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새 정부에 바란다 - 정부혁신

위기에 강한 정부 조직

임성근한국행정연구원  미래행정혁신연구실장 2022 봄호

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 시대를 거쳐 경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인구 위기뿐만 아니라 양극화, 사회갈등, 노동 위기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불안정한 사회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위기 요소는 국가적 대응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 지금까지 국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먼저 국가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그리고 새로운 국가의 역할 재정립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 운영 전략도 필요하다.

스캐닝과 문제해결형 조직 신설

난제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 전망, 미래 예측, 미래 위험 관리 같은 선찰과 정책이 전략적으로 연계되고 상호작용하는 교차기능(cross-functional)의 협업 조직구조가 필요하다. 위험이나 문제 발생 이전에 미래 예측과 분석을 하기 위한 스캐닝(scanning) 조직을 마련해 미래 시나리오 설정과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정책 결정과 입안에 반영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문제 발생 후 대응이라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미래에 발생 가능한 문제를 탐색하고 발견해 사전에 미리 대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각 부처별 칸막이 중심의 데이터 및 시스템을 허물고 데이터의 통합 및 시스템 간의 연계성을 지향해 다수 부처가 협업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긴급한 대응이 필요한 범부처 단위 난제 해결을 위해 국무조정실 조직의 일부를 재구조화해 분야별로 다부처 협업 체계를 구성하고 직접 문제를 조정·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에 범부처 단위의 문제를 선정한 뒤, 다부처 협업체계를 구성해 직접 문제해결을 수행하는 조직의 신설을 고려할 수 있다. 이 조직에 매년 사업 예산을 배정할 때 사업명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배정하되 당해 연도 1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사업명을 확정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팀을 구조화해 운영하는데 사업은 난이도를 고려해 사업 기간과 예산 및 규모를 확정한다. 문제해결을 위한 총기한은 1년을 넘지 않도록 하고 단순 문제해결은 3개월, 보통에 해당하는 문제해결은 6개월 등 난이도에 따른 기한의 차별화 등을 고려해 운영한다.

핵심 행정부 기능 강화

우리나라 정부 조직에서 핵심 행정부(core executive) 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대통령비서실,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기획, 예산), 행정안전부(조직), 인사혁신처(인사), 문화체육관광부(국민 소통)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이처럼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방식은 국정운영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하므로 해당 기능을 국무총리 소속의 장관급 기관으로 재구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즉 기획재정부의 기획 및 예산 기능, 행정안전부의 정부 조직 관리 기능, 인사혁신처의 인사관리 기능 등을 기획예산처 및 행정혁신처 형태로 신설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는 것이다.

책임총리제와 책임장관제 구현

정부부처의 재구성을 통해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핵심 행정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민주화 이후 권위주의 체제를 특징으로 하는 발전국가가 형해화되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라 불리는 대통령 주도형 국정운영의 문제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청와대 정부’라고 상징되는 것의 문제는 대통령비서실 내 정책실이 내각의 부처와 일대일로 매칭되어 부처를 통제하거나 부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내각이라는 공식적인 집행부 체제를 무력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 의제와 주요 현안에 한정해 대통령비서실을 통해 관리하고, 나머지 사안은 국무총리가 일상적으로 조정 및 관리해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부처의 정책집행에 대해 장관의 책임성을 명확히 하는 책임장관제를 지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관련 분야 현안에 대해 장관이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관행을 확립해야 하며, 대통령비서실 참모가 나서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장관제를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해 온 장관의 인사권을 복원시킬 필요가 있다. 장관이 부처를 장악하고 통솔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실·국장급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장관을 보좌하는 ‘장관실’ 운영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 조직은 장관을 정책적으로 보좌하는 기능이 약한 편이다. 1급에 해당하는 실장급을 장관실장으로 보하고 다수의 직급이 높은 보좌관들로 장관실을 구성하되, 내부 업무의 조율, 타 부서와의 협업 업무 전담 등의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

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공무원 업무와 대국민 서비스를 연계하고 통합해 공공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공데이터 선도국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서비스 창출을 위한 데이터 활용은 높지 않은 수준이다. 데이터 활용 확대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서비스 창출을 위해 공공데이터 품질 향상, 공공·민간 데이터 간 연계·통합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행정·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의 조기 완료, 내부 업무 수행 및 외부 서비스 제공 방식의 클라우드에 적합한 형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울러 각 기관에 분산·중복된 디지털 전환 관련 역할 및 기능을 통합화·일원화하는 전담 조직을 비롯한 디지털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 관련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정부 업무 관련 데이터가 종이문서, 표준화되지 않은 전산 데이터 등의 형태로 보관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정부 업무의 데이터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모든 정부의 업무 디지털 아카이브화를 구현해야 한다.
협업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협업은 아직까지 업무 및 참여자 대상·범위 측면에서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상황인데, 각기 다른 소속의 구성원들이 각자 실시하고 있는 업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운영해 협업 관련 업무와 참여자 대상·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고도화된 데이터·인공지능 기술 기반을 바탕으로, 내부적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연결해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외부적으로는 국민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위기와 난제 해결에 대한 국가 역량 강화가 대통령 권한 강화로 이어지지 않도록각별히 유의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모든 일이 관행과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지난한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5월에 출범하는 새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선언한 것처럼 국정운영 방식을 대전환해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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