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역의 미래, 미래의 지역 - 특별좌담

지역 발전 동력은 지역정책연구 생태계로부터

  2022 여름호
일시, 장소, 사회자, 패널
일시 장소 사회자 패널
2022. 6. 24.(금) 16:00~19:00 강남포럼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김일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오창균 전 대구경북연구원장
송창석 거버넌스센터 교육원장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개정은 새로운 지방자치 시대를 열어줄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은 주민 주권이 실현되는 진정한 자치분권을 실현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한편에선 지방자치의 실질적 효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가하면, 최근에는 지역 간 불균형 심화, 인구 감소 등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가 우리 사회에서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책지식을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구성하는 지식이라고 본다면,정책지식의 수요자인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등과 정책지식의 공급자인 공공연구기관,대학, 민간연구소 등은 정책지식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라고 설명될 수 있다. 지금 지역의 정책지식 생태계는 시급하고 절박한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견인하는 데 필요한 정책지식이 활발하게 생산·교류·수용되는 건강한 상호작용의 사슬을 유지하고 있을까. 지역의 정책지식 생산능력을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 지역의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와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한 정책적 대응방안을 모색하고자 특별좌담을 마련했다.

왼쪽부터 임주환, 송미령, 김일재, 송창석, 오창균

정책지식 생태계, 지역 현안의 국가정책화에 기여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이하 임주환)

최근 지방자치단체 출연연구원(이하 지방연구원)을 비롯한 지역 정책지식 생태계에서 주도적으로 제기한 정책 이슈들이 적지 않다. 지역 정책지식 생태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정책 이슈 중 중요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이슈를 꼽아주시고, 그러한 정책 이슈의 제기가 가진 의미와 중요성을 평가해달라.

김일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이하 김일재)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분권과 관련해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주요 이슈는 메가시티로 불리는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문제, 시군구 특례 적용방향의 문제, 고향사랑 기부금제 시행준비 문제, 지방 소멸에 대한 대응 문제 등이 있다. 이런 이슈들은 균형발전, 지방분권과 관련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민 삶의 질 향상과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지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관련되므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길게 봐서는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매우 의미가 깊다고 본다.

오창균 전 대구경북연구원장(이하 오창균)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말씀드리자면 2000년대 초반부터 광역 단위 통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대구·경북의 경우 당시 대내외적으로 처한 상황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국가 발전의 축이 서해안 쪽으로 넘어가고 미국, 일본 일변도에서 중국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동남권에 위치한 대구·경북으로선 입지적으로 불리한 여건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의 통합을 시도해보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대구경북연구원이 이를 정책 이슈로 다뤘다. 하지만 행정 통합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의견 수렴 과정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어 단기적으로는 어렵다고 봤다. 이후 대안으로 들고 나온 것이 경제 통합이었다. 관련 논의가 발전되고 이슈화되는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중앙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기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5+2광역경제권’ 전략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 단위에서 중앙 단위로 확장될 수 있는 정책 이슈를 던지고 영향력을 넓히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송미령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하 송미령)

한국 사회가 당면한 3대 이슈를 꼽자면 인구 감소 문제, 기후변화 문제, 저성장 문제다. 인구 감소 문제는 수도권 외 지역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방 소멸대응기금 문제가 논의되면서 정책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저성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역이 봉착한 경제적 측면의 어려움을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초광역 협력 이슈가 대두됐고 메가시티론까지 이어지는 흐름이 있었다. 이러한 정책 이슈들이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 대응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관련해 오창균 원장님도 말씀해주셨듯이 지역 단위에서 이런 이슈들이 먼저 올라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듀얼 라이프와 관련된 논의도 대구·경북에서 먼저 시작됐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지역에 밀착돼 있다 보니 정책 이슈에 대한 논의도 지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송창석 거버넌스센터 교육원장(이하 송창석)

