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1   상생과 공동번영, 아세안 싱크탱크의 도약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위상을 세계로

유영민경제·인문사회연구회  국제협력부장 2022 가을호

2021년 10월, 미국과 무역 경쟁을 벌이던 중국은 미국 편에 선 호주로부터의 석탄 수입을 중단해 버린다. 이후 석탄 부족과 전력난으로 인하여 요소를 포함한 화학 비료 수출 제한 조치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100% 수입에 의존하던 우리나라의 요소에 대한 공급망이 붕괴되었다. 대한민국의 화물차로 운송되는 유통·물류 대란은 물론 경유차들은 길 위에 멈추게 되었으며 더 나이가 구급차, 소방차 등도 멈추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져만 갔다. 정부 간의 협상으로 공급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차이나의 투자처 대안으로 아세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세안 지역의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에게는 현지 진출과 관련한 많은 고민이 요구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정책지원 종합연구 플랫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하 ‘연구회’)의 소관 연구기관들은 일찍부터 ODA 사업을 시작하였다. 특히 ODA사업의 대표주자인 지식공유사업(KSP) 등을 포함, 수원국과 교류하여 ODA 사업을 직접 수행하거나 개별부처로부터 수탁을 받아 간접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2019년, 연구회는 연구기관에서 직접 수행하던 기존의 방식을 넘어 국제개발협력 사업 추진을 위한 ‘종합 연구플랫폼’을 구축하였다. 연구회의 ‘종합 연구플랫폼은 26개 소관 연구기관이 참여하는 협동연구 체계를 활용하여 원스톱 정책지원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정책지원 개발협력사업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다. ‘종합 연구플랫폼’을 활용한 대표적 사업으로는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과 ‘한국-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이 있다.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사업은 산업연구원을 주관으로 8개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추진하고 있으며, ‘한-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사업은 한국법제연구원을 주관으로 5개 연구기관과 협업하여 진행될 예정이다.

‘한-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과 ‘한-캄보디아 국가정책연구 역량강화’

2018년 9월, 대한민국-인도네시아 양국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연구회는 인니 산업부와 ‘한국-인도네시아 산업혁신 연구협력’ MOU를 체결하였다. 이를 계기로 연구회는 “Making Indonesia 4.0” 기조로 인도네시아 제조업 산업의 육성을 위한 정책 실행방안을 만들어 주는 5년 계획의 국제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농림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컨설팅해주는 것으로 “자동차, 전자, 화학, 식음료, 섬유”의 5대 전략사업을 중심으로 정책 로드맵을 수립하고 대한민국과 인도네시아와의 협력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주요 골자이다.
2019년 9월 캄보디아와 대한민국 정상회담 이후 연구회와 캄보디아 왕립학술원은 공동 세미나 등을 통한 학술기관 간 협력사항을 규정한 ‘한국-캄보디아 학술 협력 MOU’를 체결하였다. 2022년부터 5개년 간 대한민국 발전경험과 정부출연연의 전문성을 캄보디아 왕립학술원과 공유하고 정책연구역량을 강화해주는 개발협력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이는 고등 인적자원의 상당한 손실을 초래한 킬링필드라는 역사적 아픔을 극복하고 캄보디아의 자생적인 정책연구 생태계를 구축하여 싱크탱크에서 수립한 정책이 정부정책에 반영되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캄보디아 내 연구기관 간 협업을 통해 융·복합적 이슈에 대응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 제안, 대한민국 출연연과 공동연구 추진, 선진 연구방법 전수 등을 통한 역량강화를 계획하고 있다.

전 세계로 대한민국의 위상 드높이다

대한민국과 경쟁하는 주변국들은 이미 아시아 신흥시장(아세안, 인도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06년부터 경제산업성(METI) 주도로 ERIA를 조직, 100억엔 이상을 투자하여 아세안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지원, 아세안 내에서의 정책을 선점하고 있다. ERIA에서 수행하는 연구는 아세안의 경제 통합과 경제발전, 격차완화, 지속가능 발전 등을 다루는데, 주요 결론이 일본에 유리한 방향으로 도출하고 있어 실제 우리 기업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세안과 정책협력을 위한 대한민국 출연연구기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해외투자는 ‘현지화’라는 이름 하에 현지 국가의 제도와 규제를 따르는 동안 이에 부딪혀 불안한 투자환경 속에 있었다. 이러한 난관을 대한민국 기업과 정부를 중심으로 해당국의 정책을 조정하여 안정적인 해외 진출을 도와야 할 것이다.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 실천”이라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지원을 위한 방향이기도 하다.

정책연구 모델로 선점한 전기 자동차 시장

인도네시아의 전기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는 현대자동차이다. 어떻게 일본 중심의 자동차 시장구조에서 가능했던 것일까? 인도네시아는 앞서 언급한 대로 농림업 중심에서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 전략을 바꾸고 싶었고, 제조산업의 후방효과가 높은 자동차 분야로의 진출을 희망했다. 이에 새로운 산업전략이 필요했던 한국과 일본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본이 하이브리드 자동차로의 전환을 제시했을 때, 대한민국은 인도네시아 정책연구를 통해 전기차 글로벌 가치사슬 (GVC; Global Value Chain)의 효과를 설명했다. 니켈, 망간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매장량 1위라는 조건과 인도네시아 내에서 포스코와 함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는 강점을 내세워 자동차 부품소재 산업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용 강판 등 다양한 산업에 후방효과가 가능하고 이것을 시작으로 제조업으로 전환이 가능함을 정책연구를 통해 전달하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GVC 산업전략 채택으로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생산공장을 유치, 자국 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 주도의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인 전기차 분야를 선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정책연구 모델을 인도네시아를 넘어 아세안 국가,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인도-태평양 등 다른 신흥시장으로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을 넘어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대한민국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목표를 함께해야 할 것이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