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지상중계  

글로벌 복합위기와 평화통일체제

서보혁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  연구위원 2023 봄호

통일연구원 주최로 지난 3월 14일 전경련 회관에서 ‘글로벌 복합위기와 평화통일체제’라는 제하의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기획한 협동연구의 중간 결과를 공개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회의는 보건·기후위기와 우크라이나 사태로 파생된 위기 등 미증유의 글로벌 복합위기가 한반도 미래에 주는 함의를 찾고자 하였다. 글로벌 복합위기는 동북아시아, 남북한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국의 통일정책은 근본적인 재구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3대 공생 강화를 위한 노력이 관건

기조연설에 나선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은 글로벌 복합위기를 국제 체제와 한반도, 국내 체제의 3중 복합위기로 규정하였다. 하영선 이사장은 2050~2100년 한반도 주변 국제질서를 미중 전략 경쟁, 북핵, 국내 정치질서 등 세 가지 측면으로 전망하고 한국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였다. 향후 100년 내 한국의 입지는 미중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에 일차적으로 달려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완전 쇠퇴, 완전 부상하지 않는 국면이라는 판단하에 개혁개방하는 중국을 받아들이느냐, 봉쇄하느냐가 역내 차원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남북관계 차원에서는 북한의 혁명통일에서 공생통일로 가는 새로운 셈법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 국내적으로는 공생 역량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3대 공생 강화를 위한 집요한 노력이 한국의 과제라는 것이다.

포스터

제1세션에서는 통일연구원 연구팀의 발표와 지정토론이 진행되었다. 이재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복합위기의 성격과 함의’를 주제로, 서보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평화통일체제의 필요성과 가능성’ 을 주제로 발표하였다.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식량,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교역선의 다변화 노력과 식량문제의 남북한 협력도 제안하였다. 특히 남북 접경지대는 수십 년간 닫혀 있었기에 지뢰 피해, 질병의 원인이 존재할 수도 있으므로 세심한 접근 필요성도 지적되었다. 명수정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해가 나면 남북이 서로 인접하니까 긴급구호가 제일 중요하고, 재배 적지가 북쪽으로 올라간다면 남북이 더욱 협력할 여지가 있어 그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한편 평화와 통일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로 인해 의문이 제기되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평화통일체제의 노력은 북한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국제협력 측면도 고려해야 하기에, 당국에서 추진하기에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어 민간 차원의 협력을 우선 추진함이 타당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입지 확대, 실리 제고의 통일 역량 대비

제2세션에서는 라운드테이블로 진행되었는데, 고유환 통일연구원 원장이 사회를 보았다.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보편가치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대미관계와 대중관계를 맞추어야 한다”라며 한반도 북핵문제가 가능한 한 평화롭게 해결되길 바란다면서 “우리 스스로 국제사회에 실천적 평화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서울대학교 교수는 “평화통일체제는 핵을 넘어서지 못한 평화가 있느냐는 문제에 맞닥뜨린다”라고 지적하고, ‘연성복합통일론’을 소개하면서 “통일은 ‘엔드스테이트(end-state)’ 로 열어두고 연성적 상태를 가정하여 통일과 평화 간의 균형을 맞추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병연 교수는 이어 “비핵과 평화를 동시 추구해야 하고, 평화를 크게 가져가되 비핵화를 잊지 말자”라고 강조하며 비핵평화론을 폈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교수는 “시대적 변화와 대한민국 공동체 인식 사이의 괴리 혹은 지체”가 있음을 지적하고, 통일관이 민족 동질성론에서 실용적 접근으로 변화하는 최근 여론을 반영해 지금이 “튼튼한 기반 아래 합의된 새로운 형태의 접근법을 만들어갈 적기”라고 주장하였다. 이어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듯한양상을 비판하면서 “기후 위기, 전염병 등 미중이 필요로 하는 아젠다가 있는데, 그런 부분들의 공통점을 활용하여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하였다.

글로벌 복합위기는 통일 문제를 재구성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동시에 통일을 제약하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통일은 평화와 함께, 평화 위에서 추구할 성질이므로 국내·남북·국제 등 3차원의 협력을 동시에 전개하는 것이 한국의 일관된 원칙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중, 미러 대결 사이에서 한국의 입지가 좁은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동맹관계를 강화·발전시키는 동시에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다자협력을 병행해 한국의 실리를 제고하고 입지를 확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컨대, 글로벌 복합위기는 한국이 국내외적으로 평화를 우선 정착시키고, 그 과정에서 민족과 세계에 동시에 기여할 보편주의적 통일을 대비할 역량을 갖추어가야 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제2세션 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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