앞서 말씀해주신 저출생, 지역 불균형, 기후변화 등의 의제와 관련한 의견에는 저도 동의한다. 다만 권역별로 새로이 정책을 추진한다고 할 때 정책 추진과정에 대한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자치단체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의욕적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하려 하면 관련 부처의 여러 규제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한계를 해소하지 않으면 지역 단위의 정책 추진은 구호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지방 분권 등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연구 역량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다. 갈수록 지방의 인구는 줄어드는데 공무원은 점점 늘고 있고 대도시권과 비교해 재정 지출 규모의 편차도 매우 크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해 관련 논의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지만 지금이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질적 실행 담보하는 연구체계·역량 뒷받침돼야

임주환

임주환

자치분권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균형발전의 방향성도 분권화라는 전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균형발전과 지역 정책지식 생태계가 어떻게 관련될 수 있는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송창석

송창석

자치단체 입장에서는 정책적인 부분에서 너무 많은 분야의 내용을 다뤄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자치단체가 분야별 전문 인력을 보유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관계 부처나 내용을 다루는 부처별 정책연구기관과 협업하는 구조를 갖춰야 하지만 그런 부분이 활성화돼 있지 않고,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문위원 한두 분이 참석해 코멘트하는 정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심도있는 실행력을 갖추려면정책지식 생태계 내에서 의제별 혹은 연구주제별로 고민을 나누고 정책 대안을 찾아가는 실질적인 연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저도 기초자치단체 연구원의 일원으로 과제 평가를 하다 보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결론으로 흐르는 경우를 많이 봤다. 대부분 중앙부처의 시행령, 시행규칙 등에 막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에 변죽만 울리는 수준의 결론을 맺고 만다. 그런 부분까지 종합해서 법안이나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의 개정에 이르는 구체적인 일정을 종합하고 실행해가는 메커니즘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를 위한 연구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송미령

우리가 균형발전을 말할 때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역마다 현안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균형발전을 지향한다 하더라도 지역 현안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접근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면 인구가 적어서 문제인 지역이 있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서 문제인 곳이 있다. 어느 지역은 특정 산업으로, 또 어느 지역은 농업으로 지역경제가 구성되기도 한다. 이처럼 지역마다 문제의 양상이 다 다른데도 지역의 정책지식 생태계의 구성이나 제기하는 이슈를 보면 그러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정책지식 생태계가 지역에 뿌리를 두고 이슈를 생산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보다는 같은 방향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제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하고 균형발전도 더뎌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일재

송미령 박사님이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다. 균형발전이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발전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다는 데 공감한다. 균형발전이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연계되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연계되는 매우 중요한 이슈라는 측면에서 볼 때 결국 주민들이 균형발전 추진의 주체가 돼야 한다. 지역 맞춤형 발전을 위해서는 해당 주민과 지자체가 주체가 돼 지역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중앙정부가 이를 뒷받침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지자체 간에 정책 실행을 위한 추진체계나 역량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경우 중앙정부가 나서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주고 필요한 사항은 맞춤형으로 지원해줄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오창균

오창균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논할 때 자치단체 균형발전이 우선순위에 놓일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느 정권이든 초기에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약속을 하지만, 5년 단임제 하에서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려면 균형발전보다는 모든 조건이 잘 갖춰진 서울을 중심으로 투자해 빨리 성과를 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리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균형발전이나 자치분권의 경우 초기에는 우선순위에 놓이더라도 갈수록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런 패턴은 결국 정책지식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책지식 생태계의 활성화·다원화를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그러한 정책들이 지금보다는 우선순위에 놓여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중간지원 조직 양성·활성화를 통한 시너지 기대

임주환

행정에서 요구되는 정책 생산이 고도화·전문화되면서 순환 보직 등의 영향으로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조직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지역의 정책지식 생산자들의 공급을 늘리고 정책지식 생산능력을 제고할 방안이 있다면 들려 달라.

