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1   미래사회 이슈에 집중하는 유럽의 싱크탱크

유럽의 대표적 기후보호 싱크탱크: 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염광희독일 아고라 에네르기벤데  선임연구원 2022 여름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 이하 아고라)는 독일, 유럽 및 전 세계에서의 기후중립 달성을 위한 전략을 개발하는 비영리 민간 싱크탱크이다. 2012년 설립 이래, 아고라는 두 가지 중요한 방법론(evidence-based and joint-fact finding methodologies)을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를 정책 결정자, 경제산업계, 시민사회에 내놓고 있으며, 보다 생산적인 아이디어 도출을 위해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개발에 크게 기여

아고라의 활동은 간명하다. 사회·경제의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독일, 유럽 또는 국제 사회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전환 목표와 정책 수단을 평가·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지난 10년간 아고라는 양질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여,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에너지 기후보호 싱크탱크로 성장했다. 설립 초기 독일의 보다 빠른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및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위한 정책 제안부터, 최근의 유럽연합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 및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제도개선 제안, 코로나 팬데믹 경제회복 대책의 기후중립 투자와의 연계 필요성 제안, 그리고 독일의 2045년 탄소중립 달성 가능 시나리오 제시에 이르기까지 아고라의 연구 결과는 독일과 유럽의 시민사회뿐 아니라 정책결정자에게도 매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었다. 아고라의 이러한 성과에 더해 에너지전환과 관련한 사회적 요구의 증가로 10명 남짓으로 시작한 아고라는 조직 규모 면에서 지난 10년간 10배 이상 성장했다. 스탭 수는 100명을 넘었고 베를린 외에 브뤼셀, 방콕, 베이징에 현지 법인 또는 연락사무소를 두고 있다. 2021년 예산은 1,260만 유로로 한화로는 170억 원을 넘는 규모이다.

국내외 싱크탱크와의 긴밀한 협업

아고라는 양질의 연구 결과를 내놓기 위해 독일 국내외 싱크탱크, 대학 등과의 협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독일 시민사회의 기후보호 목표 강화 여론이 만들어지는데 핵심적인 참고자료로 활용되었던 「2045 독일 기후중립(Klimaneutrales Deutschland 2045)」 보고서의 작성을 위해 아고라는 부퍼탈연구소(Wuppertal Institut), 독일 생태연구소(OkoInstitut), 모델링 전문 기관인 프로그노스(Prognos) 등과 협업했다. 유럽연합에서의 그린수소 보급 확산을 위한 연구(No-re-gret hydrogen)를 위해서는 영국에 위치한 어프리 매너지먼트 컨설팅(Afry Management Consulting)과 힘을 합쳤다. 이러한 협업 전통은 유럽을 벗어나면 보다 큰 시너지로 이어진다. 아고라는 지난 2월 한국의세 싱크탱크(녹색에너지전환연구소, 녹색전환연구소, 사단법인 넥스트)와 공동으로 「대한민국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K-Map」을 발간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가 놓친 부분을 분석하여, 정부 계획에 비해 2050년까지 16억 3,000만 톤의 누적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또한 정부가 시도하지 못했던 경제성 분석을 내놓았는데, K-Map 이행을 위해 기존 정부 계획 대비 연간 45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온실가스 배출 감소로 연간 50조~110조 원의 경제사회적 편익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를 위해, 지난 1년 동안 아고라는 ‘2045 독일 기후중립’ 시나리오 개발 과정에서의 방법론 등 노하우를 한국의 민간 싱크탱크에 전수했고, 한국의 현황 및 사회·경제·정치적 맥락을 잘 이해하는 한국의 싱크탱크가 각 부문에 대한 분석과 시나리오 작성을 담당했다. 보고서 편찬 과정에서는 아고라와 한국 싱크탱크 간에 보다 효과적인 서사 구성(narrative framing)을 위한 장기간의 토론 및 협업이 있었다.

민간 싱크탱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이와 같은 현지 싱크탱크와의 협업 프로젝트가 일본, 폴란드,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고라가 현지 싱크탱크와 협업하는 목적은 분명하다. 아고라의 풍부한 연구 경험을 통해 현지 싱크탱크의 연구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현지의 상황에 보다 부합하는 에너지전환·기후보호 정책을 연구·제안하여 해당 국가의 보다 신속한 에너지전환· 기후보호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아고라는 각국에서 활동하는 민간 에너지 기후보호 싱크탱크의 연대체인 에너지 전환 싱크탱크 국제 네트워크(INETTT: International Network of Energy Transition Think Tanks)를 조직하여 협력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민간 싱크탱크의 이러한 왕성한 활동은 당연히 국책연구기관과의 자연스런 경합을 이끌어내고, 정책 결정자들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민간 싱크탱크가 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독일, 유럽의 기후보호 정책결정 과정의 다이나믹이 잘 보여주고 있다.
독일·유럽에서의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는 한국에 비해 매우 심각하다. 러시아 전쟁이 장기화되고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이 현실화되는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사회적 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수준의 해법으로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유럽에서 아고라를 비롯한 민간 싱크탱크의 활동 공간이 더욱 넓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