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1   미래사회 이슈에 집중하는 유럽의 싱크탱크

연구인력의 국제화에 힘쓰는 독일 싱크탱크

이근주이화여자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022 여름호

독일 연구재단(DFG: Deutsche Forschungsgeme inschaft)에 따르면, 2022년 2월 현재 독일에는 29,000여 개의 연구기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막스플랑크, 라이프니츠, 프라운호퍼, 헬름홀츠의 4대 연구협회와 DGF로 대표되는 독일의 싱크탱크는 미국의 대표적인 연구 중심 대학인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발표한 「2020 Global Go To Think Tank Index Report」에서 경제 정책, 환경 정책, 국제개발 정책 및 과학기술 정책 등의 분야에서 전 세계 순위 10위 안에 포함되는 등 우수한 연구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독일 싱크탱크 국제 경쟁력의 원천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싱크탱크가 국제적인 연구 공동체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국가의 적극적 예산 지원

독일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싱크탱크를 보유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국가의 적극적인 예산 투입과 지원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 싱크탱크는 공공재정 지원을 받는 연구소의 비율이 75%에 달한다. 특히 독일은 2025년까지 국내총생산의 3.5%를 연구개발에 지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비율이다. 2005년 메르켈 총리의 취임 이래 4대 연구협회와 독일연구재단에 대해 2015년까지는 매년 5%, 2015년부터 2030년까지는 매년 3%의 투자 증액을 보장하였다.
두 번째는 싱크탱크의 연구가 기초과학 및 지식 창출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기술 분야의 경우 민간에서 하기 어려운 기초과학기술 개발에 집중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ICARUS(International Cooperation for Animal Research Using Space) 프로젝트 등 블루스카이(blue sky) 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수행되는 실험 또는 이론적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민간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연구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국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적으로 선도적이고 주도적인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연구 결과를 활용해 정책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이다. 싱크탱크의 연구 결과는 정부정책 개발과 개선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싱크탱크의 연구자들은 전문가로서의 자문도 활발하게 하지만, 연구원장 등이 정부부처에서 공식적인 직위를 갖고 정책 결정에 공식적으로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연구 범위와 내용에 대해도 정부의 요구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게 되어 연구 결과의 활용도가 더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노동 분야 연구를 수행하는 독일고용연구소(IAB: Institut für Arbeitsmarkt-und Berufsforschung)는 연방 노동청 집행위원회의 공식 구성원으로 되어 있어 연구성과를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정책 결정에도 공식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연구성과가 적극적으로 현실 문제의 해결에 활용되고 정부에서 필요로 하는 연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된다.

다양한 국적의 연구자 통한 연구 수행의 국제화

독일은 국가의 적극적인 예산 지원을 받고 있으며, 싱크탱크 연구가 기초과학 및 지식 창출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

네 번째로는 연구성과를 국가사회 및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정책결정자, 전문가 및 대중을 주요 연구 결과 소비자로 설정하고 각각의 특성에 부합하는 형식과 방법으로 연구 결과를 공유하고 소통한다. 전통적인 논문 및 보고서 양식은 물론, 유튜브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문가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대중과도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대부분의 연구성과물을 영어로 발표한다. 이러한 노력은 학문 연구의 결과를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국제적인 연구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국제적 소통이 가능한 이유는 연구진 구성의 국제화를 꼽을 수 있다. 독일 싱크탱크의 연구인력은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독일 연구소는 연구인력을 충원함에 있어 해외 노동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EU와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우수한 인재를 국적을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유치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연구인력 풀이 크기 때문에 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을 보유함으로써 창의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된다. 연구인력의 국제화는 연구 수행의 국제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연구자 개개인이 세계 곳곳에서 교육을 받았기에 외국의 우수한 연구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석좌 혹은 자문 연구진 등의 형식으로 해외 전문가들을 연구에 참여시켜 빠르게 변화하는 연구 동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흐름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한다. 독일 싱크탱크는 경제발전, 환경 및 통일과 관련된 주제로 한국과 관련된 연구를 부분적으로 수행한 사실이 있다. 북한, 코로나, 교육 분야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 싱크탱크가 국제기구 및 유럽지역과의 교류를 매우 활발하게 수행하는 데 비해 아시아 및 한국과의 교류협력은 상대적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규모나 세계적인 영향력에 비해 한국 및 아시아 지역에 관한 연구 및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국책연구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연구 공동체와 활발한 네트워킹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연구진의 국제화를 통한 연구의 국제화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싱크탱크도 그동안 연구의 국제화와 연구진의 국제화를 위해서 노력해왔으나 국제적인 연구 참여가 분절적이거나 일회성인 경우가 많았다. 국제화를 활성화시키는 첫 단추는 국책연구원 연구인력의 국제화라고 할 수 있다. 연구진의 국적이 다양해지면 자연스럽게 연구의 국제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연구인력의 국제화를 통해 창의적인 연구가 가능해지고 이는 국제연구 공동체에서 한국 싱크탱크의 우수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이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