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지역의 미래, 미래의 지역 - 지역인프라

균형발전 전략으로서의 농산어촌 유토피아

송미령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2 여름호

한국 사회의 저출생·고령화 수준은 국가 전체의 발전 패러다임 재편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도시는 집중·혼잡이 문제이고, 농산어촌은 과소화·공동화로 인해 소멸까지 걱정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극단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대안은 없을까. 도시에는 사람이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구성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농산어촌의 합계출산율은 도시보다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사람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인구 이동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 상식적 대안이다. 마침 도시민의 농산어촌 정주 및 활동 수요도 상당히 높은 편이므로 농산어촌의 여건이 갖추어지고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도농상생의 다양한 실천모델

귀농·귀촌 인구가 매년 50만 명을 넘나들고, 다지역 거주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으며, 인구가 지속 감소하던 원격 농산어촌 마을에서조차 새로운 인구 유입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한 달 살기’, ‘2지역 거주’ 등이 주목을 받고, 사는 곳은 도시인데 농산어촌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는 청년들의 도전도 자주 이야기된다.
청년 이주·정착에 필요한 지원 사업을 통합 추진해 성과를 낸 의성군의 이웃사촌마을 조성, 전혀 다른 방식의 청년 이주· 정착 모델로서 목포시의 괜찮아마을, 유휴공간을 문화예술인의 창작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지역 내 빈집을 활용해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운영한 완주군 등 각지의 다양한 목표와 내용의 실천 사례가 등장하였다. 은퇴 공무원의 수요와 지역의 빈집을 연계하는 공무원연금공단의 기획은 이미 실천에 옮겨져 폭발적 인기를 끌었으며, 과거 1사1촌운동처럼 100만 서포터즈 육성을 시도하는 농협중앙회의 기획도 실천 단계로 진입 중이다.
개인, 지자체, 공기업 또는 민간단체 중심으로 도농상생의 다양한 실천모델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실천모델을 더욱 확산하기 위한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그림> 농산어촌과의 관계맺음을 통한 지속 가능한 도농상생의 실천

자료:송미령 외(2021)

농산어촌 거주 모델 다양화

100세 시대 진전에 따른 사회·경제 여건 변화를 고려하면 농산어촌이야말로 균형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균형발전정책의 구체적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농산어촌 활성화의 관점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수도권 대 비수도권 광역 단위 정책 접근만으로는 청년 및 베이비부머 세대의 인구 이동과 분산 거주 촉진에는 제한적이다. 과소화·공동화 위기에 처한 농산어촌에서 떠나는 인구를 붙잡고 동시에 새로운 인적 자원 유입 및 지역사회 활동 참여에 따른 기회가 제공되어야만 균형발전의 새로운 주체와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우선, 국민 모두에게 열린 다지역 거주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농산어촌에 다양한 유형의 주거공간 정비·조성이 필요하다. 예컨대, 영농 종사 희망자들에게 제공했던 ‘귀농인의 집’을 도시민의 유형별 욕구를 반영한 여러 형태의 농산어촌형 주택들로 공급해야 한다. 정주형 수요자 이외에도 일시 체류 및 관계인구를 위한 다양한 주거 모델을 지원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체류(stay)와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스케이케이션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므로 농촌 살아보기 체험 주택, 스마트워크 마을 등을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일종의 레지던스 전국 체인을 개발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나 공공 부문만이 아니라 민간기업, 농협, 마을 단위 주민 조합 등 다양한 주체들이 레지던스 체인 투자·운영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 다차(Dacha)나 독일의 클라인가르텐(Kleingarten)처럼 한국형 농산어촌 거주 모델을 촉발하고 브랜드로써 확산 효과를 기대해본다.
둘째, 농산어촌 생활권 단위로 복합적 서비스 거점공간을 조성해 새로운 활력 창출 플랫폼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6·5생활권 육성의 일환으로 설치한 기존 시설을 고도화하고, 신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 플랫폼이 서비스 이용 및 경제활동 거점 기능을 갖도록 5G 기반 구축 등 디지털 인프라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 프랑스 로홈므(Lormes)에서는 도축장을 개조한 농촌 디지털 허브(rural digital hub)를 조성하여 전자의료 센터, 시네마 센터, 미디어 테크, 학습공간, 유통·식품 가공시설을 설치하여 커뮤니티 활동 및 서비스를 지원한다.

농산어촌 참여의 다각적 기회 제공

셋째, 지역 일자리 연계 시스템 구축·운영이 필요하다. 농산어촌 이주 후 소득원 부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인구 과소화로 시장경제 영역의 생활서비스가 취약한 농산어촌 여건에 맞도록 사회적 경제 영역 활동에 도시의 다양한 인적 자원이 참여하도록 연계할 필요가 있다.
넷째, 아름답고 쾌적한 농산어촌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주변 환경·경관과의 조화를 깨뜨리고 쾌적한 주거 여건을 저해하는 난개발이 농산어촌에 만연한 상태에서 국민 모두에 열린 살기 좋은 농산어촌 구현은 난망한 기대로 보인다. 농산어촌의 난개발·저개발 문제를 완화하고 아름답고 쾌적한 농촌으로 정비·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산어촌다움 보전·복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토지이용제도, 농산어촌 특성에 적합한 계획 수립과 지구 도입, 주민참여에 기댄 실천적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보다 다양한 사회실험이 촉진되어야 한다. 주택이나 일자리 및 소득 개발, 마을 활성화, 생활서비스 개선, 귀농·귀촌인 유치, 학교 살리기 등 지향하는 비전은 지역마다 다를 수 있다. 연계 가능한 중앙정부 사업을 포괄적으로 패키지 지원하는 방안과 함께 농산어촌 현장에서 활동하는 민간 조직, 기업, 농산어촌의 가치에 관심 있는 창조계층 인력 등이 사회실험에 참여할 다각적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 농산어촌에 사람이 모여 가치 있는 삶과 일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국민들에게 행복한 대안적 삶의 양식임을 알리고 그 무대를 제공하는 농산어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