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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설계하는 교육연구자들

최상덕, 김나영한국교육개발원 평생·융합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지표연구실 부연구위원 2022 가을호

현장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육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선·후배 교육연구자들. 교육현장의 현안 해결은 물론 교육정책의 거시적 방향 제시에 여념이 없는 한국교육개발원의 최상덕 선임연구위원과 김나영 부연구위원이 만나 정책연구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상덕

저는 교육정책을 전공했고 그중에서도 평생학습 정책을 집중적으로 연구해왔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들어온 이후 고등교육부터 평생교육, 미래교육, 자유학기제까지 다루면서 교육 영역에서는 폭넓게 경험한 편입니다. 미래 핵심 역량이나 학습 생태계 구축 분야에 관심이 큽니다.

김나영

저는 처음부터 교육 연구자의 길을 걸었던 건 아니에요. 중·고등학교 교사로 10년 이상 근무하다가 연구자의 길로 방향을 전환하게 됐죠. 교사로서 근무하면서 교육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한계를 느끼던 중 공부를 좀 더 해서 교육 정책을 연구하고 바꿀 수 있는 자리에 가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유학을 떠났고 그렇게 연구자의 길로 전환하게 됐습니다.

시대 흐름을 읽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자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에 와서 좋았던 건 연구와 사업을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처음 연구원에 와서는 기초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평생학습도시를 확산하는 데 역할을 했었습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핵심 역량교육 및 학습 생태계 구축’이라는 협동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별로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던 주제였어요. 이후에 학교 현장에서 자유학기제 시행을 위한 모델을 제시하고 그것이 잘 정착되도록 하는 데 토대가 된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자유학기제 사업의 경우 박근혜 정부 때 학교 현장에서 실제 자유학기제가 시행되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자유학년제로 확대되는 데 기여했던 부분이라 기억에 남네요.

김나영

최 박사님처럼 많은 연구 주제를 다루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어요. 교육 난제 극복을 위한 해답을 제시하는 연구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좀 더 나은 삶, 함께하는 삶을 위해 교육이 해야 할 역할과 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길을 제시하는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최 박사님과 함께 수행한 ‘해방 100년, 혁신적 포용국가 실현을 위한 대한민국 교육체제의 대전환 방안’ 연구, 한국교육개발원 창립 50주년을 맞아 연구원 내 박사님들과 함께 수행한 ‘KEDI가 제안하는 ‘더 나은 삶으로의 교육” 연구가 그런 부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전환기의 시대정신, 좀 더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연구, 미래 교육의 정책 방향과 어젠다를 제시하는 연구에 공동 연구진으로 참여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최상덕

정책연구자는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을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 가능한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책 결정자와 현장의 이해 관계자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교육개발원 입사 전, 학교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면서 현실의 변화와 교육정책의 역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정책과 현실의 변화를 어떻게 잘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점이 연구자로서 목표 과제라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론적 측면만이 아니라 현장의 요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그 방면의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려 노력하고 있죠.

“정책연구자는 시대적인 변화의 흐름을 읽고 능동적으로 대응 가능한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책 결정자와 현장의 이해 관계자가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최상덕 한국교육개발원 평생·융합교육연구실 선임연구위원

김나영

정책연구자란 우리 사회 공동체가 좀 더 행복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내외 메가 트렌드와 주요 이슈를 분석하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패러다임, 정책 수요자들의 요구사항 등을 파악해 구체적인 비전과 전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학교 현장에 있을 땐 미시적인 측면의 경험은 많이 할 수 있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역량은 좀 부족했던 것 같아요. 현재 연구자의 길을 걸으면서 그런 부분을 채우려 하고 있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과 현장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상덕

정책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학문 연구에 비해 피드백이 빠르다는 점이에요. 연구 성과가 정책에 반영되거나 현장의 사람들에게 실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반응을 살펴보면서 자신의 연구를 발전시키고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정책연구자와 정책 결정자, 현장의 이해당사자가 서로 파트너 관계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각자의 목적도 있겠지만 어쨌든 하나의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협력해야 하는 만큼 대등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해요. 정부부처의 사업을 받아서 하다 보면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데 서로 대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김나영

저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를 하면서 연구 결과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험을 하고 있는데요.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실감하곤 하는데 한편으로 외부에서는 저희를 정부 출연기관 직원으로 보는 시선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가족들도 제가 교육부 소속 기관에서 일하는 줄 알거든요. 저희가 수행하는 사업과제들이 대부분 교육부 수탁사업이기 때문에 교육부가 사업의 주체가 되고 한국교육개발원이 그저 따라가는 구조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퍼스트 무버’ 향한 연구 방법론은 시대적 흐름

최상덕

최근 정책연구의 흐름을 보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변화 간의 연결점에 주목한다든지 간학문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관점에서 정책을 개발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간학문적 연구 방식이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 특히 교육 분야에서 그러한 움직임은 더딘 편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사회 양극화와 교육 불평등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교육과 노동시장의 관계를 간학문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죠.

김나영

말씀하신 대로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전환기에 새로운 교육철학,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 있는 선도적인 연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기 위한 연구 방법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또한 앞으로 교육정책의 탈중앙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학제 간, 기관 간 연계 협력은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융복합 연구나 빅 데이터, 하드 데이터, 마이크로 데이터 등 다양한 종류의 데이터를 연계하고 활용하는 연구들이 좀 더 많이 수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최상덕

연구기관 간의 협동연구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긴 합니다만 여전히 소극적인 면은 있습니다. 아무래도 각 기관에서 수행하는 업무나 연구과제가 많기 때문이죠. 또 현재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기획해 수탁과제 형태로 시행되는 연구 사업은 많아졌는데 이전처럼 개별 연구기관에서 기획하고 다른 연구기관들을 참여시켜 장기적으로 수행하는 방식의 사업은 적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면 좋겠고 협동연구를 수행할 때 각 기관이 갖는 업무 부담을 덜어내면서 연구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는 연구 지원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나영

말씀하신 것처럼 협동연구 외에 기관 간 공동연구가 자유롭게 이뤄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여전히 경직된 거버넌스 구조가 있고 형식적인 절차나 제약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와 관련한 구조적인 문제는 앞으로 개선이 됐으면 좋겠고 연구 협력이나 교류 부분에서도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교육 난제 극복을 위한 해답을 제시하는 연구도 물론 의미가 있겠지만 좀 더 나은 삶, 함께하는 삶을 위해 교육이 해야 할 역할과 교육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길을 제시하는 연구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나영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조사·지표연구실 부연구위원

연구자의 소임 다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

최상덕

좋은 연구를 하려면 연구를 수행할 때 주인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연구를 이끌고 나갈 수 있어야 하죠. 이와 더불어 시대적 흐름을 읽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으려면 국제적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국제 교육 전문가들 간의 네트워크 모임에 10여 년간 참여하며 국제 동향이나 각국의 사례 등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또 교육정책은 교육계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동연구 등을 통해 교류해왔습니다. 현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과 자주 의견을 나누려고 노력하기도 했고요.

김나영

정책은 결국 사회 현상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평소 뉴스나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예전엔 연구자라 하면 책상에 앉아 페이퍼를 읽고 쓰는 직업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연구자가 되고 보니 여러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그런 기회가 많이 주어지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배운 점도 많았고요. 또 제가 데이터를 다루는 양적 연구자이다 보니 새로운 연구 방법론이 등장하면 이를 공부하고 적용해보려는 노력을 통해 전문 역량을 키우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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