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99년 연구회 체제”를 넘어-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한 산학연 협력

지역소멸 돌파구인 지역혁신시스템 위한 산학연 협력

안기돈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3 봄호

지역소멸을 초래하는 불씨가 지역의 발등에 떨어지고 있다. 대학 신입생 학령인구의 감소와 기업 신규 채용 인구의 급격한 감소 등으로 인해 기업의 지역 이탈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발전한 지역에서 기업 중심의 지역혁신을 통해 이루어진 사례에 기초하여 현재 교육부는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시스템(Regional Innovation System, RIS) 플랫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핵심 주체는 기업임에도 ‘산학연 협력 선도(전문)대학(Leaders in Industry-University Cooperation, LINC) 사업’ 및 RIS 플랫폼 사업 등 모두 대학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 RIS는 지역소멸 방지를 위한 확실한 돌파구이므로 기업을 위한 산학연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지역 발등에 떨어진 지역소멸 위기

지역소멸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다. 우선 지역 대학이 소멸하기 시작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라는 대학가 속설은 이미 현실화되는 중이다. 2040년 신입생 학령인구는 28만 3,017명으로 2020년 대비 약 39.1%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3년 1월 기준으로 총 20개 대학(강제 폐교 14개, 자진 폐교 6개)이 폐교되었다. 지역 인구 감소도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합계출산율이 세계 꼴찌인 우리나라의 2022년 출생아 수는 24만9,031명으로 집계되었다. 지방의 인구 감소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2022년 59.6% 기초자치단체(시·군·구)에서 출생아가 1,000명 미만이었다. 지역 대학의 위기와 인구 감소와 더불어 지역 기업은 당장 신규 인력 채용의 장벽에 직면할 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대학교 조영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신규 인력에 해당하는 25~34세 인구는 2025년부터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인력 채용의 장벽은 수도권 선호 사상 때문에 가뜩이나 인력난에 허덕이는 지역 기업에 치명적이다.

지역소멸과 관련해 현재까지 주로 대학 위기와 인구 감소만을 강조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역소멸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기업의 지역 이탈이다. 지역의 규모와 상관없이 발달된 모든 지역에는 핵심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이 존재한다. 대학 위기와 신규 인력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기업은 베트남 등의 아세안으로 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개발 시대 세대 통계와 매우 유사한 구조를 지닌 베트남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국가다. 지역 기업이 수도권 또는 아세안과 같은 해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은 지역소멸을 급속도로 앞당길 수 있다.

지역소멸의 돌파구는 지역혁신시스템(RIS)

지역혁신시스템은 혁신 주체들인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협력하면서 혁신을 창출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을 통해 촉진하는 시스템이다. 다만 RIS를 성공적으로 구축하려면 혁신의 핵심 주체는 기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혁신은 기업 활동에 가치를 배가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적용이다. 현재 매우 편리한 인류 사회로 발전시킨 PC(마이크로소프트), 스마트폰(애플), 전자상거래(아마존), SNS(페이스북) 상품들은 혁신의 정의를 매우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결국 RIS의 핵심 주체는 기업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 RTP), 독일의 드레스덴 등의 성공 요인은 기업을 중심으로 대학과 연구소가 매우 협력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혁신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이 통일되기 전에 동독 영역에 속해 있던 드레스덴은 거의 폐허나 다름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드레스덴 공대를 비롯한 대학과 연구소 등이 기업을 후원하도록 하는 산학연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세계적으로 유명한 RIS 지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우리나라 교육부 역시 대학의 역할 중에 산학 협력을 강조하면서 산학연 협력 선도(전문)대학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22년부터 LINC 3단계인 3.0사업에 134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대학이 지역 혁신을 이끌도록 하기 위한 ‘지자체-대학 협력 기반 지역혁신사업(이하 RIS 플랫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INC 사업과 RIS 플랫폼 사업 모두 지역 혁신을 위해 대학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시기적절하고 중요한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의 핵심 주체는 기업이란 측면에서 LINC 사업 및 RIS 플랫폼 사업 모두 대학에 초점을 두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RIS 성공 사례가 시사하는 것처럼 지역 혁신을 위한 핵심 주체는 기업이다. 따라서 대학과 연구소 등은 혁신의 주연인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조해주는 조연이어야 한다.

RIS의 주연인 기업을 위한 산학연 협력

“기업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최근에 지역소멸의 돌파구로서 강조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지역 기업이 지역에서 착근하여 성장해야만, 지역 대학 졸업생이 취업하여 지역에 정착해야만 인구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산학연 협력 목표를 기업 중심으로 재설정하고, LINC 사업 및 RIS 플랫폼 사업의 핵심 목표를 기업이 원하는 패러다임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기업을 대학 안으로, 교육에서 채용까지”라는 슬로건처럼 커리큘럼을 비롯한 교육과정 등을 기업과 같이 디자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챗GPT처럼 매우 빠르게 발전하는 최신 기술 동향은 기업이 직접 강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전공별로 ‘최신 기술 동향’이란 강좌를 개설, 기업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채용까지 하도록 연결하는 등 철저하게 기업을 대학 안으로 유인하여 교육에서 채용까지 한번에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는 ‘글로컬 대학 30’을 추진하면서 대학이 지자체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면서 지역 위기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글로컬대학 30’ 역시 반드시 기업을 가장 중심에 두고 추진해야만 지역소멸이란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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