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지방연으로부터의 협업 제언

지역 상생 위한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

변혜선충북연구원 공간창조연구부  수석연구위원 2023 봄호

「지방자치단체출연 연구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연구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다. 2022년 4월 법률 개정에 따라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에서도 지방연구원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인구 100만 이상이던 기준이 인구 50만으로 완화되어 지방연구원 설립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별로 자체적인 지방연구원을 설립하고자 하는 목적은 지역 싱크탱크를 운영함으로써 지역발전을 위한 전문적인 정책을 개발하는 데 있다.

지방연구원은 각각 전문 분야에 집중하여 설립된 국책연구기관과 달리 경제·산업·도시계획·문화·복지·환경 등 지역의 모든 분야에 대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연구원의 한 연구자가 담당하는 연구 범위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넓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다. 관련되는 다양한 분야를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넓은 시야를 가질 수도 있지만, 한 분야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점도 있기 때문이다. 지방연구원은 해당 지역의 이슈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대한 데이터가 집적되어 있다. 각 지역의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와 분석 등은 지방연구원에서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국책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한 지방연구원 간의 협업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방연구원에서는 주요 정책 추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한다는 측면에서,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새로운 우수사례 발굴 및 지역 정책의 가능성 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의 협업은 필수다.

전문 분야 중심의 네트워킹 구축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책연구기관과 지역 연구자들과의 관계망이다. 전문 분야별로 공동 워크숍, 협업 연구 등을 추진하면서 네트워킹을 형성한다. 보통 자문이나 공동연구 등의 방식으로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이 협업하고 있다. 이러한 네트워킹은 연구자 개인 차원을 넘어 지방연구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관련 연구의 폭넓은 정보 교류를 통해 정책의 방향성과 다양한 지역의 사례를 접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지방연구원 입장에서는 국책연구기관뿐 아니라 다른 지방의 연구원들과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기회가 된다. 이 네트워킹이 형성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다. 국책연구기관 연구자의 개인적인 네트워킹을 통해 진행하는 경우, 그리고 국책연구기관에서 각 지방연구원에 공문을 발송해 지방연구원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경우다. 역시 둘 다 장단점이 있다. 이미 네트워킹이 있는 경우, 상호 친밀도가 있다 보니 서로의 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연구 진행이 무난하다. 반면 신입 연구자 등 새로운 네트워크가 제한적으로 형성 된다. 이 경우 해당 연구자가 퇴사하게 되면 네트워킹이 단절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지방연구원의 연구자가 개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과 공식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협업하는 것을 결합하는 방식이 가능한데, 이는 지방연구원에서 기존의 연구자 1인과 더불어 신규 연구자가 함께 참여함으로써 지속해서 네트워킹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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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현안과 미래를 고민하는 국가정책 연구

기초과학 연구를 비롯한 국가 차원의 정책(산업, 경제, 복지, 보건 등)은 국책연구기관에서 진행한다. 이때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지방연구원과 공동연구를 추진함으로써 지역 이슈에 대한 정책을 발굴할뿐더러 새로운 정책의 적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베드(testbed)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는 국가의 주요 정책을 지역에 뿌리내리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때 지역의 유형을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별로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현안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해법 역시 지역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책연구기관과 지방연구원의 협업은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역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간극을 최소화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역별 지방연구원의 생생한 현장 경험은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지방연구원 역시 국가가 추진하는 정책이 과연 해당 지역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를 미리 파악하고, 추진을 위한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가의 주요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여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여건을 분석하고 대응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지방연구원의 주된 역할일 것이다.

로컬을 살리는 가교 역할을 기대하며

점점 어려워지는 국내외 경제 여건과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로 지방 간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기관 및 산업단지 유치, 관광자원 개발, 인구 유입정책 등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정책 간 경쟁이 뜨겁다. 그러나 이렇게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경쟁보다는 오히려 서로의 지역을 이해하고 상호 협력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지역 간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서로 교류하고 왕래하면서 소위 관계 인구가 늘어나면 지역 경제도 살리고, 지역의 활기를 지속시킬 수 있다. 즉 서로의 장점과 교류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상생하는 것이다.

지역 간 협력에서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의 역할은 매우 크다. 지역별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굴하고 이를 엮어줄 정책 개발은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다. 더구나 국책연구기관이야말로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지방을 협력관계로 맺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때 글로컬(glocal)이라는 단어가 유행이었다. 지방연구원과 국책연구기관의 협력이야말로 글로컬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싱크탱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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