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2   2022년의 연구회 체제 : 현황과 과제

시대적 사명을 반영한 법제도적 기반 강화

이준호한국법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 가을호

“「정책연구기본법」제정 필요”

1999년 1월 29일 제정·시행된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하, 정부출연기관법)」은 20여 년 이상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적 기반을 제공해왔다. 개별 부처에 예속되어 개별법률을 설립 근거로 운영되었던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정부출연기관법의 제정·시행으로 감독기관이 국무총리로 일원화되었으며, 연구회의 설립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연구회 체제가 시작되었다. 이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독립성·자율성이 강조됨과 동시에 연구성과 및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과 평가가 강화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연구기관이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환경과 여건을 조성하여 국가정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과 토대의 마련을 목적으로 하였다.
법률 시행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정부출연기관법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게 요구되는 시대적 사명과 요청에 부합될 수 있는 법률인지에 관하여 많은 논의와 담론이 형성되어 있다. 지금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정책환경의 급격한 변화 및 미래 사회의 불가측성 등에 따라 과거보다 큰 기능과 기대를 요구받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정부출연연구기관 거버넌스의 근간인 연구회 체제의 발전적 변화가 필요하다.

법제도적 근거 강화해야

국가의 지속가능한 싱크탱크 역할의 수행이 가능하도록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육성’에 관한 법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현행 정부출연기관법은 법의 명칭에 ‘설립’과 ‘운영’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육성’을 위한 법제도적 근거는 명확하게 확인하기가 어렵다. 기본적인 재정적·예산적 지원 이외에 전문분야별 유연한 연구조직의 구축, 기관별 인력 교류 활성화, 연구기관에 대한 평가 및 보상시스템의 개선 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현재에 있어서 이러한 지원시책은 개별 연구기관에 따라 임의적 또는 산발적으로 시행됨으로써 제도의 지속가능성과 효과의 영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 근거를 두고 시행하는 제도와 그렇지 않은 제도는 제도 운영의 예측가능성과 예산확보의 용이성 측면에서 충분한 차이가 발생하므로, 연구회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다양한 육성시책의 법제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예측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계획의 수립이 가능하도록 정부 및 연구회 차원에서 국책연구기관 지원·육성, 진흥을 위한 법정계획의 수립과 추진이 가능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를 법정화하여야 한다. 이러한 법정계획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뿐만 아니라, 미래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사전에 충족시킴으로써 미래의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연구성과를 즉시전력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일반적으로 진흥이나 육성을 위한 법률에서 법정계획의 수립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이는 해당 법률의 목적 달성을 위한 방안과 시책을 체계화하는 기능이 있다. 반면에 정부출연기관법에서 계획수립과 추진을 법정화한다면 이는 일반적인 법정계획보다는 유연성을 보장하되 장기적인 방향성과 포괄적인 가치를 지향할 수 있도록 수립·추진됨으로써 미래수요와 대안 마련을 사전에 확보하는 법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종합계획의 수립에 관한 법정계획의 근거를 규정하고 있어 정부출연기관법에서도 중요한 참고와 시사점이 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공기관운영법)」의 적용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공공기관운영법의 특징은 공공기관지정에 의하여 법의 적용대상 범위를 설정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요건만 충족하면 지정에 의하여 공공기관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는 법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반면 법률 자체에서 공공기관의 지정에서 제외되는 기관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방송공사와 한국교육방송공사이다. 이러한 언론의 중립성 보장과 마찬가지로 연구의 자율성과 중립성 또한 중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입법 현실과 법적용 상황은 정부출연기관법의 입법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상황으로서 심각하게 검토되어야 할 사안이다.

융복합 연구를 위한 「정책연구기본법」 제정돼야

연구수행의 원활화를 위한 법적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 연구환경의 개선에 관하여 연구기관의 소속 연구자 및 임직원에 대한 처우 등을 개선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서 최적의 연구환경을 마련한다는 것은 연구 자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의 장애와 걸림돌이 없으며, 효율적인 연구추진이 가능하도록 연구수행을 위한 시스템과 지원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특정연구기관 육성법」에서는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연구기관과 연구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정부와 연구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으로 정책 중심적인 연구 활동이 보장되어 있다. 「국회미래연구원법」에서는 국가기관에 대한 자료요청의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보다 용이한 정책정보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례는 궁극적으로 연구수행의 원활화를 위한 제도의 법제화 필요성을 나타낸다.
연구기관 간 경직화된 네트워크를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협력관계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이외에 과학기술정부출연연구기관, 특정연구기관, 지방자치단체출연연구기관, 개별법률에 설립 근거를 두고 있는 연구기관 등 대부분의 연구기관은 개별적인 법적 근거에 따라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기관의 법정화는 해당 법률에서 정하는 목적의 테두리 안에서 연구 활동과 기관 운영이 이루어짐에 따라 필연적으로 연구기관 간 개별화와 고립화의 문제가 발생된다. 개별적이지만 유사한 연구기관이 중복적 연구를 수행하거나 공동·협력·융복합연구가 필요한 부문에서 관련 연구기관이 개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등 비효율적 연구수행과 재원·인력의 낭비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하여 다양한 연구기관의 협력과 네트워크를 법제도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정책연구에 관한 기본법 제정을 고려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출연기관법에서 연구기관 간 효율적 네트워크 운영을 위하여 국무총리 산하 조직으로 정책연구의 협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컨트롤타워에 관한 조직의 설립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정책’의 완결성과 효과성을 지향하되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곳에서 오로지 국민의 권익과 편익만을 위한 연구성과를 창출함으로써, 학문과 현실을 이롭게 연계하는 역할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궁극적인 목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 이러한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최소한의 법제도적 기반 제공과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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