김일재

김일재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이 정책지식의 연속성 내지는 고도화 측면에서 한계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역사회에는 분야별로 연구기관이나 대학, 민간 단체 등이 있다. 그런 곳에는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심화 연구를 해온 전문가들이 많다. 이처럼 다양한 정책지식 생산자들과 행정기관 간의 정책협의회를 운영하여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협의회를 꾸준히 운영해 공무원이 떠나더라도 지식은 축적되도록 하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관내 정책지식과 관련된 전문성 있는 기관이나 단체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무원의 잦은 순환보직으로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면 지역주민, 넓게는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 공무원이 떠나도 지식과 경험은 남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이를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관련해서 방역 담당 공무원들이 떠나더라도 지식과 경험을 일종의 플랫폼에 남겨 후임자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하고 방역체계를 잘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송창석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자치단체는 그러한 방안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학교조차 없는 자치단체도 많다. 다시 말해 전문 인력이 없는 지역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런 지역의 경우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 전문가를 충원하여 운영하였다.
그러나, 일부 단체의 경우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을 받으면서 전문가 충원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그 정도로 자치단체 행정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나라장터를 통해 용역을 추진하는 방식도 문제가 된다. 가격 경쟁으로 들어온 기관이나 업체가 용역을 추진하다 보니 데이터 축적이 안 된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자치단체를 제외하면 데이터를 축적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해 기본적인 아카이빙도 안 되는 구조다. 인적·조직적·재정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분권 등의 시스템이 전제되지 않으면 행정 추진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오창균

공무원 순환보직에 따른 부작용과 또 다른 측면에서 행정과 관련해 정책 생산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했으면 한다. 중앙정부의 경우 정책연구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프로세스에 익숙한 면은 있지만 중앙집중적 체제에 따라 중앙정부가 그런 역할을 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지방정부는 정책과 사업을 구분하지 않고 사업이 곧 정책인 듯 접근하는 경향이 상당히 강하다. 연구란 정책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갈 때 효용성을 갖는데 지역 연구원을 보면 정책은 없고 사업 발굴에만 매몰돼 있다. 지방 행정은 늘 그런 것을 요구한다. 정책에 대한 이해, 관련 기관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사업에서 정책으로 관점을 넓혀야 정책지식 생태계도 활성화되고 다양화될 수 있다.

송미령

송미령

지역의 인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최근 시도되고 있는 것이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몇 가지 직위에 대해서는 5년 이상 근무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육성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한 최근 중간지원 조직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연구원과 기능은 다르지만 현장에서 정책지식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중요한 인적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중간지원 조직을 양성하고 지역 및 민간 연구원과 결합하는 과정 등을 촉진하면 지역 정책지식 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양적으로도 풍성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는 시·군 단위뿐만 아니라 마을 단위에서도 가능하다고 본다. 귀농·귀촌 지식인이나 베이비부머 세대 지식인 등 인적 자원을 잘 활용하면 정책지식을 만드는 능력을 제고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연구원 간 협력·연대로 탄탄한 네트워크 구축해야

임주환

현재 지방연구원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양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와 함께 지역정책 생산능력을 고도화하려면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보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오창균

지자체와 일해본 경험에서 말씀드리자면 대구경북연구원은 설립된 지 30주년이 지났다. 이 기간이면 지자체와 상호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연구원으로선 자치단체의 행정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다수의 인력이 필요하다. 규모 면에서 늘 부족함을 느껴왔지만 최근에는 어느 정도 보완이 됐다. 이와 함께 질적인 측면도 맞물려가야 하는데 재정 운영이나 정책연구의 자율성 보장 면에서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 지역정책 생산능력을 고도화하려면 지역 내의 다양한 주체들과의 네트워크 강화는 물론, 국책연구원 등 관련 기관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일재

지방연구원은 지자체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의 현안 해결을 위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한편, 지자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미래 발전 과제에 대해 정책 제언을 하는 역할을 동시에 한다. 그러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나 예산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책지식의 생산자인 지방연구원을 과감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으로 지방연구원 간의 횡적 협력이 중요해지리라 생각하는데 기존 법령체계가 이를 잘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경우 상설 사무국이 있어 각 국책연구원 간의 상호 협력 부분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균형발전, 지방분권 시대에는 각 지방연구원 간에 횡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이를 지원해주는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테면 전국 시·도연구원협의회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상설 사무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송창석

