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에서 정책으로  

「코로나19 확산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교육안전망 구축의 현실화

김경애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2022 여름호

이 연구는 위기 상황에서 불리한 학생들이 어떻게 지내고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걱정에서 시작되었다. 연구를 시작한 2020년 5월에만 해도 연구가 종료될 연말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학생들을 위한 정책들이 이미 시행된 이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연구의 취지는 역사적 자료로써 향후 유사한 재난 시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시사점을 남기는 데 두기로 했다. 연구 과정에서 들여다본 학생들의 상황은 심각했으나 이들의 필요에 대한 대응은 매우 부족했다. 상황이 시급하고 절박했기에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난 상황 속 책무에서 시작된 자료 수집

코로나19가 강타했으나 해당 감염병의 실체를 거의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한국교육개발원 내부에서 취약집단 학생들의 재난 시 상황을 파악하는 연구를 수행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연구의 목적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불리한 초·중·고 학생들이 어떠한 경험을 하였는지를 생생하게 기록함으로써 이들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질적 자료를 축적’하는 데 두기로 했다. 연구 방법으로는 지역사례연구를 채택하였다. 지역 규모에 따라 읍면지역 1곳, 중소도시 1곳, 대도시 2곳을 선택하여 67명과 면담을 진행하여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하였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전 세계 교육 분야 이슈 도출을 위한 해외 자료 분석과 코로나19 관련 교육 분야의 쟁점 도출을 위한 신문기사 분석을 곁들였다.
연구 과정에서 학생들의 삶의 영역별 일상이 어떻게 변했으며 그중 문제나 불편사항은 무엇이었는지,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결해왔으며 외부 지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어떤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 정리했다. 삶의 영역 구분은 학생들의 경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일상생활’과 ‘학습생활’의 큰 범주로 나누고 ‘일상생활’ 범주에 건강, 여가·활동·참여, 안전·행동, 관계, 물질적 상황 및 주거 환경을 하위 범주로 포함하고 ‘학습생활’ 범주에서 학습·발달·역량의 제반 사항을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연구진 외에 전문가협의회를 여러 차례 개최하면서 아이디어를 모았다. 학교, 교육청, 지역 기관 등의 관계자와 학자 등 다양한 분들을 모시고 브레인스토밍을 했다. 당장 학생들의 필요를 고려할 때, 교육부나 교육청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을 제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됐다. 또한 이 시기 학생들이 겪어낸 문제 상황을 교육 부문의 노력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지나치게 제한된 접근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시나리오 형식으로 제안하고, 정책 방향과 방안에 대해서는 특정 부처의 관할 영역으로 제한하지 않고 아이들 입장에서 필요할 것을 중심으로 제안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총리가 적극적으로 사회정책 연계를 추진하거나, 국무총리가 범부처 차원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표> 코로나19 시기 불리한 학생들의 생활 및 필요한 정책적 고려를 정리한 형식

포스트코로나 대응 시나리오 제시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으로 교육복지를 넘어 학습생활복지로의 확대, 불리한 학생들을 위한 디지로그 교수 학습 구안, 학교·가정·지역사회 역할의 균형과 조화 모색 등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인 제안으로는 가상의 지역을 설정하고 아동·청소년을 위한 실천 방식을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제시했다. 학교와 지역 수준에서 코로나19 상황에서의 긴급조치로나 다른 유사한 위기 상황에서 대응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포스트코로나를 겨냥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담았다. 시나리오 방식을 택한 이유는 위기의 순간에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고안해서 유연하게 시도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중앙 정책 수준에서 일률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지역별·학교별 특성을 고려하면서 학생 입장에 서서 실천방식을 찾는 것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 및 차세대 성장을 지원하는 체제가 작동하는 방식이 이미 현장에서 자치권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행하는 방식으로 많이 옮겨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프라와 예산 등 하드웨어를 마련하는 차원보다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유의미한 지원을 위한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요한 때에는 현장에서 장애가 되는 부분을 정부가 나서서 걷어주는 지원적 접근이 더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법령이나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제안했다.

보고서 내용의 확산 및 사회적 기여

이후 보고서에서 제안된 것들, 예컨대 기초학력 보장 강화, 취약계층 학생을 고려한 원격교육, 대학생 튜터링과 멘토링, 교육안전망 구축, 위기청소년 지원체계 구축, 직업계고 학생 특별 지원 등 많은 것들이 정책과 실천으로 실현되었다. 하지만 실제 이 보고서가 기여했는지 여부는 선명하게 추적하기 어렵다. 다만 사회적으로 공유되고 확산되면서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제안된 정책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이를 위해서 우선 기관 차원에서는 보고서와 함께 보도자료와 정책제안서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또한 주요 기관 발간지인 「KEDI 교육정책포럼」과 「KEDI 교육개발」에 주요 내용을 압축·정리하여 실었다. 보고서가 출간되면서 언론에서 먼저 관심을 가져주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누구라도 이들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여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본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코로나19 시기, 학생들의 상황들에 대한 보도가 40여 차례 이어졌다. 이밖에도 국가인권위원회 포럼, 서울특별시교육청 연수, 강원도교육청 연수, 한국법제연구원 포럼 등에서 발표나 강의 등을 통해서 보고서 내용을 공유하였다. 결국 학생들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와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학생들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한 점이 본 보고서의 사회적 기여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사는 어떠셨나요?
이 기사에 공감하신다면 ‘공감’버튼으로 응원해주세요!

독자 여러분께 더 나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감’으로 응원하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