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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의 딜레마 속 기술과 위기의 균형 찾기

김태원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AI정책연구팀 수석연구원 2024 겨울호

AI가 수도나 전기처럼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는 ‘AI 일상화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 서 있는 AI는 우리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증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AI는 탄소중립을 위해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AI 일상화 시대의 도래

그간의 AI는 특정 분야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별· 분류·예측·분석 등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전문 기술이었다. 고가의 솔루션으로서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제한적인 기술 도구 형태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2년 11월, 첫 생성형AI 서비스인 챗GPT(ChatGPT)의 등장은 AI 기술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AI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범용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간단히 자연어로 프롬프트를 입력해 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생성형AI는 정량적 답변 제공을 넘어 대화를 목적으로 설계된 기술로,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유사한 형태를 띈다. 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자판 입력 방식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하듯 음성으로 여러 서비스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의미다. AI가 휴대폰, 생활가전, 사무기기,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에탑재되면서 전기나 수도처럼 우리 일상에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잡았고, 이로써 ‘AI 일상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는 생성형AI가 제조·의료·금융 등 전 분야에 적용되며 2026년 약 310조 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융합 신제품 출시 등으로 연간 총 123조 원의 매출 증가와 자동화·효율화를 통한 187조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AI는 의료분야에서 질병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교육 분야에서는 개개인 맞춤 학습을 제공할 것이다. 업무 분야에서는 자동화로 직원들이 창의적·전략적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스마트홈과 AI 비서는 일상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AI가 제시하는 위기와 기회

구글은 지난 5월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컴퓨터 비전 기술인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를 발표했으며, 8월에는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를 출시하여 서비스 중이다. 애플은 10월에 오픈AI와 협업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를 출시하였다. AI 모델 경쟁이 AI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되며 AI 일상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AI의 일상화로 인한 막대한 에너지 소비와 이에 따른 탄소 배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생성형AI 수요의 증가로 데이터센터에서 전력 소모가 큰 GPU와 TPU의 사용이 급증하며 신규 데이터센터 규모도 커지고 있다. 미 전력연구소(EPRI)에 따르면 100~1,000MW 용량의 새로운 시설이 건설되는 사례가 흔하며 이는 약 8만~80만 가구의 에너지 소비량에 해당한다. 오픈AI 챗GPT는 780억 건의 사용자 쿼리를 처리하는 데 연간 약 2억 21,700만KWh 전력을 사용하는데 이는 미국 가정 2만 1,602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AI 서버의 전력 소비는 2027년까지 연간 85TWh에서 134T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아르헨티나(121TWh), 스웨덴(134TWh)과 같은 국가의 연간 전력 소비와 맞먹는 수준이다. 구글의 전체 전력 사용량 중 10~15%가 인공지능 작동에 소요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개발로 탄소 배출량이 기존보다 30%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AI를 통한’ 탄소 저감으로 탄소중립 실현

AI 일상화가 가속화되며 전력량이 급증하고 이에 따라 탄소 배출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다. 기후변화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시간은 촉박하다.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며 주요국들은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대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법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구속력을 담보하였다. 중국은 2060년 이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며, 한국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 표준화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넷제로) 실현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탄소중립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AI는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누락된 연결고리를 찾아내어 적절한 조치를 추천함으로써 기업과 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고 효과적인 감축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다. 또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으로 전력 수급을 최적화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을 높이며 빌딩 에너지관리시스템으로 냉난방과 조명을 자동 제어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공정의 에너지 사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교통과 물류 경로를 최적화해 줄일 수도 있다. 이외에도 AI 적용을 통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의 효율을 높이고 위성 이미지를 분석하여 산림 훼손 지역을 파악하거나 드론과 결합해 효율적인 나무 심기를 지원한다. 정밀 농업으로 자원 사용을 최적화하며 탄소 배출권 거래에서는 탄소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검증하여 배출권 가격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AI는 효과적인 탄소중립 정책과 기술개발을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도구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소모와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전력·고효율 AI 전용 반도체, 서버 및 네트워크 기술개발, AI 기반 탄소배출량 감축 기술개발, 정부와 기업 간 협력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AI로 인한’ 탄소 배출만큼 ‘AI를 통한’ 탄소 저감 노력이 수반될 때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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