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지상중계  

2023년도 인문학 토론회

김순종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네트워크부장  2023 봄호

“‘학술기본법’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

인문사회 분야 R&D와 과학기술 분야 R&D를 비교해보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과학기술 R&D에 지원이 치우쳐 있어 양 R&D 분야 사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비유하곤 한다. 예산으로만 보아도 2022년 기준 정부 R&D 예산 총 29조7,770억 원 중 인문사회 분야 순수 예산은 3,271억 원으로 전체 예산의 1.1%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과학기술 분야의 R&D 지원은 헌법-과학기술기본법-국가연구개발혁신법,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을 근간으로 한 법적·재정적·행정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만, 인문사회 분야 R&D는 그렇지 않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정책연구사업도 20년 전부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이하 소관위)인 정무위원회에서 해당 문제를 인식하고 시작된 사업이었다. 그동안 인문정책에 대한 성찰과 고민, 대안 제시를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해오고 있었으며, 『한국 인문학 정책연구: 성찰과 대안』, 『인문사회학술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정책 도출』 등과 같은 인문정책연구총서를 발간한 바가 있다. 또한 2022년에는 ‘디지털 전환 시대, 인문학 혁신의 방향’, ‘융합학문의 정착과 제도화’를 주제로 KAIST와 공동 심포지엄을 두 차례 개최한 바 있다.

인문정책연구사업 시행 초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더 나아가 사회 문명의 급격한 변화, 국가의 국제적 위상과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나타난 난제 해결을 위해 인문학적 성찰과 통찰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에서 해당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국가 인문정책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들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도 이미 정청래·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발의한 기초학술법안 두 가지 안이 소관위 심사 중으로 관심이 높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인문정책 거버넌스의 근간이 될 법제 구축을 위해 인문학의 사회 효용적 정의와 사회적 설득을 이끌어내고 인문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학술기본법’ 어떻게 제정할 것인가?”를 주제로 하여 4월 21일(금) 2023년도 인문학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토론회는 이강재 서울대 교수(NRC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의 사회로 정해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의 개회사와 공동 주최자인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의 환영사, 김종민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지난 4월 21일 열린 ‘2023년도 인문학 토론회’ 단체 사진

김월회 서울대학교 교수는 발제에 앞서 국가 인문정책은 인문의 개념에서 출발하여 사람다움과 연관된 활동 일반과 그 소산이며 학술적으로 인문학만을 가리키지 않고, 제반 학문과 문화·예술 등을 포괄한다고 했다. 학술기본법의 제정은 인문학의 진흥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개선에 영향을 주는 제도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학술기본법의 제정은 보편적 문명국가로서의 한국 구현, 선진국형 성숙성장 발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국가 인문역량 제고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하였다.

특히 과학입국(科學立國) 개발 성장에서 과학흥국(科學興國)-인문경국(人文經國)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함으로써 선진국다운 성장과 발전을 지속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학술의 두 날개를 갖추었을 때만이 흥(興)국이라는 과업을 달성할 수 있으며, 국가를 흥하게 하는 것은 물질적·물리적 부강함뿐 아니라 정신적·문화적 번영을 동시에 구현하고 누림을 뜻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필요성을 기반으로 한 학술기본법안은 국가인문정책 거버넌스 구축과 실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며, 현재 과학기술 분야와 같은 총괄적 기획과 정책 실행을 위해 국가기초학술자문회의, 국가기초학술정책연구원, 국가기초학술기획평가원, 한국기초학술진흥재단과 같은 거버넌스 예시를 제안하였다.

주제발표 이후에는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교수(NRC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가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이 이어졌다. 우선 김귀옥 한성대학교 교수(NRC 인문정책특별위원회 위원)는 과학기술 분야(99):인문사회 분야(1)라는 국가 연구지원 현실에서 인문사회계열 연구자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기적적인 상황이라고 하였다. 한국 학문의 문제의식을 담아 기초학술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법률 제정은 국가의 책무이며, 학문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해서는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어서 강성호 순천대학교 교수(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회장)는 혁신의 원천인 고등교육과 인문사회 분야 지원에 대한 부족을 언급하면서 단기적, 부분적으로만 진행되고 있는 인문 학술 및 인문사회 학술 정책 전반을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전문기구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인문사회기획평가원(가칭) 신설을 제안하였다.

정병호 고려대학교 교수(前 전국사립대학 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는 현재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 교육에 있다고 하면서, 인문 교육과 사회적 수요의 미스매칭 현상을 축소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결국 기초학술-교육의 통합적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하였으며, 학술과 교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방향으로 디자인되었을 때 해당 법률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강태경 前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인문사회 학습의 핵심은 언어와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교사·강사 범위의 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학부교육에 대학원생이 교육조교로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의 기획과 집행 이후의 평가 과정에서 체계적으로 신진 연구자들의 의견을 흡수할 수 있는 창구의 개발이 필요하며, 정책입안자들이 자주 소통하면서 정책 의견을 받고, 연구자도 행정적·정책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문단 또는 협의·협상 기구를 제안하였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김정인 교수도 대학을 평가할 수 있다는 근거로 ‘학술기본법’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강재 교수는 ‘학술진흥법’의 확대가 필요한 것인지 ‘학술기본법’을 제정할 것인지를 앞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기초과학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고민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서는 인문학 토론회와는 별도로 2023년에도 「인문정책 거버넌스 구축의 이론적 근거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학술기본법이 제정을 포함한 인문정책 거버넌스를 구축해나가는 밑그림을 지원해가기 위해 국회, 전문가 등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지원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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