 변방의 국가에서 세계 최고가 되었다. 결국 메인스트림(Mainstream)과 변방, 이 두 가지를 결합하는 데에서 세계적인 에너지가 나온다. 그런 면에서 국회가 ‘결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국회에서 연구 집단과 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홍일표

다양한 분야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과 그에 기반한 ‘전략’과 ‘방략’을 내놓으려 하셨고, 국책연구기관에게는 단기적 연구에 치중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긴 호흡과 먼 시야’의 국가전략, 미래전략 연구를 충실히 못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시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과학기술연구회) 및 그 소속 국책연구기관의 역할과 역량, 발전방안에 대한 견해 부탁드린다.

이광재

이광재 국회사무총장(왼쪽)과 홍일표 사무총장(오른쪽)

국책연구기관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출연금과 수탁과제에 대한 수입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국무총리 산하에 있지만, 여전히 자체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 구조에서는 연구기관으로서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없다. 부처가 원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수탁과제에 대한 용역비를 벌어오는 현재의 구조는 미래 지향적인 생명력이 타오르는 조직이 될 수 없다.
한 예로 산업정책 분야를 살펴보면, 산업연구원이 산업정책을 연구하지만 산업연구원 원장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장관이 된 경우는 없다. 국회와 정부부처의 공무원, 국책연구기관이 상호 밀접한 관계가 되어야 한다. 부처의 공무원이 국책연구기관으로, 연구기관은 행정기관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만 연구를 현장에 적용하고,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기획재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원장으로, 그다음에 행정부 차관으로, 다시 연구기관의 원장으로, 성과에 따라 장관이 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국책연구기관과 인사혁신처의 협업을 통해 공무원의 해외연수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 지식을 얻으려면 어느 국가에 가서 어떤 교수와 연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국책연구기관의 프로젝트 속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기술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국가적 자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현재의 해외연수는 개인의 자산은 늘어나지만, 국가적 자산이 늘어나기는 어렵다.
이론 없이는 정책이 빈곤해진다. 현실성을 반영한 정확한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학계·재계·공무원 조직의 유기성이 없다. 서로 칸막이를 치고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깨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전체의 ‘생각의 힘’을 키우는 시스템이 될 것이다.

홍일표

제안하신 ‘새로운 희망을 만드는 국가전략·정책 빅데이터 협의회’ 사업을 보면 국책연구기관과 국회 협력을 넘어 정부 기관과 민간의 협력 사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와 ‘강도’의 획기적 진전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협력 사업을 제안하신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것들을 연구회 및 국책연구기관에 더욱 기대·제안하실 생각이신지 궁금하다.

홍일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사무총장

이광재

데이터 증거 기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통합해야 한다. 국회는 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국회미래연구원을 가지고 있고 300명의 국회의원이 1년 동안 약 1,500개의 세미나와 의정 활동을 펼친다. 국회 외에도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소관 국책연구기관이 1년에 1조 원 규모의 연구를 진행하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서는 1년에 약 1억 5천만 건의 논문이 등록된다. 이밖에 한국은행에서 경제통계를 가지고 있고 통계청과 한국재정정보원에서 통계와 국가 예산을 갖고 있다. 국회를 포함한 이 기관들이 지식을 모아 온라인을 통한 액세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브루킹스 연구소처럼 로봇 엔진이 검색하는 세계적인 석학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보육 교육을 강화할 것인지, 난임부부를 위한 의료비를 지원할 것인지 등 수단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다른 예로 물 부족 문제해결을 위해서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방법과 공기 중 산소와 수소를 결합하는 방법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때 우리는 로봇 엔진을 통한 세계 석학들의 트래킹(Tracking)이 가능하다. 세계 석학의 리스트 중 검색된 결과로 세계적인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의 지식을 엿볼 수 있다. 인구소멸 문제나 물 부족 문제에 대해 세계 석학들이 이번 주에 나눈 이야기가 지속해서 업데이트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출된 결과만 공유해도 굉장한 힘이 된다. 여시재에서 연구 용역을 하면서 느낀 점이 다른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검색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었다. 이제는 기계가 대신 검색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각자의 데이터를 갖고 공동 주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드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한 예로 오는 11월에 '미·중 경쟁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각 기관이 분석한 데이터 내용을 공유하는 세미나가 진행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각 기관의 발제 내용과 통찰이 AI로 분석되어 최종 솔루션으로 도출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데이터 증거 기반의 정책을 만들기 위한 기본은 시스템 구축이다.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범국가적 비전과 정책을 만들 수 있다.