기초자치단체 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본 바로는 시· 도 광역자치단체 연구원 간의 협의체가 있지만 그 안에 끼워주지 않는다. 또한 시·도 연구원끼리 MOU 체결 등의 교류는 있지만 이후 성과·관리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앞서 말씀하신 대로 종합 행정을 수행하는 지자체로선 여러 분야의 인력을 보유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전문성을 보유한 연구원과 협업 체계를 갖추면 된다. 기관 평가 항목에 이러한 요소를 포함하면 공무원 조직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외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관련해서도 이를 평가기준으로 제시하면 지역정책을 생산하는 기능이 좀 더 활성화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송미령

제가 몸담고 있는 연구원과 비교하면 시·도 연구원은 비교도 힘들 만큼 업무량이 많다. 지방연구원은 현재 질적인 연구, 창의적인 연구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지방연구원이 연구 역량을 향상시키기란 어려워 보인다. 현재로선 지자체장이 그러한 부분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편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송창석

사실 대부분의 기관이 예산의 한계를 지적하겠지만 그 이면에는 계약직 연구원들의 고용 불안정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국책연구원이나 지자체 연구원 마찬가지다. 또한 연구원들의 대외적인 활동 과정에 ‘청탁금지법’ 등 연구 파트에 적용하기 애매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공무 통제를 과하게 하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이는 연구자들의 창의성을 갉아먹고 정책지식 생태계의 활성화나 협업구조를 더욱 어렵게 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보다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업체계 갖춰야

임주환

현재의 정책 환경 아래에서는 국가 정책이 실제 지역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지방연구원의 피드백, 국책연구기관과 지방연구원의 협력·협업이 중요하다. 현재 국책연구기관과 지방연구원 간 협력 양상은 어떠하며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린다.

오창균

연구원 간에 여러 협력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다. 주로 MOU를 체결하거나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원포인트로 교류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국책연구원이 지방의 대형프로젝트를 수주했을 때 함께 이름을 올리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과연 이런 방식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남는다. 국책연구원은 지역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지방 정책을 수립한다. 이처럼 바람직하지 않은 구조를 바꾸려면 개별 기관 차원에서 협력하는 단계를 넘어 상위 단계의 협력을 도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지식 생태계 내의 각 주체들이 공동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협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송미령

국책연구원 입장에선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때 이를 지방으로 확산하려는 노력을 한다. 그 과정에 지방연구원을 참여시켜 함께 세미나도 하고 정책 평가를 위해 의견을 수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대단히 형식적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질적 수준도 떨어진다. 이러한 악순환에 대해 고민은 많지만 답을 찾기는 어렵다. 우선 조직 간 협업체계를 공고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연구자 간의 협업을 통해 서로 지속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려는 노력도 요구된다. 인위적으로라도 연구 과제를 만들고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연구자들은 연구를 하다 보면 좁은 시각에 갇히는 경우가 많은데 시야를 넓히기 위해서라도 그런 기회는 필요하다. 예를 들면 저희 연구원은 현장과의 교류 측면에서 이를 과제 평가요소에 반영하고 있는데 그런 점도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김일재

송미령 박사님이 말씀해주신 방안은 지역, 현장과 소통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좋은 제도인 것 같다. 이와 더불어 협업의 지속성 문제, 국책연구원과 지방연구원 협업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조금 전 오창균 원장님 말씀에 답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여, 지방연구원이 부처 정책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연구를 많이 하고 있는만큼 국책연구원과 지방연구원이 협업하여 정책 개발을 위한 확대연구를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최근 누리호의 사례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연구기관들의 협업으로 탄생된 우수한 기술들을 볼 수 있다.
탄소 복합 소재 기술의 경우 지역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연구·사업화를 추진하여 국가 정책으로 연계·확장된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지방 단위에서 추진되는 연구와 정책이 국가적으로 의미 있는 것이라면 국책연구원이 적극 협력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송창석

기초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국책연구원은 제도나 정부 소관업무와 관련된 정책 방향을 만들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오히려 쉽다. 반면 지방연구원은 공무원들이 바로 실행할수 있는 매뉴얼 수준으로 보고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훨씬 어렵다. 행정과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연구 인력은 행정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원시정연구원의 경우 연구 인력들이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시청 소관 업무와 관련된 직무에 파견을 보낸다. 사실 시·도연구원만 하더라도 각 기초단체의 면면을 다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국책연구원과 시도연구원이 기초 단위에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협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지식 생태계 내 각 주체의 역할 어우러져야

임주환

국책연구기관, 지방연구원, 대학, 시민사회 등 정책지식 생태계를 구성하는 주요 주체들 간에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게 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송미령

연구 주제를 발굴하는 단계에서부터 각 주체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절차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연구를 진행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단계도 마찬가지다. 사례를 들자면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저희 연구원에게 협동연구 과제를 제안해주셔서 ‘농산어촌 유토피아’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 과정에서 현장토론회를 분기별로 추진하고 있는데 해당 지역의 각계 전문가를 토론 주체로 참여시키고 있다. 현장과 관련된 모든 전문가를 다 모시고 4~5시간 집중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지역 언론에서 보도하다 보니 각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등과 연계되는 일이 일어났다. 연구로 시작했으나 지역사회에 변화를 불러오는 수준으로 협업이 일어나는 경험을 했다. 다소 실험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연구자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일재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현재 새로운 사업을 모색 중이다.기존에는각지자체에서의뢰해오는과제를수행하는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했지만 지금은 지방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맞춤형으로컨설팅해보자는것으로방향을바꿨다.저희 연구원이 보유한 다양한 이슈별로 전문성을 지자체에 알리고컨설팅신청을받을수있도록적극적으로상호작용을하는식이다.이를통해연구원의역량도강화하면서실질적인 정책 지원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국책연구원 도전문성을바탕으로지자체로하여금컨설팅을받을수있도록지원한다면의미있는결과가나오지않겠나생각한다

송창석

관내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공모 형식으로 연구 과제를 발굴하는 방식도 한 방법인 것 같다. 시민과 함께하는 연구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국회다.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입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방향을 터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나 시·도 의회에서 제도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연구원이 아무리 고민해봐야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런 자리에서 함께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한 정무적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오창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을 보면 국책연구원 수준에서 정책지식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이와 함께 시·도연구원과 교류를 넓혀가려는 노력도 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 정책지식 생태계의 개방성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생태계 내부 주체의 위상이 강화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대학이나 시민사회도 이 안에 들어와 더욱 긴밀하게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 결과의 정책화 위한 체계 구축 필요

임주환

지역의 정책지식 생태계 활성화 혹은 주요 지역 이슈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할지 말씀 부탁드린다.

송창석

연구원에서 근무하던 연구 인력이 대학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많이 보게 된다. 그만큼 공공정책 연구 계통이 창발성을 억압받는 구조로 돼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비정규직 연구 인력에 대한 배려, 처우 수준이 열악하다는 점도 문제다. 지역에서는 보조연구 인력을 구하기가 어렵다. 지리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처우 수준도 안 맞는다. 연구자들의 연구과제 수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하고 필요하다면 연구 인력을 충원해줄 필요도 있다.

오창균

정책지식 생태계를 풍성하고 역동적인 방향으로 끌고가기 위해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분권 문제만 놓고 보면 서울·인천·경기연구원은 비수도권 연구원들과 입장을 함께하지만 균형발전 이슈에서는 관점을 전혀 달리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고 본다. 서로 상대를 인정하고 타협점을 찾다보면 균형이 잡힐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칠 때 보다 균형감 있고 내용도 풍성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일재

정책지식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축적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무형의 자본이다. 이를 잘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봤다. 하나는 국가지식관리위원회가 추진하는 디지털 집현전 사업에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 관련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해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연구 결과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으로 국책연구원이나 지방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정책화하기 위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나 국무조정실장 주관 하에 관계부처와 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나 토론회를 갖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구 결과를 정책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

송미령

한국 사회가 당면한 국가적 현안이 있고 지역마다 당면한 특수한 문제도 있다. 이에 대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적절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기적인 현안에만 매몰돼 있으면 아무도 이 일을 하지 않는다. 지역의 오랜 데이터를 축적하는 일이 기본 업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협업과 연대하는 것이 살 길이다. 지금도 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좀 더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낮은 단계까지 섬세하게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노력과 성과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외부에 알리는 일이다. 테드 컨퍼런스처럼 국책연구기관, 지역연구기관을 한자리에 펼쳐놓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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