홍일표

대한민국의 ‘미래’와 ‘대전환’을 위해 현재의 연구회 체제와 국책연구기관들이 어떤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고, 절실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이 밖에 ‘국내 정책지식 생태계와의 연계’, ‘글로벌 정책지식 생태계와의 협력’과 관련해서도 아직은 부분적이나 제한적인 수준의 진전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정책지식 생태계의 활성화 방향에 대한 제언 부탁드린다.

이광재

급속히 변화하는 세계질서 속 핵심 요소로 여러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디지털 경쟁과 기후 위기, 미·중 패권 전쟁과 저출산·고령화 문제 등이다. 그다음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 ‘수명 100세 시대 인간의 등장’인데, 수명 100세 시대의 인간은 사회복지 시스템의 틀 자체를 완전히 깨버렸다. 인류가 70세, 80세에 사망한다는 가정으로 만들어진 시스템에 100살까지 사는 인류가 등장한 것이다. 25살부터 일을 한다고 가정하면 정년퇴직까지 35년 동안 출산과 양육·생계를 유지하며 모은 돈으로 나머지 40년을 지탱하기는 매우 어렵다. 게다가 국가 잠재성장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있고, 계층 이동성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물가가 오르는 상황 속에 취업 문제까지 겹쳐 젊은이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연구기관은 저출산, 노동 생산성과 잠재 성장률 등 복합 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민간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암기하는 대한민국이 아닌 질문하는 대한민국이 되기 위해 ‘프리즘식’ 운영을 해야 한다. 10가지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전 기관들이 모여 경진대회를 열거나, 전 세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경진대회를 열어 연구 아이디어를 모으는 방법도 있다. 최고의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국가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가 더 좋은 솔루션을 내는지 싱크탱크들끼리 경쟁을 한다면 국가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빨아들이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공직자가 봤을 때도 감탄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다. 정책적 효과를 고려한 새로운 정책을 만들어야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표지 갈이’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다.
원대한 꿈을 가져야 국가를 통합하는 힘이 생긴다. 우리나라도 문명을 창조하는 세계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 동서양을 융합한 22세기 문명의 주인공이 된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버트런드 러셀은 100년 전, 동양과 서양을 결합하는 자가 세계 문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으로 동양과 서양의 중간에 위치한 대한민국은 기독교와 천주교, 유교, 불교가 모인 나라다. ‘오징어게임’, ‘BTS’를 보면 동양과 서양을 결합하는 에너지를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2세기는 동양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인구가 4억 명이고, 유럽이 6억 6천 명인데 동양의 인구는 40억 명이 넘는다. 미국 실리콘 밸리를 보면 인도, 중국, 한국 사람을 빼면 실리콘 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힘의 중심이 동양으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 몇 십 년은 지식의 80%를 가진 미국이 여전히 초강자의 자리에 위치할 것이다. 새로운 22세기 문명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지식을 모아야 한다. EBS에서 ‘위대한 수업’을 제작할 때 예산을 두고 국회에서 반대가 많았다. 그런데 요새 기재부에 가면 제일 잘한 사업으로 ‘위대한 수업’을 꼽는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무제한 지식을 공급해주는 이 시스템에 150억 원을 들이고 있다. 세계 석학들로 이루어진 온라인 학교와 네트워킹을 구축했는데, 이 150억 원이 많다고 할 수 있을까? 은행은 세계 금융 문제에 관한 전문가 석학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돈을 후원하고, 기업은 재생에너지를 위한 교육과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지식의 최전선을 빨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우리 언론사에서 진행하는 세계지식포럼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연구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조 원을 들여 전 세계 최전선에 있는 지식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온라인상에 모아놓는다면, 전 세계가 이 정보를 우리나라에서 얻어갈 것이다. 이것이 플랫폼 국가가 되는 길이다.

홍일표

오늘 사무총장님의 제언을 통해 데이터 통합 시스템의 필요성과 이를 위한 국회와 국책연구기관이 나가야 할 길을 살펴볼 수 있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국책연구기관이 국가의 싱크탱크로서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귀중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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